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집을 나서려는데 때마침 야근을 마치고 돌아온
204호 메이홍이 난방이 되지 않는다 하기에 살펴 보았더니
차단기가 자꾸 내려가는 것이었다.
작년 10월 황사장이 거주할 때에 차단기를 교체하였는데,
불과 일년 만에 다시 누전차단기가 고장난 것이다.
레오를 데려다 주자 마자 화급히 돌아와 망가진 누전차단기를
떼어가지고 새 것으로 바꿔 왔는데, 전에는 30A 1.5KA였던게
이제는 D32 2.5KA로 전보다 강력해진 제품이었지만, 판매자인
대한보일러 사장님의 말을 들으니 예전의 배선용차단기를 현재는
모두 이곳으로 교체하여 사용하고 있다는 안내였다.
사이즈가 길어져 나온 제품이라 콘트롤러 커버를 잘라내고 간신히
장착 후 너트를 죄어 고정시켰는데 아무쪼록 이것으로 심야온돌의
자동톤트롤러가 오늘 밤 부터는 제대로 작동해주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고달픈 야간근로를 마치고 돌아와 전기담요에 의지해 잠자는 메이홍에게
미안한 맘이 솟구쳤다.
같은 제품이라도 잘 걸리면 오래 쓰고 시원찮은 게 걸리면 단기간에
고장이 난다는 말을 들으며 어느 정도는 수긍이 갔지만, 중국제가 아닌
국산제품이고 두루 사용하는 것인데도 품질관리가 이처럼 허술하다니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혹, 사용상 부주의한 면이 있는 걸까?
하긴 어떤 것이든 내가 사용하며 내구성이 강한데 다른 사람이 사용하면
쉬 고장이 나는 현상을 여러 차례 목도하였으니 <사용설명서>를 잘 읽고
제품에 관한 이해도를 높이는 자세도 중요할 것 같은데, 스위치를 자주
끄고 켜는 걸 반복하지 말고 일정 수준의 온도로 적절히 맞추어 놓은 다음
콘트롤러가 자동으로 작동하게끔 놔두어야 오히려 난방비가 절감된다 일러
주어도 전기료를 아끼려는 마음에 자꾸 만져대는 통에 쉽게 고장이 날 수도
있지 않겠는가 싶은 의구심도 들기는 한다.
하지만 스스로 겪고 몸으로 확인해 보아야만 비로소 믿게 되는 세입자의 심리를
탓할 수만은 없지 않을까? 따뜻하고 몸에 익숙한 고국 캄보디아를 떠나와 낯선
땅에서 온갖 수모와 멸시와 차별을 견디면서 꿋꿋하게 버텨온 외국인 근로자의
처지를 미루어 볼 때 오히려 단순하게 집주인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는다면 그게
비정상이랄 수도 있을 터이니, 내 아이를 대하듯 너그럽고 온유하게 대해주면서
신뢰가 쌓일 만큼 세월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이 집주인의 도리일 것이다.
일이 다양해진데다 폐지까지 분리수거를 마치고 나니 어느 새 점심시간이
다가왔는데 피로하진 않고 미뤄둔 일이 없어선지 오히려 후련한 기분이다.
두어시간이 지나면 다시 피트니스에서 관절운동 후 어린이집에 가야할텐데
아침에 눈장난을 하며 활달하게 걷던 레오가 오늘 오후에도 활기찬 모습으로
할아버지 품에 안겨오게 되기를 바란다.
대기가 깨끗하며 하늘이 맑은데다 바람이 불지 않아 춥지도 않은 겨울날..
오늘 하루를 허락해주시고 일까지 맡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첫댓글
23:10 난방이 가동하는지 확인하려고
방문을 두드렸으나 불은 켜있는데도
응답이 없기에 문자만 보내 두었다.
여자만 있을지도 모르는데 문을 열고
들어가 볼 수도 없으니 만큼 내일 아침
야근 마치고 오면 확인해 보는 수밖에...
설사 가동이 안된다 해도 일부러 차단기를
내려놓지 않았다면 이 밤중에 어떤 별다른
조치를 해볼 방법이 없지 않은가!
204호 난방이 복구되어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