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몸’을 갉아먹는 ‘병’의 근원(?) ⇒ ‘지방간’ 모두 파헤친다(?)
40대 이상 한국인 중에 지방간 없는 한국인은 없단 농담 아닌 농담이 있다.
알코올성 지방간은 술만 끊으면 금방 해결되고,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낫는다는 얘기도 많다.
그러나 이는 모두 지방간에 대한 잘못된 소문이다.
특히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결코 가볍지 않은 질환임에도 대수롭지 않게 취급돼 수많은 질병을 키우고 있다.
서울 보라매병원 소화기내과 김원 교수에게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위험성과 치료에 대해 자세히 들어본다.
Q. 비알코올성 지방간과 알코올성 지방간은 어떤 차이가 있나?
- 지방간이란 지방이 축적되는 질환이다.
과음으로 인해 지방이 축적되는 것을 알코올성 지방간이라 하고, 비만, 당뇨병 등 대사증후군과 관련이 깊으면서
간 전체의 5% 이상 지방이 축적된 경우를 비알코올성 지방간이라고 한다.
알코올성 지방간은 음주가 주요 원인이라면,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유의미한 음주행위가 없는데도 발생한다는 차이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흔한 만성 간질환의 원인 질환이며, 최근 급증하는 만성 간질환 중 대표 격인 질환이기도 하다.
Q.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원인은 무엇인가?
-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의 가장 큰 원인은 비만이다.
비만 중에서도 복부비만과 관련이 깊다.
그 외에도 고지혈증, 당뇨병 등 흔히 대사증후군이라고 하는 대사질환과 관련이 있다.
흔치는 않지만, 유전성 지방간, 근력 감소, 근육량 감소 등도 원인이 되기도 한다.
비알코올성 지방간 원인은 상당히 다양하고 복합적인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환경적인 요인과 유전적인 요인이 다 같이 영향을 미친다.
Q. 한국인은 비만 인구가 적고, 대사질환이 비교적 잘 관리되는데도 환자가 많나?
- 그렇다.
흔히 지방간은 비만한 경우에 생기는 질환으로 알고 있는데 한국인을 비롯한 동양인은 마른 체형, 비만하지 않은
정상체중임에도 지방간 소견을 보이는 환자가 많다.
전체 지방간 환자의 20~30% 정도는 마르거나 정상체중인 지방간 환자일 정도이다.
서양에도 마른 지방간 환자가 있지만, 동양인만큼 많지 않다.
서양에서 마른 지방간 환자는 10~20% 정도에 불과하다.
그리고 알코올성 간 질환, 바이러스성 간염 등 다른 간질환에 비해 환자 수 증가 속도도 빠르다.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와 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2010년 초반 우리나라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 인구는 20%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2010년 중후반에 인구의 30%까지 환자가 증가했다.
바이러스성 간염은 최근 좋은 치료제가 개발돼 유병률이 낮아지고 있고 중증도도 많이 낮아졌다.
알코올성 간질환도 알코올 섭취량이 급증하진 않기에 비교적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데 비해,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환자 수가 굉장히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Q. 왜 아시아인은 말랐는데도 지방간이 잘 발생하는 것인가?
- 가장 큰 원인은 유전으로 추정된다.
전반적으로 비만도는 높지 않으나 내장비만 정도가 높은 경우, 즉, 복부비만인 경우와 근육량이나 근력이 감소한
경우 등엔 전체적인 체지방량이 많지 않아도 근육량이 적어 지방간이 발생할 수 있다.
최근 연구결과를 보면, 장내 미생물, 몸속 혈액이나 간 등에 존재하는 대사체의 변화 등이 마른 체형의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유발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Q. 어떤 증상이 있나?
-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대개 뚜렷한 증상이 없다.
비특이적인 증상으로 우측 상복부에 담이 걸리는 느낌, 기분 나쁘게 불편한 느낌, 심하진 않지만 약간의 통증이
느껴지는 정도의 증상만 나타난다.
만성 피로감, 소화불량 등을 동반할 수도 있긴 하나,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특이적인 증상을 보이는 경우는 거의 없다.
Q. 증상이 없는데 치료를 해야 하나?
- 물론이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대사성 지방간이라고도 부르는데, 대사성 지방간 환자들은 일반인보다 심혈관 질환이나
각종 암 등 간 이외의 장기에서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
Q.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다른 질환 유병률까지 높이는 것인가?
- 그렇다.
비알코올성 지방간 사망자들의 주요 사망원인은 크게 3가지다.
첫 번째가 협심증, 심근경색, 뇌졸중 등 심뇌혈관 질환이고, 그다음은 각종 암이다.
세 번째는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 진행으로 인한 간경화, 말기 간질환으로 인한 합병증이다.
심뇌혈관 질환은 지방간 초기에 발병 가능성이 높은데, 이 위기를 잘 넘기더라도 암, 말기 간질환이 기다리는 것이다.
고령화 시대에선 비알코올성 지방간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건강 수명을 늘릴 수 없다.
Q. 어떻게 치료하나?
- 알코올 지방간질환 치료는 일반적으로 체중감소를 목표로 하는 생활습관 개선, 대사증후군 치료, 지방간염이나
간 섬유화에 대한 약물 치료, 비알코올 지방간질환 관련 간경변증 등의 합병증 치료 등으로 나뉜다.
대부분의 환자에게 가장 중요하고, 비용 효과적인 치료 방법은 식이요법과 운동에 의한 체중 감량과 같은 생활습관 개선이다.
이러한 생활습관 개선에 실패하거나 생활습관이 개선됐는데도 지방간이 개선되지 않는 경우에 약물을 사용한다.
Q. 비알콜성 지방간 치료제는 없다고 알려졌는데?
- 현재 공식적으로 비알콜성 지방간 치료 약물로 승인된 약물은 없다.
그래서 지방간 질환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비만, 당뇨, 고지혈증 등 대사증후군 개선을 위한 약을 사용하며,
원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효과가 없으면 좀 더 전문적인 치료를 진행한다.
비알콜성 지방간 개선 효과가 알려진 비타민 E, 피오글리타존 등이 이때 사용된다.
비타민 E와 같은 항산화제는 당뇨가 없는 지방간 환자에게, 당뇨가 있는 지방간 환자에겐 피오글리타존을 사용한다.
문제는 이 약물들은 안전성 측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비타민 E는 장기 고용량 투여 시 전립선암이나 뇌출혈 등의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는 보고가 있고, 피오글리타존도
장기적으로 사용하면 체중 증가, 골다공증, 방광암 발생 위험 등을 높인다는 보고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그 때문에 대사적, 유전적 다양성을 고려한 비알콜성 지방간 신약 개발이 매우 중요하고 급한 상황이다.
Q. 비약물 치료와 약물 치료를 병행하는 것인가?
- 비약물 치료, 즉, 체중감소를 위한 생활 습관 개선이 먼저이다.
약물 치료는 그 다음 단계의 치료방법이다.
다만, 비약물 치료에도 호전이 없거나, 간 경화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 지방간염 환자, 이미 간섬유화가
진행된 환자는 약물 치료와 비약물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Q. 비약물 치료는 어떻게 하며 효과가 약물보다 좋은 것인가?
- 비알콜성 지방간은 비약물 치료가 상당히 효과가 있다.
초기 지방간의 경우, 체중을 3~5%만 감량해도 약물치료 없이 지방간이 사라진다.
체중을 7%정도 줄이면 지방간염까지 좋아질 수 있고, 10% 이상 감량하면 간경화로 악화할 수 있는 간 섬유화까지도
개선할 수 있다.
저탄고지, 고단백식사, 간헐적 단식 등은 의학적 근거가 부족하지만, 체중감량의 효과가 제일 크다.
Q. 치료 기간은 얼마나 소요되나?
- 대개 3~6개월 정도 집중적으로 치료하면 개선된다.
비약물 치료를 시작하고 3~6개월 뒤 지방간 개선 여부 등을 평가하고, 그다음 치료를 결정한다.
단순 지방간이 아닌 간염, 간 섬유화가 진행된 상태라면 치료기간은 더 길어진다.
간염의 개선을 관찰하기 위해서는 1년 이상, 간 섬유화의 개선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1년 6개월~2년 이상의
장기 치료가 필요하다.
Q. 저절로 좋아지진 않는가?
- 절대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
비알코올성 지방간도 뭐라도 해야 낫는 병이다.
대사증후군이 있는 대사성 지방간 또는 비만형 지방간인 경우엔 유산소 운동부터 시작해야 한다.
조깅, 수영 등 전신 운동량을 늘려 열량 소모를 해 체지방과 복부 둘레, 내장 지방을 줄여야 한다.
이처럼 전체적인 체중 감량을 하고 나서는 근력 운동을 해야 한다.
아령, 스쿼트 등을 통해 근력을 강화하고 근육량을 늘리면 대사질환 위험을 낮출 수 있다.
운동은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한 번에 1시간 30분~2시간 정도 1주일에 최소 2회 이상, 6주 이상 꾸준히 해야 한다.
이때 운동 강도는 셔츠가 땀에 흠뻑 젖거나 심박수가 50% 이상 상승하는 중등도 이상이어야 한다.
아울러 섭취 열량 제한을 반드시 해야 한다. 식단에 포함된 영양소 종류, 식사 시간과 무관하게 전체적인
섭취량을 줄여 체중을 감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Q.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
-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예방법은 치료방법과도 같다.
평소 체중 유지나 감량에 신경 쓰고 식이 요법 그리고 운동 등을 병행해야 한다.
유전적 위험인자는 교정이 불가능하지만, 비만이나 식습관 등은 교정할 수 있다.
생활 습관 개선은 지방간 예방을 위해 필수이다.
Q.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을까?
- 흔히 오인하는 것 중 하나가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은 증상이 없어 가벼운 질환이고, 누구에게나 흔한
질환이라는 것이다.
지방간은 우리 몸을 천천히 갉아먹는 병이다.
당장은 변화를 일으키지 않으나 10~20년에 걸쳐 뇌졸중, 심근경색, 각종 암, 간경화를 일으킨다.
조기에 관리하지 않으면 고령화 시대에 건강 질이 낮아지고 수명도 짧아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러므로 비만하지 않더라도 자신이 지방간이 있을 신체적 특성이나 유전적 배경, 동반질환이 있다면
반드시 지방간 유무와 중증도에 대한 평가를 받기 위해 병원에 가길 바란다.
- 옮긴 글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