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성술 강사 임 지혜
칼 융박사는 대극의 합일을 전체성을 이루는 길로써 설명했습니다. 또한 그것이 남으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나로 들어가는 길, 즉 개성화 과정을 이루는 길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우리가 점성술에서 대극을 가장 잘 체험할 수 있는 하우스가 바로 결혼의 하우스인 7번 하우스입니다. 그리고 그 반대편엔 바로 내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네츄럴 7번 하우스의 싸인인 리브라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까요? 리브라는 천칭입니다. 리브라가 법을 의미할 때 천칭은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져서는 안 됩니다. 이것은 리브라가 주장하는 법의 정신입니다. 과하지도 않고 덜하지도 않고 똑 같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평등이나 중도에 비교할 수도 있습니다.
사실 그리스 이집트 신화 속 죽음의 신 아누비스는 사람이 죽었을 때 그 죄의 무게를 재는 신입니다. 그는 법관 신 앞에서 죽은 자의 심장과 깃털의 무게를 함꼐 잽니다. 심장이 깃털보다 무겁다면 악어의 머리와 사자의 몸을 지닌 아뮤트에게 잡아먹히는 형벌을 당하게 됩니다. 그런데 리브라가 상징하는 천칭으로 어떻게 죄의 무게를 잴 수 있을까요? 유니버설 웨이트 타로카드 11번 정의카드의 사랑은 바로 법과 같은 사랑입니다. 11번 카드의 연인은 받은 만큼 주는 사랑을 합니다. 정확히 똑같이 나누는 관계 속에서는 사랑보다 냉기가 느껴질 것 같습니다.
이런 사랑을 다루는 어떤 중국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릅니다. 한 여자가 부유하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남자와 결혼을 했습니다. 신혼 여행이 끝나고 그 여성은 이제부터 자신의 삶이 화려한 비단길인 줄 알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여성의 남편은 정말로 공정한 사람이었습니다. 그 남자는 모든 것을 똑 같이 반으로 나누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둘 만의 공간에는 모든 것이 두 가지로 존재합니다. 냉장고도 두 개, 침대도 두 개, 절대로 상대방의 공간을 넘어서서는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아마도 주인공 여성은 솜 같은 심장을 가진 가냘픈 여성이었기 때문에, 별다른 저항 없이 그러한 생활 공간 속에서 점점 미쳐갑니다. 결국 결혼 생활에서 탈출하고 나중에 자신의 이야기를 사람들 앞에서 하게 됩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고 사람들이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자체가 그녀의 치료과정이었습니다.
사실 법의 천칭은 좀 다르게 적용되는 것 같습니다. 법에서는 매우 특별한 예외의 경우가 아니라면, 모든 것이 예스와 노로 진행됩니다. 그러나 실제 법에서는 죽음의 신 아누비스가 했던 것처럼 심장의 무게를 재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때로는 법이 불공평하게 적용되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이는 바로 법에 물의 기운이 들어갈 공간을 찾기 힘들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물의 기운이 없다면 너무 냉정한 예스와 노의 판단으로 법의 판단이 진행될 것입니다.
이처럼 천칭으로 정확한 무게를 잰다는 것은 사실 부적절함으로, 리브라는 너무 깊이를 가져서는 안됩니다. 물론 정확한 비율은 바로 리브라가 추구하는 가치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리브라의 미는 비율의 미일뿐, 깊이의 미가 되지 못합니다. 그 비율은 합미적이어야 합니다. 흔히 황금 비율이라고 하죠. 중요한 것은 리브라가 아름다움을 사랑하기는 하지만 그 아름다움이 내면의 아름다움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중도를 선택한다는 견지에서 리브라는 매우 쿨한 싸인입니다. 그래서 기회주의자라는 오해를 받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리브라가 그럴 수 밖에 없는데는 그 나름의 고뇌가 있습니다. 즉 리브라가 추구하는 합미성에는 합선성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여기서 리브라의 모순이 생기는 것입니다. 중도가 아니라면, 음과 양 그 누구에게 과연 선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양가적인 음양의 변화성을 어떻게 한정지을 수 있을까요? 이것이 바로 리브라의 고뇌입니다. 리브라의 정확성은 더욱 더 그를 장막의 뒤까지 들여다 보게 하지는 않습니다. 스콜피오가 수면 아래 진실을 밝혀내려는 것과는 다르게 리브라는 장막 뒤의 진실에 관해서 별다른 관심이 없습니다. 그래서 리브라는 상대의 외면적인 모습에 쉽게 혹합니다. 또한 사랑에도 쉽게 빠집니다. 그리고 아름다움을 최고선으로 생각하는 리브라가 좀처럼 얼굴을 찌푸려서 상대에게 불쾌함을 주는 일도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