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5 18 민주화 운동이 일어났을까
이계형 지음/자음과모음 펴냄
6월 민주항생을 마지막으로 막을 내린 역사공화국 한국사 시리즈의 59번째 이야기는 5.18 민주화 운동이다. 예전에 성내역으로 나올 때면 만나는 사진들이 있었다. 전쟁의 사진이라고 생각했던 끔찍한 사진들은 지금의 잠실나루역 주변에 빼곡하게 세워져있었는데, 그 당시엔 거짓말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어떻게 군인들이 저렇게 사람을 죽였다는 말인가? 믿을 수가 없었다. 이웃에 전라도가 고향인 분들이 계셨는데, 한동안 매일 울기만 하셨던 기억이 났다. 그래도 그땐 몰랐다. 거짓이라고 생각을 했었으니까 말이다. 그게 5.18 이었다는 것을 한참을 지나서 알게 되었다.
강풀의 만화중에 <26년>이라는 웹툰이 있다. 몇 년 전에 웹툰을 만나고 가슴의 두근거림이 멈추질 않았다. 그 웹툰이 작년에 영화화되었다. 누구를 이야기하는지는 다 알고 있다. 입 꾹 다물고 슬쩍 사라져 버릴 것 같은 이야기가 하나씩 흘러나오고 있다. '화려한 휴가'가 무엇인지, 왜 '26년'을 이야기하는지 이제 우리는 알아야 할 때가 왔다. 그 시절 잊고 싶지만 잊을 수 없는 그 시절. 그 시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우리는 잊어서는 안된다. 그것을 위해서 죽은자들의 재판만이 열리던 역사공화국 법정에서 아직 살아있는 사람을 피고로 재판을 하기 시작했다. 5.18 민주화 운동 관련 인물들이 대부분 생존해 있고, 청문회를 거쳤지만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부분들이 적지 않다. 당시 누가 발포 명령을 내렸는지, 작전 지휘권이 이원화되었는지, 희생자가 정확히 몇 명인지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냥 덮기엔 너무나 끔찍한 역사이기에 우리는 이 역사를 알아야만 한다.
1980년 5.18 민주화 운동 당시에 들불야학 출신들과 함께 홍보와 선전 활동에 주력하다 5월 27일 새벽4시 도청을 사수하다 계엄군의 총에 맞아 사망을 한 윤상원(1950년~1980년)이 있다. 그가 고소한 인물은 당연히 전두환 전 대통령이다. 육사 11기로, 박정희 대통령이 시해되었을 때 보안사령관 겸 중앙정보부장으로서 12.12와 5.18을 일으켰던 인물. 대통령이 되어 7년을 청와대에서 생활을 했지만, 1997년에 12.12사태와 5.18관련 재판을 받고 무기 징역을 선고 받다 2년 후 특별사면으로 사면된 인물. '왜 나만갖고 그래' 등과 같은 온갖 유행어를 만들어 냈던 인물이 전두환이다.
5.18 민주화 운동은 시민이 아닌 폭도들의 반란이라고 방송은 이야기를 했었다. 심지어는 북한의 개입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러기에 당시 작전명이 '화려한 휴가'였다. '너희는 시민이 아니라 폭도를 때려잡는 것이다. 이것은 살인이 아닌 휴가다. 너희가 배운 충정 훈련을 휴가에서 마음껏 펼쳐라'라는 의미로 생각하게 만드는 '화려한 휴가'. 공수부대원들과 계엄군들에게 실탄이 주어지고 첫 발포로 네 명이 사망하고 여섯명이 부상을 당하게 된다. 대한민국에서 최정예로 육성된 공수 부대원들이 시민들을 향해 집단 발포한 것은 어떠한 이유에서도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일 것이다.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국민의 군대'이기를 거부한 것이나 마찬가지가 아니었을까? 이 사건으로 시위는 광주 주변 지역으로 확대되게 된다.
폭정은 모든 것을 막아버린다. 언론을 막아 버림으로, 이렇게 많은 시민들이 죽어나가는데, 한 줄의 기사도 만날 수가 없었다. 그렇게 광주 문제를 전혀 언급하지 않던 방송과 신문이 5월 21일 밤부터 '광주사태'라고 하면서 광주 시민들을 폭도로 매도하기 시작했다. TV방송에서는 돌과 화염병을 던지는 시위대와 다친 공수부대원들만 보여줬고, 신문은 폭도. 폭동이라는 단어로 도배된 채 심지어 간첩과 불순분자의 소행이라고 몰아붙였었다. 전화도 안되고, 광주로 통하는 모든 도로는 공수 부대가 차단했기에 광주 시민들은 제대로 된 상황을 알 수가 없었다. 다행히 윤상원씨를 비롯한 교사와 학생들이 <투사 회보>라는 B5갱지 한장짜리 유인물을 만들어 발간을 하였지만, 10호까지만 배포되고, 11호는 압수가 되었다. 이제 5.18 민주화 운동은 역사가 되어버렸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 역사를 안고 살고 있다. 생각이 다르고 이념이 다르다 고하여 5.18 민주화 운동의 본질을 훼손시킬 수는 없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민주주는 결코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소중한 희생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기에 우리의 조상들이 피 흘려 만들어낸 이 나라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노력해야만 할 것이다.
저자 이계형은 국민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 국민대학교ㆍ중앙대학교ㆍ경원대학교에서 강의하였다. 현재는 국민대학교 한국학연구소 전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며 한국 근대사를 전공하고 있다. 『고종 황제의 마지막 특사』 『대한계년사』 등의 책을 저술하고 번역하였으며, 이외에도 『대한제국기 통감부의 식민교육정책 연구』 『통감부 설치와 한국 식민지화』(공저) 등의 전문 연구서를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