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춘문예 2012 겨울호, 맑은샘, 산해천 초대시인난 수록작
난(蘭)의 미소에 대하여
맑은샘
남향 베란다에 놓인 난(蘭)
흰눈쌓인 지붕들과 들판을 향해 웃는다
난(蘭)은 흰눈의 사랑을 모른 채
향기를 은은히 품고 있다
온통 하얗게 내린 눈은 녹아
또 새생명을 잉태할테지
창문을 열자 난(蘭)은 춤을 춘다
춤추는 난(蘭)들을 보며
흰눈은 멎었다
고요한 적막속 흰눈의 순환은 난(蘭)에게 말한다
너는 내 사랑을 모르는구나
선녀의 운무(雲舞)가 살포시
수줍은 듯 언덕을 드리울 때
난(蘭)은 고개를 다시 숙이고
안온한 햇빛이 감싸
다시 창밖을 향해 미소 짓지만
난(蘭)은 흰눈의 사랑을 아직 모른다
난(蘭)의 미소에 대한 흰눈의 감상(感想)은 무엇일까?
무지개와 바람은 흰눈의 옷깃일까?
orchid‘s smile
(Pure spring) Boeng chan, Kwon
orchid, It is situated on the south veranda
orchid smiles snowy rooftops, towards the field
It is smiling white snow's mean without knowing
and fed up with the scent
The white snow is melting, also conceived a new life
Let's open the window, orchid is dancing
White snow watching them, snow were breathtaking
still in the dark, white Snow's cycle It says orchid
"Thou shalt not knowing my love"
The dance of the clouds, this hill when overshadow
It is up and lean back, sunshine is coming
orchid smiles toward the out the window again
orchid don't know white snow's love
What is white snow's feeling to orchid?
Rainbow and wind, Are there snow's lapel?
뱀의 허물
외진 무덤가 초록수풀 사이로
녀석은 허물을 벗어 놓았다
어디선가 튀어나올 듯한 작은 삼각 대가리
어떤 동물들도 없는 목욕재계(沐浴齋戒)의 상흔(傷痕)은
또 아침이슬을 숨어 마셨으리라
햇볕에 드러나 딱딱하게 남긴 비늘 껍데기
무엇을 써 놓았을까?
그것은 숲의 쓰레기들 중 가장 특이한 효용가치를 지녔다
지네와 거미, 개미들의 재활용품
찰나공격의 전초(前初)를 만들 둥근 또아리와
순간에 찌르고 뱉는 치명적인 독(毒)
녀석은 그렇게 살아야 할까?
들키면 삼각 대가리가 맞아 으깨어진다는 것을 아는
교활한 녀석은 숨어 있다
붉게 펄럭이며 찢어진 깃발처럼
낡은 허물을 남기고
나는 녀석의 불쌍한 이데올로기와 상처들을 본다
때마다 끊임없이 벗어야 하는 허물
그래야 배로 땅바닥을 기며 진보(進步,progress)한다나
뱀은 허물을 벗어야 병이 없다
"허물을 벗어야 병이 없다" 라는 굴레의 허물도 벋어라
측은한 생물이여
The slough of a snake
(Pure spring) Boeng chan, Kwon
Between a grave green bushes
The guy was putting outside the transgressions
A small triangular head seemed starting from their sockets
The guy leave a trace after bathing and drinking morning dew
leaving husks, It is exposed to the sun
what kind of writing is the passage?
He has a relic of the past, that equals to cash
It was centipede, spiders, and ants of recyclables.
They are able to attack with lightening speed and kill animals
no sense getting caught.
They should be stoned to death, because they are in hiding
They gave me evidence
I always remember that their pitiful ideology and scratches
The snake sheds its skin once a year
I saw a snake hissing by on the ground
They yelled with excitement " We are progressivist !"
maby their skin peeled off from the sunburn, they don't have illness
They think it would be disastrous to stop now
"Poor liv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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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푸른 바다에 물들어
산 해 천
30년산 떡갈나무 앞에서
나이를 묻는다?
추풍낙엽 50장이요
회색빛 흐물거리는 가시에 2-3장
톡 톡 다 떨구고
다람쥐가 먹을 도토리가 없다네
한 그루 두 그루 보곤
일 년에 한 그루씩 심지 못했느냐고
1년이 긴 듯 짧게 10년을 먹은 강물
그 위에 뗏목 띄우고라도
연어처럼 거슬러
인어가 된 바다를 간다
한참 푸른 바다 물들이고픈
커다란 배 위에
한 가지 호흡 갈매기 소리 깔깔 거리며
무명옷 투명하게 입고선
질퍽한 항구
50그루 묘목을 나르고
소금 절인 나무를 잘라
푸른 이끼 동여매니
튼튼한 뗏목 지구 반 바퀴 돌아
바르샤바의 인어와 달빛 부서지는 모래를 만지리
자- 나무에게 들려 주는 것
코 앞에 흘러가는 물살이 아닐세
그 물살에 올라
푸른 강을 지나 검푸른 바다에 이르는 것일세
가을에 죽어도 될 낙엽에
말하는 바람 소리로 듣고자
아우성치는 떡갈나무 앞에 서 있음일세
무엇 한 가지라도 들려 줌세
인어 동상을 껴 안으니
푸른 바다에 허전함이 아닐세
어떻든 하늘 위 아래가
꽉 차 있질 않은가?
이제 그곳에 빠져도 좋으리
별 빛 촘촘한 항구에...닻 풀어
누구라도 덤이 가면 더 좋은 바다로 항해를 하네...
가을비에 노란 수표
숨 넘어가네
복식호흡으로 짖어대는
강아지
은행잎 안던 가슴이요
그들은 여름 날
푸른 몸 애무 떨더니
눈에 시리게 털썩 주저 앉소
인공의 숲을 탈출 하고 있소
광폭 컨베이어 벨트에 대량으로 생산 된 제품들이오
세마리 새끼가 인큐베이터에서 잘 놀고 있소
어미는 어디가고 없소
가을비에 불린 노란 날개
병아리 떼가 날리고 있소
털썩 주저 앉는 폭풍
이별이 이별이 이 별 이별하고 있소...
밤 하늘에 하얗게 질린 별들이
붉게 밟히고 소리치고 있소
빨간 신호등 빛이 그들에게 쫒기고 있소
가을비
골드 카트
대량 구매 고객이오
고향 앞으로 머리 돌린
부도난 수표가 나딩굴고 있다오
가을비에 불은 노란 수표만 별같이 날리고
강아지 세마리가 어미 없이 잘 놀고 있소
피라밋 파라오 꼭지에
가을비가 취하고 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