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펄펄 휘날리다 수북하게 쌓여도 나무는 거부하지 않는다. 많으면 많고 적으면 적은 대로 현실을 긍정적인 따스한 가슴으로 조용히 받아들인다. 그러나 갈 길을 잃지 않고 더 뜨거운 마음으로 봄날을 준비한다. 새싹이 틀 자리를 마련하며 꽃망울을 어루만질 것이다. 묵묵히 서 있지만 무의미하지만은 않지 싶다. 자연이 살아가는 방식이다. 언제 따끈한 아랫목이나 난롯불이라도 피워 보려 했는가. 오직 겉껍질 하나만 두르고도 거뜬하게 이겨내는 한겨울이 아니었던가. 오히려 호들갑 떠는 모습이 더 우습게 보일지 모른다. 다만 그 정도가 어느 정도이며 언제일까 하는 시점에서 차이가 날 뿐이다. 겨울 산행을 하며 상고대의 멋진 풍경에 운해가 만들어낸 그림 같은 진경으로 잠시 넋을 놓는다. 칼바람은 바위에 눈발을 날려 눈꽃을 만들어낸다. 바라보는 마음은 설렘에 신비스러운 겨울꽃이다. 맑게 갠 날 눈밭을 누비며 만들어진 추억을 안고 돌아오며 굽이굽이 산을 오르고 하늘로 오르는 길을 잠시 올려다본다. 몸뚱이가 흔들리는 추운 날 모롱이를 감돌며 비틀비틀 올라야 하는 아주 가파르고 험난해 지그재그 길이다. 뒤늦게 몸을 녹이며 산행에서 얻은 안주를 다독거리다 술잔에 털어놓는다. 끝내 해냈다는 흐뭇함에 하나같이 눈물겹도록 정감이 뚝뚝 묻어나면서 보석 같은 이야기꽃이 핀다. 작은 몸짓 하나, 작은 변화 하나도 관심에서 오는 애틋한 사랑의 힘이다. 평소의 갈증을 넘어 진실이 숨 쉬고 있다. 그것이 바로 숭고한 사랑으로 오래도록 기억에 담아두고 싶다. 한 편의 시가 되고 수필이 되어 그 진지한 모습에서 마음을 적시기에 충분하다. 그 순수가 나를 흔든다. 모두 모두 사랑하고 싶은 얼굴이고 이름이다. 불만스러웠던 것은 훌훌 털어내고 열심히 뛰어보자. 막연한 다짐이라도 좋다. ‘그래, 나는 할 수 있어!’ 자신감을 서둘러 장전해본다. 주변에 모두가 소중하다. 도전은 용기며 할 수 있어 자랑스럽다. 하지만 뭐니 뭐니해도 안전이 최우선이면서 건강이 제일이라고 되뇌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