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주군 상북면 길천리에 위치한 자일대우버스 울산공장이 폐쇄 위기에 처했다. 지난달 13일 자일대우버스 울산공장 노조가 "대주주인 영안그룹이 자일대우버스 울산공장을 올해 12월 말 폐쇄 할 계획을 세웠다"며 "영안그룹은 장일대우상용차 울산공장 폐쇄 계획을 철회하라"고 밝히면서다. 영안모자측은 지난 10일 결국 오는 15일부터 울산공장의 생산라인가동을 중단하겠다고 노조 측에 통보했다. 생산중단을 통보 받은 노조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사용자측이 울산공장을 폐쇄한 후 베트남공장을 메인으로 육성해 차량을 역수입해 판매할 계획이다"며 "자일대우버스는 부산에서 2004년 울주군으로 이전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울산시로부터 교량, 부지확보 등 행정적 지원을 아낌없이 받았다. 코로나위기로 지역경제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영안그룹이 나 몰라라 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회사가 경영위기를 내세워 정부지원을 요청하고 있으나 절대 지원해서는 안된다"며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투쟁 하겠다"고 강조했다.
자일대우상용차 울산공장의 생산 중단 선언은 겉으로 드러난 것처럼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판매부진이 근본원인처럼 보이나 실상은 영안그룹 사주의 경영철학 변화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울산공장 운영을 포함해 다양한 경영개선을 위한 조치를 검토 중이며 확정된 것이 하나도 없다던 사측이 노조 측에 오는 15일부터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한다고 통보한 것은 노조의 주장이 사실로 증명된 셈이다.
지난 2003년 대우버스를 인수한 영안그룹은 다음해인 2004년 울산 울주군으로 공장을 이전할 당시 울산시로부터 추가 부지확보와 진입도로 및 교량건설 등 기반시설 확충 등 전폭적인 행정지원을 받았다. 당시만 해도 울산시는 울산으로 이전하는 대우버스 울산공장이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해 줄 것이라 믿었다. 각종 지원을 받으며 공장을 잘 돌리더니 20년도 채 되지 않은 지금, 이제 장사가 안 된다며 울산을 뜨겠다는 영안그룹이다.
자일대우버스 울산공장 노조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버스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3%가 감소했지만 자일대우상용차는 12.5% 증가하는 등 코로나19 여파에도 잘 잘 견디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갑자기 3월 말부터 버스생산량을 축소하고 주문 물량을 취소하는 등 경영악화를 빌미로 공장폐쇄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일대우버스는 IMF로 인해 파산한 대우자동차에서 상용차(버스)부문을 영안모자가 인수 후 대우버스라는 이름으로 생산해 오다가 2012년 자일대우버스로 개칭해 지금까지 생산해 오고 있다. 자일대우버스노조 측 주장만을 옹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영안그룹의 경영판단을 이러쿵저러쿵 왈가왈부할 생각도 전혀 없다.
다만 가득이나 어려운 경제 생황 속에서 자일대우버스 울산공장이 문을 닫으면 600여 명의 근로자가 길거리로 나앉게 된다. 가족을 포함해 3000여 명 가까운 사람들이 갑자기 생계가 막막해 지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경영이 어려워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할 말이 없다. 하지만 더 좋은 조건을 찾아 공장을 옮겨간다면 대승적 차원에서 다시 한 번 숙고하기 바란다. 20년 전 울산시가 혈세를 들여가며 자일대우버스 울산공장을 지원한 이유는 지역과 함께 상생하자는 의미였음을 알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