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2일 목요일 맑음 아침 날씨가 맑고 청명하다. 숙소에 있는 작은 테라스에 나가보니 기분이 좋다. 2시 방향에 있는 빕 마당에는 유난히 비둘기가 많다. 자세히 보니 마당 구석에 커다란 비둘기 집이 있다. 주인이 문을 열고 마당에서 먹이를 뿌리니, 엄청난 비둘기가 먹이를 먹느라 분주하다. 동네 사람들이 뭐라고 하지 않을까? 전에 근무하던 학교에서 기르는 비둘기들이 동네에 피해를 주어 전화오던 일이 생각난다. 맑은 하늘로 날아오르는 건강한 비둘기들을 보니 더욱 생동감이 느껴진다. 자던 아내도 일어났다. 이곳에서도 멀리 호수, 언덕위에 있는 성벽이 보인다. 토마토와 계란으로 아침을 먹고 오늘의 일정을 시작한다. 오늘의 주요 미션은 구 시가지를 구경하는 것이다. 아내와 숙소를 나왔다. 정원이 있는 집에서는 유난히 키위를 많이 키우고 있다. 포도나무처럼 넝쿨이다. 태어나 처음보는 키위나무다. 주렁주렁 달려 있는 모습이 탐스럽다. 먼저 만난 곳이 재래시장이다(Market Place). 가판대 위에는 평쳐진 채소와 과일들로 가득하다. 복숭아, 가지, 오이, 토마토, 메론, 수박 등 낯익은 모습이다. 포근함이 느껴지는 시장이다. 이제 막 펼쳐진 시장은 싱싱하고 활기차다. 부지런한 사람들이 하나둘 몰려오고 복잡해진다. 눈으로 구경만하다가 시장을 벗어났다. 길은 약간 언덕지더니 이내 계단이 나온다. 아침 이슬이 채 마르기 전이라 사람도 없다. 오르다보니 왼쪽에 자두나무가 있고 노란 열매가 많이 떨어져 있다. 아내가 싱싱한 것을 줍는다. 나무 기둥을 발로차면 우두둑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줍기도 하고 또 먹어본다. 재미있다. 계단을 계속 올라가니 작은 광장이 나오고 Upper Gate 가 나타난다. 모습은 엉성하지만 단단하게 새로 만들어진 성문이다. 구시가지로 들어가는 입구다. 일단 성을 향해 걸어 올라간다. 성문 앞에는 먼저 와서 기다리는 아가씨가 있다. 성문에 기대어 작은 검은 강아지와 놀고 있다. 성은 9시에 문을 연다고 낡은 종이에 쓰여 있다. 견고한 성 위에는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붉은 마케도니아 깃발이 펄럭인다. 마케도니아 국기는 좀 특이하다. 좀 촌스러워 보인다. 내용을 알고 보니 생각이 달라진다. 이 국기는 1995년 10월 5일에 제정되었다. 빨강색 바탕에 8줄기의 햇살을 가진 금색 태양이 그려져 있다. 8줄기의 햇살은 가장자리를 갈수록 두꺼워지는 형태를 하고 있다. 금색 태양문양은 알렉산더 대왕의 아버지인 필리포스 2세의 황금관의 문양에서 유래되었다. 1992년에 제정되었던 국기는 빨강색 바탕 가운데에 ‘베르기나의 태양’이라고도 부르는 16줄기의 햇살을 가진 금색 태양이 그려져 있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그리스가 당시국기에 대해 알렉산더 대왕과 관련된 문양이기 때문에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발하였다. 이에 따라 그리스와의 분쟁을 고려하여 현재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그리스와 마케도니아는 별로 사이가 좋지 않은 것 같다. 9시가 되니 젊은 남녀 둘이 와서 낡은 성문을 키로 연다. 작은 개가 신나게 제일 먼저 들어간다. 입장료는 30디나르다. 둘러보니 성내는 볼 것이 없다. 허름한 집 한 채가 폐허로 있고, 발굴 작업 현장이 한 곳 있다. 1세기 불가리아의 첫 번째 제국의 황제의 이름을 따서 Czar Samuel's Fortress 라고 불린다. 요새의 내부보다는 성벽에 올라서서 내려다보이는 호수와 마을 그리고 넓게 펼쳐진 들판이 시원하게 펼쳐져 보기 좋다. 성벽은 돌들과 시멘트로 투박하게 새로 만들어져 있다. 펼쳐진 호수에는 쪽배들이 보이고 호수 주변에는 붉은 지붕을 가진 집들이 많고 멀리는 작은 아파트도 보인다. 자세히 보면 교회도 보인다. 뜨거운 태양이 눈부시고 진한 그림자를 만든다. 오전인데 벌써 태양이 사람을 지치게 한다. 성을 걸어보고 다시 나와 왔던 길로 내려와서 아주 작은 교회를 만났다. St Demetrios 교회다. 기도 처소같은 작고 귀여운 교회다. 벽에 이콘이 하나 붙어있다. 작은 교회를 지나 정말 오래되어 보이는 특이한 교회를 만났다. Mother of God, Perivleptos 교회다. 페리블렙타(Perivelepta) 란 모든 것을 보고, 듣고, 아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성모 마리아를 지칭하는지, 예수님을 지칭하는지 알 수 없지만 이 교회는 1295년에 마리아를 기념하여 세운 교회다. 약 700년의 역사를 가진 비잔틴 양식의 건축물이다. 그리스에서 보던 양식과 비슷하다. 프레스코 그림이 특히 유명하다. 사람들이 많이 왔다 간다. 교회를 끼고 있는 잔디밭에서 열심히 사진에 담았다. 지붕에서 자라고 있는 풀과 오래된 기와, 낡은 나무기둥들이 세월을 주름살처럼 보여주고 있다. 귀하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교회다. 걸어 나와 언덕을 내려가, 단체 관광객을 따라가 보니 2000년 전 로마시대에 만들어 졌다는 작은 원형극장이 나온다. 원형극장을 앞에 두고 세워진 오래된 주택들이 더 멋져 보인다. 길도 돌바닥으로 되어 있다. 호수를 향해 세워져 서 있는 느낌을 주는 집들에는 하얀 레이스로 창문이 장식되어 있고, 예쁜 꽃들이 테라스를 차지하고 있다. 예쁜 집들이다. 호수를 향해 걸어내려 가다가 만난 교회가 성 소피아 교회다. 제법 오래되 보이는 교회다. 검게 그을은 나무기둥과 벽돌로 지어져 이제는 부서져가는 아래층이다. 돌아서니 정면이다. 작은 유리 상자에 교회의 모형이 담겨져 있다. 11세기 초에 불가리아 왕국 시대에 세워진 교회란다. 마케도니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중세시대 교회다. 오스만 터키 지배 시절에는 모스크로 사용되기도 했다. 이스탄불의 성 소피아 성당과 같이 모스크로 사용하면서 그려진 프레스코 화를 가리기위해 석회를 덧칠 했는데, 1951년부터 복원하여 예수의 승천과 성모자 상 등을 볼 수 있다. 교회앞 주차장에 세워진 작고 오래된 귀여운 승용차들이 더 재미있다. 교회를 구경하고 계속 내려가니 호수가 나온다. 호수에 내려오니 수영하는 사람들과 일광욕하는 사람들이 즐비하다. 바닷물이 아니니 샤워실도 필요 없다. 큰 수건을 이용해 옷을 갈아입으니 탈의실도 필요 없다. 그래도 수영하는 모습은 해수욕장, 바다 같다. 물은 속이 보이도록 투명해서 보기 좋다. 호숫가는 절벽이다. 사람이 다니도록 나무로 다리를 길게 만들어 놓았고 절벽에는 그림도 전시해 구경거리를 제공한다. 절벽 사이사이에는 수양버들과 마로니에 나무가 자라고 있어 편안해 보인다. 길이 끝나는 곳에 마을길로 이어지는 작은 계단길이 있다. 커다란 나무 그늘아래에 잠시 쉬면서 물을 마신다. 눈 아래 펼쳐지는 빨간색 지붕들은 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색상도, 모양도, 풍기는 느낌도 다르다. 그래도 조화를 이뤄 그림 같다. 이제 절벽위에 숨은 보석처럼 감춰진 성 요한 카네오 교회를 찾아 간다. 절벽위로 나있는 오솔길을 걸어간다. 눈 아래 11시 방향에 작은 교회가 눈에 들어온다. 호숫가에 박힌 보석처럼 예쁘다. 베니스 영화제의 그랑프리 작품으로 선정된 영화 ‘Before the rain'의 무대가 되었던 곳으로 인해 더욱 유명세를 얻게 된 교회다. 이 영화는 발칸반도의 분쟁을 배경으로 만든 영화다. 무겁고 오래된 듯한 화면이 사진첩 같은 느낌이다. 말들(words), 얼굴들(faces), 사진들(pictures)의 세 개의 내용으로 구성된 영화로 시적인 느낌을 주는 대사들이 요즈음 영화 같지 않다. -나의 말을 감추고 침묵 하였다. 나의 얼굴을 감추고 미소 지었다. 그저 나의 사진들만 여기 남아있다. 교회를 보며 호수 길을 걸어 교회에 도착하니 문에는 울타리 꽃이 함께 반겨준다. 키를 자랑하듯 하늘로 곧게 자란 향나무들이 인상적이다. 영화 속에서 신부는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보고 침묵하는 것은 바보 같다고 했다. 자연경관도 멋지지만 교회가 있어 더욱 아름다워 보인다. 교회의 예쁜 모습을 보면서 나는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 사진만 찍어댄다. 호수와 어울리는 정말 멋진 풍경이다. 이곳에서 예배드리는 사람들은 설교를 듣지 않아도 배우는 것이 많겠다. 평화로운 호수가 주는 감동과 예배를 통해 얻게 되는 하늘의 평안이 이중으로 인간의 마음을 감싸주니 분쟁이 없을법하다. 교회를 둘러보다가 언덕을 올라간다.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는 모습은 또 다른 맛이다. 겸손하신 예수그리스도를 보는 것 같다. 언덕에 서서 한참을 내려다 봐도 지겹지 않다. 그 다음 방문한 곳이 발굴 작업 중에 있는 Early christian basilica 다. 길을 잘못 선택했는지, 가는 길이 발굴 현장의 입구가 아닌 한적한 외곽 길로 걸어간다. 울타리 너머에 인부들이 일하는 모습이 보인다. 뜨거운 날이다. 똑같은 태양도 일광욕하는 부자들에게는 좋지만 일하는 인부들에게는 또 하나의 부담으로 보인다. 빙 돌아 정문을 통해서 들어간다. 발굴이 완료되어 공개된 현장은 구경할 수 있도록 잘 정비되어 있다. 단체 관광객도 많다. 주로 유럽의 노인들이다. 발굴된 현정을 돌아보니 주로 교회 터였다. 옛날 비잔틴 제국시절에 만들어진 흔적들이다. 주로 바닥에 모자이크들이 선명하게 들어나 있고, 세례를 주던 형태도 발굴되어 있다. 비잔틴 문화는 이스라엘 에서도 많이 볼 수 있다. 갈릴리 호수 주변의 오병이어 기념교회에도, 예수님의 탄생지인 베들레헴의 탄생기념교회에도, 또 요르단의 느보산에 있는 모세와 관련된 교회에도, 그밖에 터키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모자이크가 발견되는 것은 같은 시대의 흔적임을 증명하는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모자이크로 꾸며진 말, 새, 포도, 공작, 닭, 사슴 등이 선명하게 보인다. 발굴현장 아래에는 성 클레맨트 교회가 있다. 정식 명칭은 St Kliement and Pantelejmonat Plaosnik 이다. 초기 기독교의 흔적을 갖고 있는 유서 깊은 교회로 성 클레멘트와 판텔레이몬의 유해가 안치되어 있는 교회다. 또 삼위일체 교회로도 알려져 있다. 지붕에 있는 3개의 십자가가 이를 상징한다. 오스만 터키 지배 시에는 모스크로도 사용되었다. 9세기부터 세워져 현재까지 건축이 보수되어왔다. 형태는 옛날 모습이나 지어지기는 최근에 지어져 외형이 깨끗하다. 구조가 특이하고 멋진 교회다. 아내의 성화에 내부로 들어서니 9세기 처음지어질때의 흔적을 볼 수 있었고, 화려하지만 깔끔한 성인들의 이콘과 옛날 이콘의 흔적들이 잘 전시되어 엄숙한 분위기를 보여준다. 이 플라오슈니크 유적지는 에게 해를 잇는 군사와 교역의 중심지로 발전 했다. 오흐리드의 고고학적 유적지이자 성지로 2000년~ 2002년 사이에 이 수도원(교회)을 원래 모습으로 재건했다. 오흐리드의 수호성인으로 알려진 성 클레멘트가 오흐리드에 도착하여 판텔레이몬을 비롯한 제자들에게 지시하여 세운 수도원이다. 성 클레멘트는 수도원을 예배당으로, 그리고 제자들에게 글라골이라는 알파벳을 가르치는 학교로 사용했다. 지하통로와 지하 묘지 등을 들어가 볼 수 있다. 원형으로 된 침례 장소도 잘 복원하여 놓았다. 유럽에서 단체 여행객들도 오지만 가족단위로 많이 온다. 젊은 아빠들이 유모차에 자녀를 태우고 다니는 모습이 보기 좋다. 다시 골목길로 들어선다. 오래된 작은 자동차들이 많다. 가정집에는 키위 나무가 등나무처럼 그늘을 만들고 있다. 감나무도 보이니 반갑다. 아직 익지 않은 파란 감 열매가 보기 좋게 열려있다. 딸기도 보이고 청포도도 뜨거운 햇살아래 잘 영글어간다. 계속 걸으니 소피아 교회가 나온다. 골목길을 걸어가니 금새 호수가 나온다. 작은 터키 국기가 걸려있는 건물을 지나니 Lower Gate가 나온다. 오전 미션이 끝났다. 배가 고프다. 이 구시가지는 전체가 유네스코에 유산으로 등재 될 만하다. 피자가게에 가서 피자를 샀다. 호숫가 벤치에 앉아서 피자와 계란을 먹었다. 점심이다. 커다란 나무그늘이라 시원하다. 오후에 할 일은 알 파샤 모스크를 찾아보고 해가 질 때까지 호숫가에 앉아서 쉬는 것이다. 오후에는 더워서 꼼짝하기가 싫다. 입이 심심해서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물고 광장을 지나 큰길로 해서 모스크를 향했다. 저녁에는 그렇게 많던 사람들이 광장과 거리에 하나도 없다. 모스크는 별로 볼 것이 없었다. 가게에서 복숭아와 과자를 샀다. 다시 호수에 와서 큰 나무 그늘에 자리를 잡고 시간을 보낸다. 쓰레기통을 부지런히 비우는 아저씨가 미소를 보낸다. 궂은일을 하고계시지만 얼굴에 힘이 있고 여유가 있어 보인다. 오가는 사람들을 호수를 배경삼아 구경하는 것도 좋았다. 하늘은 맑고 바람은 시원하다. 공기도 깨끗하고 기분도 좋다. 편안하고 여유로운 시간이라 좋다. 아내의 흰 머리카락을 뽑아주며 시간을 보낸다. 황금 같은 시간이 뜨거운 태양을 끌어내리며 큰 나무 그늘을 조금씩 옮겨간다. 우리도 자리를 조금씩 옮겨간다. 지는 해를 보며 숙소로 향했다. 슈퍼에 들러서 쌀, 쥬스, 피클, 참치를 샀다. 여기에서 사용되는 화폐단위인 디나르는 성경에 나오는 데나리온과 같은 단어란다. 오랜만에 숙소에서 저녁을 해 먹기로 했다. 멋진 호스를 뒤로하고 돌아서려니 좀 아쉽다. 언제 다시 볼 수 있을까? 헤어짐은 늘 아쉽다. 숙소에 와서 밥을 해 먹었다. 꿀맛이다. 얼마 만에 먹어보는 밥인가? 베란다에 나와 아내와 쥬스를 마신다. 아름다운 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