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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스크랩 류태환(35) 셰프 `류니끄(RYUNIQUE)` - 2015.5.16.조선 外
하늘나라(홍순창20) 추천 0 조회 129 15.05.16 19:14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시시한 남자가 되기 싫었던 사내, 그가 만든 특별한 요리

  • 신정선 기자
  • 100자평(1)
  • 입력 : 2015.05.16 03:00
  • 아시아 베스트 레스토랑 27위… 가로수길 '류니끄' 셰프 류태환


    요리는 아버지가 준 임무
    공부만 알던 박사 아버지, 사고만 치던 그에게 特命
    "아들아, 요리를 해봐라… 대신 일류가 돼야 한다"

    추억을 재현하는 요리
    시골 뒷마당 건초내음과 메추리 다리를 함께 제공
    어느 등산길의 기억은 솔방울 애벌레로 되살려

     

    이 레스토랑은 저녁 식사 중간에 요리사가 손님이 있는 테이블로 찾아온다. 투명한 반원형 뚜껑이 덮인 용기를 소중하게 받쳐 들고 나타난 그는 "저희 레스토랑의 대표 메뉴"라며 조심스레 뚜껑을 연다. 희뿌연 연기가 빠져나오며 시골 뒷마당에서 맡아봄 직한 건초 타는 냄새가 난다. 그릇 안에 보이는 것은 새 다리 두 개. 굴피나무 껍질 위에 얹은 메추리 다리 구이다. "방금 냄새는 제가 어릴 때 남해에서 살며 맡았던 냄새입니다. 도시에서 살다 보면 잊기 쉬운데…." 세세한 재료 소개가 이어진다. 손님은 맛을 보기도 전에 향과 이야기에 빠져든다.


    
	레스토랑 ‘류니끄’의 요리사 류태환(가운데 사진)씨는 “즐거워서가 아니라 주어진 임무이기 때문에 요리를 한다”고 했다. 류씨 오른쪽에 있는 나뭇잎에는 크림치즈가 붙어 있어 떼어 먹는 재미가 있다. 그의 앞에 놓인 나무상자는 자연의 모습을 풍경화처럼 표현했다. 돌 위에 올린 것은 김과 방울토마토.
    레스토랑 ‘류니끄’의 요리사 류태환(가운데 사진)씨는 “즐거워서가 아니라 주어진 임무이기 때문에 요리를 한다”고 했다. 류씨 오른쪽에 있는 나뭇잎에는 크림치즈가 붙어 있어 떼어 먹는 재미가 있다. 그의 앞에 놓인 나무상자는 자연의 모습을 풍경화처럼 표현했다. 돌 위에 올린 것은 김과 방울토마토. / 성형주 기자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레스토랑 '류니끄(RYUNIQUE)'에서 매일 보게 되는 장면이다. 한식 재료를 일식과 프랑스식 조리법으로 선보이는 류니끄는 지난 3월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아시아 베스트 레스토랑 50' 순위에서 단번에 27위에 올랐다. 〈키워드 참조〉 요리사 이름을 건 정통 레스토랑이 손에 꼽히고, 한 달에도 식당 몇 곳이 떴다 지는 유행의 거리에서 요리사 류태환(35)이 임전무퇴(臨戰無退)의 정신으로 일궈낸 승전보(勝戰報)였다.

    "요리요? 좋아서 선택한 게 아닙니다. 아버지가 시켜서 했습니다. 전 요리에 관심이 전혀 없었고요."

    베스트 순위 발표 후 연일 만석(滿席)인 레스토랑에서 지난 10일 만난 류씨는 "요리를 좋아하지 않았다"는 말로 입을 뗐다. "애들 때리고 다니고, 가출을 수도 없이 하고, 퇴학당할 뻔하기도 했습니다. 요리는 다른 걸 할 게 없어서 선택의 여지 없이 시작했습니다. 제가 정말로 아시아에서 27위 수준이라면, 어디선가 아버지가 돌봐주시기 때문입니다."

    온통 서울대 집안의 유일한 사고뭉치

    류태환이 '저 멀리서 돌봐주시는 분'이라고 표현하는 아버지는 2년 전 별세한 해양학자 류호영씨다. 레스토랑 이름 류니끄는 그의 성(姓)과 '독특하다'는 뜻의 영단어 '유니크(unique)'를 합했다. "언제든 바뀔 수 있는 일등 말고, 어디서든 인정받는 독특함으로 일류가 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류태환은 "죄다 서울대를 졸업한 집안에서 저 혼자 문제아였다"고 했다. 할아버지는 서울대 치대를 나온 의사였고, 작은 할아버지는 류영익 전 국사편찬위원장이다. 할아버지와 반목했던 아버지는 "수산 양식으로 최고가 되겠다"며 부산 수산대(현 부경대)를 나와 도쿄대에서 박사를 마쳤다. 새벽 5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책상에 정좌하던 아버지는 외아들인 류태환에게 "공부하라"고 몰아붙였다. 직업이란 변호사, 판사, 의사뿐이라고 가르쳤다. 류태환은 영화감독이 되고 싶었다. 입 밖으로는 못 꺼냈다. 아버지가 무서웠다. 건넬 수 있는 말은 두 가지. '오셨습니까'와 '식사하셨습니까'였다.

    우수한 두뇌를 당연하게 여기는 집안에서 주먹만 뛰어났던 류태환은 "단 한 번도 칭찬받아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화가 나면 참지 못했다. 사람을 못 패면 유리창이라도 깼다. "성장통이라는 게 있었는지, 거친 짐승처럼 살았죠. 어머니는 절 쫓아다니는 게 일과였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아버지가 지병으로 쓰러졌다. 미대(美大)에 가려 했으나 서울 진학은 좌절되고 재수를 하다가 군대에 갔다. 입대 얼마 전, 병석에 누운 아버지가 말했다. "요리를 해 봐라. 공부나 요리나 정신으로 돌파하는 것은 매한가지다. 나는 요리를 하고 싶었지만 때가 아니었다. 네가 사는 시대는 다를 것이다. 대신 일류가 돼야 한다."

    
	사진은 대표 메뉴인 메추리 요리다. 아래쪽 사진의 시험관은 아버지 연구실을 상징하는 것으로, 메추리뼈를 끓인 소스를 담았다.
    사진은 대표 메뉴인 메추리 요리다. 아래쪽 사진의 시험관은 아버지 연구실을 상징하는 것으로, 메추리뼈를 끓인 소스를 담았다. / 성형주 기자
    류태환은 부엌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었다. 가부장적이던 집안에서 요리는 '여자나 하는 것'이었다. 류태환은 "아버지가 준 임무라고 생각하고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요리사인 그가 가장 자주 입에 올리는 단어는 음식 이름이나 재료, 맛이 아니라 '임무' '책임' '수행' '완수'였다. 아들로서의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제대하던 2003년 도쿄의 핫토리영양전문학교로 진학했다. 뒤늦게 시작한 그의 무기는 솜씨가 아니라 근성이었다. "목표가 제시되면 완수해야죠. 뭔가 잘못하면 '남자가 시시하게…'라고 비웃는 집에서 자랐습니다. '시시한 남자'가 안 되려면 끝까지 죽자고 해볼 수밖에요. 참고 버티는 힘으로 일본에서 5년을 보내고, 호주와 영국 레스토랑에서 실전을 익혔습니다."

    그가 일한 레스토랑 중에는 스타 셰프인 고든 램지의 런던 첼시 레스토랑도 있다. 어느 해는 365일 근무하고, 하루 평균 20시간 일하고, 영양실조도 여러 번 걸렸다. 류태환은 "그 정도 고생이야 다들 하는 것"이라며 "어떤 상황이든 무작정 버티다 보니 프로가 돼 있었다"고 했다.

    아버지가 준 임무 "요리사가 돼라"

    일본, 호주 거쳐 영국까지 8년간 요리를 배운 그는 2011년 10월 가로수길에 입성한다. 부산에서만 살아 서울 지리는 깜깜이었다. 사촌동생이 "서울에서 가장 유명한 거리"라고 해서 처음 가로수길에 와봤다. "번화가니 여기다 하자"고 생각한 류태환은 뒤쪽 작은 골목에 적당한 자리를 발견했다. 사고뭉치 아들의 평생 사고처리반장이던 어머니는 식당을 하고 싶다는 아들의 말에 어디선가 융통한 자금을 들고 한걸음에 상경했다.

    류니끄는 개업 초기부터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높은 점심'으로 소문을 탔다. 4코스가 2만원대였다. 유명세는 얻었으나 순익으로는 처참한 실패였다. 한 달 적자액이 1000만원이 넘었다. "적자를 메우려고 돈 되는 일은 무엇이든 했습니다. 외부 강연, 대학 강의, 잡지 촬영의 부수입으로 지탱했죠."

    류태환 요리의 핵심은 창의성이다. 특히 추억의 한 장면을 재현해내는 데 뛰어나다. 네모난 나무상자에는 어느 날 등산의 기억이 담겼다. 솔방울에 붙어 있던 애벌레가 신기해보였던 기억을 되살려 먹을 수 있는 솔방울 벌레를 만들었다. 자세히 보면 솔방울만 진짜다. 식용 비닐 안에 애벌레처럼 보이도록 초석잠을 튀겨 넣었다. 꿀로 만든 껌이 같이 들어 있어 설탕처럼 사르르 녹는다. 메추리 요리는 아버지에게 바치는 헌정 메뉴다. 작은 가금류는 구우면 육즙이 빠지면서 쪼그라들기 쉽다. 류태환은 스페인산 고급 오일을 주사기로 집어넣고 두 시간 이상 마사지를 해서 메추리 모양을 그대로 살린다. 메추리뼈를 끓인 소스를 담은 시험관은 아버지의 연구 정신을 상징한다.

    
	애벌레처럼 표현한 초석잠을 식용 비닐에 담아 솔방울에 꽂은 모습이다.
    애벌레처럼 표현한 초석잠을 식용 비닐에 담아 솔방울에 꽂은 모습이다. / 성형주 기자
    요리는 예술이 아니라 자본이다

    요리하는 남자가 뜨는 세상이지만 그는 "요리는 숨 막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요리를 해서 제게 무엇이 남았을까요.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집안 대소사도 못 챙기는데요." 그런데도 하는 것은 "아버지가 제일 싫어하시던 시시한 남자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점심 손님을 위해 주방에 들어갔다온 그의 오른쪽 팔뚝에는 튀김 기름에 데여 빨갛게 부풀어오른 자국이 두어 군데 보였다. "제게 요리는 고통과 위로의 무한 변주입니다. 육체적으로 힘들어도 손님이 좋다고 하면 다 잊을 수 있으니까요."

    섬세하게 표현한 그의 음식은 "예술적"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그는 "요리는 자본, 즉 돈일 뿐 예술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예쁘다고 예술입니까. 저는 철저한 상업주의자입니다. 손님이 팔아주지 않으면 좋은 요리가 나올 수 없습니다."

    아시아에서 최고로 요리 잘하는 순위에 들었지만 식사 시간이 제일 아깝다고 했다. 이날도 새벽 2시에 휴대폰 배달앱으로 돈가스 도시락을 시켜 먹은 게 늦은 저녁 겸 이른 아침이었다. "아버지께서 강조한 일류는 남이 넘볼 수 없는 경지로 올라서라는 거죠. 류태환만이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제 임무가 완수됩니다. 베스트 뽑히고 나서 정말 묻고 싶었어요. 아버지, 저 잘하고 있는 거죠?"

     


    ☞ ‘아시아 베스트 레스토랑 50’

    전 세계 레스토랑을 평가하는 양대 지침서가 미슐랭가이드와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50(The World’s 50 Best Restaurant)’이다. 미슐랭가이드는 프랑스 타이어 회사에서,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은 영국 외식 전문지 ‘레스토랑’에서 선정한다. 미슐랭가이드는 1~3개 별 개수로 등급을 매기지만 ‘베스트 레스토랑’은 1~50위 등수를 정한다. 요리사 류태환씨의 퓨전 프렌치 식당인 류니끄가 순위에 포함된 ‘아시아 베스트 레스토랑 50’은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의 아시아판으로, 2013년 시작했다. 월드 평가는 900여명, 아시아 평가는 300여명 회원의 투표로 결정된다. 음식 관련 기자, 평론가, 미식가, 레스토랑 경영자 등이 참여한다. 우리나라는 2회째인 지난해 요리사 임정식씨의 프렌치 한식당인 ‘정식(Jungsik)’이 20위로 처음 순위권에 들었다. 올해는 정식 10위, 류니끄 27위, 신라호텔 한식당 ‘라연’이 38위를 차지하며 3곳이 한꺼번에 들었다. 현재 월드 베스트 1위는 덴마크의 ‘노마, 아시아 베스트 1위는 태국의 ‘가간이다.

     

     

     

    류니끄 류태환 셰프와 함께한 노르웨이 연어~♪

    게시일: 2013. 5.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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