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훈,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에 “아무것도 아닌 일”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논란]기자들에 밝혔다가 급히 사과
더불어민주당 소속 전반기 국방위원회 의원들이 20일 국회에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 의원들이 안보 해악을 감수하고라도 비공개 회의록 공개를 간절히 원한다면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황희, 홍영표, 김민기, 설훈, 김병주 의원. 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가 급하게 사과했다.
설 의원은 20일 민주당 소속 전반기 국회 국방위원회 의원들과 합동 기자회견을 마친 뒤 “윤석열 정부가 바라는 게 무엇인가. 진상 규명이냐 아니면 단순히 정쟁으로 이용해 득이 되는 것이냐”며 “지금 민생이 이렇게 힘든데 아무것도 아닌 내용을 가지고…”라고 했다. 설 의원은 발언 직후 바로 “죄송하다. ‘아무것도 아니다’는 내용은 생략한다”고 황급히 발언을 취소했다.
국민의힘 곽승용 부대변인은 “이달 19일 민주당 우상호 비대위원장이 ‘월북 의사가 있었는지 아닌지가 뭐가 중요한가’라고 망언을 한 것에 이어 설 의원은 ‘아무것도 아닌 일로 이게 무슨 짓이냐’는 망언을 추가로 내놓았다”며 “국민의 생명과 국가 안보를 포기하겠다는 최악의 망언이며, 계속해서 피해자 유족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끔찍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권오혁 기자
피살 공무원 아들, 우상호에 편지 “北소속 의원인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논란]
新색깔론에 “가족 묻어버리는 행동”
유족측 “김종호-이광철-서훈 고발”
유족 “이 방수복 놔두고 헤엄쳐 월북했겠나” 2020년 북측 해상에서 북한군에게 사살된 이대준 씨의 형 이래진 씨가 20일 이 씨가 사망 당시 타고 있던 ‘무궁화10호’의 방수복 사진을 공개했다. 당시 동료 진술 중에는 “월북하려면 방수복을 입고 갔어야 하는데 그냥 두고 갔다”며 월북 가능성을 낮게 보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이래진 씨 페이스북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피해자 이대준 씨(사망 당시 46세)의 아들(19)이 ‘신(新)색깔론’ 발언을 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에게 20일 “대한민국 국회의원이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 소속이 아님을 기억하라”는 자필 편지를 보냈다.
이 씨의 아들은 이날 공개한 A4용지 2장 분량의 편지에서 “월북이란 두 글자로 (우리) 가족은 극단적 선택까지 생각했고 가정이 망가졌다”며 “무슨 자격으로 사과 받았으니 된 거 아니냐는 말을 내뱉나. 대한민국에서 월북이란 단어가 갖는 무게를 안다면 한 가족을 묻어버리는 행동을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전날 우 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사건을 쟁점화하는 것이 “신색깔론”이라며 “금강산 관광을 갔던 박왕자 씨가 피살됐을 때 (이명박) 정권이 북한으로부터 사과를 받았느냐”라며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은 북한으로부터 사과를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이 씨 아들은 “김정은 위원장이 제 가족에게 사과했나. 조선중앙통신에서 모든 책임이 남쪽에 있다고 했는데 이것이 북한을 굴복시킨 건가”라고 되물었다. 우 위원장은 편지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 씨 유족 측은 김종호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22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이에 이 전 비서관은 SNS를 통해 “해경 수사에 개입한 바 없다”고 해명했다. 이 씨의 형 이래진 씨(56)는 “김홍희 당시 해양경찰청장, 윤성현 당시 해경 수사정보국장도 추가 고발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승우 기자
‘월북 판단’ 브리핑했던 해경 간부 “지휘부 검토 거친 문안 발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논란]
윤성현 당시 본청 수사정보국장
“지휘부, 수사자료 바탕 몇번 검토”
서해에서 피살된 공무원 이대준 씨(사망 당시 46세)가 자진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던 윤성현 전 해양경찰청 수사정보국장(현 남해지방해양경찰청장·사진)이 20일 당시 발표문에 대해 “지휘부 검토를 거쳐 작성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 청장은 이날 오전 부산 동구 청사로 출근하던 중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해경 수사관 3명이 확인한 국방부 자료와 해경 수사팀의 수사 자료를 바탕으로 해경 지휘부가 몇 번의 검토를 거쳐서 작성된 발표 문안을 브리퍼(발표자)로 지정된 제가 국민들께 나름대로 성실하게 답변을 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지휘부 등으로 책임을 미루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다.
윤 청장은 이 씨가 서해에서 북한군에게 피살된 지 일주일 만인 2020년 9월 29일 “실종자(이 씨)가 월북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건 이틀 후 첫 브리핑은 관할 서장인 신동삼 인천해양경찰서장이 했지만 중간수사 결과 발표는 윤 청장이 맡았다.
윤 청장은 현 정부 들어 해경의 최종 수사 결과가 월북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바뀐 것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사적 의견을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 씨가 월북했다고 하기엔 근거가 부족했던 것 아니었느냐’는 취지의 질문에는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에 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으며 청와대 등 윗선의 개입 여부 등에 대해선 “여기서 그냥…”이라고만 답한 뒤 집무실로 향했다.
반면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날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중간 수사 발표 당시 발표 문안을 윤 청장이 당시 이끌었던 해경 본청 수사정보국이 작성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해경 본청과 인천해양경찰서 등을 압수수색하며 관련 자료를 확보했으며, 윤 청장과 당시 수사정보국 직원 등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경찰 조사 결과 수사정보국 직원 가운데 ‘상부의 지시를 받아 발표문을 작성했다’고 진술한 직원은 없었다고 한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윤 청장이 이끌던 본청 수사정보국이 북한군 간 교신 감청 내용 등 군의 특수정보(SI)를 확인해 발표 문안을 작성했고,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 등 해경 지휘부가 여러 차례 검토한 뒤 윤 청장이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자진 월북으로 단정하는 듯한 발표를 누가 주도했는지, 그 과정에서 청와대의 개입이 있었는지 등은 감사원 조사와 검찰 수사 등을 거쳐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부산=김화영 기자, 인천=공승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