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척이나 뜨거운 날이었다.
네시 반 쯤이었나? 아까 한번 다녀간 남학생 둘이 다시 왔다. 한번 둘러보고 마음엔 드는데
가격이 높다고 생각하면 다른 곳좀 둘러 보고 올께요 하고 나가는 경우가 많은데
다시 오는 경우는 100% 입실을 결정했다는 뜻이다. 다른 곳 좀 더 둘러 보겠다고 하면
우린 더 좋다. 새 건물인데다가 건축비를 아끼지 않았으므로 고시원 쳐 놓고는 가히
특급호텔급이기때문이다.
6개월 이상 장기 숙박의 경우 5%를 D/C 를 적용해 주기로 하고 입실원서(계약서)를
작성하기로 했다. 총무실 옆방에 마련된 모델룸으로 데리고 가서 에어콘을 빵빵하게 틀어 놓고
작성중이었는데 갑자기 알람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총무실에 설비된 P형 1급 수신기가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게 웬일이란 말인가? 불이 정말 난건가? 아무런 연기도, 매캐한 냄새도 없는데... 이 무슨
"때르릉, 때르릉, 때르릉~~~"소리는 시장골목 전체에 퍼져나갈만큼 컸고 입력된 여자의 비상대피를 알리는
멘트는 반복적으로 방송되고 있었다.
명색이 방화관리자 2급자격증 소지자인 우리는 여기 저기서 총무실로 다급하게 달려왔지만
아무도 그 기기를 작동시킬줄 아는 사람은 없었다.
"빨리 그 소리좀 꺼봐요, 빨리." 처형과 아내는 다급히 내 뒤에서 알람부터 끄라고 재촉했지만
아무리 알람끄는 곳을 찾아봐도 찾을수가 없었고 아무 스위치란 스위치는 닥치는대로 눌렀지만
알람은 죽지 않았다. 진땀이 났다. 아내는 "119, 119, 119..."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아 젠장, 직접 걸어! 나, 이거 하는거 안보여?"
그 시간에 고시원에 있던 고시생들은 모두 내려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총무실 안들 들여다 보고 있었고
시장골목 상인들, 행인들 모두 고시원의 전면 통유리를 통해 안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오작동이야, 오작동, 날이 너무 뜨거우니까 감지기가 오작동 된거야.'
사실 그 복잡하게 생긴 소방 예방 기기들이 설치 될 때부터 은근히 걱정을 하고 있었다.
유사시에 내가 저놈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할텐데... 그러나 그 유사시가 이렇게 빨리 올 줄이야...
그러면 그럴수록 알람소리는 더욱 더 크게 울렸고 얄미운 여자는 앵무새처럼 빨리 대피하라고 쫑알거리고 있었다
와중에도 웅성웅성 로비에 모여 있는 고시생가운데엔 낯선 얼굴이 끼어 있었다.
'앗 새 고객이다. 저놈을 엮어야 해.' 나는 아내에게 급히 손짓을 해서 저 친구를 잡으라고 귀뜸했다.
"미쳤어, 미쳤어 이 경황에 ... 알람이나 빨리 꺼요. 망신스러워 죽겠네."
드디어 황색유니폼을 입은 소방관들이 서너명이 들이닥쳤고 두명은 밖을 점검하고 둘은 안으로 들어와 기기를 점검했다.
기계적 요인은 4층 복도 천정에 부착된 감지기였다. 그 감지기가 연기 아니면 열을 감지했다는 이야기인데
도대체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다. 감지를 할만한 연기도 없었고 열도 없었는데 왜!
소방관으로부터 이런경우에 알람을 끄는 요령을 몇번씩 교육을 받고나니 고시생들은 모두 제 방 찾아갔고
고시원앞에 모인 고소해 하는 시장상인들이며 행인들도 모두 제 할일하고 제 갈길로 갔다.
해프닝이야. 해프닝 젠장, 도대체 너무 뜨거웠던거야. 40분만이었다.
다시 모델룸으로 돌아와 계약을 마쳤다. 한 놈이 물었다. "이런 일이 자주 있나요?"
"자주라니? 처음이야, 처음... 또 한번 이런 일이 났단봐라. 내가 그만 두고 말지..."
첫댓글 팟띵~~~~^^** (뭔 그만한 일로 맨날 그만둔데여....좋은 경험 하시고 덕분에 확실한 단도리 하셨네여 ㅎㅎㅎ)
ㅋㅋㅋ
고시원 원장님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닙니다.
더운 날에 심장이 팔딱팔딱하셨네요. 정말로 열받는 사건이다. 40분을 그 벨소리에 노출되다니. 가끔 아파트에서도 정체불명의 벨이 울리는데~ 늑대소년의 메시지가 안돼야 하는데. 안전불감. 새 집이니 연습게임 한번 하셨군요. 유비무환.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