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녕사 여성출가학교 1보1배 현장
출가 열흘째…절 수행으로 시작
오전8시 금탑부터 대적광전까지
1시간30분 걸쳐 2km, 1500배
힘들어 무릎 꺾이고 울먹울먹
그래도 11명 행자 원만회향
“나를 내려놓는 수행의 백미,
바른 삶 지탱하는 기회 되길”
봉녕사 여성출가학교는 1월31일 1보1배 수행을 거행했다.
11명의 행자가 1시간 30분 동안 경내를 1보1배로 수행했다.
“석가모니불, 석가모니불, 석가모니불…” 어슴푸레한 아침 하늘이 밝아지려는
오전8시 수원 봉녕사 금탑 앞에 한 떼의 사람들이 가지런하게 모였다.
부처님 진신사리가 모셔진 금탑을 둘러싸고 정성 들여 합장 반배한 사람들은
왼쪽을 향하더니 한 걸음 걷더니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땅바닥에 가장 낮게 내려앉아 넙죽 절을 했다.
그리고 일어나 또 한 걸음에 한 번의 절.
봉녕사 제1기 여성출가학교는 1월31일 ‘1보1배’ 수행을 거행했다.
1월21일 입교한 11명의 ‘행자’는 이날 오전8시부터 금탑을 출발해
주변을 세 바퀴 돌고 대적광전을 향했다.
오직 ‘1보1배’로만 움직였다. 전체는 2km 거리로
천천히 걸어도 20~30분이면 도달할 수 있지만, 행자들은 1시간 30분이 걸렸다.
모두 1500걸음과 1500번 절을 해야 도착할 수 있을 정도로 느리고 힘든 과정이었다.
처음 바르고 곧은 자세로 시작한 행자들은 1보1배로
금탑을 두 바퀴 돌면서 조금씩 무너졌다.
숨은 가빠오고 얼굴은 벌겋게 상기됐다.
무릎이 풀려 꺾이고, 절하고 일어나기 힘들어 비틀거렸다.
일부 행자들은 눈시울을 붉히며 연신 손으로 눈 밑을 닦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결코 속도는 떨어지지 않았고, 한 번도 쉬지 않았다.
그저 “석가모니불” 염불하며 한 발 한 절, 한 발 한 절, 앞으로 나갔다.
11명 행자의 1보1배에는 봉녕사 스님들이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여성출가학교 도감 도연스님이 선두에 서서 목탁을 치며 행자들을 이끌었고,
행자 행렬 옆과 뒤에는 여성출가학교 입승 능윤스님과 율감 선정스님,
교무 여요스님이 자리했다.
스님들도 1보1배를 함께 하며 행자의 사기를 북돋웠다.
구름다리를 만나고 높은 계단을 마주했지만 도반과 함께,
스님들과 같이 하면서 힘을 냈다.
이윽고 1시간 30분 만에 대적광전에 도착한 행자들은
힘든 기색이 역력했지만, 눈은 빛을 발했다.
육신은 지쳤지만 정신은 해냈다는 자부심으로 가득한 것이었을까.
11명 행자들이 오전8시 금탑 앞에 모였다.
부처님 진신사리가 모셔진 금탑 앞에서 기도하는 행자들.
삼배로 금탑에 예경하는 행자들.
행자들은 1보1배로 금탑을 세 바퀴 돌았다. 스님들도 함께 했다.
머리를 땅바닥에 내며 나를 내려놓은 수행을 하는 행자.
아침 일찍 시작한 1보1배 행렬 위로 해가 뜨고 있다.
대적광전에 왔다고 끝난 것이 아니다.
자세를 고치고 다시 두 손을 모은 행자들은 칠정례 의식을 거행했다.
“지심귀명례…” 지극한 마음으로 불보살님과 스님들에게 예를 다해 절을 했다.
그리고 ‘이산혜연선사 발원문’을 낭독하고, ‘반야심경’ 봉독으로 1보1배 수행을 마무리했다.
1보1배 수행 현장에는 여성출가학교장이자 봉녕사 주지 진상스님이
함께 하며 행자들을 격려했다.
진상스님은 “여성출가학교가 1월22일 고불식 후 열흘이 흘렀다.
전체 한 달 기간 중 3분의1이 오늘이다.
공부 일정이 팍팍하고 힘들어 걱정이 많았는데
단 한 명의 낙오자 없어 다행스럽고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오늘 1보1배를 했는데, 복덕과 지혜를 구족하신 부처님께
‘나’라는 아만과 아집을 내려놓는 수행 방법이 절”이라고 말했다.
이어 진상스님은 “오늘 법당에서 하는 108배를 밖에서,
땅바닥에서 나를 내려놓는 수행을 하면서
한 명도 낙오하지 않은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한 달간의 출가 학교가 세세생생 여러분의 삶을 바르게 지탱할 수 있는
선행의 뿌리가 되기를 발원한다”고 말했다.
난생 처음 1보1배 수행을 한 ‘행자’들의 감동도 대단한 것이었다.
행자 가운데 가장 어린 마니주(17세) 행자는 “중간중간에 힘들어 포기할 뻔했는데,
다른 분들이 격려도 해주고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열심히 해야겠다 마음먹고 끝까지 할 수 있었다”며
“이제 열흘 정도 지났는데 성격이 좀 더 차분해지고
세상에 좀 더 감사하며 살아갈 수 있는 마음을 갖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1보1배 수행을 하는 내내 눈시울을 붉힌 행자가 있다.
여래향(54세) 행자는 “집에 있는 가족을 생각하니 울컥했다”며
“내가 아만심이 높아 평상시 잘난 줄 알고 살았는데
1보1배를 하면서 부처님께 하심하는 마음을 갖게 해달라고 기도했다”고 말했다.
이제 전체 일정의 3분의1을 소화한 봉녕사 여성출가학교.
앞으로 남은 20일 동안 ‘행자’들은 얼마나 성장하고 변화할지 기대를 모은다.
1기 여성출가학교 회향식은 2월17일 거행할 예정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상기된 표정을 지었지만 석가모니불 염불 소리는 더욱 커져갔다.
아스팔트 바닥에 납작 엎드린 행자들.
대적광전으로 향하는 길은 오르막이라 행자들을 더욱 힘겹게 했다.
계단을 오르는 행자들.
대적광전에 오른 행자들은 주지 스님과 함께 칠정례를 거행했다.
손에 낀 장갑이 새까맣다.
1시간 30분을 1보1배한 행자들의 육신은 힘들어 보였지만 눈빛은 더욱 밝아 보였다.
봉녕사 여성출가학교 학교장이자 봉녕사 주지 진상스님이 행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1보1배를 마치고 한자리에 모인 스님과 행자들. 행자들은 표정이 무척이나 밝다.
행자들은 대방에서 함께 생활한다. 발우공양으로 점심공양을 하고 있는 행자들.
봉녕사 여성출가학교 행자들이 머물고 있는 육화당 모습.
육화당 댓돌에 놓인 행자들의 털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