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탕62(클리앙)
2023-07-26 11:48:38
작은도서관을 운영하는 꽤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다른 것 같다."라는 말입니다.
저희 작은도서관 소풍도 이제 3년을 넘기고 있지만 그 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지경을 어제 겪었습니다.
저희 도서관은 간식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안전한 곳에서 책을 읽거나 놀기 위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의 일환이기도 합니다. 물론 그것을 먹는 장소는 정해져 있기도 하구요.
3년 간 도서관을 운영하면서 늘 아이들에게 했던 말은 책을 읽지 않고 간식을 먹어도 되지만 정말 되도록이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말을 따르는 아이들은 대체로 30%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나머지 아이들은 대부분 분리 수거를 하지 않고 자신이 먹은 것을 그대로 둔채 나가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화를 내어보기도 하고 타이르기도 하지만 70%의 아이들은 3년 내내 거의 변하지 않더군요.
그리고 그 아이들 중에는 도서관에 들어오자 마자 탕비실로 들어가 아이스크림과 요구르트를 몇 개씩 가방에 넣어 소리를 지르고 달아나는 경우가 있기도 했습니다.
어제는 소리를 지르고 나가는 아이 둘을 붙잡아 타일렀지만 자신들은 소리를 지르지 않았고 모르는 일이라고 딱 잡아떼더군요.해서 도서관에 설치된 cc tv를 톨려보고 너희가 소리를 지르지 않았으면 내가 사과를 하겠다고 하면서 그럴 수 있겠냐고 했더니 달아나더군요. 마음이 씁쓸했지만 딱 거기까지 였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에 일어났습니다.
그 놈들이 나가면서 1층에 있는 우편물함에 있는 우편물들을 몽땅 집어서 1층 현관에 확 뿌려 놓았더군요.
처음에는 설마 그 아이들이 그랬겠냐는 생각에 그런 생각을 한 제가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 우편물들을 다시 우편함에 정리해서 넣어 두었습니다. 그리고 볼 일을 보고 다시 도서관에 들어왔다가 6시 퇴근을 위해 1층으로 내려가니 이번에는 그 우편물을 다시 모조리 뽑아 구겨서 팽개쳐 놓은 것도 모자라 쓰레기를 모아 현관에 던져두었더군요.
정말 분노가 끝까지 치밀었습니다.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 학부모들로 구성된 운영위원들에게 전화를 했더니 그 운영위원들은 아이들이 그럴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어이가 없더군요.
작은도서관의 위기는 올해 들어 이 더러운 정권의 보조금 중단(일년에 냉난방비 20만원, 그리고 일년에 200만원의 도서구입비)으로 시작되었고 기레기들의 눈먼돈 뽑아먹기라는 선정적 제목의 기사로 시작되었지만 그래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아이들에 대한 희망, 그리고 마을교육공동체라는 자부심으로 어르신들 한글 교실 등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어제 이런 일을 겪고 보니 더 이상 지탱할 힘이 없습니다.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아이들과 어르신들이 읽을만한 책을 선정하고 구입하면서 어떻게 하면 좋은 책을 가까이 할 수 있을까 기대에 부풀었던 순간들이 한꺼번에 무너져 버리더군요.
자원봉사자 선생님도 너무 어이가 없어 하시더군요.
서이초 교사의 죽음을 보면서 그 분이 겪어야 했던 고통의 시간을 다시금 떠올렸습니다.
과연 우리 사회의 희망은 있는 것일까요.
있다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악의 평범성이란 어쩌면 인간의 본성은 근본적으로 악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지금 가고 있는 길이 과연 옳은 것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 날입니다.
부끄럽게도 이런 일들이 젊은 날의 신념을 지키지 못한 댓가가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저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인 아내는 제게 올해만 하고 그만두자고 이야기 하더군요.
그 아이들을 다시 만난다면 제 분노가 먼저 앞서지 않을까 싶은 자격없는 도서관의 책임자라는 생각이 가슴을 찌릅니다.
댓글---
슈퍼소닉
정말 올해까지만 하고 그만두시길 바랍니다.
사실 우리나라에 희망이 있다고 생각이 점점 엹여져갑니다.
대통령을 비롯한 권력층도... 주변에서 보는 아이들도...
과연 어디서 부터 잘못된 것일까? 어디서부터 바로 잡아야할까?
그냥 답이 없습니다. 통째로 나라를 중국이든, 일본이든 넘어갈 것 같네요.
이렇게 개떡같이 자란 아이들이 30~40대가 되면 정신 차릴까요? 가능성은 희박해보입니다.
윤 씨 같은 놈을 대통령으로 만나기가 더 쉬울 것 같다는 암울한 생각이 듭니다.
zase
속이 답답하네요
시골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마을학교라고 시골이라 학원도 없고 해서 모아서 만들었지만
이것도 시기질투가 나서 트집잡고 싸우고 난리부르스입니다.
소망은 아이들의 이쁘고 해서 시작하지만
감당안되는 아이들도 있고
자기자식이 그렇다는걸 인정을 안하는 학부모도 있습니다.
거의 자비량으로 하고 최소한의 간식비를 받고 했었지만
무엇이 남아서 하는거 아닌가하는 말을 들을때면
결국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하나 생각이 들어서
힘이 쭉쭉 빠지죠
지금은 잠시 쉬고 비정기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힘내시길 바랍니다.
('_')
힘내세요
아이들 부모와 소통할 수 있으면, 그들의 반응이 어떠하든 간에, 부모에게 알릴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junggwang
지금 사회에서 나이상관없이 진상은 시민대우를 해주면 안되고 사회의 버러지로 봐야 합니다. 그들을 관용의 자세로 대한 결과 진상이 더 많아졌습니다. 저런 사람들이 2찍이 되고 사회공동체를 무너뜨립니다. 현재 우리사회는 진상을 위한 사회입니다. 멀쩡한 정신을 가진 사람이 사는 보통사회가 무너졌습니다. 힘내세요. 부모에게 알린다고 해결되는 사회는 이미 지났다고 생각해요.
어떤 말로 위로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과거와 달리 가정과 마을이 담당해오던 교육은 사라지다시피 하였고,
이제는 학교마저 그 기능을 상실해가는 중입니다.
우리 아이들은 과연 어디서 배우고, 어디서 혼이 나야 할까요?
인권이라는 이름의 무관심 속에 괴물을 키우고 있는 건 아닌가... 너무 착잡합니다.
친절한 양약사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가 명예는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이야기 하신 도서관 문제나 요즘 이슈인 학부모 문제도 사람들이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는 것이 원인 같습니다. 남들이 욕하고 뭐라해도 손해보는 것이 없거나 피해보는 것이 없으면 그냥 해버리요. 반대로 내가 조금이라도 손해보면 정작 해야하거나 벼려해야 할 일도 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고쳐야 할지 답답하기만 하네요. 아이 키우는 입장에서 너는 조금 손해보더라도 사회, 이웃을 위해 행동하는 것이 좋다라고 가르치기 힘들어지네요.
침착면
올해까지만 하고 하지 마세요.
간식은 다 치우시고요.
그냥 노인 한글 교실, 열람과 대여 서비스만 하세요. 그 정도도 충분합니다.
처음부터 사랑을 베푸기보다 가망성이 보이면 조금씩 더 베푸세요
donkey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어려운 문제입니다.
이름도 없고 불명의 다수의 아이들이 임의로 이용하는 상태라면 제대로 통제가 될 수 없습니다. 개별적인 무작위 통제를 하면 왜 나만? 이라며 억울해하고 반발할 뿐이죠.
도서관장님의 어렵고 힘겨우신 부분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랜덤한 통제는 아이들에게도 큰 상처를 입히게 됩니다. (아이는 그걸 랜덤하다고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그것이 아이들이 그 순간에는 정말 잘못했더라도 그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은 더 심하게 하는 걸 봤거나, 자신은 도서관장님을 존경하며 잘 따라왔고 단지 친구들이랑 과흥분상태라 우연히 큰소리를 냈을 뿐이고, 또 그동안 자신은 다른 아이들과 달리 껍질을 잘 버려왔는데 관장님이 그걸 몰라주고 혼내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에 사연을 살펴보면 정말 억울할 수 있습니다.
처음 혼내는 아이라면 차분히 타일러야 하며 혹시 잘 해왔던 부분이 있었는지 한번 챙겨주시면 더 좋습니다.
두번째 다시 그런 일을 저지른 아이라면 그 때 조금 더 엄격한 감정을 보여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첫댓글 클리앙 댓글---
작가M3
적발 시 영구 출입금지 룰이 필요해보입니다 ㄷㄷ
랑탕62
@작가M3님 고맙습니다. 영구 출입금지를 검토하는 것도 고려했지만 쉽지 않네요
동경소년
정부의 도서관 죽이기도 너무하고..
애들도, 부모들도 너무하네요
랑탕62
@동경소년님 이미 이 정권은 자기 편이 안된다고 생각하면 앞 뒤를 가리지 않고 목을 조르고 있습니다. 다행히 저희 도서관은 거의 정부 지원금 없이 운영되어 왔기 때문에 타격이 거의 없지만 교묘하게 비리가 많은 단체로 사람들에게 인식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기레기들은 부화노동하고 있구요
청포도
아이들에게 공짜로 뭘 주지 않으시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아이들에게 '당연히 받아야 할 권리'라는 잘못된 생각만 강화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이들 중심이 아니라 어르신 중심으로 방향을 잡으시는 편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르신을 높임으로써 그 어르신들의 영향력을 높여 아이들에게 각개 대응하는 일종의 낙수효과(?)입니다. 어르신 중심의 장소가 된다면 아이들이 함부로 행동하지 못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입니다. 우리 어릴 때는 모든 장소가 어른 중심이었고 아이들은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했습니다. 지금은 아이들에게 '우선'을 제공하니 아이들이 '갑질'을 하려 듭니다. 아이들을 위하되, 아이들에게 '전권'을 주어서는 결코 안 된다는 생각입니다. 아이들이 멋대로 이끄는 세상이란 얼마나 엉망이 될까요. 다시 어른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랑탕62
@청포도님 네 그런 생각을 합니다. 도서관이 영세하다 보니 도서관 자리가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의 3층입니다. 해서 어르신들이 오르내리기가 많이 불편합니다. 해서 어르신 한글교실은 1층에 있는 다른 공간을 빌려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도서관을 옮길만한 여력도 없구요. 하지만 만약 가능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