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하늘이 깜깜해졌습니다.
아직 초여름인데도 밤바람은 여전히 쌀쌀하네요.
저는 ‘천국’으로 가는 길을 걷고 있습니다.
바보같이 헤실헤실 웃으며 걸어가고 있어요.
지나가는 사람들이 힐끔 쳐다보고 지나갈 법도 하지만
별로 신경 쓰진 않습니다. 왜냐고요?
바로 제 인생의 단 한 번뿐일 프러포즈를 하러 가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긴장되고 떨리지만 기분은 날아갈 것 같이 좋습니다.
가벼운 발걸음과 함께 제 손에 쥐어진 그녀의 탄생석 반지케이스와 편지가 흔들립니다.
정장과 함께 스카이라운지에서 야경을 바라보며
멋지게 프러포즈를 하고 싶지만, 너무 흔하고 형식적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단미에게 할 프러포즈는 더 초라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버지는 어떻게 하든 마음이 중요하다고 했지만,
평범한 반지와 편지를 건네주면서 결혼하자고 할 저를 그녀가 좋아할까요?
단미의 집 앞으로 45 발걸음 정도 남은 것 같습니다.
한 걸음씩 내딛으면서 그녀와의 지난 추억을 생각합니다.
한 걸음, 단미가 아르바이트 하던 카페에서
모닝커피를 마시던 내 바지에 실수로 물을 쏟아 부었던 일.
얼굴에 매우 당황한 기색을 담고 몇 번이고 죄송하다는 말을 되풀이 했던 여자.
세 걸음, 100일 날, 내 이름과 사랑한다는 말을
A4 용지에 빽빽이 채워 코팅한 것을 환한 웃음과 함께 건내주던 여자.
여섯 걸음, 100일이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날 첫 키스 후에 수줍게 얼굴을 붉히며
달콤했다는 민망한 말을 용기있게 꺼내어 내 기분을 황홀하게 만들어 주었던 여자.
여덟 걸음, 우리 집 마당에서 같이 커다란 대야 안에서 거품을 내고
함께 이불을 밟으며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숨김없이 털어놓던 여자.
열한 번째 걸음, 공포 영화를 같이 보던 날, 무서웠지만 내색하긴 싫던지,
서로 깍지 낀 손에 무서운 장면이 나올 때마다 꽉 힘을 주던 일.
나중에 무서웠지만 나와 같이 있던 시간이 좋아서
그냥 보고 있었다고 솔직하게 말해 더욱더 사랑하게 하였던 여자.
열다섯 번째 걸음, 군 입대 전날 기다리기 힘들면 고무신 거꾸로 신으라는
내 말에 그게 무슨 소리냐며 큰 소리로 화를 내던 여자.
그리고 3년이 조금 안 되는 긴 시간 동안
다른 남자 한번 안 쳐다보고 끝까지 날 기다렸던 여자.
스무 번째 걸음, 그녀에게 달라붙는 스토커 같던 녀석을 떼어낸 후
왜 예쁘게 태어나서 꼬이는 놈이 많냐는 식의 어이없는 질문을 던지며
투덜거리던 나를 꼭 안아주며 사랑한다고 말해주던 여자.
그녀와의 일을 생각하니 너무나도 절실하게 그녀 생각이 납니다.
제 발걸음이 점점 빨라졌습니다.
사랑스런 여자라는 뜻을 담은 그녀의 이름 단미처럼 내게 너무 사랑스러운 여자.
친한 친구들도 정색하던 내 요리를 맛있게 먹어준 여자.
뼈 속까지 나를 믿는다며 순결, 첫경험을 내주었던 여자.
회사 면접날, 키스해 주면서 잘 할 수 있다고 용기를 불어넣어 주던 여자.
중소기업에 합격한 날 보며 내가 너무 자랑스럽다고 하며
이제 내게 시집갈 수 있겠다고 말해 준 여자.
그녀의 집 앞에 도착하면 초인종을 누르지 않고 큰소리로 이름을 부를 겁니다.
그녀는 급히 문을 열고 문 앞에 서 있는 나를 바라볼 거고요,
캐주얼 정장 차림에 편지와 반지케이스를 들고 있는 남자를 보며 눈을 크게 뜰 겁니다.
그러면 나는 말할 거예요.
[나와 결혼해 줄래?]
평생 지켜주고 싶은 여자.
내 삶의 전부인 여자.
지금 간절히 보고 싶은 여자.
내가 가장 사랑하는 여자.
정단미.
42…. 43…. 44……. 45!
"단미야!!!"
Will you marry me? / 쑥물빛
안녕하세요, 쑥물빛 입니다. 처음 보는 닉네임이죠?
반갑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처음 올리는 단편소설 입니다.
프러포즈를 하러 정단미라는 여자친구의 집으로 가는 한 남자의 심정을 표현하려
키보드에 손을 올렸을 뿐인데, 너무 질질 끌고 쓸데 없는 내용이 많은 것 같네요.
혹시 맞춤법이라던가, 띄어쓰기가 잘못 되어 있다면 즉시 리플 달아주시고요,
지적, 충고에 귀 기울이겠습니다.
오늘도 좋은하루 되세요.
카페 게시글
인소닷단편소설
[단편]
[쑥물빛] Will you marry me?
쑥물빛
추천 0
조회 256
06.05.15 12:22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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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동적이면서도 귀여워요. 헷헷, 프러포즈를 잘하기를
첫소설의 첫코멘 은랑님, 당신을 영원히 기억할겁니다. (감동) 감사드려요.
ㅎㅎ.....정말 재미있었어요~정말 잘보고가요...
지루하다고 느낄 수 있는 소설을 재밌었다고 말씀해 주시다니 감사드릴 따름입니다.
제목이 .. 참 맘에 드네요 ;ㅅ;
우에, 제목만요? <-
우와~ 멋진 소설 이네요!!
방그리님 말에 방글방글 웃고있는 물빛 <- 개그라고 하는건지
심리묘사가 참 잘되있는 소설입니다!+ _ + 특이하고 재밌네요! 그리고 남자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요~! 다음에 쓰시는것도 기대할게요!
그대로 전해지다니, 그게 제가 바랬던 소설의 목적입니다. 잘 전달 되어 너무 기뻐요. 항상 노력하는 쑥물빛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