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간 뒤끝에 마신 술에 취해 택시타고 귀가한다.
월요일 아침 몸을 일으키지 못하는데 바보가 누룽지를 끓여 아침을 차려주며 같이 갔으면 한다.
일어나니 또 힘이 난다.
운전해 보성에 그를 내려주고
쌀랑한 가을 아침 맑은 공기 속에 강골마을을 걷는다.
광주이씨의 묘원이 만휴정 뒤에 새로 조성되었다.
사람이 살고 있는 듯한 큰 기와집을 보고 이중재씨 집으로 가니 입구는 풀에 덮히고 문이 잠겼다.
담장 위로 건물을 무심히 찍고 나무 우거진 고샅으로 올라간다.
언젠가 스님이 살던 듯한 새집은 조용한데 주변에 중장비가 보인다.
다닌 지 오래 된 길을 댓가지 헤치며 지나 열호정으로 나온다.
곁의 무너져가던 집은 사라져 버렸다.
열화정을 혼자 이리저리 다니며 사진을 찍어본다. 멋을 살리지 못한다.
열친척지정화를 새겨보니 부끄러움만 밀려온다.
오래동안 공사 중이던 한옥은 매끈한 목재를 걸어 두어 글씨를 쓰려는 모양이다.
이용욱의 가옥 앞에 승용차에 시동이 걸려있고 외국여성이 목도리를 감고 사진을 찍고 있다.
샘에서 담장에 뚫린 구멍에 대해 뭐라 말해주고 싶은데 입은 소리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조심스레 대문 안으로 들어가니 언젠가 말을 나눈 적 있는 주인 남자가 아랫채에서 나온다.
인사를 하니 구경하란다.
송하인이의 1년 선배라고 하니 그러냐면서 주련을 설명해 주신다.
그는 다시 오가며 일하고 난 알지도 못하면서 주련과 판액을 들여다 본다.
염재의 낙관이 여럿이다.
송광사에 그 분의 글이 많다하니 그 분이 직접 오신 듯 벽채 목재에 직접 글씨르르 새긴 건 드물다고 한다.
난 화순 사람으로 고창에서 선생하며 제자를 가르치셨다고 아는 체를 한다.
한 주련을 만져보니 山자에 쓸데없는 혹을 붙여 놓은 듯하여 말하니 그러냐 한다.
하인이는 차를 얻어마시라 했는데 권하지 않으니 그냥 더 보다 나온다.
초암정원에 들를까 하다가 돈내기가 어중간하여 그냥 대보둑을 운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