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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도우수 자전거 길: 겨울 한강 자전거 일기-"마니아"에 대해<130120>
겨울강변 자전거로 만난 마니아들에 대한 상념(想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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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 성내천-광나루-미사리-팔당대교-수석동고개-구리한강공원-잠실철교-성내천(55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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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다시 보내며 새삼 자신의 노화(老化)를 감지한다. 작년만 해도 연말연시 한 겨울 눈길 속에 자전거로, 포천의 회암령을 넘고 남한산성 청계산 일대 골짝 등의 산천을 헤맸었는데, 이번 겨울엔 지난 12월 내내 내린 눈을 핑계 삼아 그런 엄두도 내지 못한 걸보니 그렇다.
언필칭 자전거동호회 회원인-그것도"자전거에 미친 자들"이란 뜻의 "Bike Holics" 멤버로서 그 휘황한 이름 아래 활동해온 지 이미 7년째에 접어드는 나는 분명히 자전거"마니아"일진데, 이런 모습이 참 면구(面垢)스럽다.
그런 반성 속 한낮 기온이 영상이란 예보에 1월20일 라이딩에 나섰다. 지난해 22~23일의 영일만 팀 라이딩 이후 근 한 달만이다. 일요일은 전철 자전거 탑재가 허용돼 영종도로 나가 신시도 섬 라이딩을 할 요량이었지만, 지난밤 늦잠으로 새벽출발을 놓쳐 무산시키고 말았고, 한동안 뜸을 들이다 늦바람에 "한강이라도" 하며 나섰다.
그래! 오늘은 오래 쉰 끝 워밍업 정도로 하겠다고 자위하면서, 마니아로서 겨울 자전거를 탔다는 면피(免避)도 겸해서, 나서니 한강은 얼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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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저하인지 맞바람 탓인지 한강을 상류로 거스르는 미사리~팔당대교 길은 영 속도가 나지 않아 시속 20km를 더 넘기지 못한다. 한강은 설빙(雪氷)이고 미사리 둔치 또한 눈으로 덮였지만 자전거 길은 90% 정도 고맙게도 깔끔하게 제설이 돼 있다. 002
덕풍천에 이른다. 한강으로 흘러드는 합수부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미사리 둔치공원과 강 건너 예봉산의 어울림이 한 폭의 수채화다. 003
산곡천 합수부에 이르러 펼쳐진 팔당대교 강심(江心)과 예봉산 설릉(雪陵) 또한 한 겨울임을 보여주어, 기온은 영상(零上)일지 모르나 내 목의 두툼한 황색 warmer가 보여주듯이 체감(體感)은 영하다. 006
산곡천을 건너며 눈에 띈 강가의 사진작가들. 이들이 나를 반성하게 한다. 빙설의 강상을 날아드는 철새들을 겨냥해 회심의 한 컷을 노리며, 칼바람을 견디며 한 없이 인내하고 인내하는 이들. 정녕 마니아들이 아닌가?
혹한(酷寒)이든 혹서(酷暑)든 엄혹한 자연조건을 개의치 않고 그 속에 스스로를 함몰시키고 조화시키며, 자아에 희열을 느끼고 최상의 의미를 부여하는 멋쟁이들! 조예의 깊이와 넓이에 상관없이 진정한 꾼들이다. 007 008
팔당대교로 오르는 경사로는 아직도 눈밭 그대로. 이런 조건을 극복하고-극복할 수 있어야 하고-극복해보려고 노력하는 것 곧 마니아의 길이다. 009
팔당대교에서 바라보는 상류. 우측 둑 위 난간 뒤로 보이는 작은 점 두 개. (사진에선 잘 안보이지만) 한겨울 데이트를 자전거로 나선 청춘남녀 한 쌍.
“최고의 데이트를 하시네!”하고 진정으로 덕담을 건넸더니, 잘 생기기도 한 두 청춘은 만면에 백설 속의 홍화(紅花)같은 웃음을 띠어 답례한다. 아~! 젊은 시절로 되돌아간다면 나도 저러고 싶다는 아쉬움이 가슴에 번진다. 010
(이들을 나중에 잠실철교 자전거 길에서 반갑게 다시 만나며 제대로 한 컷을 남겨본다 아름답기에. 실례가 아닌 축복이 되기를 바라면서 074)
팔당대교 건너 귀가는 덕소 강변으로. 미사리 상류의 이 넓은 강변은 언제나 내 가슴을 확 틔어주니 오늘도 한 컷을 남긴다. 016
아니! 저건? 특이한 형태의 텐트가 둔치 위 스산한 눈밭에 오두마니 서있다. 텐트 밖으로 삐죽 나온 건 카메라파인더, 여기도 사진작가로군. 020 021
그분께 양해를 구한다. “제게는 선생님이 모티프이시네요 한 컷 실례해도 될까요?” 한 없이 사람 좋은 웃음으로 허락해 준다. 마니아들끼리 통하는 그 무엇에 의해서겠지. 022
아마 이분이 렌즈에 담으려는 피사체는, 나도 조금 전 인상 깊어 담아두었던'팔당대교 위 회색하늘 속에 머문 백일(白日)이 서편으로 져가며 강 위에 떨어뜨릴 오렌지 빛 일몰과 낙조일 것이고, 그를 catch하기 위한 준비와 기다림의 텐트가 또 하나 인상 깊은 그림으로 남게 한 것이겠지. 014
추위를 이겨내며 기다린 만큼 기막힌 순간 한 컷을 건져 올려 영원의 희열을 맛보시기를 빌어주며 이 분 마니아에게 마음속 경의(敬意)를 표한다.
한강 하류로 달리며 이내 다시 만난 또 하나의 마니아! 칼바람 사나운 겨울예봉산으로부터 창공에 떠올라 솔개마냥 비행하다 내려서는 패러글라이더.
착륙해서도 강풍과 씨름하는데, 가만히 보니 그냥 착륙 후 파라슈트를 수습하기 위한 노력이 아닌 모양새다. 024
일단 착륙하고서도 비교적 강한 바람이 여전히 불어오니 그 자리에서 다시 비상(飛上)해보려는 그런 의도가 다분히 느껴진다. 슈트를 편 채 지상에서 마구 달려보는 모습이 바로 그런 뜻으로 읽혀진다. 025 026
바로 이런 자세-이런 모험심이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는 것이고, 진정한 마니아의 길이라는 내 평소의 생각이 작용한 오버일까? 오~~!! 강렬한 인상의 저 도적적인 모습. 나도 좀 더 젊었더라면 저러고 싶다. 027
과연 내 짐작은 적중했나 보다. 이를 말리려는 듯 패러클럽의 동료들이 그만 오라고 만류해 소리쳐 부르는 것이 그를 증명해 주었으니까. 028
내 앞길에 나와 동류(同類)의 자전거 마니아가 간다. 남들이 위험하다면서 극구 말릴 미끄러운 눈 길 위를 저리 세게 달리니 그렇지 않은가? 남들이 보면 나도 저렇게 비칠까? 029 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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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령(神靈)의 광기(狂氣)에 대한 애증(愛憎)
-이후의 한강변 풍경들을 삽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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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 일반적으로 어느 한 가지 일에 열중하는 일 또는 그러한 사람을 일컫기도 하는데, 신(神)에게서 선물 받은 신적 광기(狂氣)가 원의(原義)다.
병적(病的)으로 미친 것과는 차원이 다른 고상하게 미치는 것이다. 033
이날 자전거를 타고 만난 마니아를 이야기 하자니, 우리 고교동기동창끼리의 자전거동호회 "Bikeholics"를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다. Bike와 연결어로서 "중독자"란 뜻의 "holic"이 결합되고, 여기에 친구들의 복수개념으로 만들어진 것이 <바이콜릭스(Bikeholics)>일 것이다. 034 040
우리 바이콜릭스는 마니아를 지향한다. -holic을 따온 것은 fever이상 열정적으로 자전거를 사랑하겠다는 다짐에서 온 것일 뿐, 그 이상(理想)은 멋진 자전거 마니아인 것일 게다. 041 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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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우리 고교동창들 중에는 우리를 그냥 병적으로 미친 중독자로만 보려하는 소리들을 내는 모양이다.
동창카페게시판에 바이콜릭스가 라이딩 후기로 도배질 한다는 원성(怨聲)이 나온 지도 오래됐고, 자전거나 유니폼이나 라이딩 원정지나 너무도 럭셔리하다는 사시(斜視)의 눈길도 나타났던 모양이다. 이 나이에 넘치는 원거리 라이딩도 건강을 해치는 미친 짓이라는 심한 염려도 함께 했던 걸로 안다.045
모두가 진정어린 원려(遠慮)라 생각하고 싶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으리란 공감과 고마움도 있다. 원래 애(愛)와 증(憎)은 일맥(一脈)이 아니던가?
그런 가운데 겨울의 한강에서 만난 여러 종류의 마니아들에게서 받은 감동을 떠올리자, 똑같은 마니아로서 바이콜릭스의 입장을 개인적 소견으로 이야기하고 싶어졌다. 이번 기회를 빌어서. 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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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동창카페 동호회 란을 도배질했다면 그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바이콜끼리의 카페를 따로 만들었으면 해소될 문제지만, 30명 안쪽의 회원만으론 비효율적이니 기왕에 열린 공간과 자리의 애용은 양해될 일이리라. 048
다만 다른 동호회의 월례모임과 달리 매주와 번개모임을 가지고, 달리는 장소가 전국을 누빔에 따라 가지는 경험이 항상 새로우니 게시의 빈도와 분량이 항상 넘치게 되는 점을 각별한 우정으로 감싸주었으면 한다.
취미생활로 서예를 하던 그림을 그리던 스스로 심취하지만, 결국 남에게도 보이고 싶은 욕구가 강한 법. 그러니 전시회를 여는 것이고, 그를 통해 애호하는 분야에서의 발전을 스스로 독려하는 게 아닐까. 또한 그 와중에 성격에 따라 강하든 약하든 허풍도 나올 것이니, 그런 보편적 현상을 그냥 애교로도 봐 줄 수 있지 않을까? 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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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너무 럭셔리하다는 힐난(詰難)은 일리도 있겠지만. 유독 자전거꾼들만 그런 게 아닐 것이고, 이해할 구석도 있을 것이다. 053
마니어가 되고 연조가 깊어지면, 사용하는 장비성능의 극히 작은 차이에서도 만족의 감도를 크게 달리 느끼는 심오한 경지에 이름은 상식일 것이다.
낚시질의 손맛이나, 골프채 드라이버의 손맛이 각 장비의 업그레이드에 따라 천양지차가 됨을 느끼는 것과 다를 바가 있겠는가? 054
자전거 한 대에 몇 천 만원까지 한다는 소리는 듣기에만도 부담되는 게 사실이지만, 골프의 드라이버 채 달랑 한 개 값은 얼마이고 작은 탁구채 하나도 가격차가 각양각색일 것과 비교해 보고 이해해 볼 일이다. 057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수단이라면 티코라 해서 벤츠보다 못할 일이 무엇인가?
종이컵과 나무그릇으로도 물마시고 밥 먹을 수 있는데, 본차이나는 무슨 소용일까? 분명 사치스러운 선택이지만 그 사치품을 애용하는 이들에게 그에 상당하는 상품에 대한 조예와 애정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러니 이렇듯 진정한 마니아에겐 사치품을 쓴다는 비난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그 가격을 감히 비교할 수도 없는 명품 바이올린-명품 섹소폰-명품 하모니카까지도 익숙하면서, 명품 자전거는 왜 낯설어 하는 것일까? 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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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高價)의 자전거에 대해 알아보자. 천만원대에 육박하면 그것은 차체(車體)의 골격인 프레임이 기존의 알루미늄보다 가볍고도 강한 재질인 티타늄으로서, 그것만으로 원가가 5~600만 원 대를 이미 넘기 때문이다.
이런 티타늄재질의 자전거는 흔히 여성용 내지 실버용으로 불린다. 최근 전철의 노선이 춘천-소요산-영종도-천안 등지로 확장되고 자전거 탑재가 허용되면서 바이커들의 원행도 확대일로에 있어 즐겁지만, 아직 덜 발달된 전철 역사구내의 길고도 가파른 환승계단을 짊어지고 다니는 부담이 크다. 여성과 노인들에게 특히 그러니 가볍고 튼튼한 자전거를 선호하는 게 당연하다.064
그런 까닭에 티타늄재질의 자전거를 젊은이들이 타는 일은 전문선수가 아닐 경우 드물다. 60대를 넘기면서 자전거 타기 같은 과격하다고 할 만한 운동을 할 세월이 얼마나 남았을까? 10년이 고작일 것이고 과욕을 부려 15년으로 보아도, 그 세월을 지금 장만하는 튼튼하고 성능 좋은 자전거가 동무해 줄 수 있다면 충분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더욱이 자전거타기 HOBBY를 늙어가는 부부가 함께 하는 경우라면, 부인을 위해서나 둘 모두를 위해서나 그런 자전거의 장만은 무리를 해서라도 allin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0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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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가 건강에 좋다는 걸 모르는 이가 있을까? 자전거 타다 뼈가 부러져도 재활방법으로 의사가 강력 권하는 것이 자전거 타기다. 자전거의 엔진은 곧 인력(人力)이기 때문이고, 자전거를 탈수록 강해지는 것이니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건강을 위해 고급승용차를 팔아 고급 자전거를 샀다는 사회명사(名士)들도 많고, 50대에 간암에 걸려 수술 후 80살이 된 지금까지도 1주일에 2~3회/한번에 120km를 타는 노익장을 미사리강변에 가면 언제든 만날 수 있다.
전립선을 핑계대지만 준비체조 정리체조와 휴식시간 마사지 정도면 이상 없는데 해보지도 않고 들은풍월 걱정뿐이니 한심하다. 자동차 몰면서 접촉사고 한 번도 안 내본 일이 있는가?
일생을 살면서 병원 한 번 알 갈수 있겠는가? 우린 항상 위험 속에 살면서 유사시를 극복하며 살아오지 않았던가? 그러면서 저마다 자기 생애의 달인이 돼 오지 않았던가? 0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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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을 대상으로 원행을 하게 되면, 밴에 자전거를 탑재해 이동해야 하고 섬일 경우는 배도 타며, 해외일 경우는 분해해 비행기에도 실어야 할 것이며, 2~3일 이상의 숙박도 하며, 관광지도 돌아봐야 한다. 근거리에서는 해장국 한 그릇으로 끝내지만, 원행 명소의 맛 집에서 일미를 맛보게도 된다. 그러자면 만만치 않은 돈이 들어간다. 분명히 과분한 럭셔리 라이딩이다. 071
그렇지만 생각을 바꿔 본다. 어차피 버스든 배든 비행기든 관광길에 나서는 것이라면, 우린 자전거를 타고 간다고 생각하면 그뿐이다. 단체투어 버스로는 가보지 못하는 오지 명소를 우린 자전거 타고 구석구석 다녀볼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하는 소리다. 0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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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과 마니아로 시작된 이 글은 결국 자전거예찬(禮讚)이 되고 말았지만, 영원한 자전거 "보헤미안"이고 싶은 내가 진심으로 친구들에게 권하고 싶은, "운동하며 즐기는" 방법이다. 노년에 접어드는 우리로서는 정말 allin해도 될 놀이의 하나로서도 말이다.
그러고 보니 이제 큰 걱정이 하나 남는다. 이런 글을 남긴 입장에서 정말 내 스스로도 진정한 마니아가 돼야 한다는 과제가 바로 그것이다.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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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동호회 안내에 차지하는 공간이 똑같을것 같은데 그런것이 마음 상하게하는 경우도 있어서 불편했던 모양이네! 그래도 서로의 활동을 알리는 좋은 장이 아닐까 하는데. 물론 사치해서도 않되겠지만 이 정도는 부득이한 선택이 아닐까? 모두의 마음을 상하지 않는 내용은 뭘까? 넓은 이해를 구하며~~~. 건강, 또 건강합시다!
영성이의 일정한 공감과 응원이 고맙네. 하지만 바이콜에 대한 원려들은 사실 이미 지나간 이야기일쎄. 마침 한강을 달리며 만난 여러 마니아들을 보면서 이참에 그런 마니아를 향해 달리는 우리 바이콜에 대한 이해를 구하고져 했을 따름인 가벼운 수상으로 생각해도 될 것 같으네. 언제나 고맙네!
자전거에대한 지고지순한 애정에 동감하네, 사실, 남은인생 지극히 짧으니 말일세.좋아하면, 보고싶고,사랑하면, 갖고싶고, 미치면, 빠저들게마련일세, 자전거는 이제, 한몸일세, all in에서, 이젠 FALL IN해야하지않을까?참, 글잘썼네, 감사하네.......
역시 바이콜 손 대장! 같은 자전거에 대한 애정. 대원들에 대한 배려. 모두 이심전심으로 느껴지네 격려 고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