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은 지금◆ 서울에서 출발하는 전철이 충청남도 아산시 신창면에 위치한 신창역까지 연결된 지 사흘 후인 지난 18일 오후 2시. 지하철 1호선과 4호선 환승역인 금정역에서 온양온천으로 향하는 전철에 올랐다. 평일 오후라 그런지 전철 안은 빈 자리가 두세 개는 남아 있고 그리 붐비지 않았다. 앉아 있는 사람은 학생 몇 명과 수원, 아산, 온양온천으로 향하는 사람들이었다. 특히 부부끼리 함께 온양온천으로 가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눈에 많이 띈다. 관악산에서 등산을 하고 온천으로 가는 길이라는 조 모 할아버지 부부(60대)는 "전철을 타고 온양온천까지 갈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타게 됐다"며 "예전에는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야 갈 수 있었는데 세상이 많이 편해졌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천안까지만 연결되던 전철이 지난 15일 장항선 복선화 공사가 일부 마무리됨에 따라 충남 아산 신창역까지 연장됐다. 서울에서 전철을 타면 천안을 지나 봉명역, 쌍용역(나사렛대)을 거쳐 아산역, 배방역, 온양온천역, 신창역(순천향대)까지 갈 수 있게 된 것. 코레일은 새마을호와 무궁화호가 다니는 단선 비전철 구간을 복선전철 구간으로 확장해 수도권 범위를 충청도까지 넓혔다. 총연장 길이는 19.4㎞, 총사업비 4416억원이 투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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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아산까지 연결된 전철이 19일 오전 서울 용산역을 출발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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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안~신창 구간 첫차는 오전 5시 35분, 막차는 0시 9분이며 평일 기준으로 운행 횟수는 일일 왕복 82회(토요일 70회, 휴일 62회), 운행 간격은 출근시간대 20분, 평상시 30분이다. 용산~천안 구간은 현행대로 급행전철을 이용할 수 있다. 전철을 이용하면 2시간 이내, 아산역에서 KTX로 환승할 때는 40분이면 서울 진입이 가능하다. 수원역을 지나자 기타를 든 사람이 들어온다. 자기 소개를 하고 조용필과 김수희 노래를 연주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1990년대 말 등장했던 토이의 노래 제목으로 알고 있는 `뜨거운 안녕`을 쟈니리의 노래라 소개하고 연주한다. 추억의 옛 노래가 전철 안에 울려 퍼지면서 중년층이 많이 모이는 `다방` 분위기를 연출한다. 전철 안의 사람들도 편안하게 연주를 감상한다. 약 15분간 4곡을 부르고 앞으로 즐겁게 기타를 칠 수 있게 도와 달라는 말에 승객 몇 명이 선뜻 기부금을 건넨다. 천안역을 지나자 부부와 친구들끼리 온 중년층과 노년층만 남았다. 성남에서 왔다는 김 모 할아버지(70대)는 전에는 온양온천에 어떻게 왔느냐는 질문에 웃는 목소리로 "예전에 버스 타고 한 번 와봤지만 너무 오래돼 요금이 얼마인지, 시간이 얼마나 걸렸는지 기억도 안 난다"고 말한다. 김씨 옆에 앉은 서 모 할아버지(82)는 "친구들과 자주 오기로 약속하고 내가 한 번 사전답사 가는 길이다"며 훈수를 놓는다. 사실 온양온천행 열차는 온양온천 관광객뿐만 아니라 인근 주민도 많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 건설업체에서 일한다는 홍 모씨(40)는 "예전에 평택에 있는 직장에 가려면 장항선을 탔는데 전철이 생겨서 정말 좋다"며 "서울에서 온천하러 오는 사람뿐 아니라 아산에 사는 주민도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귀띔한다. 금정역에서 1시간35분이 지나 온양온천역에 도착했다. 개찰구에 교통카드를 찍으니 요금 2600원이 나온다. 서울역이나 용산역에서 타도 2900원이면 충청남도에 있는 온양온천에 도착할 수 있게 됐다. 서울역에서 종착역인 신창역까지는 3100원이다. 만 65세 이상 노인들은 공짜다. 온양온천역에는 `5000만의 신혼여행지 온양온천`이라는 대형 현수막이 붙어 있다. 60~70년대 신혼부부에게 최고 인기 신혼여행지였던 온양온천은 60~70대가 돼 지하철 1호선을 타고 막 도착한 `구혼부부`들을 다시 맞이하고 있다. 온양온천역에 있는 관광안내소는 바빴다. 관광객들이 찾아와 관광안내 리플릿을 가져 가고 현충사가 어딘지, 온양행궁은 어떻게 찾아가는지 묻곤 했다.
온양온천역 바로 앞 관광안내소에서 일하는 김재순 씨는 "어제 온천이 어딘지 물으러 오신 할머니 한 분은 전철 안이 다 자기 또래라고 무척 좋아하시더라"며 "전철 연장 개통으로 지역 경제가 활기를 되찾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어제 2000명 정도는 온 것 같다. 리플릿을 1500부 정도 찍어서 갖다 놓았는데 전부 동났다"며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관광안내소에 근무하는 다른 동료도 온천 위치를 묻는 관광객이 몰려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움직였다. 온양온천은 전철 개통으로 연말연시 성수기가 오기도 전에 호황을 누리고 있다. 온양관광호텔 관계자는 "예전에 평일에는 500명, 주말에는 1000명 정도 찾아왔는데 전철 연장 개통 후 평소 때보다 120명 정도는 더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인근에 있는 신천탕 관계자도 "손님 수를 정확히 말하기는 어렵지만 전철 연장 개통 이전에 비해 30% 이상 증가했다"고 털어놓았다.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상행선 열차 안. 온천욕 때문인지 승객들 얼굴이 하행선 열차에서보다 더 생기 있어 보인다. 온천욕을 마치고 식사에 반주라도 곁들였는지 상기된 표정도 몇몇 보인다. 서울에서 자영업을 하는 황 모씨(38)는 "요즘은 보통 인사동에서 3만원짜리 한정식을 먹고도 만족한 적이 많지 않은데 여기에서는 1만5000원을 주고도 아주 잘 먹었다. 온천 수질도 좋은 것 같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는 그러나 "서울 목욕탕이나 찜질방에 비하면 아직 시설이 부족하다. 요즘 유행하는 스파 식 온천 같은 게 생기면 장사가 훨씬 더 잘될 것"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장박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