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불 수교 130주년을 맞아 전국적으로 다양한 행사가 열리는 가운데 광주 프랑스문화원(원장 최승은·이하 문화원)도 전시, 공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특히 올해는 광주 홀리데이인 호텔과 연계해 더 넓은 장소에서 행사를 진행한다.
오는 31일까지 문화원에서 열리는 ‘클로드 게나르가 그리는 한국이야기:한국의 어제와 오늘을 알아보다’ 전시는 외국인 눈을 통해 우리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다.
9일 오전 방문한 문화원 내부 벽에는 A4용지 크기 작품 50여점이 걸려 있었다. 프랑스 출신 화가 클로드 게나르(67·Claude Guenard)가 2014년과 2015년 두차례 한국을 방문했을 때 부산, 광주 등 전국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을 그린 작품들이다.
유니폼을 입은 회사 여직원, 미니스커트를 입은 젊은 여인, 시장 상인 등 작품을 살펴보면 그가 어디에서 어떤 사람을 만났는지 알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이번 전시는 프랑스 화가의 ‘한국방문기’다.
재미있는 점은 작품을 그린 소재가 모두 잡지이거나 광고용지다. 지면 전체를 잉크로 덮지 않고 싸인펜으로 쓱쓱 그리듯 가벼운 표현 기법을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덕분에 광고 내용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렇다고 작품 수준이 떨어지지는 않는다. 대충 그린 것 처럼 보이지만 한복 주름, 얼굴 표정 등이 살아있다. 마치 캐리커쳐를 보는 듯 부담없이 감상할 수 있는 작품들이다.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광고 내용과 등장하는 사람들 분위기가 어딘지 모르게 어울리는 점을 느낄 수 있다. 지하철역에서나 볼법한 ‘당신의 피부지킴이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습니다’가 써진 피부과 전단지에는 지하철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바다를 바라보며 즐기다’를 제목으로 단 퓨전음식점 소개 광고에는 스마트폰을 든 여고생 2명을 그렸다. 피로회복제 광고지에는 지친 회사원 얼굴을 묘사했다. 또 전통의상을 입은 사람들도 곳곳에서 보인다.
서울 학생 유행패션부터 문화원 수강생들, 한국무용을 하는 여인 등 외국인 작가가 본 한국은 전통과 현대 사이에 놓여 있었다.
클로드 게나르는 화가이자 모험가로 불린다. 젊었을 땐 링 위에서 복서로 활동하기도 했고 국립학교 교사로 재직했으며 아프리카서 20여년간 미술을 가르친 이력이 있다. 전세계를 여행하는 그는 지난 2014년 파리 한국 문화원을 우연히 방문한 후 ‘한국’행을 결심했다.
최승은 원장은 “한국사람들이 보기엔 특별할 게 없는 작품 같지만 문화원을 찾은 외국인들은 ‘진짜 한국사람들은 이렇다’는 말을 자주하곤 한다”고 전시를 소개했다.
문화원은 이외에도 프랑스 샹송뮤지션 크리스 무롱(Chris Mouron)을 초청해 ‘샹송 명곡을 노래하다’ 공연을 마련했다. 오는 26일 오후 7시30분 광주홀리데이인호텔.
에디트 피아프를 잇는 대표 샹송가수로 꼽히는 무롱은 우리 귀에 익숙한 샹송 20여곡을 약 90분 간 들려준다. ‘감상적인 군중’, ‘장미빛 인생’, ‘자전거’, 라보엠’, ‘사랑의 찬가’ 등을 준비했다. 무료 공연. 사전예약 필수.
24일 오후 7시에는 보성문예회관에서도 같은 공연이 열린다. 문의 061-850-8660, 5202.
그밖에 지난 11월 열린 ‘꼬흐 드 스틸(Corps de style)-몸이 입는 가구, 가구가 눕는 몸’ 앙코르 전시가 31일까지 홀리데이인 호텔 1층에서 진행된다. 이 전시는 프랑스 출신 젊은 사진 작가 줄리앙 스피웍(31)이 가구와 신체를 이용해 찍은 ‘숨은 그림찾기’ 형식 작품을 선보인다.
또 4∼5월에는 파리 지하 모습 등을 렌즈에 담은 프랑스 사진전이 문화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매주 화요일(오후 4시)·수요일(오후 6시30분)마다 열리며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씨네-프랑스 3∼4월 주제는 ‘역사적 사건을 통한 프랑스에서의 삶’이다. 15·16일에는 루이 14세 이야기를 다룬 ‘왕의 춤’이 상영된다. 무료 관람. 문의 062-527-2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