부역이란 말보다 울력이란 말이 더 옳지 않나? 갸웃...
어제 저녁나절 동네 쥐약스피커에서 왕왕~ 소리가 들린다.
문 활짝 열고 들어야 제대로 들린다.
겨울이나 머 그런철에는 이장이 아무리 떠들어도 귀먹은 방송이다. 머...
길닦기 부역이 있으니 아침일찍 나오라는...
집집마다 한명씩은 나가야 한다네~
작년엔 할매가 빗자루 들고 나갔었는데 올해는 선녀보고 나가란다.
아침에 몇시에 나가요??? 아침먹고 나가요?
이래 여쭈었다가 된통 쿠사리 묵었다.
농촌에서 아침일찍이라 함은~ 여름철엔 새벽5시쯤이다.
날밝자마자가 아침이란 말다.
너들같이 답답한 게글뱅이들은 아침이 8시지마는~
아니나달러..
아침 5시무렵... 부옇게 동이 터오고 시야가 밝아질 무렵..
들리기 시작하는 예초기 소리... 으으...
시작됐구낭. 어여 나가봐야겠넹~
할매 쪼차오셨다. 선녀 늘어지게 자고 안 나갈까봐.
에궁. 여섯시에 나가도 되잖유... 다들 칼같이 나가진 않을꺼아뉴...
우리같은 아낙들은 빗자루나 낫이나 들고 나가야지
머 예초기 휘두를 일 있겄슈...
해마다 이맘때면 하는 길닦기 부역! 부역이라니 부역이라케야지 헐 수 없다.
동네 들어오는 진입로가 두 군데 있는데 하나는 옛길이고 하나는 새길이다.
산길을 구불구불 비잉~ 돌아나가야 했었던 옛날길이 너무 불편해
바로 정면 냇가에 다리를 놓아 지름길을 만들었다.
그 길가들 멋대로 자라는 사람 키를 넘는 풀이며 잡목이며...
한해에 한차례씩 쳐줘야 한단다.
안 그러면 정글로 변해버리니까.
언제 어느해인가... 해거름에 무성하게 자란 잡풀들 사이로 지나가는데
으시시.. 하더라마...
예초기 짊어진 남정네 몇은 짦은 새길로 빠지고.
나머지 예초기남정네들과 빗자루 낫들은 아낙들은 산길로 넘어갔다.
낫을 들은 선녀도 어물쩍~ 끼어들어
산길로 갔었지비... 아무래도 사람많은 쪽에 붙어야...
예초기가 위잉 위잉~ 타다다닥~~ 치고 지나가면
그 뒤를 적당한 거리를 둬가며 따라간다.
낫으로 예초기가 못 쳐낸 자그마한 잡목들을 정리해가며
길로 쓰러진 잡목들이며 풀더미를 걷어내가며...
에구.. 허리 구부려 낫으로 하자니 죽갔다.
에잉...
할매들 빗자루 다 갖고 나오셨넹~
에라~ 내도 빗자루 하나 맹글자.
오덕이네 어메가 저기 싸리나무 하나 베어서 쓰란다.
뚤레뚤레 싸리나무를 찾아 베어 빗자루를 맹글었다.
성열이네 할매는 참나무를 뚝 뿔개 빗자루를 맹글었는데 아주 좋더라...
역시 고참은 달러...
장등에 아지매 빗자루도 그럴싸하고
이장네는 아예 깔끼를 갖고 나왔다.
어설픈 선녀 빗자루가 션찮은 걸보고 이장네가 다시 묶어줬다.
묶는 법을 갈챠주는데... 우와... 왕간단한거이 신기하더라.
오덕이네 어메는 남정네가 나와도 되는데 아낙이 나왔다고 한소리 들었다.
꼭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있더라...
집집마다 한사람씩 나오면 되는거 아뇨..
울집은 남정네가 돈벌러 갔으이... 내라도 나왔구마는~
남정네가 죽고 없는 어떤 어메한테 누가 그랬다더라
남정네가 나와야지 아낙이 나왔다고.. 퉁을 줬는데
그 아낙 왈:
"그럼 산에가서 도로 파올까!!!"
허긴 그 넘 말 잘못했지. 무덤에 들은 사람 어찌 나올까...
아낙이라도 나왔으니 고맙다해야지~ ㅎㅎㅎ
마을 장정 아낙 몇인고... 세어봤다.
에구... 다 합해도 열댓명밖엔 안 되네...
자꾸 줄어든다.
역시 해가 올라와도 산그늘이 진 곳이라 덥지가 않다.
그래서 다들 새벽으로 일하는구낭.
한참 예초기 따라댕기며 싸리비로 쓸고 낫으로 치고...
길 끝까지 했다.
다리께 풀 깍으러 간 장정들이 다 끝내고 합세하고
쩌아래 이씨네 나오고 해서...
일은 머 금방 끝났다.
이장이 돈 몇만원 주고 갔다네~ 음료수라도 사묵으라고.
다리께 식당에서 밥묵고 가잔다.
해마다 그랬다네~
열댓명 분 식사를 미리 주문하라고 앞서 사람을 보내는 걸 보고
내는 뒤로 빠졌다.
함께 식사를 해도 되지만
그 자리에서 오고갈 실없는 말들이 듣기싫어 안 끼었다.
이 병도 중증이긴 한데...
애들 밥해줘야 한다고 말하고 뒤로 슬쩍 빠졌다.
동네 대장을 자처하는, 내한테 미운털 숱하게 박힌 넘이 하나 있는데
여차하면 맞장을 뜨려고 벼르고 있는...
하지만 지금은 마주치기 싫은...
하지만... 언제고 그 바닥을 뵈주고 말...
길닦기 부역을 끝낸 말끔한 산길을 휘적휘적~ 걸어오면서...
아침마다 이 길을 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이들 어렸을적엔 곧잘 학교가는 길 따라댕겼더랬는데...
이젠 나혼자라 별로 안 하게 되네.
오는 길에 차나락 논 도랑에 수북히 자라고 있는 돌미나리를
한 구루마 베갖고 왔다.
베는 김에 논둑도 깍고 도구도 치고.
이걸 일러 도랑치고 가재잡고~~ ㅎㅎㅎ
가재는 없으나 미꾸라지는 많더라.
낮엔 땡볕이라 일 못하니 새벽으로 일을 해야겠다.
그노무 아침잠좀 줄이고...
이렇게 잠이 많은 정신머리로 농사짓는 다는 것이 참 기가 찬 일이여...
할매는 메밀 심으시고~~ 중복 무렵에 심어야 하는데 한 늦었다네~~
말복무렵에는 메밀이 제법 자라있어야 한다네~~
이번 주 금욜이 말복이니 이제 더위는 다 갔나.
다다음주 처서가 지나면. 가을이다.
아침저녁으로 확연히.. 공기가 다르다.
새벽으로 창을 닫아야 한다. 춥다.
이불을 꽁꽁 싸매고 자야한다.
고추도 두물째 따서 말려야하고.. 고추 줄도 더 매야한다.
이젠 말목에 맬 수 없어 천정에 매달아야 할 판이다.
대책없는 고추나무!
참깨가 서서히 마르기 시작하고. 너무 가물어서...
소나기 정도는 몇번 와줘도 되잖아.
들깻잎이 따먹어도 좋을 정도로 자랐다.
첫댓글 제 경험으로... 이런거 쓸어내는데는 플라스틱 보다는 싸리나무 빗자루가 훨씬 좋더구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