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순절을 맞이하며...
사순(四旬)'은 본디 '사십 일'이라는 뜻으로,
『성경』에서 이 숫자는 중대한 일을 앞두고 이를 준비하는 기간을 상징한다.
모세는 십계명을 받기 전 사십 일 동안 재를 지켰고,
엘리야는 호렙산에 갈 때 사십 일을 걸었다.
예수님께서도 공생활을 시작하시기 전 사십 일 동안 광야에서 단식하시며 유혹을 받으셨다.
이처럼 '사십'이라는 숫자는 하느님을 만나는 데 필요한 정화의 기간을 뜻한다.
파스카 축제를 기쁘게 맞이하려면 이 사순 시기 동안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그래서 이 기간에 희생과 극기의 표징으로 금육과 단식을 실천하며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에 동참한다.
교회는 전통적으로 재의 수요일과 주님 수난 성금요일에
금육과 단식을 함께 지키고 있다.
금육은 만 14세부터 죽을 때까지,
단식은 만 18세부터 만 60세의 전날까지 지켜야 한다.
이러한 희생은 형식적인 것이 아니라 가난한 이웃에 대한 나눔으로
드러나야 하므로 일상생활에서 구체적인 사랑의 나눔으로 완성되어야 한다.
사순 시기 동안 거행하는 전례는 신자들이 파스카 축제를
잘 준비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
이 기간의 미사 때나 말씀 전례에서는 '알렐루야'와 '대영광송'은 바치지 않는다.
그리고 제의의 색깔은 회개와 속죄를 상징하는 보라색이다.
신자들은 '십자가의 길'기도를 자주 바침으로써
예수님께서 겪으신 고난의 길을 함께 걸으며 그 뜻을 새긴다.
성경과 유다인의 전통에서 ‘40’이라는 숫자는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타락하였을 때
40일 동안 비를 내려서 죄인들을 벌하셨고(창세 7장).
또한, 모세는 하느님께 십계명을 받기 위해 40일 동안
시나이 산에서 단식하며 지냈고(탈출 34,28),
엘리야도 호렙 산에서 하느님의 계시를 받기 위해
천사가 주는 음식만으로 40일을 지냈으며(1열왕 19,8).
이스라엘은 이집트를 탈출하고 약속된 땅에 들어가기 위해
광야에서 40 년간 유랑 생활을 했다(탈출 16,35; 민수 14,34).
예수님께서도 공생활을 시작하시기 전 광야에서
40일간 단식과 기도를 하셨고(마르 1,12-13),
승천하시기 전 40일 동안 지상에 머무셨다(사도 1,3).
이처럼 ‘40’이라는 숫자는 성경에서 중대한 사건을 앞두고
‘준비하는 기간’을 상징하며, 참회와 속죄를 하고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
필요한 준비 기간을 상징하는 숫자이다.
‘카니발’(Carnival)은 사순절이 시작되기 전에 하는 축제다.
카니발은 ‘고기’를 말하는 Caro와 ‘잔뜩 배불린다’는 Valens의 합성어로,
사순절이 되면 고기를 마음껏 먹을 수 없기에 미리 먹고 즐기자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힘든 사순절을 시작하면서 더 이상 고기를 먹지 않겠다는 희생을 약속하는 표현이며,
주님의 수난에 동참하기를 고대하는 기다림의 기간이기도 하다.
카니발 축제 기간이 끝나면 교회는 재의 수요일을 시작으로
40일 동안 사순절을 지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