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절 가장 가난한 사람과 몸으로 중생을 교화함
1 사위성에 수뢰라는 극빈한 사람이 있었다. 뜻이 견고하여 변하지 않고, 불ㆍ법ㆍ승을 믿어서 항상 삼보에 귀의하며 계행을 가지고 십선을 행하며 사등심으로 중생을 부지런히 구제하며, 스스로 안빈을 지켜서 법으로만 락을 삼으므로, 남들이 국빈이라고 일렀다.
수뢰는 어느 날, 사위성을 지나가다가 야광주 하나를 길에서 얻어 들고 여러 사람에게 외쳤다.
"누구든지 이 사위성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에게 나는 이 야광주를 줄 것이다."
그때에, 부자ㆍ장자로서 수천 명이 수뢰 앞에 와서 "우리가 곤궁합니다. 그것을 우리에게 주시오."
하고, 또 가난한 사람도 수뢰에게 달려와서, 모두 그것을 달라고 애걸했다. 수뢰는 이렇게 말했다.
"그대들은 아무도 극빈자가 아니오. 이 성중에 참으로 극빈자가 하나 있으니 나는 그 사람에게 갖다 주겠소."
했다. 그래서 여러 사림들은
"누가 극빈자냐?"
고 물었다. 수뢰는
"바사닉 대왕이 이 나라에서 제일 극빈자다."
라고 대답했다. 여러 사람들은
"그런 말씀 마시오. 임금으로서 극빈자가 어디 있단 말이오 왕의 궁전 속에 있는 보배만도 헤아릴 수가 없는데ㆍ ㆍㆍ."
하였다. 수뢰는 왕궁으로 향해 갔다. 그래서 여러 사람들도 모두 따라 갔다. 마침 그때에, 바나닉왕은 정전에 앉아서 오백 장자들을 잡아 들여 죄를 추궁하며, 그들로 하여금 많은 재물을 바치어 속죄하도록 하는 판이었다. 좌우 신하들이
"수뢰가 밖에 있습니다."
하고, 아뢰니 곧 왕은 불러 들였다. 수뢰는 왕의 앞에
"나는 이 사위성으로 지나가다가 이 야광주를 주었습니다. 이 성 안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에게 주려고 성중을 두루 살펴보았습니다. 그러나 대왕보다 더 가난한 이가 없으므로 이것을 드리겠습니다."
했다. 왕은 그 말을 듣고 부끄러운 빛을 띠면서
"나의 가난이 그대와 더불어 누가 더 심하겠소?"
"대왕이 나보다 더 심합니다."
"어디 좀 더 자세히 말해 보시오."
수뢰는 게송으로 대답했다.
(1)밤낮으로 재물을 탐하여 그래도 싫어하는 마음이 없어
임금으로 죄업을 지으니, 사후에는 반드시 고가 있으리.
(2)자기는 안 죽으려 보호하고 뒷일은 생각도 안 하니
이것이 이른바 지극한 가난 또 무법한 행이라 일컫어지네.
(3)항상 자비스런 마음이 있고 오만과 게으름을 힘써 끊어서
어진 이를 친하고 책을 멀리해 넉넉할 줄 스스로 알아야 하나니.
(4)어리석은 탐욕도 내지 않고, 재물을 모아 쌓지도 않으며,
악업도 원수도 없으면 이것이 지자의 부자이다.
"그러나 내가 가난하고 경이 부자라는 것을 누가 증명하겠소?"
"대왕도 아마 세상에 부처님이 계시다는 말씀을 들었으리다. 이 인의 증명을 요구하신다면, 지금 가까이 외로운 이 돕는 절에 계십니다."
"나도 이미 부처님을 뵌 일이 있소."
"부처님은 증명하시리다."
"그러면 부처님을 청하여, 만일 부처님이 증명하신다면 나도 바로 그 말을 믿겠소."
수뢰는 땅에 엎드려, 멀리 부처님께 예배했다. 부처님은 곧 오백 비구와 이백 보살을 거느리시고 땅 속으로 화연하여 대왕의 전상에 나타나셨다. 범왕ㆍ제석ㆍ사천왕 등, 무수한 하늘들이 모두 따라오며, 왕과 백성들은 부처님의 신통을 보고 황송하여, 모두 예배하였다.
2 그때 수뢰는 부처님께 여쭈었다.
"내가 이 성중을 다니다가 야광주 한 개를 얻으니, 그 값은 염부제 하나로 언론할 만큼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것을 가난한 자에게 주려고 관찰한즉, 국내에는 오직 대왕이 가장 극빈자였습니다. 어째서냐 하면 탐욕심이 그칠 줄 몰라 부세 거두는 것도 쉬지 않으며, 침노하는 것도 쉬지 않아, 백성들은 극도로 피곤하며, 무상도 생각하지 않고 정법도 행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내가 이 야광주를 바쳤더니, 도리어 나에게 빈부의 증거를 대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부처님을 뵙기 원한 것이오니, 이 의심을 풀어 주시오."
"부자 수뢰야, 네 말이 과연 진실하다!"
"부처님이시여, 진정한 말씀으로 저의 어두움을 열어주시오."
하고 왕은 말했다.
"대왕이여, 자세히 들으시오. 인연이 있어서, 대왕이 말하는 부자라는 것은 수뢰에게 없지만. 다른 깊은 뜻이 있어 수뢰를 부자라 한 것이니, 거기는 대왕도 능히 따라가지 못할 것이오. 이른바 대왕의 부자라는 것은, 국재와 금ㆍ은ㆍ주옥ㆍ수정ㆍ유리ㆍ진주ㆍ산호ㆍ자거ㆍ마노 ㆍ상ㆍ마ㆍ궁전이라, 소유가 넉넉하여 자유자재로 수용하는 것이니, 이러한 대왕의 부자가 수뢰에게는 없습니다. 그러나 수뢰는 도덕과 보시ㆍ지계ㆍ인욕ㆍ정진ㆍ선정과 지혜가 있어서 방일하지 않으며, 선행이 많고 자ㆍ비ㆍ희ㆍ사를 행하고 삼보를 사랑하고 공경하며 배운 것이 많고 뜻이 깨끗하며, 믿음이 바르고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있어서, 법의 칠재가 만족하니, 이것이 수뢰의 부자로서 대왕으로서는 능히 미치지 못할 것입니다. 설사 대왕의 경내에 있는 백성들로 하여금, 모두 마하야마와 같은 부자가 되어, 그 사람들의 재물을 전부 합쳐서 수뢰의 도덕 부자와 비교한다고 해도 백분ㆍ천분ㆍ억만분으로도 비교가 되지 않을 것이오."
대왕은 찬탄했다.
"장하십니다, 부처님의 말씀이여! 나는 이미 복이 있어서, 우리나라에 이렇게 법을 가진 제일 부자가 있는 것입니다."
"그렇소! 많은 진인이 대왕의 나라에 있는 것이 대왕의 복입니다."
3 수뢰는 왕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보살이 보시하면 여러 사람이 즐겨 따르는 것은, 능히 간탐하는 자를 교화하여, 보시 좋아하게 하는 까닭이며, 보살이 지계하면 여러 사람이 즐거이 따르는 것은, 능히 믿지 않는 사람을 교화하여 죄와 복이 있는 것을 믿게 하는 까닭이며, 보살이 인욕하면 여러 사람들이 즐거이 따르는 것은, 능히 진심이 있는 자를 교화하여 진심이 없게 하는 까닭이며, 보살이 정진하면 여러 사람이 즐거이 따르는 것은, 능히 기세 없는 자를 교화하여 정진하게 하는 까닭이며, 보살이 선정하면 여러 사람이 즐거이 따르는 것은, 능히 마음이 산란한 자를 교화하여 한 마음을 지키게 하는 까닭이요, 보살이 지혜 있으면 여러 사람이 즐거이 따르는 것은, 능히 우치한 자를 교화하여 바른 지혜를 얻게 하는 까닭이며, 보살이 자심을 행하면 여러 사람이 즐거이 따르는 것은, 능히 어질지 못한 자를 교화하여 어질게 하는 까닭이요, 보살이 비심을 행하면 여러 사람이 즐겨 따르는 것은, 능히 생사 고에 들어갈지라도 바른 행을 싫어하지 않는 까닭이며, 보살이 희심을 행하면 여러 사람이 즐겨 따르는 것은, 능히 우매한 자를 교화하여 법을 즐기게 하는 까닭이요, 보살이 구호를 행하면 여러 사람이 즐겨 따르는 것은, 능히 사람을 안위하고 권하여 법에 들어가게 하는 까닭이니, 보살은 이러한 덕행이 한 가지가 있을 뿐이 아닙니다.
4 또 혹시라도 나의 한 몸에 대하여 걱정이 없으면, 후에 반드시 큰 죄를 받으시므로, 지혜 있는 자는 두려워하는 바요, 얻기에만 탐심을 부려서 많이 간직해 두거나, 제 소유가 아닌 것을 취하면 죄가 도둑과 같으므로, 지혜 있는 자는 부끄러워하는 바이며, 몸을 사랑하고 살기를 위하여 스스로 보호하여 죽지 않으려고 주지 않는 것도 지혜 있는 사람의 하는 일이 아닙니다. 지혜 있는 자는, 신명이 무상하고 만물이 나의 소연 아닌 것을 관찰하며, 귀하게 여기는 것은 오직 도뿐이므로 탐욕이나 투쟁이 없고 선한 것만 지키는 것입니다.
거짓말하는 것은, 먼저 자기를 속이고, 다음은 하늘을 속이고, 또한 법을 속이는 것이므로, 몸과 입에 냄새가 나고, 말에 신용이 없어서 비방을 많이 받고, 마음이 항상 괴로우며, 하늘이 생각하지 않으므로 신색도 변해지고 복덕이 없어지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