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있는 일이지만 전자소송까지 하는 작금에 등기서류 하나 제출하러 강원도 횡성을 다녀오게 되었답니다. 두둑히 교통비를 챙기고 어디로 갈까 고민중에 고민할 필요없이 순전히 거짓말인 고속도로를 돈 내고 다녀오는 멍청함 보다는 경강고속국도 6번을 따라 동으로 가다가 용문지나 청운면에 꺽어 밑으로 횡성 내려가는 지혜로운 코스를 선택했지요.
용두리차부(버스정류장의 정겨운 표현)근처에 있는 꽁꽁 얼어붙은 저희 농가주택을 지나 좀더 가면 우리 류신부님의 홍천 영혼의 쉼터가 어디에던지 있었다면 들리고 싶은 맘은 나중으로 하고 횡성으로 향하면서 좌측 언덕위에 고즈넉히 서 있는 풍수원성당(지금도 방석에 앉아 미사를 보는 정말 정겹고 사랑이 넘치는 성지성당)을 지나 횡성등기소를 도착했읍니다.
등기소에 차를 세우고 들어간 허름한 손대국집 문 앞에 빨간 둥그런 스티커가 붙어있읍니다. 들어가자 마자 순대국 하나 시켜놓고 수다를 떱니다. 횡성성당 박용식신부님은 원주 태장동성당으로 가셨고 저는 386세대 민주투사셨던 함세웅신부님이 계셨던 상도동성당 다닌다는 것부터 원주교구가 지학순주교님부터해서 민주화운동의 산실이었다니 등등, 나름 김치가 죽여주었고 맛난 순대국의 기억보다는 마치 한때 민주투사였다는 동질감만 느끼고 나와서 일보고 도착한 곳은 바로 얼마 안떨어진 횡성성당입니다.
읍내라도 주위에 건물이 없으니 유난 따스한 햇빛을 성모님은 모두 껴안으시며 나즈막한 동산에서 웃고 계셨고 아빠 아버지도 당신이 만드신 볓을 안아름 안으면서 손을 크게 벌리고 계셨읍니다. 저도 명동성당 축소판인 성당 마루바닥을 시원하게 느끼면서 제대 앞 계단에서 매달리신 주님을 바라보며 무릅을 꿇고 청원기도와 함께 고통의 신비를 나누었읍니다. 나와서 그냥 가기가 너무 아쉬워 성모동산에서 성모님한테 넉두리좀하고 왔읍니다.
가고오는 길에 송봉모신부님의 '성도(평신도라고 하면 안되는 거 들으신 분은 아시죠)로서의 부름심과 응답'cd를 들었읍니다.
신자로서 삶의 현장에서 자기직분에 충실하게 살아내는 것이 바로 사역이요 하느님 보시기에 얼마나 아름다운 삶인가,... 성직자보다도 더 하느님을 증거할 수 있는 이 천지의 것들을 얼마나 간과하고 살고 있는가,...우리들 각자각자는 누군가의 기도에 의해 도움받을수 밖에 없는 공동체적 삶이라는 것, 안드레아와 세례자요한을 통하여 우리는 얼마나 큰 '비움과 겸손'을 닮아가야 하는가를 요,...
간만에 들었지만 심장을 다시 뛰게 했으면 다시 결심하게 되었답니다. 그래, 좀더 파고들고 말을 걸고 좀더 귀 기울이자, 모든 순간이 닿아 꽃봉리인것을 모든 내 열심에 따라 찬란하게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을,...
송신부님의 끝부분 말씀이 남아서 적게 되었답니다. 겸손은 '스스로 위축되어 자신을 쓰레기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이 주신 자신의 신원을 제대로 알고 거기에 알맞게 맛갈나게 살아내는 것이라고,...'
아빠, 아버지 오늘 하루 동안도 당신이 제 곁에 있어 주셔셔 행복합니다.
첫댓글 나들이..즐거우셨나 봐유^^............땅 속에서 꾸물 꾸물..봄 기운들이 햇님 보러 나올려고 분주해 보이는 ..게...느껴지는 것이..제 피 속에도 싹이 날려고 그러는..지
일 보러 다니실 때도 늘 주님과 함께 하시는 님은 그분께서 얼마나 사랑하실까 생각이 듭니다.."자신의 신원을 제대로 알고 거기에 알맞게 살아내는 것.....좋은 말씀 감사해요^^
언제 어디서나 주님과 함께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형제님을봉오리들 찬란히 피워 내시기를.
주님은 많이 사랑하실 것 같습니다.
형제님께는 무척 행복한 분이신것 같아요~~
행복한 출장을 다녀오셨네요.그리고 성스러운 곳에서 성스러운 생각을 하시며 나누실 묵상거리도 주시고
감사합니다.
모든 사람에게 일하러 가는 길이 이렇게 즐겁다면 참 좋겠다 싶어요.
맛있는 김치에 순대국밥 입에 침이 고이네요^^ (염불보다 젯밥인 셈인가요?)
마음이 있는 곳으로 길을 정하시는 탁월한 선택을 하셨네요. 일보시러 오가시는 길을 겸손으로 가득채우신것 같아 듣기만 해도 풍요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