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포롱곳 사람들
당당뉴스 이강무 | lkmlhw@hanmail.net
사소한 것이라도 나누는 것에서 부터 기쁨은 시작된다. 너무 많이 마시면 몸에 좋지 않은 커피, 이웃과 나누면, 내 몸도 위하고 이웃도 즐겁고 기쁘다. 혼자 타고 가는 차 이웃과 함께 타고 가면 교통체증도 줄이고 나도 기쁘고 남도 기쁘게 한다. 모두 다 아는 것이지만, 알고도 실천하지 않는 지식은 오만이며 인류역사 발전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어제 아침에 갔더니 할머니도 아이들도 그 좋아하는 커피를 마시지 못하고 시무룩하게 앉아들 있어 어제 오후에 미리 커피를 사 두었다가 오늘 이른 아침 딱바누아족 아이들을 방문하였습니다. 필리핀 사람들은 도시인이나 비록 가난한 산족들일지라도 대부분 아침식사 대신 커피와 반딧살을 먹는 습관이 있습니다. 어린 젖먹이 아이들에게도 커피를 주어 함께 마십니다. 이렇게 좋아하는데도 1페소짜리 인스턴트커피 한 봉 살 돈이 없어서 마시지 못하니 얼마나 우울하겠어요. 사는 것 같지 않겠지요.
서둘러 이들을 방문하고 싶었던 이유 중 또 하나는 복동초등학교 밑 가게 방 아주머니의 말이 자꾸 생각나서이지요. “다른 아이들은 적어도 10페소나 그 이상 가져와서 먹을 것을 사 가는데 딱바누아족 아이들은 꼭 1페소만 달랑 들고 와서 사탕하나만 사 간다!”며 지독하게 가난한 아이들이라는 아주머니의 말이 자꾸 귓전에서 맴돌아 오래 기다릴 수가 없어 가게 방에 진열돼 있는 커피 여섯 봉을 모두 샀습니다. 한 봉지가 10명분이니 모두 함께 타 먹어도 몇 번은 타 먹을 양이지요.
그들이 기뻐할 것을 생각하며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카니키 섬이 가까이 바라다 보이는 해안가 그들의 처소를 찾아가 대나무 마루에 걸터앉아 아침바다를 바라보고 계신 할머니에게 커피를 안겨드리니 할머니의 얼굴이 마치 아침햇살을 받은 해바라기 꽃처럼 환하게 웃으며 좋아하시네요. 그러다 비닐봉지를 열고 커피를 확인하시더니 “에이그, 설탕이 없구먼!” 하며 곧 실망하고 낙심한 표정을 짓습니다. 내가 아메리카노 커피를 즐겨 마시는 바람에 이들도 무설탕 무프림 커피를 마시는 것으로 잠시 착각을 하였던 겁니다. 급히 가게로 가서 문도 열지 않은 가게 문을 두드려 설탕을 사가지고 다시 방문하니 이번엔 할머니 행동이 마치 잃어 버렸던 것을 찾은 것처럼 반기시는군요. 아이들도 덩달아 기뻐하면서도 학교 갈 시간이 되어 마시지도 못하고 마룻바닥에 놓인 커피를 기대하는 눈초리로 바라보며 억지로 시간에 쫓겨 학교를 갑니다.
커피만 달랑 가져다 준 것이 좀 민망해서 오후 치유사역을 마치고 가게 방에 들려 라면 열 봉지를 사 들고 갔습니다. 조그만 가게라 그게 전부였지요. 아이들이 무척이나 좋아하면서도 수줍어서 말은 못하고 자기들끼리만 눈짓으로 좋아하네요. 할머니의 말에 의하며 라면을 먹어 본 지가 몇 달이 된지도 모르겠답니다. 요즈음 물고기가 잡히지 않아 매일 밥과 간장 한가지로만 식사를 하다 라면을 먹게 되니 오늘은 생일을 만난 기분이라네요. 적은 것으로도 이렇게 큰 기쁨을 가져다 줄 수 있으니 너무나 행복합니다.
<시편 4:7> 주께서 내 마음에 두신 기쁨은 저희의 곡식과 새 포도주의 풍성할 때보다 더하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