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가끔 당황스러울 만큼 황당한 순간에 눈물이 쏟아질때가 있다. 주로 뉴스를 보다가 울때가 그런데, 생각해 보면 분명 슬픈 장면이긴한데도 뉴스라는 매체의 특성상 넌 슬프면 안된다고, 나는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었나보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뉴스를 보다 가장 많이 울었던 날이 대구 지하철 참사를 내보낼 때였다. 그때의 슬픔의 대부분은 당황이라는 감정 때문이었다. 도대체 저건 뭐지? 그 다음으로 많이 울었던 날이 불과 몇 개월전 있었던 대대적인 가축 살처분 현장을 보면서였던 것 같다. 살처분이라는 말만 잔뜩 들었지 그 장면을 상상하진 못했었겠지. 그 과정이 어마어마한 구덩이에 어마무식한 방법으로 돼지들을 밀어넣어 그대로 묻어버리는 것이었다는 걸, 뉴스를 보면서 알았을 때, 그게 청정지역이라는 이미지 유지 때문이라는 둥 뭐라는 둥 그런 이기적인 이유들을 다 무시하고도, 참, 허무했다. 도살장에 가는 건 한낱 미물들도 다 안다는데, 그 구덩이를 향해 걸어가는 돼지들의 엉덩이는, 구덩이 직전에 서 있는 한 두마리의 엉덩이를 제외하고는, 모두 무서울 정도로 일상적이게, 그리고 너무 깜찍하게 씰룩거렸다. 그래서 더 어이가 없었다. 갑자기 고양이를 10층에서 떨어뜨렸다고 동물학대니, 강아지를 세탁기에 넣었다고 동물학대니 떠들어댔던 이야기들조차 너무 가식적으로 보였다. 과연 그 잣대는 무엇일까. 하지만 그러고도 나는 돼지고기를 먹었다. 6개월도 더 된 식단이 기억날 턱이 없겠지만, 안 먹었을리가 없다. 구운 삽겹살이니 갈매기살이니 하는 건 자주 먹진 않았었지만, 햄이 든 핫도그도 먹었고, 젤라틴이 들어간 뭔가도 먹었다. 할인쿠폰을 들고 신나서 간 세븐스프링스에서 호주산 스테이크도 썰었고, 아침엔 베이컨을 구워 계란과 먹었다. 살라미도 먹었고, 장조림도 먹었고, 쌀국수도 먹었고, 짬뽕도 먹었다. 피자도 먹었고, 카레도 먹었고, 동그랑땡도 먹었고, 만두도 먹었다. 다시 한 번 드는 생각이지만, 채식주의자는 이 많은 분류를 다 해내려면 얼마나 똑똑해야 하는 걸까. 확실히 나에게 귀여운 새끼돼지랑 맛있는 고기는 동일한 존재가 아니었다. 고기를 먹을까 말까 고민하면서도 내 머리 속에 떠오른 건, 사람에겐 전염도 안 된다는데 웬 난리 부루스야, 했던 거지, 아, 고기를 먹는 다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건아니었으니까. 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 멜라니 조이, 노순옥 옮김 2011년 2월 15일, 모멘토 사실 이 책의 표지가 마음에 들었다. 덩달아 디자이너님도 좋아하게 되었다. 제목도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직역인데도 그렇다는 것이 더 마음에 들었다. 한편, 책을 읽고나니 알 수 없는 의문이 스물스물 기어오른다. 제목이 주는 호기심을 이 책은 과연 충족시켰던가. 이건 물론 개취개인의취향이거나 개판개인의판단이겠지만 '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 그러니까 왜 우리는 동물을 쭈욱 다른 기준으로 보고 있었을까요? 도대체 우리의 머릿 속엔 왜 그런 생각이 자리 잡았을까요?' 정도로 말할 수 있는 이 책의 내용을 '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라는 제목이 왜곡하는 바가 나에게는 너무 컸다. 상상했던 몇 가지 처럼, 이런 문화의 기원을 더듬어 역사적으로 설명한 것도 아니었고, 사람들의 속을 들여다 본 진화 심리학 같은 것을 말한 것도 아니었다. 무엇보다 육식주의CARNISM라는 무시무시한 단어를 들이밀 때 눈치챈 저자의 의도, 그러니까 객관적으로 이야기 하며 '판단은 니들이 해'보다는 '이래도 먹겠니?'하는 이야기들은 솔직히 좀 힘들다. 근데 애초에 이 문제는 그러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 예로 들 수 밖에 없었던 도살 과정에 대한 이야기 같은 것들이 결코 미화될 수도, 그보다 덜 역겨울 수도 없었을 테니까 말이다. 정말 이 책을 읽고 돼지고기를 먹게 된 어제 저녁에 난 의식적으로 한 점을 입 속에 집어넣으면서 그 어느때보다 까칠하고 묘한 고기맛을 느꼈다. 더불어 다시 젓가락이 가지 않는 이상한 경험도 했다. 일시적이고 말테지만. 본격적으로 적나라한 이야기들을 시작하는 장을 인용하면 핫도그를 먹으면서 모니터를 쳐다보다 갑자기 토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아서 대신 보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구절을 인용.
그러나, 너무나 일상적인 육식의 습관을 다짜고짜 버려야 한다고 하는 주장이라는 느낌, 책을 덮고도 찝찝한 마음이 남아 있는 이유일까. 그래서 책장을 둘러보다 이 책이 눈에 띄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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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가 내 덕행으론 받기가 부끄럽네 이 몸을 지키는 약으로 알아 도업을 이루고자 이 공양을 받습니다 스님들 공양게송입니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해야하는 시절이라곤 하지만 무상급식가지고 시장자리를 걸고 있는 시절이기도 합니다 스님들께서 공양하는 마음으로 식품을 생각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