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현시장에 오면 즐겁다
가게와 가게 사이 둘러쳐진 비니루에
이따금 머리카락이 스치는 기분도 기분이지만
싸구려로 쌓아놓은 스타킹 내복 양말
어물전 앞에서 세상을 향해 배꼽 내놓은
고등어 꽁치 생태
그 옆의 도미 조기 맛 농어 임연수어
계통없는 집합이 즐겁고
평생 고추나 빻는 일만 할 것 같은 방앗간
기계 사이 낀 고춧가루 털어내는
막대기 소리도 즐겁다
- 강형철 (姜亨喆.43) '아현시장' 중
서울 강남에는 현대가 있고 다른 나라가 있는데 강북에는 근대가 있다.
근대란 근대화론과 상관없이 퍽 인간적이다.
강형철은 강북의 한 군데 오래된 아현시장을 지나다니면서 그곳에
널부러진 인간의 얼굴과 만난다.
시장의 계통없는 물건들이야말로 서울 서민들의 얼굴과 남남이 아니기
때문인가.
고은 <시인>
첫댓글 시, 해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