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太行山(타이항산) 기행(2) / 천계산(天界山 )
*. 중국 문자박물관
조식 후 우리는 한단에서 1시간 30분 거리라는 안양으로 이동하여 문자박물관(文字博物館)에 갔다.
안양(安陽)은 중국의 7대 고도(古都) 중에 하나로 인구 520만여 명이 사는 산업 중심도시로 갑골문자(甲骨文字) 발굴지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갑골문자(甲骨文字)란 은(銀)나라 때 점치는데 사용한 귀갑(龜甲)이나 우골(牛骨)에 새긴 문자로 은나라 옛 왕도 자리인 은허(銀墟)에서 1899년에 발견된 문자다.
갑골문자는 순수한 그림문자보다는 진일보한 글자로 전해 오는 글자 수는 약 3,000 자인데 언어학자들에 의하여 그중 해독된 것은 절반 가량이다. 그 내용은 제사와 군사, 천상(天象), 농경 등이다.
중국 문자박물관에는 그 갑골문자 모형을 크게 만들어 문자 박물관 앞 넓은 광장의 좌우에 양쪽으로 전시해 놓았다.
여기에 우리들의 관심을 끄는 것으로는 종이를 최초로 만둘었다는 A.D. 105년 후한의 환관인 채륜의 모습과 그 문자 제조과정을 재현하여 놓은 것이다.
3층에는 우리 한국의 훈민정음 해례본(訓民正音 解例本)도 전시되어 있어 한국인의 눈길을 끌고 있다.
문자박물관을 보고 여기서 2시간 30분 달려서 오늘의 숙소라는 신향(新鄕)으로 향하면서 나는 이런 생각을 하였다.
간체자 | 번체자 | 간체자 | 번체자 |
户 | 戶 | 见 | 見 |
讠 | 訁 | 贝 | 貝 |
车 | 車 | 钅 | 釒 |
长 | 長 | 门 | 門 |
青 | 靑 | 韦 | 韋 |
页 | 頁 | 风 | 風 |
飞 | 飛 | 饣 | 飠 |
马 | 馬 | 鱼 | 魚 |
鸟 | 鳥 | 麦 | 麥 |
黄 | 黃 | 齐 | 齊 |
齿 | 齒 | 龙 | 龍 |
龟 | 龜 | 丰 | 豐 |
태항산을 보러 와서 어제는 석가장 비행장에 오후에 도착하여 구경 하나 못하고 반나절을 버스를 타고 한단에 와서 잤고, 오늘은 이 문자박물관을 보고 신향(新鄕) 가서 또 자야한다?
오늘 본 문자박물관도 그렇다. 적지 않은 돈을 지불하고 중국까지 온 한국 관광객이 별로 원하지도 않는 이런 박물관 하나 보여 주고 말다니 이거 너무한 게 하닌가. 게다가 한자(漢字)도 아닌 간체자(簡體字)와 영어로만 설명이 쓰여 있고, 그 한국어 해설자도 없다니 말이 되는가. 가이드가 이를 대신했으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한 분이어서 하는 말이다.
차라리 이것보다 앞서 소개한 석가장시의 조자룡 문묘나, 중국의 대표적인 사찰이라는 융흥사로 그 관광지를 바꾸어 보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나는 여기 아니면 구할 수 없다는 생각에 문자박물관의 DVD를 20위엔에 사가지고 간한다.
필자 같은 국문학을 전공한 사람도 잘 모르는 간체자란 도데체 무엇인가?
간체자(簡體字)란 중공(中共)이 문자개혁을 위해서 1956년과 1964년에걸쳐 한자간소화 방안으로 2,238자의 복잡한 한자를 약자(略字)로 고친 글자다.
그 방법을 한 마디로 말하면 부수(部首)로 간단화(簡短化) 한 것이다. 표의문자[뜻글자]인 한자를 표음문자[소리글자] 식으로 바꾼 것이다. 그 예를 인터넷에서 찾아 우측에 실으니 참고할 일이다.
그래서 현재 한자는 중국에서는 고어(古語) 표기 문자가 되었지만 한자(漢字)는 한국, 일본, 대만에서 현재 쓰고 있는 글자다.
*. 천계산(天界山) 노야정(老爺頂) 산행
오늘 일정은 드디어 본격적인 태항산 천계산(天界山)을 등정하는 날이다.
태항산을 완전히 보려면 한국 곳곳을 구경할 만한 시간이 필요하다 할 정도라는데, 그것도 특수한 장비를 사용하는 산악인들에게만 가능한 일이다. 남북으로 600km라면 1500 리인데 그것도 인적미답의 미개척의 태항산맥을 어떻게 다 볼 수 있겠는가.
이곳에서 구한 태항대협곡 관광지의 안내도에서 소개하는 태항산 명승지로는
'도화곡(挑花谷)', '태항천로(太行天路=환산선)', '왕상암(王相岩)'에다가 '팔리구(八里溝'), '구련산(九蓮山)', '회룡. 천계산(回龍天界山)'을 더하여 소개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 중 '천계산'과 '도화곡', '태항천로'만 관광하는 모양이다.
회룡 천계산(回龍天界山) 관광지는 하남성 휘현시 상팔리진 경내에 위치한 신향시에서 55km, 정주에서는 120km 거리에 위치해 있는 국가급삼림공원으로 총 면적은 43평방미터이니 지리산의 1/10 크기다.
천계산(天界山)이라 이름 한 것은 한자 뜻 그대로 하늘과 산의 경계가 되는 산이란 말이다.
우리들은 천계산 입구에서 지금까지 타고 온 버스를 버리고 두 번을 갈아 타야 했다. 교행(交行)이 불가능 해서 소형 차로 바꾸어 타는가 생각했더니 그게 아니라 그 지역 소득을 나누기 위해서 서로가 약속된 규약인 모양이다. 그 중 8인승 소형 전동카( 일명 빵차)를 타고 산의 절벽 위에 만들어 놓은 천계산 괘벽공로(掛壁公路)를 따라 중간 중간 조성된 7개의 정망대에 서니 아뿔싸 황사가 안개처럼 시야를 가린다.
여기까지 달려 올 때는 길가 가로수가 심술궂게 시야를 가리더니 이번에는 황사 안개가 심통을 부리고 있다. 경치가 너무 아름다워 백리화랑(百里畵廊)이라고 불린다는 곳에 와서 허무하게 우리가 보고 온 것은 안개에 덮인 협곡과 전망대뿐이었다.
어느 누가 말한다. "태풍이 지나간 다음에 와야 제 모습을 볼꺼야." 또 다른 이가 말한다. "아녜요, 비가 그친 다음에 와야 될 껄요."
그래도 가까이서 보이는 수직의 절벽은 우리의 눈과 마음을 황홀케 한다. 우리들이 지금 가고 있는 이 경치가 운봉화랑유람구요, 우리들이 굽어보면서 안개 때문에 실망하고 있는 곳이 바로 암절벽대협곡(岩絶壁大狹谷)인 것이다. 운보화랑(云峰畵廊)이란 노야정 아래 산허리에 위치한 청봉관에서 시작하여 걷거나 차로 360도를 돌며 차례차례 도중 7개의 전망대를 통하여 가는데마다 달라지는 경치를 즐기다가 다시 청봉관으로 돌아오는 코스를 말한다.
*. 노야정(老爺頂, 1,570m)
이 천개산 관광지에서 우리가 꼭 가보아야 할 곳이 노야정이다.
노야정(老爺頂)은 복을 빌고 도를 닦는 도교(道敎)의 성지요, 천하 제일의 철정(鐵頂)이며, 야외의 천당이고, 태항산의 최고봉(1,570m)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 노야정을 가려면 우선 2인용 삭도를 타고 올라야 한다. 삭도(索道, 케이블 카)에서 내리니 널찍한 광장에 갖가지 장사꾼들이 진을 치고 있다. 이정표를 보니 노야정까지는 450m인데 간체자, 영어 그리고 한글이다. 어디를 가나 일본의 가나는 없어도 한글 안내가 있는 것은 그만큼 한국인들이 많이 오기 때문이요, 이렇게 Korea의 국력이 신장된 것이라는 것을 느끼겠다.
여행에도 그렇지만 등산에서는 특히 우선 해우소(解憂所)에 들려 근심을 없에 버리는 것이다. 천계산 노야봉 450m를 앞두고 있는 화장실은 벽돌로 지은 집인데 천장이 없고 소변기도 없고 휴지는 물론 없다. 대변기라야 물을 내리는 시설도 없이 급한 사람'끼리 사이 좋게 일 보라고 변기 셋이 나란히 놓여 있다.
세상을 둘러 보니 Korea보다 화장실 문화가 잘 된 곳이 거의 없었다. 선진국의 관광지 어디를 가나 유료 변소요, 휴지도 따로 사서 써야 한다. 그런데 우리의 화장실 문화는 어떤가?
화장실에 대하여 긍금하거나 더 알고 싶은 이 있거든 고양시 일산 호수공원이나 수원 성대역(成大驛) 근처의 해우소 박물관을 가볼 것을 권한다.
노야정 가는 길은 층계로 450m 놀이를 오르는 길인데 올라가면서 걱정이 된다. 올라간 깉은 길로 다시 또 내려와야 하지 않는가 해서다. 그런 나같은 사람을 위해서 층계 오른쪽에 또다른 멋진 길이 있어 보니 엉덩이로 미끄럼 타고 내려오는 길인 것 같다. 요금이 한국돈으로 4,000원 정도라는데 그 구조물이 위험할 정도로 조잡하다.
아내와 함께 드디어 1,570m 노야봉 정상에 오르니 정상석과 함께 붉은 리본이 가득하다.
여기는 노자(老子)의 도교를 숭상하는 곳이라. 이 붉은 리본에 소원을 적어 걸면 소원이 이루어 진다는 곳이다.
그 정상 아래에는 도교사원들이 있어 중국 고대 전설의 세 임금 중에 한 분인 복희씨를 모신 복희전(伏羲殿), 옥황상제를 모신 옥황전(玉皇殿), 12노모전(十二老母殿) 등 각종 도교의 이름 모를 신들이 울긋불긋한 옷을 입고 근엄하게 앉거나 서있다.
노야정의 1,570m의 높이는 오대산의 최고봉 1,563m과 거의 같은 높이니 다시 또 올 수 없는 해외 명산에 나의 족적을 남겼으니 다시 또 무슨 원이 있으랴. 내일은 이 여행 중에 하일라이트라는 '태항산 임주 대협곡'이라니 이를 굼꾸며 잠들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