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침식사
이번 설은 우리 집에 있어서는 나의 독무대였다.
우선 지난 10월에 구득하여 급속 냉동을 시킨 큰 새우
(대하) 100여 마리를 한편으로는 소금 구이를 하고, 한편으로는 바비큐 그릴에 구워서 먹었다.
어머니를 비롯하여 다섯 형제들과 조카들이 떼지어 먹어대니 두어 시간만에 대하 잔치는 끝나고, 이어서 양미리를 구웠다. 젖은 알배기 양미리에 왕소금을 툭툭 뿌려서 구워먹는 것은 겨울 동해안의 별미다.
차례상에는 우선 양양 동산항에서 가져온 문어가 놓였다.
올해는 문어가 귀해서 비쌌다지만 나는 명절이면 반드시 바닷가에서 맛있게 데쳐서 가져오는 사람이 있기에 한번도 빠지는 법이 없다.
사실 우리집은 제사에 문어를 쓰지 않지만, 내가 동해안에 사는 덕에 조상님들도 문어맛을 보시게 되었고, 우리도 문어 숙회나 양념 무침으로 잘 먹게 되었다.
생선으로는 커다란 반건조 농어와 자연산 우럭, 그리고 조기와 열기를 올렸다.
이것들의 맛을 다 열거하기에는 나의 필설의 능력이 모자라 생략한다. 다만 강릉 우리 집에는 이러한 생선류외에도 최고의 찜감인 복어 말린 것과 오징어 황태등이 연중내내 떨어지지 않으니 먹고 싶은 사람은 전화하고 오시라.
보리 굴비도 상시 대기하고 있다.
이번 설 음식중 내가 진심으로 맛있게 먹고 즐긴 음식은 근동이 부인이 해준 안동 식혜(食醯)였다.
식혜는 식해와 달라서 쌀 조 등을 삭힌 것이고, 식해는
생선을 토막해서 곡류와 함게 삭힌 것이니, 횟대 식해, 가자미 식해, 명태 식해등이 있다.
식혜는 흔히 우리가 감주(甘酒)라 부르니, 지방마다 재료에 따라 다소 맛이 다르나, 그중 가장 특이한 것이 안동식해다.
다른 식해는 감주라는 말 그대로 단맛이 대부분이나, 안동 식해는 고춧가루 물을 풀어서 그 맛이 달면서도 칼칼하고,
특히 생강을 많이 넣어서 생강 맛이 강하고 좋다.
생강을 썰거나 갈아서도 사용하는데, 근동이네 것은 생강즙을 풀어서 목걸림이 없고 그 향이 오래가지 않아서 좋았다. 더구나 그 집 술 중에서 내 맘에 드는 가양주(家釀酒)를 골라서 맘껏 마시니 더욱 좋았다.
또 식해에는 고명으로 잣이나 볶은 땅통을 띄우는데, 이번에는 집에서 직접 재배한 땅콩을 볶아서 살짝 깬 것을 썼는데, 식해와 함께 씹히는 고소함이 일품이었다.
이렇게 이번 설은, 늘 그렇기도 하지만, 잘 먹고 마시는 것으로 다 보냈다. 또 나를 초대했으나, 취하고 배불러서 응하지 못했던 권상섭 선배님, 영주 전상무님, 친구 용식이 등에게 미안한 마음을 보낸다.
서론이 너무 길어서 이제 본론으로 들어갈까 한다.
나는 익히 아시는대로 하루도 빠지지 않고 술을 마시는데,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은 몇 가지 건강식품 (저번에 소개함)과 함께 아침 식사를 잘 하기 때문이다.
나는 아침 식사는 황제처럼 하고 점심은 잘 먹고, 저녁은 안먹는다. 저녁을 먹어서, 그것도 밥, 국수, 라면등 탄수화물을 섭취하여 생긴 에너지는 어디에 소모함이 없이 그냥잠이 들기에, 비만, 당뇨, 고혈압, 관절염등의 성인병만 유발하고 백해무익이다. 그리고 그런 저녁을 먹으니 아침에 식욕이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그래서 아침을 소홀히 하면 그 전날의 식사로 그 다음 날 점심까지 버티는 격이니, 저혈당이 와서 아침 생활이 짜증나고 학생은 공부를 못하게 된다.
그럼 황제의 식사는 어떤가?
욕은 하지 말고 끝까지 읽어주시길 바란다.
1. 옻순장아찌
원주는 옻재배를 많이하는데, 봄의 옻순은 진미이나 불과 2,3일 만에 끝나니 그 장아지를 즐기는게 낫다.
아삭하고 고소한 맛이나는 유일한 새싹이며, 우루시놀 성분이 간에 매우 유익하다.
간장 설탕 식초에 담근다.(같은 비율 또는 조정가능)
2. 굴비 장아찌와 더덕 장아찌
모두 순창 고추장 명인의 3년 묵힌 것을 먹는다.
3. 무 장아찌
가을에 무를 가지고 동치미를 담궈서 먹다가 동치미 맛이 무르익으면 몇 개를 꺼내어 통째로 잘 씻어서 몇 일 말린 후 고추장 단지에 박아두었다가 몇 달 후 꺼내서 썰어서 쓴다. 좋은 색감이 나면 맛있다. 장아찌에 참깨를 뿌려도 좋다. 볶은 소고기와 지단, 시금치 그리고 이 무장아찌 썬 것으로 김밥을 싸면 최고의 김밥이다.
4.어간장
풍기 사람에겐 익숙치 않은 것이나, 내가 중국과 메콩지역 여행을 하고 영감을 얻어서 개발한 최고의 걸작이다.
시중에 파는 것은 엉터리다.
잘 아는 사람을 통하여 까나리 액젓 20리터 정도를 구해서
(나는 백령도 어부에게서 직접 구함) 거기에 다시 천일염을 첨가하여 (또는 죽염) 장담그는 정도의 염도로 맟추고, 여기에 반드시 국산콩으로 담근 메주 큰 덩어리 하나를 넣는다. 이렇게 하여 1년을 숙성(또는 6개월 이상) 시키고 간장을 받아낸다. 이것이 진정한 어간장이고, 된장은 이 메주를
주물러서 다시 1년 이상을 숙성하여 얻는다.
이 어간장은 그 맛이 오묘하여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밥 한 그릇에 어간장 큰 술 하나, 계란 노른자 1개, 들깨 거피한 것 큰 술 하나, 이렇게 비빈 것을 김에 싸먹거나 다른 채소와 함께 쌈을 싸거나 다른 반찬과 함께 먹으니 어간장이 밥 반찬의 기본이요 어떤 국이나 나물 무침에 써도 일미다. 품이 많이드는 것도 아니니 모두 다 시도해보시길 바라고, 시간을 느긋하게 가지고 해마다 담아서 매년 3년 이상 묵힌 것을 먹으면 더 좋다.
5. 눈개승마와 곤드레, 다래순, 호박 오가리,그리고 고사리
묵나물류로서 사시 먹는다. 역시 어간장으로 간을 한다.
눈개승마는 식감이 고기맛이다. 고사리는 임계 것이 통통하고 구수하다.
6. 개두릅과 가시오가피, 뽕나무순, 풋고추장아찌
역시 간장 설탕 식초로 담궈서 1년 정도 삭힌 것을 먹는다. 개두릅은 엄나무순이며 강릉이 특산이다. 강릉 사람들은 참두릅은 안먹고 개두릅만 먹는다. 맛이나 건강에 더 좋다. 가시 오가피는 맛이 쓰므로 너무 자라지 않은 것을 사용하고, 뽕나무순은 산뽕으로 하되 오디가 파랗게 맺혔을 때가 좋다.
7. 참게장, 꽃게장, 대게장
참게장은 김제나 하동 또는 임진강의 민물 첨게를 말하며 가을에 노란 알이든 것을 간장에 담근 것이다. 밥에 비비면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꽃게장은 가을에 수컷으로 담그며, 봄의 알배기는 꽃게탕용이다. 1월부터 4월 까지는 죽변에서 대게가 나는데, 이 대게 살아있는 것으로 양념을 무친다.
꽃개장이나 대게장은 사이다를 베이스로 깔고 거기에 간장, 마늘, 고춧가루, 청양고추, 파 어슷썰은 것, 당근, 참깨등으로 무친다. 대게의 마지막 잔발은 버리며 게장은 숟가락으로 긁어서 다릿살과 함께 무친다. 다릿살은 손가락 두 마디 길이로 자른다.
8.소고기 장조림
나는 육류를 싫어해서 육류에 많은 투자를 하진 않는다.
단지 맛맛으로, 또는 안주감으로 장조림을 해놓는다.
소고기 아롱사태가 가장 좋으며 꽈리 고추와 통마늘, 그리고 후추가 추가된다.
간단한 육류 요리로는, 베이컨 조각에 계란을 무쳐서 지져내는 것인데, 매우 간단하면서도 간이 맛고 맛이 좋다.
안주용으로도 좋다.
9. 자리젓, 갈치속젓, 새우젓, 멸치젓, 명란젓, 창란젓
자리젓과 갈치속젓은 제주에서 가져오며, 식욕을 자극하는데는 그만이다. 쌈장에 곁들이기도 한다.
새우젓은 광천 토굴의 육젓이 최고이며, 멸치젓은 알이 굵은 것으로 봄에 기장에서 공수한다. 육젓이나 멸치젓은 단골을 정하여 거래해야 속지 않을 수 있다.
명란젓과 창란젓은 강원도 것을 먹는데, 아질산으로 색깔을 내거나 인공 조미료를 첨가하지 않은 것을 구하는게 관건이다.
10.국과 밥, 김치류
국은 시레기 장국이 좋고, 밥은 오곡 이상이어야 하며, 김치류에 대한 설명은 생략한다.
다만 새우가루, 표고가루, 멸치가루 등을 항상 조미료 대신으로 국에 이용한다.
이상의 것중 최소 10여 가지를 꼭 식탁에 낸다.
그리하여 냉장 냉동 발효 시설이 따로 필요하니, 집과 함께 따로 식품 저장고를 확보하고 있다.
이런 것 부지런히 챙겨먹고 건강하시고 또 철마다 나는 맛있는 특산물을 찾아나서는 것으로 한해를 시작합시다.
맛있는 곳 안내는 내가 맡을테니.
밖에는 함박눈이 억수로 내린다.
새해의 축복 처럼
丁酉 立春前 豊江
첫댓글 우리나라에서 어느 맛 칼럼리스트가 순복이 너의 레시피를 다 아랴 글을 보며 입맛이 당기는게 아니라 오히려 기가막힌다.
순복이 너로인해 내가 맛있게 먹어 본 것은
너가 보내준 개두릅(엄나무의 새싹) 살짝 데쳐 초장찍어 맛있게 먹었고 스코틀랜드산 연어알인가? 거미(?)알인지 직접 양념해서 한통 보내준것 잘 먹었지
너가 그렇게 저녁마다 하루도 빠짐없이 퍼 대고빨아데는 데도 건강을 유지 하는 이유를 이제야 알것같다. 세상에 좋다는건 다 먹으니 소말리아의
60여세 할배를 데려다가 너가 먹는 음식을 열흘만 먹게 하면 아마 백두급 씨름 선수가 될거다.
너에겐 늘 고마움을 갖는다.
눈이 많은 고장이라 눈길에 미끄럼 주의 해라 ~
와! 대단하십니다
부럽네요 건강하십시요
선배님 안녕하시지요? 강릉 오시면 꼭 들르시고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