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4일 토요일 맑음. 마케도니아는 그리스, 세르비아, 불가리아, 알바니아 등의 국경과 접해있고, 그리스 정교와 이슬람교가 융합되어 이루어진 흥미롭고 독특한 문화를 지닌 나라다. 스쳐가면서 가볍게 한번 볼 수밖에 없음이 좀 아쉽다. 중세 수도원들, 오래된 터키시장, 그리스 정교회 성당, 최신의 상가 등이 있고, 귀여운 동상들이, 테레사 수녀와 커다란 십자가가 있는 스코피예, 정말 멋진 호수 오흐리드가 있는 나라다. 백파이프의 저음소리, 터키 식 다진 고기구이, 발칸 부레크(치즈와 고기 파이) 등이 있다. 생각보다 녹지와 높은 산이 많은 나라다. 사람들은 친절하고 여행객들에게 호의적인 나라다. 지독하게 가난했던 나라, 분쟁이 잦은 나라, 하루빨리 정치적 안정을 찾아 부흥하기를 바래본다. 공식적인 이름 마케도니아 구 유고슬라비아 공화국(The Former Yugoslav Republic of Macedonia. 줄여서 FYROM)이라는 이름도 빨리 탈출했으면 좋겠다.
우리 차도 마케도니아를 탈출하려고 깊은 밤을 까맣게 달려간다. 창밖은 어둡다. 길은 썩 좋은 편이 아니다.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고 고속도로에 들어서서 신나게 달린다. 출입국 사무소에서 차가 멈췄다. 여권을 모두 걷어가서 기사가 일괄 처리 하여 국경을 넘어 그리스 지역에 주차했다. 대형버스가 넘어오길 기다린다. 춥다. 날이 샌다. 파랗게 날이 샌다. 다시 버스는 달리기 시작한다. 깜박 잠이 들었다가 깨보니 날이 훤하다. 아침 6시 30분에 큰 길에 차가 멈췄다. 그리스의 데살로니키란다. 오른쪽에 둥근 체육관 같은 건물이 버스 터미널이란다. 우리는 서둘러 내려 가방을 메고 걸어갔다. 원래 이번 여행에서 그리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메테오라의 수도원을 보고 싶기는 했지만 일정이 부족하여 망설임을 반복하다가 일단 넣었다. 다행히도 일정대로 계획이 진행되어 그리스를 방문하게 되었다. 그리스 때문에 여행을 시계방향으로 돌려고 했다가 반시계방향으로 잡은 것이다. 책상 앞에 붙여놓은 사진(메테오라)을 꼭 보고 싶었다. 터미널에 들어서니 생각보다 규모도 크고 사람도 많고, 특히 식당이 많고 메뉴도 풍성해서 기분이 좋았다. 메뉴가 다양하면 뭐하냐! 돈이 없는 걸........ ATM 기계에서 돈을 빼려고 했으나 기계 3대가 모두 작동이 안 된다. 할 수없이 아내를 터미널에 세워두고 큰 길로 향했다. 큰 길에는 은행이나 슈퍼가 있고 거기에 ATM 기계가 있을 것 같았다. 큰길에 들어서니 길이 두 개의 방향으로 열려있는데, 어느 길로 가야할지 난감했다. 벌써 태양은 뜨겁다. 촛불이 켜있는 작은 집 모양 상자가 있는 방향으로 걸었다. 한참을 걸어도 ATM 기계가 보이지 않았다. 대형 슈퍼를 찾았는데도 없다. 은행은 토요일이라 문이 닫혀있고 기계도 보이지 않았다. 나올 때까지 걸었다. 아마 2km 정도 걸었던 것 같다. 땀에 옷이 흠뻑 젖었다. 큰 건물 아래에서 ATM 기계를 발견했다. 정말 반가웠다. 다시는 기계에서 돈을 찾지 않으려고 500유로를 뽑았다. 돈을 손에 쥐니 찬송이 절로 흘러나왔다. 터미널에 돌아와서 아내를 만나니 더욱 반갑다. 칼람바카 행 버스를 알아보니 오전에 하나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버렸다. 그 다음차가 12시에 출발한단다. 표를 끊어놓고 가방을 뒤져 계란과 사과로 아침을 먹었다. 피곤하다. 그러나 긴장이 되니 견딜 만 했다. 터미널은 데살로니키 외곽에 있어 시내와 거리가 멀었다. 규모가 커서 그리스 전역으로 연결되는 도로망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 장충체육관 모양과 비슷하다. 터미널에서 오전시간을 보낸다. 식당도 기웃거리고, 시내버스 타는 곳에도 가보고, 밖으로 나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내는 무척 피곤한지 얼굴에 표정이 없다. 12시에 버스에 올랐다. 에어컨이 시원하게 나오는 대형버스다(두당 18유로). 트리칼라를 경유해서 칼람바카 로 가는 버스다. 차를 타니 졸린다. 눈을 떠보니 시골길을 달린다. 내륙을 달려간다. 메마른 여름이라 건조하고 들판은 바싹 말라 누런색이다. 모래 먼지가 날리는 황량한 벌판이 인상적이다. 2시간 정도를 달렸다. 트리칼라 란다. 모두 내린다. 칼람바카는 여기서 또 갈아타야 한단다. 칼람바카 행 버스는 16시 15분에 있단다. 여기 시계는 오후 3시다. 좀 이상하다. 내 시계가 죽었나보다. 시계를 다시 맞춰 놓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데살로니키에서 트리칼라 행 버스를 탈 걸 그랬다. 트리칼라 행은 거의 한 시간에 한 대 꼴로 있는데.........할 수 없이 트리칼라에서 좀 쉬어야했다. 트리칼라는 인구 약 4만 명이 사는 그리스 내륙도시다. 도심 중앙에는 개울 같은 작은 강 리테오스 강이 흐르는데, 이강은 피니오스 강의 지류 중에 하나다. 이곳에는 곡물, 면화, 담배 등의 시장이 있고 목장 경영에 적극적이며 토지개량공사도 행해지고 있는 활기찬 곳이다. 시가지는 사방 1km의 작은 규모다. 이곳 터미널은 외곽에 새로 만들어진 신축건물이다. 이용객의 인구에 비해 규모가 너무 크다. 온도계는 현재 기온이 영상 38도를 나타내고 있다. 엄청 뜨겁고 건조하며 태양빛이 강하다. 터미널 앞 농가에는 석류와 포도가 탐스럽게 익어 가고 있다. 당도가 무척 달 것 같다. 이 도시에는 비잔틴 시대에 만들어진 요새도 있고 오래된 교회도 많다. 특이한 것은 어느 교회나 입구는 서쪽에, 제단은 동쪽을 향해 있다. 대부분 교회가 이 원칙을 따르고 있어서 구름 낀 날 방향이 정확하지 않을 때 교회 건물이 나침반 역할을 한다. 칼람바카 행 버스가 도착했다. 16시 15분에 출발하여 도심을 지난다. 도시는 깨끗한데, 더위 때문인지 사람들이 보이지 않아 좀 어색해 보인다. 버스는 이 곳 저곳을 서더니 드디어 칼람바카에 도착했다. 칼람바카의 첫인상은 놀라움이다. 거대한 바위가 병풍처럼 마을을 감싸고 있다. 칼람바카는 인구 약 15000명의 작은 마을이다. 경사지에 지어진 집들이 이어진다. 고대에는 에기니온이라고 불리다 비잔틴 시대에는 스타키라고 불렸다. 19세기 초에 칼람바카로 불리게 되었다. 지금은 메테오라 관광의 거점이 되는 마을이다. 메테오라는 숙소가 없기 때문에 이곳에서 숙소를 마련해야 한다. 일단 우리도 숙소를 얻기로 했다. 오후 5시에 버스에서 내리니 삐끼 아주머니가 숙소를 소개한다. 가격도 적당하고 피곤해서 그냥 따라가기로 했다. 토티스 호텔이다. 좀 오래되 보이지만 그런대로 묵을 만 했다. 전구에 불이 들어오지 않아서 방은 좀 더 좋은 곳으로 바뀌었다. 시내를 둘러보러나갔다. 먼저 11세기의 비잔틴 교회를 찾아갔다. 뜨거워 걷기 힘들지만 호기심이 더위를 이긴다. 바위산 기슭 부근이라 좀 올라간다. 이 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다. 토요일이라 저녁기도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자 손에 무엇을 든 여인들이 서 너 명 올라가고 차로 오는 사람도 있다. 코리바(말린 포도, 호두, 계피가 들어있는 과자 종류)와 쿠키 등의 공양물이란다. 좀 더 올라가니 산으로 가는 길이 나온다. 내일 이리로 내려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시 돌아 걸어서 내려온다. 마을의 모습이 한눈에 보인다. 지붕은 모두 모양은 다르지만 색깔은 주황색이다. 벽은 모두 흰색이다. 마을은 조용한데, 놀이터에서 꼬마 4명이 빙빙을 타고 있다. 걸어서 내려가 버스정류장까지 왔다. 이 길이 이곳 메인도로인 트리칼론 거리다. 작은 분수가 있고 여러 갈래의 길로 나눠지는 광장이 시청광장이다. 센트럴 광장으로 가다가 한국인 여행객을 만났다. 모녀간에 여행을 왔는데, 아테네에서 왔단다. 택시를 대절해서 메테오라를 둘러보았단다. 아래에 큰 슈퍼 까르프가 있단다. 함께 걸어가 슈퍼에 들어가니 시원하고 물건도 많다. 슈퍼에는 물이 0.3유로인데, 시내는 1유로다. 포도와 쥬스를 샀다. 저녁식사로 거리에서 케밥 2개를 샀다. 주말이라서인지 가게 문이 많이 닫혀있다. 숙소가 3층에서 4층으로 바뀌었다. 베란다에 나가면 멀리 놀라운 바위들이 하늘가득 서있다. 끝 바위 위에는 작은 수도원이 보인다. 얼마나 걱정하며 고민한 장소인가? 내가 여기 서있다는 것이 꿈만 같다. 정말 복 받은 사람, 특별한 사람임을 생각하면 가슴이 복받쳐온다. 머릿속에서 상상만 하던 메테오라를 눈앞에 두고 있으려니 너무 설렌다. 날씨가 무척 더워 걸어서는 보기 힘들다는 먼저 만난 여행자의 충고도 있었지만 우리는 그냥 걸어서 돌아보기로 했다. 어제밤 잠도 못자고 마케도니아에서 밤새 달려온 탓인지 피곤하다. 아내와 케밥과 포도, 쥬스로 저녁을 해결했다. 일찍 잠이 들었다. 까맣게 꿈속으로 떨어지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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