끓고 있는 뉴욕, 맨해튼의 타임스퀘어 광장.
현란한 네온 불빛과, 각양각색의 인종, 그들의 언어, 몸짓, 더운 공기 사이로 지나가는 한 줄기 바람, 그곳에 음악이 있었다.
페루와 브라질에서 왔다는 두 사람, 거리의 악사.
키가 서로 다른, 가는 대나무를 여러 개 아래 위 두 줄로 붙여서 입으로 부는 악기, "쌈빠니아"
그것을, 혼신의 힘을 다해 불어대는 페루인 악사! 땅잘막한 체격에 눈은 굵고, 등을 타고 젖어 흐르는 땀, 지나가는 행인들은 걸음을 멈추고, 그의 연주에 박수를, 혹은 1블짜리 지폐 한 장을, 또 더러는 15불을 내고 그들이 스스로 제작한 cd를 사서 돌아 선다.
한 브라질 여인은 악수를 청하며 향수를 달래고, 애조 띈 음률에 섞여 흐르는 한 줄기 소슬한 바람같은 피리소리.
가슴을 적시며 흐르는 그리움, 그들의 cd 한 장을 사들고 나는 아들의 얼굴을 훔쳐본다. 이렇게 간간이나마 만날 수 있다는 건 축복이다.
또 다시 헤어져 있을 많은 날들의 아쉬움을 생각하며, 그리고 그 아쉬움을 달랠 한 장의 cd와, 그 cd 한 올 한 올의 줄이 돌아가며 풀릴 때마다, 그것이 풀어 낼 애조 띈 음률을 보석처럼 소중히 간직하며 돌아서는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