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포늪에서 (사진작가 정봉채)
대전 32년이지만
둔산은 아직도 눈설고 길설다
손님이 오셔 오후 2시반이 넘어 발길을 재촉해
간 둔산은 주차장도 없고,도무지 길이 애매해
그 동리 한분에게 네비를 보여 주며
겨우 갤러리를 찾았다.
오길 잘 왔다
작가정신!
어느 직업이든 프로든 주인공 고유의 정신이 있으니
탁자에 앉은 작가를 보고 또 작품을 보며
야~ 걸작이다,명작이다.
나는 속으로 소리쳤다.
예술과 믿음은 고행의 길에서 자신을 반추해 보며
결국 비우고 비워 구름인듯 바람인듯 혹은 망상인듯
해탈인듯 무념무상속에서 자신을 보아 구경 자타
모두에게 기쁨과 자유를 주는 멋이라 할 때
작가 정봉채의 작품은 가히 지상과 천상, 아니 고뇌
와 기쁨의 그 어느 언져리에서 걸러낸 진정을 담은
수작이었다. 그의 말대로 수많은 날을 우포늪 헛간에서
보내며 물안개의 환희와 배고픈 궁핍의 시간속에서도
끝까지 자신을 내 팽개치지 않은 불퇴심과 용맹심의
발로요,결과였으니,가히 화엄경의 한 자락,곧 선재동자의 구도 여정이라 말하고 싶다.
현존이라는 국토 혹은 늪이라는 장구한 역사앞에서
또 다른 질박한 자기 본향을 그려낸 작가는
사진 영상학계의 이단아요,천상의 그리움을 토해낸
전무후무한 작가라 할 것이다
문외한인 본인으로써는
작가의 폭넓고 다져진 그 예술혼의 세계를
염탐하는 것으로도 행복할진대
고난의 여정을 걸어온 작가자신의 심사는
이 가을의 끝,겨울의 초입에서
만감이 교차되는 가운데 긴 고통을 엮은 처마밑의
무씨래기를 엮어대는 회상의 한복판에 서있으리라
생각된다. 본인은 작가를 모른다
다만 그의 우포늪 지난 시간은 색즉시공(현상은
또 다른 철학적 위대함이요 진리다)의 고매한 뜻을
보여주고 실행한 작가임은 분명하다.
결국 외로움도 내 몫이요
슬픔도 내 몫이니
그 고행과 만행의 여정 모두를 갈무리하며
내 몫,내 살림으로 치환한 작가의 성정은
가히 일반 범부가 따라가기 어려운 예술혼의 고준한
때깔이다.
인생이 뭐냐고? 자기 슬픔과 고뇌를 짊어지고
떠나는 고행과 만행의 여정에 다름이 아니다
작가는 꼭 '배고플' 필요는 없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예리하고 섬세하며
또한 그 광폭의 사유는 결국 일반인이 다다르기
힘든 수준높은 비교불가의 걸작을 탄생시키는데
일조하는 바,일상은 때로 허무와 자기생채기안으로
깊히 침잠함은 어쩔수 없다 하겠다.
우포늪!
사실 못가봤다.
20여년전부터 우포늪을 가보려 했으나 아직도
궁상을 피다 못가봤으니 본인 스스로 나약하고
게으른 성정을 인정하는 바다.
더구나 사시사철 23년의 성상을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을 지키고 보며 '오직 사진'을 생각했다는 그의
고행과 사유는 불교의 해인삼매와 일심 사상과 통한다 할 때,작가의 드높은 예술열정,구도광기는 지상, 그 어느
예술혼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불세출의 광기라
하겠다. 예술가도 많고 작가도 많다.
그러나 일생을 바치고 혼신을 다 바쳐 감히
남이 뒤쫒지 못한 '고매한 광폭의 자기사유'를 뭇 대중에
게 보여주기란 쉽지 않다. 그는 영상학의 천재라기 보다
'바보 열정의 사나이'였다.
주차를 빼주란다. 나는 5층 그의 전시실, 그
아름답고 숭고한 그리고 은은한 고뇌와 고뇌가 스민 정봉채작가의 혼을 뒤로 하고 뛰어 내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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