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별이」 l004-happy@hanmail.net
내가 7살 때 쯤의 일이야. 4살 때 쯤에 핀란드로 이민가서 3년째 그 바닥에서 살고 있었지.
이름도 멋지게 유럽식으로 지어주시고 난 정말 행복했지.
하지만 내겐 친구가 없었어.
영어도 못하고 한국말도 서툴게 하던 나는 외진곳에 살아서 너무너무 외로웠지.
그래도 같이 건너온 친구하나가 있었는데 그 애는 내겐 정말 소중했어.
하루종일 산에서 뛰어노는게 힘들었지만 그 친구와 함께라면 난 얼마든지 놀 수 있었지.
"조엘! 오늘도 나랑 같이 놀자~"
항상 눈을 뜨자마자 조엘의 집 초인종을 누르고 조엘이 나오기를 기다렸어.
내가 기다리는걸 싫어하는 걸 아는 조엘은 매일 아침마다 일찍 일어나 나를 기다렸지.
우린 항상 함께였어. 우린 어렸고, 그만큼 아무것도 몰랐을 때니깐….
"조엘~조엘. hurry up !"
"잠시만!"
조엘 목소리가 들리니깐 밖에서 부는 매서운 바람도 내게는 시원한 바람 같았지.
조엘은 목도리, 모자, 장갑으로 무장을 하고 집 밖을 나왔어.
그리고 날 보며 내게 손을 내밀었지. 베시시 웃으면서 말이야.
"카라! 오늘도 산에가서 놀자!"
날씨가 조금 흐렸지만 나와 조엘은 산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어서 괜찮을 줄 알았어.
어린마음에 조엘과 나는 손을 꼭 붙잡고 작은 산을 향해 가려고 했어.
그런데 엄마와 아빠가 조엘과 나를 못 가게 막지뭐야?
"조엘~ 카라~ 오늘은 위험해. 나중에 올라가."
"아줌마 왜요? 전 카라랑 산을 꼭 올라가구 싶어요!"
"나두! 엄마 올라가게 해주세요~"
우리는 부모님들의 다리를 붙잡고 계속 떼를 썼지.
자식 이기는 부모없다고 우리는 결국 아빠와 함께 산을 오르게 됬어.
조엘이랑 단 둘이 재밌게 놀고 싶었지만 산은 올라가니깐 난 기뻤지.
"조엘 조엘~ 우리 높이높이 올라가서 눈사람 만들자!"
"카라! 내가 아주 크게~ 만들어 줄게."
"응!"
산을 오르면서 조엘과 나는 참 재밌는 얘기들을 했어.
근데 갑자기 아빠가 자리를 만들어 주시더니 여기서 놀라는거야.
아직 반도 안올라갔는데.
우린 또 울상이 되서 아빠에게 물었지.
"아빠! 왜 더 안올라가요? 더 올라가요~"
"날씨가 더 흐려졌어. 저것 봐라 카라. 구름이 검은색이지?
잘못하면 조엘이랑 카라가 눈에 덮힐 수도 있어요."
"싫어요. 아빠~ 더 올라가게 해주세요오~"
하지만 아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안된다고 하셨지.
하는 수 없이 조엘이랑 나는 이 곳에서 눈사람을 만들었어.
눈이 아주 많아서 조엘과 나는 눈을 뿌리면서 즐거워 했지.
"이거봐 조엘~ 눈이 정말 이뻐!"
"응!! 와~ 시원하다!"
조엘과 나는 눈 속을 깡총깡총 뛰어다니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었지.
조엘은 눈을 한 움큼 집어서 던지고 뿌리고, 나는 조엘 옆에서 눈 뭉치를 만지면서
놀고 있었어.
"카라! 여기봐라."
"네?"
"사진 찍자. 자 치즈!"
"조엘이랑 같이 찍을래요~!"
"조엘도 뒤에 나와. 자. 카라 치즈!"
조엘이랑 팔짱을 끼고 찍고 싶었지만 서두르는 아빠 때문에 나 혼자 웃고 사진을
찍어버렸지. 뒤에 조엘이 찍였다니 다행이였어.
난 사진을 찍고 아빠를 뒤로 한채 조엘과 눈사람을 만들었지.
눈을 굴리며 눈사람 몸통을 만들고 있을 때 였어.
"어라? 필름통이 굴러간다!"
나는 조엘과 놀다가 비탈길에 내려가는 필름통을 보곤 소리쳤어.
그러자 아빠는 허겁지겁 필름통을 쫓아갔지.
"아빠 필름통 찾아가지고 오마!!"
이런 말만 남기고 말이야. 그렇지만 우리는 신경쓰지 않았어.
눈사람 만들기에 바빴지.
5분이 지나고 10분이 지나도 아빠는 오지 않았어. 난 걱정이 되기 시작했지.
"조엘. 우리 아빠가 왜 안오지?"
"필름통이 멀리멀리 달아난게 아닐까??"
"움. 아빠가 안오면 어떻하지?!"
"우린 눈사람이나 만들자!"
조엘은 걱정이 안되는지 계속 눈사람만들기에 열중했지. 난 계속 비탈길 쪽을
쳐다보며 멍하니 서있었지. 그러니까 조엘이 날 툭툭 건드렸어.
"카라. 걱정이 되는거야?"
"응…!"
"그럼 내려갔다와!"
"내려갔다?"
"응! 난 눈사람을 만들고 있을게. 카라 너는 아저씨를 데리고 다시 나한테와! 기다릴게!"
조엘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거렸지. 조엘을 혼자두기에는 기분이 안좋았지만
어쩔 수 없이 아빠 뒤를 쫓았어.
한참을 내려갔을까? 갑자기 하늘에서 솜사탕 같이 큰 눈이 내리기 시작했어.
난 걷다 말고 멈춰서 하늘을 쳐다봤지. 눈이 참 예쁘게 내리고 있었어.
그런데 갑자기 아빠 말씀이 생각났어.
'잘못하면 조엘이랑 카라가 눈에 덮힐 수도 있어요'
나는 발 걸음을 돌렸어. 조엘이 걱정되서 말이야.
조그마한 발 길이로 뛰었지만 조엘이 있던 곳을 갈려면 한참을 가야 될 것 같았어.
근데 저 뒤에서 어떤 소리가나.
"카라!!카라!!"
바로 아빠였지. 난 눈물이 고인 눈으로 아빠를 쳐다봤어. 그리고 산 위쪽을
가리키며 소리를 질렀지.
"아빠!! 조엘이 저기 있는데!! 같이 가요!"
"카라. 그건…."
"조엘이 눈에 갇히면 어떡해요! 아빠!!"
"안되! 그건 안된단다 카라. 그랬다간 카라도 같이 눈에 파묻힐거야."
"싫어요! 같이 파묻힐래요! 조엘이 날 기다린다고 했단 말이에요!"
난 소리를 꽥꽥 질렀지.
하지만 아빠는 갑자기 날 들쳐엎더니 산 밑쪽으로 걸어갔어.
조엘은 저 반대쪽에 있는데. 조엘이 날 기다리고 있는데.
"조엘!! 조엘 한테 갈래요!!"
"안되 카라!"
"조엘. 조엘이 눈사람을 만들면서 날 기다릴텐데! 아빠~내려주세요!!"
소리를 계속 질러봤지만 아빠에겐 소용이 없었어.
눈은 장차 3일동안이나 펑펑 쏟아졌지. 조엘의 부모님은 경찰을 불렀지만
눈이 그친 뒤에도 조엘을 찾을 수가 없었어.
조엘이 남겨두고 간 자리는 너무나 컸어. 난 너무 큰 충격으로 다신 산에 올라가지
않았지. 조엘이 너무 보고싶었지만 볼 수가 없어서 난 너무 슬펐어.
한 동안 집안에서 난 힘없이 울고만 있었어.
그런데 갑자기 아빠께서 기쁜 얼굴로 내게 다가왔지. 난 이렇게 슬픈데 말이야.
"카라야! 이것 봐라!"
난 다 귀찮았어. 그래서 아빠가 주시는 걸 대충 받아들었지. 그런데. 그런데….
"조엘!!"
산에가서 찍은 사진이였지. 사진 배경 뒤에 조엘이 웃으며 내게 눈을 뿌려주고 있었어.
뭐가 그렇게 기쁜지 크게 웃음을 지으면서 말이야.
"조엘. 조엘. 조엘."
"카라야…?!"
사진을 붙잡고 엉엉 우는 나를 안고 아빠는 말씀하셨지.
"카라야. 조엘은 죽지 않았을거야. 조엘은 눈사람이 되서 지금도 그 산에서 널 위해 만들어
주겠다던 그 눈사람과 친구가 되서 산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을거야.
카라 같이 예쁘고 좋은 눈사람과 함께 말이야.
조엘은 행복할꺼야. 눈사람이 되서 카라 널 기다리고 있을거야."
아빠얘기를 들으면서 난 조금씩 조엘에 대한 추억에 빠져버렸어.
조엘은 지금도 산에서 겨울이 되면 그 눈사람이랑 같이 손을 잡고 날 기다리고 있겠지.
비록 이제 난 조엘을 직접 만날 수는 없지만 나는 행복해.
조엘은 눈사람이 되어 날 기억해줄거고.
난 지금 안고 있는 이 사진한장으로 난 조엘을 품고 살아갈꺼야.
작은 산에서 눈사람이 되어버린 7살짜리 꼬마친구 조엘을 말이야…….
★
예전에 썼던 단편소설인데 한 번 올려봤습니다. 조금 짧은 감이 없지 않아
있는 것 같지만 재밌게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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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은하수별이」] 어린 겨울날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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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와 잘쓰셧어요 ! 아빠는 말리지 말지 ㅜ 둘이 걍 같이 죽여.......<-┏ 암튼잘읽다가요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