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1일 뉴욕 주정부에서 새로운 운전면허 정책을 발표했다. 그 동안 운전면허증을 갱신하거나 취득하지 못해 애태우던 50만 명이 넘는 뉴욕 주민에겐 가뭄 끝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지난 4년간 평등한 운전면허 취득 권리 캠페인을 주도해 온 청년학교로선 참으로 보람 있는 순간이었다.
2004년 2월 DMV는 11만 명의 운전면허증 소지자에게 소셜 번호 확인을 요청하는 편지를 발송했다. 이는 곧바로 이민자 커뮤니티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운전을 하지 못해 생계 유지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게 되었고 성인이 되었어도 신분증을 마련하지 못해 공공기관 출입도 못하는 사태가 속출했다.
당시 청년학교로 전화 했던 어느 한인 학부모의 절절한 사연은 지금까지도 우리의 가슴에 남아있다. "우리 딸이 18세가 되어 아이디를 마련해줘야 하는데 방법이 없을까요. 딸이 너무 불쌍하고 엄마로서 미안해서 가슴이 미어집니다." 어머니는 전화 통화 중에 끝내 울음을 터트렸다.
이제 새로운 정책이 발표되면서 청년학교엔 다시 문의전화가 폭발하고 있다. 지금의 전화통화는 구체적인 운전면허 갱신이나 취득 방법을 알려주는 행복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그 중엔 여전히 안타까운 사연도 있다. 브로커를 통해 타주에서 운전면허증을 취득했거나 가짜 소셜 번호 등 허위 서류를 동원해 운전면허증을 만든 경우가 이에 속한다. 청년학교는 앞으로 이런 사례를 모아 향후 DMV의 정책 시행과정에 최대한 반영되도록 노력할 작정이다.
뉴욕주의 새로운 운전면허 정책은 주정부의 일방적인 행정조치로 이루어진 일이 아니다. 운전 면허증 정책을 되돌리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온 이민자 커뮤니티의 승리다. 뉴욕주 일원의 60여개 이민자 사회 단체를 중심으로 이민자운전권리연맹(NYCOIRDL)을 결성했고 청년학교는 주관단체로서 이 활동을 이끌었다.
이민자운전권리연맹을 구성한 이후 지금까지 우리는 주정부를 상대로 서명운동과 전화 걸기 캠페인을 꾸준히 실시했고 주의회를 상대로 운전면허 취득 관련법을 마련하는 입법 활동을 전개했다.
작년 주지사 선거가 실시되면서 우리는 캠페인 방향을 수정했다. 주지사 당선이 유력한 엘리엇 스피처 주지사 선거 캠프 정책 담당관과 면담해 스피처 후보가 평등한 운전면허 취득 권리 보장을 공약하도록 유도했다. 올해 초 새 주지사가 업무를 시작하면서 새 DMV 커미셔너를 임명한 직후 면담을 요청했다.
또한 이민자운전권리연맹 대표자들과 주지사 사무실 정책 담당자 신임 DMV커미셔너 등이 참석한 비공개 정책 토론회도 성사시켰다. 이 자리에서 우리는 올바른 운전면허 정책의 원칙과 구체적인 내용을 전달했고 이후 주지사 사무실은 우리와 수십 차례에 걸친 정책 협의를 진행하여 마침내 새로운 운전면허 정책이 발표되기에 이르렀다.
전문성을 가진 이민자 단체가 대중 캠페인을 조직하고 타 소수민족 이민자 그룹과 연대해 빚은 합작품이 바로 뉴욕주 운전면허 정책이다. 이민자 단체의 주도로 평범한 주민들이 단결하여 주정부의 정책까지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 정책변화는 전국적인 파급력을 발휘할 것이다.
정책은 바뀌었지만 우리의 할 일은 끝나지 않았다. 앞으로 새로 바뀐 정책이 시행과정 중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켜봐야 한다. 아울러 궁극적으로 연방차원에서 포괄적 이민 개혁이 이루어져 운전 면허증 문제와도 같은 사안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지난 4년 동안 운전 면허증 문제 때문에 힘들게 지내온 동포들이 잠시라도 한숨 돌리고 행복할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