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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am the bone of my sword.
몸은 검으로 되어 있다.
Steel is my body, and fire is my blood.
피는 철이며 마음은 유리.
I have created over a thousand blades.
수많은 전장을 넘어서도 불패.
Unknown to Death.
단 한 번도 패주는 없고,
Nor known to Life.
단 한 번도 이해 받지 못한다.
Have withstood pain to create many weapons.
그 자는 항상 홀로 검의 언덕에서 승리에 취하고.
Yet, those hands will never hold anything.
그러므로, 생애에 의미는 없으니.
So as I pray, unlimited blade works.
그 몸은, 틀림없이 검으로 되어 있었다.
정신이 들자, 불타 버린 허허벌판에 있었다.
큰 불이 난 거겠지.
낯익은 거리는 온통 폐허로 변해 있어서, 영화에서 보는 전쟁터 같았다.
그것도, 길게는 이어지지 않았다.
날이 밝을 무렵, 불의 기세는 약해졌다.
그렇게나 높았던 불의 벽은 낮아지고, 건물은 대부분이 무너졌다.
……그 속에서,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자신 뿐, 이라는 것은 이상한 기분이었다.
이 주변에서, 살아있는 것은 자신 뿐.
대단히 운이 좋았던 건지, 그렇지 않으면 운 좋은 곳에 집이 세워져 있었던 건지.
어느 쪽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자신만이 살아있었다.
살아남은 이상 살아가야 한다, 하고 생각했다.
언제까지고 여기에 있으면 위험하니까, 라고 생각하며, 정처 없이 걸었다.
주위에 굴러다니고 있는 사람들처럼, 새카맣게 타 버리는 게 싫었던 게 아니다.
……분명히, 저렇게는 되고 싶지 않다, 라는 마음보다.
더 강한 마음으로, 마음이 묶여 있었기 때문이겠지.
그래도, 희망 따위 가지지 않았다.
지금까지 살아있는 것이 이상할 정도였으니, 이대로 살아날 거라고 생각되지 않았다.
아마도 살아나지 못한다.
무슨 짓을 해도, 이 붉은 세계에서는 나갈 수 없겠지.
어린 아이가 그렇게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그것은, 절대적인 지옥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쓰러졌다.
산소가 없었던 건지, 산소를 빨아들일 기능을 이미 잃고 있었던 건지.
어쨌든 쓰러져서, 흐려지기 시작한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주위에는 새카맣게 타서, 상당히 줄어들어 버린 사람들의 모습이 있다.
어두운 구름은 하늘을 덮어, 곧 비가 내린다고 가르쳐 주었다.
……그렇다면 됐다. 비가 내리면 불도 꺼진다.
마지막으로, 깊게 숨을 내뱉고, 비구름을 올려다 봤다.
숨도 쉴 수 없으면서, 그저, 답답하구나, 라고.
이제 그런 말로조차 불평할 수 없는 사람들 대신에, 솔직한 마음을 입에 담았다.
그것이 10년 전 이야기다.
그 뒤, 나는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몸은 그렇게 살아남았다.
하지만 다른 부분은 새카맣게 되어, 전부 다 타 없어져 버렸다고 생각한다.
양친이라던가 집이라던가, 그런 것들이 없어져 버리면, 작은 아이에게는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몸 이외에는 제로가 됐다.
요약하면 간단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즉, 몸을 살아남게 하는 대가로.
마음 쪽이, 죽은 것이다
?꿈을 꾸고 있다.
「읏」
처음으로 맞은 하얀 빛에 눈을 가늘게 떴다.
눈부시다, 라고 생각했다.
눈을 떠서 빛이 눈에 들어온 것뿐이었지만, 그런 상황에 익숙하지 않았다.
분명 눈부시다라는 것이 무엇인지, 애초에 알고 있지 못했던 것이다.
「아에?」
눈이 익숙해지자 놀랐다.
본 적도 없는 방에서, 본 적도 없는 침대에 누워 있었다.
거기에는 진심으로 놀랐지만, 그 방은 하얗고, 청정한 분위기라서 안심할 수 있었다.
「……어딜까, 여기」
멍하니 주위를 본다.
방은 넓고, 침대가 몇 개나 늘어서 있다.
어느 침대에도 사람이 있고, 모두 상처를 입고 있는 듯 했다.
다만, 이 방에 불길한 그림자는 없다.
상처를 입고 있는 사람들은, 이미 살아난 사람들이다.
「——————」
긴장이 풀려서, 멍하니 시선이 허공에 떠돈다.
창 밖.
활짝 갠 푸른 하늘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 뒤로 며칠인가 지나서, 드디어 일이 어떻게 되었는지 이해했다.
이 며칠 동안 무엇이 있었는지 문제없이 생각해 낼 수 있었다.
그래도, 이 때의 자신은 막 태어난 갓난아기나 다름 없었다.
그것은 농담이 아니라, 상당히 진실에 가깝다.
어쨌든, 지독한 불이었다.
불 난 곳에서 구조돼서, 정신이 드니 병실에 있고, 양친은 사라졌고, 온몸은 붕대투성이.
상황은 알 수 없었지만, 자신이 외톨이가 되었구나, 라는 것만은 막연히 알았다.
납득하는 건 빨랐다고 생각한다.
……에, 주위에는 비슷한 아이들밖에 없었으니,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던 것뿐이지만.
그래서, 그 뒤.
어린 마음에 이제부터 어떻게 되는 걸까, 하고 불안하게 느끼고 있을 때, 그 사람은 불쑥 찾아왔다.
붕대를 풀고 혼자서 밥을 먹을 수 있게 된 날에, 그 남자는 찾아왔다.
몹시 구겨진 양복에 부시시한 머리.
병원 의사 선생님보다 아주 약간 젊어 보이는 그 사람은, 아버지라기보다는 형 같은 느낌이었다.
「안녕. 네가 시로구나」
하얀 햇살에 녹아 드는 듯한 웃음.
그것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수상쩍으면서, 엄청나게 다정한 목소리였다고 생각한다.
「솔직하게 물어보는 건데. 고아원에 맡겨지는 거랑, 처음 만난 아저씨네 집에 양자로 가는 거, 넌 어느 쪽이 좋니」
그 남자는 자신을 양자로 받아도 좋다, 라고 한다.
친척인 거냐, 라고 물어보자, 틀림없이 아무 관계도 없는 생판 남이야, 라고 대답했다.
……그는, 좌우간 출세 못할 것 같은, 믿음직스럽지 못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고아원과 그 사람, 어느 쪽이나 모르는 건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하고 그 사람에게로 가기로 정했다.
「그러니, 다행이다. 그럼 빨리 준비를 하자. 새 집에, 하루라도 빨리 익숙해지지 않으면 안 되니까 말야」
그 사람은 급히 짐을 챙긴다.
그 손놀림은, 어린아이였던 자신이 보기에도 좋다고는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몹시 주위를 어지럽히며 짐을 싼 뒤.
「이런, 중요한 걸 깜박했네.
우리 집에 오기 전에, 딱 하나 가르쳐주지 않으면 안 될 게 있어」
말해도 될까, 라며.
이제부터 어디에 갈래? 라고 말하는 듯이 소탈하게 돌아보고는,
「응.
미리 말해두면 말야, 나는 마법사야」
정말로 진심인 듯, 과장되게 그 사람은 말했다.
한 순간에 일어난 일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자신도 어린애였다.
나는 그, 농담으로도 진담으로도 받아들일 수 있는 말을 당연한 듯이 믿고,
「우와, 할아버지 대단한데」
눈을 빛내며, 그런 말로 대답했다는 듯 하다.
이래, 나는 그 사람의 아이가 되었다.
그 때 주고 받은 말은, 실은 잘 기억하고 있지 않다.
단지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아버지는 그 추억을 입에 담았다.
멋쩍은 기색으로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되풀이했다.
그러니 아버지에미야 키리츠구(衛宮 切嗣)라는 인간에게 있어, 그런 것이, 인생에서 가장 기뻤던 것인지도 몰랐다.
……그런데.
사고로 양친과 집을 잃은 아이에게, 나는 마법사다, 라는 말을 던진
키리츠구도 키리츠구지만,
그것이 부러워서 눈을 반짝였던 나도 나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나는 아버지의 양자가 되어, 에미야 성을 가지게 되었다.
에미야 시로.
그렇게 자신의 이름을 말로 했을 때, 키리츠구와 같은 성이라는 것이, 견딜 수 없이 자랑스러웠다.
……꿈을 꾸고 있다.
어릴 무렵 이야기.
딱 아버지의 고집을 꺾고 제자가 됐을 때니, 지금부터 8년 정도 전이겠지.
내가 혼자서 집을 지킬 수 있게 되자, 키리츠구는 빈번하게 집을 비웠다.
키리츠구는 평소 말투로 「오늘부터 전세계를 모험하는 거다」라고 어린애 같은 말을 하고, 정말로 실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계속 그런 상태였다.
한 달 집을 비우는 건 쌔고 쌨고, 심할 때는 반년 동안 한 번 밖에 돌아오지 않았던 적도 있다.
에미야 가는 넓은 무가 저택이고, 살고 있는 것은 자신과 키리츠구 뿐이다.
어린애였던 자신에게는 에미야 저택은 너무 넓어서, 길을 잃어 어찌할 바를 몰랐던 적도 있다.
그래도, 그 생활이 좋았다.
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와서는, 어린애처럼 자랑거리를 이야기하는 에미야 키리츠구.
그 이야기를 기대하며 기다리고 있던, 그와 같은 성을 가진 아이.
언제나 저택에서 외톨이였지만, 그런 외로움은 키리츠구가 가져오는 이야기 선물로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였다.
언제까지나 소년처럼 꿈을 쫓고 있었던 아버지.
어이없어 하고 있었지만, 그 모습은 내내 눈부셨던 것이다.
그러니 자신도, 언젠가는 그렇게 되고 싶다고 바랐는지도 모르겠다.
……뭐 덧붙이자면.
너무나도 꿈을 좇는 경향이 있는 아버지 때문에,
이거 내가 야무지게 하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 라고, 어린 마음에 생각했는데
……소리가 났다.
오래 돼서, 문 여닫이도 나쁘고 경첩도 녹슬어 지나치게 무거운,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어두웠던 광에 빛이 비쳐 든다.
「읏」
잠에서 깨어나려고 하는 의식이,
「선배, 깨 있어요?」
다가오는 발소리와, 겨울의 바깥 공기를 감지했다.
「……응. 안녕, 사쿠라」
「네. 안녕하세요, 선배」
이런 일에는 익숙한 건지, 사쿠라는 우스운 듯이 웃으며 끄덕인다.
「선배, 아침이에요. 아직 시간은 있지만, 여기서 자고 있으면 후지무라 선생님에게 혼나요」
「아……그렇구나. 깨우러 잘 왔어. 항상 미안한걸」
「아니에요. 선배, 항상 아침엔 일찍 일어나니까. 이렇게 깨우러 올 수 있는 것도, 가끔 밖에 없어요」
……?
뭐가 그렇게 기쁜 건지, 사쿠라는 평소보다 활기가 있다.
「……그럴까. 꽤 사쿠라가 깨워주는데, 나. 하지만 후지 누나는 두들겨 깨우니까, 사쿠라 쪽이 낫지.
……응, 다음부터는 일찍 일어나도록 노력할게」
……잠에서 막 깬 머리로 대답한다.
별로 머리를 안 쓰고 있었기에, 스스로도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몰랐다.
「네, 알았어요. 그래도 노력 안 하는 쪽이 좋아요, 전」
사쿠라는 쿡쿡 웃고 있다.
……이런. 아직 잠이 덜 깨서, 정상적인 말을 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잠깐만 기다려. 금방 일어날 테니까」
심호흡을 해서 기분을 새롭게 한다.
겨울의 차가운 공기는, 이럴 때에 도움이 된다.
한기는 잠이 부족해서 멍해져 있는 사고를, 용서 없이 두들겨 깨워주었다.
……눈 앞에는 후배인 마토 사쿠라가 있다.
여기는 우리 집 광이고, 시간은 오전 6시가 막 된, 상황이다.
「……선배?」
「아아, 잠이 완전히 깼어. 미안 사쿠라, 또 늦잠 자 버렸네.
아침 식사 준비, 도와야 되는데」
「그런 건 괜찮아요. 선배, 어젯밤도 늦게까지 깨 있었죠? 그럼 아침은 편히 있으세요. 아침 준비는 제가 해 둘 테니까」
사쿠라는 들뜬 듯한 목소리로 말한다.
……드문 일이다. 정말로, 오늘 아침 사쿠라는 활기가 있고 기쁜 듯 하다.
「바보, 그럴 수 있겠냐. 이제 일어날 테니까, 같이 부엌에 가자」
「좋아, 준비 완료. 그럼 가자, 사쿠라」
「아……아니, 저, 선배」
「? 왜, 다른 할 말 있니」
「아니, 그런 건 아니지만……저, 선배. 집에 돌아가기 전에 갈아입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아」
듣고 나서, 자신의 모습을 내려다 보았다.
어제는 작업 중에 잠들어 버려서, 몸은 여전히 커버올을 입고 있었다.
작업복인 커버올은 군데군데 더러워져 있다. 이런 옷을 입은 채 집에 들어가면, 그야말로 후지 누나한테 무슨 소리를 들을지.
「으……아직 잠이 덜 깬 모양이야. 왠지 보통 때보다 더 얼이 빠져 있네, 나」
「네, 그럴 지도 모르겠네요. 그러니까 오늘 아침은 저한테 맡기고, 선배는 조금 더 마음 편히 쉬세요. 거기다, 여기를 어지럽힌 채 놔두면 후지무라 선생님한테 혼나잖아요?」
「……그렇지. 그럼 갈아입고 나서 갈 테니까, 사쿠라는 먼저 가 있어」
「네. 기다리고 있을게요, 선배」
사쿠라는 빠른 발걸음으로 떠나갔다.
자.
우선 교복으로 갈아입고, 마구 흩어져 있는 부품을 모아둬야지.
이 광은 마당 구석에 세워진, 외견 그대로, 잡동사니를 처넣은 창고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어릴 적부터 물건을 만지작대는 게 좋았던 자신에게, 여기는 보물 창고 바로 그것이다.
아버지는 광에 들어가는 것을 금하고 있었지만,
나는 말을 어기고 매일 같이 숨어들어서, 결과적으로 자신의 기지로 만들고 말았다.
나에미야 시로에게는, 이 곳이야말로 자신의 방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휑뎅그렁한 에미야 가는 성격에 안 맞고, 무엇보다, 이런 잡동사니에 둘러싸인 공간은 매우 마음이 안정된다.
「……애초에 아깝잖아. 잡동사니라고 해도 아직 쓸 데는 있고」
광에 넣어지는 것은, 대부분이 못 쓰게 된 일용품이다.
이 곳이 마음에 들어서 잡동사니를 가져다 넣은 것인지, 잡동사니가 산만큼 있어서 여기가 마음에 든 것인지.
어쨌든 매일 같이 광에 숨어들고 있던 나는, 여기에 있는 것 같은 고장 난 물건의 수리가 취미가 됐다.
특별히, 물건에 애착을 가지는 성격은 아니다.
단지 쓸 수 있는 걸 쓰지 않는 것이 납득이 안 간다고 할까, 신경 쓰게 되고 말 뿐이라고 생각한다.
이래저래 해서, 어젯밤은 밤새 망가진 스토브를 수리하고 있었다.
「……완성은 내일인가. 도중에 잠들다니, 집중력이 부족한 증거야」
가벼운 자기혐오를 떨쳐낸다.
일단 스토브의 부품을 모아서, 수리 대기 선반에 간수했다.
대기 선반에 빈 자리는 없다. 이 스토브를 고치면, 다음은 시대에 뒤처진 VTR이 기다리고 있다.
……그 양쪽 다 후지 누나에 의해 파괴되었다, 라는 사실은 지금은 무시하도록 하자.
「……읏차」
작업복에서 교복으로 갈아입는다.
광은 내 방 같은 거라서, 갈아입을 옷도 생활용품도 갖춰져 있다.
남은 건, 곳곳에 버려진 휘갈겨 쓴 설계도와, 수련의 실패작이라고도 할 수 있는 잡동사니가 대부분이다.
원래는 제단이었는지, 광 바닥에는 무언가 문양이 새겨져 있기도 하다.
「자. 오늘도 하루, 열심히 정진하자」
짝, 하고 광에 합장하고, 저택으로 발을 돌렸다.
광에서 저택으로 향한다.
이 에미야 저택은, 교외에 있는 무가 저택이다.
키리츠구는 쵸의 명사였던 것도 아닌데, 감히 이런 넓은 집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수수께낀데, 에미야 키리츠구에게는 일본에 친척이 없는 듯 하다.
그래서 아버지가 죽은 뒤, 이 넓은 저택은 누구에게 양도되지도 않고, 은근슬쩍 양자인 나의 것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뭐, 실제로는, 나에게 그런 관리능력은 없다.
상속세라던가 재산세라던가, 그런 어려운 이야기는 전부 후지무라 할아버지가 맡아서 해결해 주고 있다.
후지무라 할아버지는 근처에 살고 있는 대지주다.
키리츠구 왈, “깡패 두목 같은 할아범”.
물론 편견이다.
후지무라 할아버지는 깡패 두목 같은 사람이 아니라, 진짜 깡패 두목이니까.
「…………」
그건 그거대로 다대한 문제가 있지만, 굳이 추구하지 않는 방침으로 나가고 싶다.
거기다 후지무라 할아버지는 무서운 사람이라고나 할까, 힘이 넘치는 사람인 건 틀림없지만, 나쁜 사람은 아니기도 하다.
할아버지가 취미로 타고 다니는 바이크를 튠업해 주면, 엄청난 액수의 용돈을 주기에 도움도 되고.
어쨌든, 그런 연유로 이 넓은 저택에 살고 있는 것은 자신 뿐이다.
키리츠구가 죽고 나서 벌써 5년.
세월이 지나는 건 정말로 빠르다.
그 5년 동안, 자신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생각하면 한숨이 나온다.
키리츠구처럼 되겠다고 매일 수련해 왔지만, 현실은 잘 되지 않는다.
처음부터 소질이 없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그래도 5년간 전혀 진보가 없다, 라는 것은 생각해 볼 문제겠지.
현재 상황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이상만 너무 높아서 스타트 지점에조차 서 있지 않다, 라는 정도.
「——————」
아니, 초조하게 굴어 봐야 좋을 거 없나.
일단, 지금은 할 수 있는 일을 확실히 해낼 뿐이다.
자.
일단, 지금 해야 할 일이라고 하면
그렇지, 사쿠라를 도와줘야지.
후배에게 전부 맡겨버린다는 건 면목이 없는데다, 이렇게 일찍부터 와 주고 있는 사쿠라에게 미안하다.
허나, 때는 이미 늦어.
아침 식사는 이미 다 돼 있는 듯 하다.
사쿠라다운, 품위 있는 조반 냄새가 부엌에서 전해져 온다.
사쿠라는 조리를 끝내고, 남은 건 테이블에 늘어놓는 것뿐이라는 듯 식기장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면목 없네. 하다못해 식기 준비 정도는 할 테니까, 사쿠라는 앉아 있어 줘」
「에……? 아, 벌써 와 버린 건가요, 선배?」
「벌써가 아냐. 6시 10분이라고 하면 아침밥을 먹고 있을 시간이잖아. 완전히 늦잠이야」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요. 선배는 부활동을 하고 있지 않으니까, 이 시간은 충분히 빨리 일어나는 거에요」
「부 활동은 관계 없어. 그렇게 치면, 아침 연습이 있는 사쿠라가 우리 집에 와 주는 건, 엄청나게 일찍 일어나는 거잖아」
「아……아니, 저는 좋아서 하고 있는 일이니까, 부 활동은 신경 쓰지 마세요」
「응, 그 말은 몇 번이나 들었어. 그러니 나도 부활동이랑은 관계 없이 빨리 일어나는 거야.
사쿠라가 와 주는데, 그 시간에는 일어나 있지 않으면 실례잖아」
나에게 있어서 빨리 일어난다는 것은 사쿠라가 오기 전에 일어나는 것이고, 늦잠이라고 하는 건 오늘 아침처럼 사쿠라 혼자에게 아침 식사 준비를 시켜버리는 것이다.
물론, 그것도 1년 반 전부터 생긴 습관에 지나지 않지만.
「어쨌든 사쿠라는 쉬고 있어. 남은 건 늘어놓는 것뿐이니까, 그 정도 나한테 시켜 줘」
사쿠라의 옆에 나란히 서서, 선반에서 식기를 꺼낸다.
사쿠라는 묘하게 외고집인 데가 있어서, 이런 때는 억지로 하지 않으면 쉬어주지 않는 거다.
「아, 그럼 저도 도울게요. 그릇에는 제가 담을 테니까, 선배는 밥그릇을 꺼내 주세요」
「아니, 그러니까 전부 이쪽에서 할 테니 됐다니까」
「안 돼욧. 선배는 집 주인이니까, 아침 정도는 턱? 하고 무겁게 자리하고 있으세요」
「턱? 하고 자리하라니, 사쿠라 혼자 일하게 하고 한가롭게 있는 주인이라니 가주 실격이야.
됐으니까, 사쿠라는 거실에 가 있으라니까」
「네, 부디 실격돼 주세요. 이건, 평소에 맛있는 밥을 먹게 해 주고 있는 답례예요. 그러니까 될 수 있으면, 선배는 느긋하게 있어 줬으면 하는 거에요」
「음. 식비라면 절반이니까, 사쿠라가 신경 쓸 일이 아냐. 감사라고 하면 내가 하고 싶을 정도지.
사쿠라가 와 주게 되고 나서, 밥이 호화롭게 됐으니까 말이지」
「역시. 선배, 모르고 있었군요. 선배네 밥이 맛있는 건, 그런 이유가 아니에요」
「? 그런 이유가 아니라니, 무슨 말이야」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하지만 책임지세요. 저, 선배네가 아니면 밥을 맛있게 먹지 못하게 돼 버렸으니까」
생긋, 볼을 물들이며 기쁜 듯 미소 짓는 사쿠라.
「바바보, 이상한 소리 마지 마.
후지 누나가 들으면 어떻게 할 거야, 그 사람한테는 농담 따위 안 통한다니까」
「그러네요. 후지무라 선생님이 들으면 큰일이에요」
「진짜 그렇지. 너무 이상한 소리 하지 마」
「네, 안 할게요. 안 할 테니까 도와드려도 괜찮죠, 선배?」
「…………」
사쿠라는 어디까지나 자연스럽게, 당황하는 기색도 없이 이쪽을 올려다보고 있다.
「좋아, 마음대로 해. 그렇게 하고 싶으면 사쿠라한테 맡길게」
「네. 마음대로 할게요, 저」
「……진짜. 정말로 최근에 말 안 듣게 됐단 말야, 사쿠라」
「그러네요. 후지무라 선생님을 닮게 됐는지도 모르겠어요」
부드럽게 말하고, 사쿠라는 옆 선반에 손을 뻗었다.
스륵, 하고 떨어지는 흑발과, 매끈할 듯한 몸이 눈에 띈다.
「윽」
……뭐라고 할까, 곤란하다.
성장기인지, 요 최근 사쿠라는 묘하게 여자답다.
아무렇지도 않은 몸짓이나, 이런 옆얼굴이 예쁘게 보여서 그만 얼굴을 돌려버린다.
「선배? 왜 그러세요?」
「아니, 아무렇지도 않아. 아무렇지도 않으니까 신경 쓰지 말아줘」
「?」
……정말, 곤혹스럽다.
친구 여동생 상대로 뭘 긴장하고 있냐, 나는.
애초에 사쿠라는 그런 게 아니다.
사쿠라는 어디까지나 됨됨이가 좋은 후배이며, 돌봐주지 않으면 안 되는 연하다.
애초에, 마토 사쿠라와 자신의 관계는 어디까지나 선배와 후배에 지나지 않는다.
사쿠라는 친하게 지내고 있었던 친구의 여동생이었지만, 1년 연하였기 때문에 특별히 친했던 것도 아니다.
그런 우리가 이러한 협력관계가 된 것은 1년 반 전부터다.
내가 다쳤을 때 사쿠라가 식사를 만들러 와 줘서, 그 뒤는 그대로, 이런 분위기가 돼 버린 듯한 생각이 든다.
내 상처가 나을 때까지, 라고 서로 정하고 있었던 걸로 기억되는데, 무언가 정―말로 작은 사건이 일어나서, 왠지 모―르게 가사를 계속 도와주게 된 듯한.
어찌되었든, 사쿠라의 요리는 맛있고, 세탁 청소도 완벽하다.
이렇게 아침 일찍부터 도와주러 와 줘서 매우 도움이 되고 있지만, 최근은 조금 미묘하다.
문제는 사쿠라에게 있는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나에게 있다.
「——————」
솔직히 말하면, 사쿠라는 미인이다.
1학년 중에선 단독 1위고, 사귀고 싶다고 체크하고 있는 녀석들도 많겠지.
특히 최근에는 나올 곳도 나와서, 아무 것도 아닌 동작에 덜컥하는 적도 많다.
……미묘한 문제라는 것은 그런 것이다.
……친구의 여동생에게 두근대며 당황하고 만다, 라는 떳떳하지 못한 점도 있겠지.
보통 때는 아무렇지도 않은데도, 때때로 아까 같은 습격을 받으면 얼굴이 붉어지고 마는 건,
선배로써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테이블에 아침 식사가 늘어 놓여 간다.
닭 가슴살 & 파드득 나물 샐러드, 연어 데리야끼, 데친 시금치, 무와 당근이 들어간 된장국, 덤으로 토로로지루까지 완비,
라는 흠 잡을 데 없는 메뉴다.
「잘 먹겠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사쿠라와 둘이서, 똑바로 앉아서 인사를 하고, 조용히 식사를 시작한다.
달그락 달그락하고 젓가락 소리만이 울린다.
기본적으로 사쿠라는 말이 많지 않고, 이쪽도 밥 먹을 때에 이야기를 할 정도로 재주가 많지 않다.
자연히, 식사 때는 조용해진다.
보통 때는 좀 더 시끄러운데, 오늘 아침 따라 그 시끄러운 사람은,
어젯밤에 스파이 영화로도 본 건지, 신문지로 얼굴을 가리면서, 우리들의 거동을 살피고 있었다.
「후지무라 선생님, 식사 중에 신문은 보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데요?」
「………………」
조심스럽게 말을 거는 사쿠라를 무시하는 후지 누나.
너무나도 수상하지만, 아침 식탁에서 후지 누나가 거동이 수상한 것은 항상 있는 일이다.
사쿠라도 익숙해진 건지, 그다지 신경 쓰는 기색도 없이 밥을 먹고 있다.
사쿠라는, 굳이 나누자면 양식 쪽 식사를 만든다.
일본 풍 요리를 익힌 건 우리 집에 도와주러 오게 된 이후부터다.
나와 후지 누나가 철저히 일본 풍 입맛이어서,
사쿠라도 하다못해 아침 정도는 일식으로, 라며 가벼운 일본 요리를 익혀 준 것이다.
지금은 스승인 나를 웃돌 정도로 사쿠라의 실력은 올라 있다.
특히 연어 데리야키를 얼마나 굽는가 하는 건 신의 영역에 들어가 있는 듯 하다.
된장국 맛도 고급스럽고, 최근에는 참마를 따서 토로로지루를 만들 정도의 여유를 보이고 있다.
아니, 토로로지루는 오늘 처음 나온 것 같은데.
「미안. 사쿠라, 간장 집어줘」
「네아, 큰일이에요 선배. 선배 간장은 어제 다 떨어졌어요.」
「그럼 후지 누나 거면 돼. 줘」
「후지무라 선생님, 괜찮나요?」
응, 하고 끄덕이는 후지 누나.
부스럭, 하고 신문지가 흔들린다.
「자요. 토로로지루에 치는 거죠?」
「응. 토로로에는 간장이지, 보통」
스윽, 하고 하얀 토로로에 간장을 붓는다.
빙글빙글 휘저은 뒤, 밥에 얹어서 한 입.
음, 이 잘게 간 참마의 끈적함과, 자기 주장이 너무나도 강렬한 간장의 매운 맛이 또
「켁……! 우엑, 이거 소스야 소스! 그것도 오이스터!」
참지 못하고 밥을 토할 뻔 한다.
거기에.
「크크, 아하하하하하하하!」
바스락, 하고 기세 좋게 신문지를 던져버리는 후지 누나.
「어떠냐, 아침에 소스랑 간장 라벨을 바꿔 놓는 작전이다―!」
와―아, 하고 손을 들고 기뻐하는 수수께끼의 여자 스파이.
「아, 아침부터 무슨 생각하는 거야 당신은! 올해로 25살인 주제에 언제까지고 후지 누나는 변화가 없냐구!」
「흐흥―이다, 어제의 원한 사무치게 깨달았느냣.
다른 사람들이랑 같이 누나를 괴롭히는 녀석에게는, 당연히 받을 천벌이란 정도?」
「천벌이란 건 인위적인 게 아니잖아! 왠지 얌전하다고 생각했더니
어제부터 이런 짓 생각하고 있었던 거야, 이 한가한 사람아!」
「그래―. 덕분에 이제부터 서둘러서 시험지 채점을 하지 않으면 안 돼. 응, 그런 이유로 서두르지 않으면 위험한 거지」
척, 하고 고쳐 앉자마자, 파바박―, 하고 엄청난 기세로 아침 식사를 해치우는 후지 누나.
「자, 잘 먹었어. 아침밥, 오늘도 맛있었어, 사쿠라쨩」
「아……네. 천만에요, 선생님」
「그럼 먼저 갈게. 거기 두 사람, 지각하면 화낼 거야―」
그러고서는, 두다다다다―, 하고 달리며 떠나간다.
……저러고도 우리 학교 교사라니, 세상 정말 잘못됐다.
「……저, 선배?」
「미안. 모처럼 준비해 준 아침 식사인데, 후지 누나 제대로 맛도 안 보고」
「아뇨, 그런 게 아니라……저, 어제 후지무라 선생님하고 무슨 일 있었던 거예요?
음식에 장난치다니, 후지무라 선생님치고는 너무하니까」
「응……아니, 그게 말야. 어제, 그만 별명으로 불러버렸어」
「그럼 어쩔 수 없네요. 선배, 후지무라 선생님한테 사과 안 했죠?」
「면목 없군. 항상 있는 일이라 잊고 있었어」
「그럼 안 돼요. 후지무라 선생님, 선배한테 별명으로 불리는 것만큼은 싫어하니까. 또 울렸죠」
「……울린 데다가 번개 같은 기세로 달려가 버렸어. 덕분에 어제 영어는 자습이었지」
그리고 나는 모두로부터 루스 리프 용지로 만들어진 학생명예상을 수상했지만, 그런 건 당연히 쓰레기통에 버렸다.
「정말. 그럼 아까 그건 선배 탓이에요」
사쿠라에게 있어서 후지 누나는 언니 같은 존재니까, 기본적으로 후지 누나의 편인 거다.
그건 그거대로 기쁘지만, 후지 누나 상대를 24시간 하고 있는 내 입장도 좀 생각해줬으면 한다.
원래 후지 누나는 키리츠구의 지인으로, 내가 양자로 왔을 때부터 이 집에 죽치고 있던 사람이다.
아버지가 타계하고 나서도 빈번히 얼굴을 내밀게 돼서, 지금은 아침과 저녁을 우리 집에서 먹고 가는,
훌륭하기까지 한 식객의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아니.
그런 후지 누나가 있었기에, 아버지가 죽고 나서도 혼자서 지내 올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제 와서는 나와 후지 누나와 사쿠라, 이 세 명이 에미야 가의 주민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아버지가 마술사였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은 나 뿐이다.
말하기를, 마술사는 그 정체를 숨기는 것.
그래서 아버지에게 제자로 들어간 나도, 마술을 배우고 있는 것은 숨기고 있다.
다만, 배우고 있다고 해도 제대로 된 마술은 무엇 하나 쓰지 못하는 반쪽 짜리다.
그런 내가 마술을 숨기던 숨기지 않던 큰 차이는 없겠지만,
일단 유언이기도 하고, 이렇게 숨기면서 매일 단련을 계속해 온 것이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등교 준비를 한다.
TV에서 흘러나오는 뉴스를 들으면서, 사쿠라와 같이 식기를 치운다.
「——————」
사쿠라는 멍하니 TV를 바라보고 있다.
화면에는 “가스 누출 사고, 연속”이라는 과장된 문장이 떠 있다.
바로 옆인 신토에서 큰 사고가 일어난 듯 하다.
현장은 사무실이 죽 늘어선 거리의 빌딩으로, 한 층에 있던 사람 전부가 산소결핍이 되어,
의식불명의 중태에 빠졌다는 듯 하다.
가스 누출 사고라고 하고 있지만, 비슷한 사고가 요즘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지금 그 뉴스, 신경 쓰이는 거니, 사쿠라」
「에아뇨, 별로. 다만 사고가 신토에서 일어났다니까 가깝구나 하고. ……선배, 신토 쪽에서 아르바이트하고 있죠?」
「하고 있지만, 별로 그렇게 큰 가게는 아냐. 지금 그 뉴스 같은 사고는 안 일어날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렇다곤 해도, 그다지 남의 일 같지 않은 사건이었다.
가스 누출이라면 어떤 건물에서라도 일어나는 것이고, 무엇보다 피해자가 수백 명이나 된다, 라는 건 가슴이 아프다.
비슷한 사고가 빈발하고 있는 것은, 신토를 급히 개발했을 때에 부실공사를 했기 때문이다, 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던가.
진위는 어떻든, 이 이상의 희생자는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솔직한 마음이지만
「……뒤숭숭한 이야기군. 우리들도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되겠는걸」
「아, 그거라면 걱정 마세요 선배. 가스 밸브는 항상 2번 체크하고 있으니까 안심이에요」
에헴, 하고 가슴을 펴는 사쿠라.
「아니, 그런 말이 아니라」
……응, 전부터 생각하고 있었지만, 사쿠라도 미묘하게 사고방식이 상궤에서 빗나가 있군.
「선배, 뒷문은 잠궜어요?」
「잠궜어. 빗장 질렀는데, 뭔가 문제 있어?」
「아뇨. 그럼 잠글게요. 선배, 오늘은 몇 시쯤 돌아오세요?」
「조금 늦어질 것 같아. 사쿠라는?」
「저는 평소 그대로예요. 아마 제 쪽이 빨리 올 거라고 생각하니까, 저녁 밑준비는 끝내놓을게요」
「……응, 그래 주면 고맙지. 나도 가능한 한 빨리 돌아올게」
철컥, 하고 문을 열쇠로 잠근다.
사쿠라와 후지 누나는 우리 집 스페어 키를 가지고 있어서, 문단속은 마지막에 나오는 사람이 하는 것이 규칙이다.
「갈까. 서두르지 않으면 아침 연습에 늦어버리겠어」
「네. 그럼 조금 서두를까요, 선배」
사쿠라와 함께 거리로 걸어간다.
긴 담을 지나서 내리막길로 나오면, 그 뒤는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주택가로 나가는 것뿐이다.
에미야 가는 언덕 위에 있어서, 도시의 중심지와는 떨어져 있다.
이렇게 비탈을 내려가면 주택가로 나오고, 더 내려가면, 거리의 중심지인 교차점으로 나온다.
여기에서 옆 도시로 통하는 대교,
류도사로 이어지는 비탈길,
우리 집과는 반대편에 있는 주택가,
항상 사쿠라와 내가 신세를 지고 있는 상점가,
마지막으로 지금부터 갈 학교, 등 여러 가지 분기가 있다.
다른 곳에 들리지 않고 바로 학교로 향한다.
이렇다 할 대화도 없이 사쿠라와 언덕길을 올라간다.
아직 7시가 막 됐을 뿐, 이기에 통학로에 인기척은 없다.
자신들 외에는, 아침 부 활동을 하는 학생들이 느긋하게 걷고 있는 정도였다.
「그럼 나중에 보자. 부활동, 힘 내」
교문에서 사쿠라와 헤어지는 것도 평소와 마찬가지.
사쿠라는 궁도부에 소속돼 있기에, 아침은 여기서 헤어지게 된다.
「…………………」
그런데도.
오늘 아침 따라, 사쿠라는 궁도장으로 가려고는 하지 않았다.
「사쿠라? 컨디션, 안 좋은 거니」
「……아뇨, 그런 게 아니라……저, 선배. 가끔은 도장에 들렀다 가지 않으실래요?」
「아니, 딱히 도장에 볼 일은 없어. 거기다 오늘은 잇세한테 부탁 받은 것도 있으니까, 학생회실에 가지 않으면 안 돼」
「……그, 그렇죠. 죄송해요, 쓸데없는 말을 해서」
꾸벅, 하고 머리를 숙이는 사쿠라.
「?」
「그럼 실례할게요. 저녁 식사, 기대하고 계세요」
사쿠라는 죄송한 듯이 도장으로 달려가 버렸다.
「……?」
글쎄. 지금 그건 대체 어떤 의미였던 걸까……?
「잇세, 있냐?」
「아아. 오늘 아침은 좀 늦었군, 에미야」
예습이라도 하고 있었던 건지, 프린트 같은 것을 훑어 보고 있던 남학생이 얼굴을 든다.
「잇세 뿐인가, 다른 녀석들은 어떻게 된 거야. 이 시간이라면 등교해 있어도 이상하지 않잖아」
「아니, 공교롭게도 우리 멤버들은 사무적인 녀석들이라서 말이지.
일하는 시간대는 딱 정해져 있고, 일찍 출근하는 거랑 잔업은 하고 싶지 않다는 것 같더군」
「그래서 학생회장 직접 잡용을 맡는 건가. 여긴 여기대로 큰일이군」
「뭘, 좋아서 하고 있는 고생이다. 에미야한테 동정 받을 만한 일이 아니지」
「? 아니, 잇세에게 동정 같은 거 안 하는데?」
「음, 그것도 나름대로 아쉽지만 흘려 듣도록 하지. 정이 들어 있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이니」
통통, 하고 읽고 있었던 프린트를 정리하는 잇세는, 이 학생회실의 보스다.
완전히 해이해진 학생회를 근본부터 개혁하려고 기를 쓰고 있는 녀석으로, 나와는 1학년 때 이후로 친구 사이다.
풀 네임은 류도 잇세.
낡은 이름과는 반대로 우아한 얼굴생김새여서, 실제로는 여학생들에게 절대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거기다 학생회장이니, 그야말로 도깨비에 금 방망이, 호랑이에 날개인 셈인데,
「음, 역시 아침에는 혀가 저려올 정도로 뜨거운 차가 좋지」
라고 말하면서 질이 낮은 엽차를 마시고 있으니, 마무리가 약간 부족하다.
이렇게, 잇세는 철저하게 수수한 성격이다.
오해 받기 쉽지만, 본인은 연애 등에는 손을 대고 있지 않고, 학생답게 놀지도 않는다.
뭐니뭐니해도 이 녀석은 산에 있는 류도사의 후계자이다.
본인도 절을 이어받는 것을 좋게 생각하고 있어서, 졸업하면 깨끗이 까까중이 될 가능성도 높다.
「그래서. 오늘은 뭘 하지」
「응? 아아, 뭐 일단 앉아서 한 잔이라고 하고 싶지만 시간이 없군.
이동하면서 설명할 테니, 평소 쓰는 도구를 가지고 따라와 주게」
「솔직히 말하면 말이지. 우리 학교, 예산의 밸런스가 최악이야」
「알고 있어. 운동계가 특별대우 받고 있어서, 다른 데에 예산이 안 가잖아」
「음. 결과, 문화계 부원들은 끊임없이 불우한 처지라서 말이지.
금년부터 문화계에 예산이 가도록 진력하고 있지만, 예산의 흐름이 불투명해서 잘 안 돌고 있다.
덕분에 아직도 문화계 부실은 불우하지.
특히 겨울에 스토브가 부족한 것에 대해서는 타개책이 전혀 없다」
「그러냐. 아, 일자 드라이버 줘. 제일 큰 거. 그리고 도선도……응, 이 정도라면 어떻게 되겠는걸」
「도선? ……에에, 이건가? 미안, 잘 모르겠다. 틀렸다면 꾸짖어 주게」
「그거 맞으니까 됐어. 그래서, 스토브 부족이 어쨌다고? 여기 이외에도 고장 난 게 있는 거냐」
「있지. 제2 시청각실과 미술부의 난방기구가 수상하다는 것 같더군. 신품 구입 신청 탄원서가 시시각각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예산에 그런 여유는 없다, 라는 건가. ……역시 열화 됐을 뿐이군. 안이 망가진 게 아니라서 다행이야」
「……흠. 고칠 수 있을 것 같나, 에미야?」
「고칠 수 있어. 이럴 때는, 오래된 건 알기 쉬워서 좋다구.
배선이 단락 됐을 뿐이니까 새 걸로 바꾸면, 일단 올해 정도는 버텨 주겠지」
「그러냐! 제법인데 에미야, 네가 의지가 되면 심히 기쁘군」
「이상한 일본어 쓰는구나, 잇세.
……아, 조금만 더 있으면 끝나니까, 잠깐만 밖에 나가 있어줘」
「음, 에미야를 방해하진 않겠다」
조용히 교실에서 나가는 잇세.
……아무래도, 이제부터는 델리케이트한 작업이라고 착각한 모양이다.
「……아니, 델리케이트하다면 델리케이트한데……」
낡은 전기 스토브에 손을 댄다.
보통, 아무리 이런 종류의 수리에 익숙해져 있다고는 해도, 보기만 한 정도로는 어디가 고장 났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그것을 안다는 것은, 내가 하고 있는 것이 보통이 아니라는 말이다.
시각을 닫고, 촉각으로 스토브의 안을 본다.
그 순간.
머리 속에 떠오르는 한 이미지.
「……전열선이 단선되려고 하는 곳이 두 곳……전열관은 아직 버티겠고……
전원 코드 쪽은 절연 테이프로 어떻게든 되겠지……」
……다행이다, 지금 가지고 있는 공구만으로 수리할 수 있는 파손내용이다.
전열관이 망가졌다면 아마추어에겐 감당이 안 된다.
그 때는 아마추어가 아닌 방법으로 “강화”하지 않으면 안 됐지만, 이거라면 내부를 본 것 하나만으로 충분하다.
그것이 키리츠구에게 배운, 에미야 시로의 “마술”이다.
「좋아, 시작할까」
커버를 떼어내고 내부선 수리에 들어간다.
파손된 곳은 이미 알고 있으니, 남은 작업은 간단하다.
「……하아. 이것만은 자신 있는데 말이지, 나」
그렇다. 에미야 시로에게 마술의 재능은 전혀 없었다.
그 대신이라고 하기는 뭐하지만, 물건의 구조, 아까처럼 설계도를 연상하는 것만은 매우 잘 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설계도를 연상해서 재현했을 때는, 아버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란 뒤에,
「이 얼마나 쓸모 없는 재능인가」라고 탄식했었지.
내 특기분야는, 그다지 의미가 있는 재능이 아니라는 듯 하다.
아버지 왈, 물건의 구조를 시각으로 파악하고 있는 시점에서 낭비가 많다.
본래의 마술사라면, 아까처럼 굳이 구석구석까지 구조를 파악할 필요는 없다.
일체의 사물의 핵인 중심을 즉시 읽어내서, 누구보다도 빨리 변화시키는 것이 마술사들의 싸움이라고 한다.
그러니 설계도 같은 것을 읽어 들이는 것은 헛수고이며, 읽어 들여봤자 할 수 있는 건 마력이 지나가기 쉬운 곳을 아는 정도.
이런저런 사정으로, 자신이 가장 자신 있는 분야는 이런 고장 난 물건의 수리라는 것이다.
여하튼 해체해서 환부(患部)를 찾아낼 필요가 없다.
신속하게 고장 난 부분을 찾아낼 수 있다면, 그 뒤는 고칠 기술을 가지고 있으면 대개의 물건은 고칠 수 있겠지.
뭐, 그것도 이런 『대수롭지 않은 아마추어 지식』으로 고칠 수 있는 고물에 한정되지만.
「좋아 끝. 다음으로 갈까」
쓴 도선을 집어넣고, 드라이버와 스패너를 손에 들고 복도로 나간다.
「잇세, 수리 끝났다」
그러자.
복도에는, 잇세 외에도 또 한 명, 여학생의 모습이 있었다.
「——————」
조금 놀랐다.
잇세와 대화하고 있었던 건 2학년 A반의 토오사카 린이다.
언덕 위에 있는 한층 더 큰 서양식 저택에 살고 있다는 양가집 규수이며, 이래도 할 말 있어 라고 외칠 정도로 완벽 우등생.
미인이고 성적우수, 운동신경도 발군으로 결점이 없다.
성격은 이지적이고 예의 바르고, 미인이라는 것을 내세우지 않는, 그야말로 남자의 이상 같은 애라던가.
그런 애니까, 말할 것도 없이 남학생에게는 아이돌 취급이다.
다만 토오사카의 경우, 너무나도 잘나서 그림의 떡.
토오사카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건 잇세와 선생님들 정도다, 라는 것이 남자들의 통설이다.
……뭐, 솔직히 말하면, 나도 남자고.
에미야 시로도 예외가 아니어서, 토오사카 린을 동경하는 남학생 중의 하나이다.
「…………」
토오사카는 기분이 언짢은 듯이 우리들을 보고 있다.
잇세와 토오사카가 사이가 나쁘다, 라는 건 아무래도 사실인 듯 하다.
「아, 미안. 부탁한 건 이쪽인데, 에미야한테 전부 맡기고 말았군. 용서해라」
오오.
저 토오사카를 깨끗이 무시하고 이야기를 하는 걸 봐도, 잇세는 거물이다.
「그런 거 신경 쓰지 마. 그래서, 다음은 어디야. 별로 시간 없다구」
「아아, 다음은 시청각실이다. 전부터 상태가 나빴었다는 듯 한데, 이번에 드디어 천수를 다하셨다」
「천수를 다했으면 못 고치잖아. 새로 사는 편이 빨라」
「……그건 그런데, 일단 봐 주면 고맙겠군. 내가 보기에는 임종인데, 네가 보면 꾀병일지도 모른다」
「그래. 그럼 일단 보지」
아침 HR까지 앞으로 30분 정도 밖에 없다.
고칠 거면 서두르지 않으면 시간 안에 대지 못하겠지.
잇세에게 재촉 당하며 시청각실로 향한다.
다만, 얼굴을 맞댔는데도 완전히 무시한다, 라는 건 실례다.
머엉, 하니 그대로 서 있는 토오사카를 돌아본다.
「일찍 일어나는구나, 토오사카」
솔직한 감상을 입에 담고, 잇세의 뒤를 따랐다.
「아슬아슬하게 안 늦었나. 미안하다 에미야, 또 고생시켰군. 부탁을 한 데다가 지각까지 시켜서는 친구 실격이다」
「별로 신경 쓰지 마. 내가 지각하는 정도로는 별일 아니잖아. 뭐, 잇세가 지각하는 건 문제지만」
「지당하다. 이야, 안 늦어서 다행이군」
잇세는 후우, 하고 가슴을 쓸어 내리며 자기 자리로 간다.
시간은 8시 just.
HR 개시 전 예령이 쳤으니까, 앞으로 5분만 있으면 후지 누나가 온다.
「후우」
시청각실에서 달려와서, 조금 숨이 차 있다.
가볍게 심호흡을 하고 나서 자신의 자리로 향한다.
「아침부터 시끄럽구나 에미야. 부활동 그만두고 나서 뭘 하고 있나 했더니 류도한테 알랑대고 있어? 나한테는 상관없지만 말 야, 우리 평판을 떨어뜨리는 일은 하지 말아줘. 너, 지조 없으니까 말야」
그러자.
자리 앞에는, 중학교 시절부터 사귀어 온 친구인 마토 신지가 서 있었다.
마토, 라는 성으로 아는 것처럼, 사쿠라의 1살 위인 오빠다.
「여. 궁도부는 안정됐냐, 신지」
「다, 당연하잖아……! 외부인에게 말해봐야 별 수 없지만,
튀고 싶어하는 녀석이 하나 줄어서 평화롭게 됐다구. 다음 대회도 괜찮은 데까지 갈 거야!」
「그러냐. 미츠즈리도 열심히 하고 있구나」
「하아? 무슨 엉뚱한 소리 하고 있냐? 궁도부가 기록이 좋아지고 있는 건 당연히 내가 있기 때문이잖아. 에미야 너, 이제
궁도부원이 아니니까, 아는 척 지껄이다가 창피 당한다구?」
「그러냐, 조심하지. 물론 궁도부에 볼일은 없으니 관계될 일도 없겠지만 말야」
가방을 책상에 놓고 의자를 뺀다.
「뭐야 그거. 내 궁도부에는 흥미가 없다는 말이야?」
「흥미가 아니라 볼일이야. 이제 부원이 아니니까 가벼운 마음으로 도장에 가는 거, 이상하잖아.
하지만 무슨 일 있으면 불러 줘.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도울게. 활줄 거는 거라던가 활 고치는 거, 신지는 서툴잖아」
「그래, thank you. 뭔가 잡용이 있으면 말하지. 뭐, 그런 일은 없겠지만 말야」
「응, 그 쪽이 나아. 잡용을 남겨놓고 있는 녀석은 주장실격이니까. 너무 후지무라 선생님을 곤란하게 하지 마. 그 사람, 화나면 진짜 무섭다고」
「윽……! 흥, 괜한 참견이야. 어쨌든, 너는 이제 외부인이니까 도장에 가까이 오지 마!」
신지는 평소 같은 태도로 자신의 자리에 돌아간다.
……그런데. 오늘은 특히 신경이 곤두서 있구나, 저 녀석.
「웃기는 녀석이군. 자기가 에미야를 쫓아내 놓고선, 잘도 저런 소릴 지껄이네」
「뭐야 잇세, 있었냐」
「뭐야라니! 너를 생각해서 귀 기울여 듣고 있었던 친구에게 그런 말을 하다니, 정말 냉담한 남자다 너는!」
「? 왜 날 생각하는 거야. 나, 잇세에게 걱정 받을 만한 일은 안 했다구」
「천치, 걱정 안 하겠나. 에미야는 확 열 받기 쉬우니 말이지. 신지를 두들겨 패면 남자들은 갈채를 보내지만, 여자들한테는 비난의 폭풍이다. 친구를 그런 미묘한 입장에 두는 건 좋지 않아」
「그런가. 응, 듣고 보니 그래. 고맙다 잇세. 그런 일이 일어나진 않았지만, 그걸 걱정해 주는 건 고맙지」
「음, 알면 됐다. ……하지만 의외였다. 에미야는 화를 잘 내면서, 마토한테는 관대하구나」
「아아, 저게 신지가 가진 맛이니까. 오래 사귀다 보면 익숙해져」
「흠, 그런 건가」
「그런 겁니다. 자, 납득했으면 자리에 돌아가. 슬슬 후지무라 선생님이 슈웅 날아온다구」
「하하하. 그 분은 날아온다기보다는 떠서 온다는 인상을 주지만 말이지」
HR 개시를 알리는 종이 친다.
보통, 반 담임은 5분 전에 오는 법이지만, 이 반 담임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
2학년 C반에서 HR의 개시는 지금 울린 종으로부터 1분 정도 경과한 뒤, 즉
「지각, 지각, 지각, 지가~~~악!」
이라고 외치면서, 다다다다다―, 하고 돌진해 오는 후지 누나를 맞아들이는 데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좋아 안 늦었다―아! 모두들, 안녀」
우득, 하고.
생리적으로 위험한 소리를 내며, 후지 누나는 기세 좋게 넘어졌다.
「——————」
아까까지 떠돌던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확 바뀌어, 교실은 뭐라 할 수 없는 정숙에 싸인다.
이 당돌하기까지 한 장면전환.
과연 후지 누나, 인간 제트 코스터의 이름은 겉멋이 아니다.
……그렇긴 해도, 방금 그건 장난이 아닌 각도였다.
후지 누나는 교단에 머리를 박은 채 쓰러져 있다.
엎어져서 얼굴이 보이지 않는 점이 또, 억지로 좋지 않은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어이, 앞 자리 앉은 녀석, 선생님 깨워 줘」
「……에―, 싫어―……가까이 간 순간, 덥썩 하고 잡아 먹히는 건 무서운걸……」
「……미믹도 아니고, 아무리 후지무라라도 그렇게까지는 안 하겠지」
「너 말야, 그러면 네가 깨워 드려」
「우와, 나 패스. 이런 거 질색이야」
「나도 싫어! 애초에 어째서 여자애한테 시키는 거야!? 남자가 해, 남자!」
맨 앞 줄은 무언가 험악해지고 있다.
자리가 한가운데 근처인 우리들로써는, 후지 누나가 어떤 참상인지 잘 알 수가 없다.
알 수 없기에,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들여다 본다.
「잠깐, 선생 안 움직이는데. 기절한 거 아니냐」
지당한 의견을 누군가가 말했다.
다만 문제는, 그 경우 어떻게 후지 누나를 양호실까지 데려 가는가 이다.
모두들, 이 일 년간 후지 누나와 지내 온 강자들이다.
이제 슬슬, 담임을 양호실에 데려 간다, 라는 관습은 타파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후지무라 선생님……? 저―, 괜찮으세요―?」
용기 있는 여학생이 말을 건다.
후지 누나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동요는 더더욱 퍼져 간다.
「……안 좋다니까 아까 넘어진 거. 이렇게 머리부터 직각으로 교단에 들이 박았잖아.
그러고도 멀쩡하면 후지무라 무적이라니까」
「응―, 아예 야구부에 스카우트되는 건 어떨까」
「그, 그만둬 그런 협박은……! 타이거가 고문이 되는 날엔, 우리들 코시엔(甲子園) 가 버린다구?! 」
「후지무라 선생님, 후지무라 선생님……! 안돼, 전혀 반응 없어……!」
「어이, 너 바로 눈 앞이니까 깨워 줘」
「에에!? 싫어 나, 혹시 죽었으면 죽을 지도 몰라!」
「그치마안, 그렇다고 해서 내버려두면 뒷일이 두렵다고 생각하는데에」
「하지만 아무도 가까이 가고 싶지 않다, 라는 거지」
「……어쩔 수 없군. 이렇게 되면 그거 밖에 없나」
「응, 그거 말이지」
「하나?둘」
모두의 마음이 하나가 된다.
……아아, 예외로 나와 신지만은, 그런 무서운 짓은 할 수 없기에 입 다물고 있었다.
「하나?둘, 일어나―, 타이거」
전원이 목소리를 모은 것치고는, 중얼거리는 듯한 크기였다.
특히 『타이거』의 발음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다.
그런데도.
……꿈틀.
하고, 침묵하고 있었던 후지 누나의 몸이 반응한다.
「우오, 움직였다!? 효력 있는데!」
「좋아, 계속해라! 」
기말시험이 닥쳐오고 있기에, 모두들 핀치였던 거겠지.
그만 두면 좋을 것을, 붕붕 팔을 휘두르며 후지 누나의 별명을 연호한다.
「일어나―타이거. 아침이다―」
「선생님, 안 일어나면 타이거예요!」
「지지 마라 타이거! 일어서라 타이거!」
「좋―아, 일어나라 선생! 그래야 비로소 타이거다!」
「타―이―거! 타―이―거!」
「쿠아! 타이거라고 하지 마앗!」
거대한 뇌성이 한 순간 번뜩이고.
그 정도 타격을 받고도 노 대미지였는지, 씩씩하게 대지에 서는 후지 누나.
「……어라? 다들 뭐해? 안 돼, HR 중에 자리에서 일어서면. 자자, 시작할 테니까 앉으세요」
후지 누나는 평소 태도 그대로 교단에 선다.
……아무래도, 교실에 뛰어들어온 뒤부터 일어설 때까지의 기억이, 뻥 하고 구멍 뚫린 듯이 빠져버린 듯 하다.
「……어이, 타이거 기억 못 하는 것 같은데」
「……럭키―, 아침부터 운이 좋은데, 우리들」
「……아니, 운이 좋다고 하는 걸까, 이런 걸……」
왁자지껄하게 각자의 자리에 돌아가는 학생들.
「음. 지금 누군가, 선생님 놀리지 않았어?」
「아뇨, 안 했어요. 기분 탓 아녜요?」
「그래, 그러면 됐고. 그럼 오늘 아침 HR을 시작할 테니까, 다들 얌전히 듣도록」
후지 누나는 유유히 HR을 시작한다.
대수롭지 않은 연락사항 사이사이에 잡담을 하고 있으니, 조금도 진행되질 않는다.
「그러니까, 모두들 하교시간은 지키도록. 폐문 시각은 6시니까, 부활동 있는 애들도 너무 오래 있으면 안 돼」
「에?, 6시라고 해 봐야 금방이잖아?. 타이가(大河) 선생님, 그거 운동부는 면제 안 돼요?」
「안 됩니닷. 그리고 고토 군, 선생님은 후지무라 선생님이라고 불러야지. 다음에 이름으로 부르면 화낼 거야?」
「네―에, 이후 주의하겠습니―다」
고토 군은 전혀 주의하지 않는 드―읏한 기색으로 자리에 앉았다.
……너무나도 무른 생각이다.
후지 누나는 화낼 때는 내는 사람이다. 상대가 학생이건 자신이 교사이건 관계 없다.
지금 그건 한없이 진심에 가까운 최후통첩이라는 것을, 고토 녀석 알아채지 못했다.
「그럼 오늘 HR은 여기까지. 다들, 3교시 영어 때 만나자―!」
손바닥을 팔랑팔랑 흔들면서 떠나가는 후지 누나.
2학년 C반 담임, 후지무라 타이가.
별명은 타이거.
‘아니 진짜 제정신이냐’ 라고 하고 싶은 별명이지만, 사실이니 어쩔 수 없다.
여자인데 타이가 같은 이름이 붙어있으니 그렇게 친하게 지내는 것이지만, 후지 누나 본인은 타이거라는 별명을 싫어한다.
후지 누나 왈, 여자답지 않다, 라던가 뭐라던가.
하지만 본인이 저런 사람이라, 별명이 여자답지 않은 건 당연하다고 할까 자업자득이겠지.
「수업을 시작한다. 주번, 인사를」
그렇게, 후지 누나와 엇갈려서 1교시를 맡은 선생님이 들어온다.
후지 누나가 시간 다 끝날 때까지 HR을 하는 탓에, 우리 반의 아침은 항상 이런 식이었다.
그렇게, 여느 때처럼 하루 수업이 끝났다.
부활동에 힘쓰는 학생, 빠른 걸음으로 귀가하는 학생, 할 일도 없으면서 교실에 남은 학생, 그 모습은 가지가지다.
나는 어떤가 하면, 그 셋 중 어디에도 해당될 것 같지 않다.
「미안하다, 잠깐 괜찮나 에미야. 오늘 아침에 하던 일의 나머지 말인데, 오늘은 시간 있나?」
「아니, 예정은 있다고 하면 있는데」
나라고 놀고 있는 게 아니다.
애초에 궁도부를 그만 둔 가장 큰 이유는, 아르바이트를 우선했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타계한 뒤, 생활비 정도는 자신이 내겠다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해서 벌써 5년.
그만큼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으면, 거절할 수 없는 관계라는 것도 생겨버린다.
특히 오늘은 그런 것이다.
술집 재고정리로, 일단 남자 일손은 많을수록 좋으니 도와주러 올 수 있으면 와 줬으면 한다, 라는 것이었다.
다만, 자신이 가지 않으면 안 된다, 라는 게 아닌 것도 확실.
그건 단지, 일이 끝난 뒤에 떠들썩하게 놀고 싶어서 아는 사람들을 모으고 있는 부류고.
「——————」
잇세에게는 미안하지만, 역시 아르바이트를 우선하자.
얼굴을 내밀겠다고 확실하게 약속한 건 아니지만, 가능한 한 선처한다고 했으니까 지켜야지.
「아니, 미안 잇세. 선약이 있어서, 오늘 아침 하던 걸 계속하는 건 다음으로 해 주지 않을래」
「선약……? 아아, 예의 아르바이트인가. 그런가, 그거 곤란하게 했군. 이쪽은 오늘 내일로 진퇴가 결정되는 것도 아니지. 내 부탁 같은 건 신경 쓰지 말고 노동에 힘써 주게」
「미안. 내일 아침 일찍 마저 할 테니까, 그걸로 빚 없는 걸로 해 줘」
「응? 그렇게까지 심각한 것도 아니라고 했잖나. 시급한 건 오늘 아침에 처리했다. 남은 수리할 건 에미야의 손이 비었을 때 해도 상관없지」
「그러냐. 그럼, 아르바이트 쉬는 날이 잡히면 마저 한다는 거면 될까?」
「지장 없다. 그 때는 또 의지하도록 하마, 에미야」
그럼 잘 가게, 라고 딱딱한 인사를 하고 교실을 뒤로 하는 잇세.
「자」
이쪽도 꾸물대고 있을 수는 없다.
시간 지정이 없긴 하지만, 아르바이트 하러 가겠다고 결정했으면 서둘러서 신토로 가야지.
「……곤란한데. 그냥 도와주기만 할 생각이었는데, 3만 엔이나 받아 버렸네」
이게 왠 떡이냐 랄까, 호박이 덩굴째 굴러들어왔다 랄까.
오늘 아르바이트 한 곳인 코펜하겐은 주점 겸 술 슈퍼마켓 같은 곳으로, 재고 정리에는 몇 명이나 일손이 필요해진다.
적어도 5명, 그 뒤엔 있으면 있을수록 편해진다는 대작업이다.
그런데도 아저씨는 평소 말투로,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도와줘?잉』
이라고, 아르바이트 전원에게 말을 하고 완전히 안심하고 있었다는 듯 하다.
그래서, 뚜껑을 열어보니 도와주러 온 아르바이트는 나 혼자고, 나머지는 점장님과
딸인 네코 씨뿐이라는 지옥 같은 상황이었다.
「바보지 아빠, 그래서야 아무도 올 리가 없잖아」
아저씨를 나무라는 네코 씨였지만, 그 예상에 반하며 얼굴을 내민 제물 한 명.
“오오?“ 하며 둘은 긴장감 없는 박수를 치며 나를 맞아줘서,
어쩔 수 없으니까 가능한 범위에서 창고를 정리하자, 라는 상황으로 진행됐다.
그리고.
문득 정신을 차리니 2시간 뒤, 재고 정리는 예정대로 끝나 있었다.
「놀랐는데에. 시로 군은 그건가, 브라우니나 뭐 그런 건가?」
작업 뒤의 티타임, 다갈색 케이크를 먹으면서 아저씨는 감탄하고 있었다.
「아녜욧. 힘쓰는 일에는 익숙하고, 여기 아르바이트 한지도 오래된데다, 창고 어디에 뭐가 있는지 정도는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에욧! 겉멋으로 어릴 적부터 여기서 일하고 있는 게 아니라구요!」
「그런가?. 어라, 시로 군은 벌써 5년이었나?」
「그 정도군요. 키리츠구가 죽고 나서 바로 고용해준 거, 아저씨네뿐이었으니」
「어라라. 우와?, 나도 나이를 먹을 만 하네」
우걱우걱 럼주가 들어간 케이크를 볼이 미어지게 집어넣는 아저씨.
네코 씨는 옆에서 뜨겁게 덥힌 술을 마시고 있다.
여기 일가는 점장이 단 걸 좋아하고 딸은 매운 걸 좋아한다는, 밸런스 좋은 기호를 가지고 계신다.
그래서.
「응?, 하지만 살았어?. 이만큼 해 줬는데, 품삯이 현물지급( 케이크 )뿐이라는 것도 뭐하고, 자, 이거 내 쪽에서 보이는 성의」
팔락팔락 건네진 게 만엔 지폐 3장.
1주일간 풀로 일해도 손이 안 닿는, 3시간 정도의 노동에는 알맞지 않은 보수였다.
「아, 감사」
아무리 그래도 망설였지만, 받을 수 있는 이상 받아뒀다.
그리고 나서 코펜하겐을 뒤로 하려고 했을 때,
「……응?, 잠깐 기다려. 에미양, 오늘 이야기 누구한테서 들었어?」
지쳤어?, 하며 스토브 앞에서 둥글려 말려 있었던 네코 씨가 불러 세웠다.
「에?에, 분명 후루미 씬데요」
「……하아, 학생한테 자기 일 밀어붙이지 말란 말야, 그 바보. 뭐어 그건 됐다 치고……뭐야, 그럼 오늘 선반 정리, 직접 들은 게 아니었는데 온 거구나」
「아?……뭐어, 한가하면 도와달라는 분위기라」
「후루미도 바보지만, 에미양도 바보 씨?
뭐어 상관없지만. 너 말야, 사람이 하는 부탁 거절한 적 없지. 전에 나랑 아버지가 감기로 드러누웠을 때도 가게 봐 줬고」
「? 별로 그렇지는 않은데요. 저, 무리한 주문은 받지 않는 걸요.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이고, 가능한 경우만 받으니까요」
「……흐응. 그 때, 너도 감기 걸려 있었는데 말이지. 뭐어 상관없지만. 에?,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가 하면 말이지, 에미양은 좋은 녀석이고, 조금 바보며, 그런 부분이 나는 걱정이기에
다음에 후지무라한테 좀 얼굴 내밀어라 이 녀석아 라고 전해줬으면 하는 겁니다」
꿀꺽, 하고 덥힌 술을 마시면서 네코 씨는 빙글빙글 손가락을 돌린다.
나를 잠자리 같은 걸로 착각하고 있는 듯.
「하아. ……에?, 어쨌든 후지 누나한테 전언?」
「그래. 그럼 안녕, 너무 힘내지는 마, 소년」
「……아, 어느 샌가 다리 건넜다」
옆 쵸인 신토에서 미야마 쵸까지, 멍해 있는 동안에 도착해 버렸다.
밤 거리를 걷는다.
별이 빛나는 겨울 하늘을 올려다보며 언덕길을 올라가고 있자니, 근처에 사람 그림자가 없는 것을 깨달았다.
시간은 6시30분쯤이겠지.
이 시간이라면 드문드문 길 가는 사람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은데, 밖에는 인기척이라는 것이 없었다.
「……그러고 보니, 분명히」
바로 요전에, 이 미야마 쵸 쪽에서도 뭔가 사건이 일어났었지.
억지로 들이닥친 강도에 의한 살인사건, 이었던가.
사람들이 지나다니지 않는 것도, 학교의 하교시간이 6시가 된 것도, 그런 데가 원인인가.
「……가스 누출에 강도라. 뒤숭숭한 세상이 됐군」
이래서야 밤에 나돌아다니자,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주는 것도 당연하다.
사쿠라를 혼자서 돌아가게 하는 것도 위험해졌다.
후지 누나는 여하튼, 사쿠라의 집은 반대쪽 주택가에 있다.
오늘부터라도 밤엔 바래다 줘야
「……응?」
한 순간,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인기척이 없다, 라고 방금 전에 말한 언덕길에 사람 모습이 있다.
오르막 도중, 올라가고 있는 이쪽을 내려다 보듯이, 그 그림자는 멈춰 서 있었다.
「——————」
자기도 모르게 숨을 삼킨다.
은색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는 생긋 웃고는, 발소리도 내지 않고 언덕길을 내려온다.
그, 도중.
「빨리 안 부르면 죽을 거야, 오빠」
이상한 말을, 했다.
비탈길을 다 올라와서 우리 집에 도착한다.
집에 불이 켜져 있는 걸 봐선, 사쿠라와 후지 누나는 이미 돌아와 있는 듯 하다.
거실에 들어오자마자, 맛있을 듯한 밥 냄새.
테이블에는 저녁 식사 중인 사쿠라와 후지 누나의 모습이 있다.
오늘 저녁의 메인 디쉬는 치킨 크림 찜인 듯, 화이트 소스 계를 매우 좋아하는 후지 누나는 기분이 좋은 것 같다.
「다녀오셨어요 선배. 먼저 실례하고 있어요」
「다녀왔어. 늦어서 미안. 좀 더 빨리 돌아왔으면 좋았을걸」
「괜찮아요, 충분히 제 시간에 왔으니까.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금방 준비할 테니까」
「응, 부탁해. 손을 씻고 올 테니까, 다른 사람 반찬 안 먹게 후지 누나를 감시하고 있어 줘」
「네, 확실히 감시하고 있을게요」
자신의 방에 돌아온다.
광에 비하면 너무나도 물건이 없는 방이지만, 애초에 취미가 없으니 이 정도라도 장식해 두는 편에 속한다.
대부분은 후지 누나가 휙휙 놓고 간 용도불명인 물건들뿐이지만.
손을 씻고, 옷을 갈아입고 돌아오자, 테이블에는 저녁이 준비되어 있었다.
「잘 먹겠습니다」
「네, 입맛에 맞으면 좋겠지만……」
사쿠라는 어디까지나 품위 있다.
이 1년 간 사쿠라의 요리 실력은 비약적으로 향상돼 있다.
양식에서는 완패. 일식이라면 아직 간신히 이길 수 있을 것 같고, 중화는 서로 노 터치, 정도 상황이다.
제자가 숙달되는 것은 기쁘지만, 제자가 스승을 웃돌게 되는 것도 어쩐지 쓸쓸하다.
「음」
역시 잘 한다.
닭고기는 시간을 들여 찌면 찔수록 딱딱해져 버린다. 때문에, 귀찮아도 찌기 전에 표면을 알맞게 구워두면 맛이 상하지 않고 신선한 마무리가 된다.
그런 부분의 조절이 절묘해서, 서툰 후지 누나는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장인의 기술이다.
「어때요 선배……? 저, 오늘 건 잘 됐다고 생각하는데……」
「흠 잡을 데 없어. 화이트 소스도 절묘하고. 이제 양식으로는 사쿠라를 못 당하겠는걸」
「응응, 사쿠라쨩이 밥 해 주게 되고 나서, 고기 요리들이 맛있어졌어」
라고.
지금까지 우물우물 식사에 전념하고 있던 후지 누나가 얼굴을 들었다.
「아. 못 써―, 시로. 학생이 이런 밤 늦게 돌아오면 안 된다니깟」
……이런.
사쿠라의 저녁밥에 기분이 좋으신가 하고 생각하고 있었으나, 내 얼굴을 보자마자 언짢아지신 모양.
「정말, 또 누군가 도와주고 있었지. 그건 그거대로 좋은 일이지만, 이런 때 정도는 빨리 돌아와.
최근 위험하다고 HR에서 말했잖아.
그거, 시로한테 한 말이란 말야」
「……이봐. 일부러 HR에서 말하지 않아도, 집에서 하면 되는 거 아냐?」
「여기서 말해도 안 듣잖아. 학교에서 확실히 말하는 쪽이 시로한테는 효과적인걸」
「……선생님, 그건 직권남용이라고 할까, 공사혼동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아니, 그 정도 하지 않으면 시로는 안 돼.
항상 다른 사람 도와주기만 해서 손해보고 있으니까 말야. 가끔은 곧바로 돌아와서 한가롭게 지내도 되잖아, 바부팅」
「읏. 바부팅이라는 건 뭐야. 좋잖아, 다른 사람을 돕고, 그로 인해 그 사람이 도움을 받는다면 손해 같은 거 안 보는 거라고」
「……하아, 키리츠구 씨를 닮은 걸까. 시로가 그래서야 누나는 걱정이야」
어디가 걱정하는 건지, 우물우물 힘차게 밥을 먹는 후지 누나.
「……저, 후지무라 선생님. 지금 얘기를 듣자니, 선배는 옛날부터 그랬던 거예요?」
「응, 옛날부터 그래. 곤란해 하는 사람이 있으면 이쪽에서 손을 내미는 타입.
하지만 쓸데없이 참견하는 게 아니라, 시로는 말야, 그저 조숙한 거야」
후후후, 하고 무언가 불온한 웃음을 흘리는 후지 누나.
「후지 누나. 쓸데없는 말 하면 화낸다. 사쿠라도 시시한 거 묻지 마」
번뜩, 하고 둘을 노려본다.
후지 누나는 쳇, 하고 혀를 차며 물러나 주었지만,
「후지무라 선생님, 이야기를 계속해 주세요」
자세를 바로 잡고, 진지하게 수업을 듣는 사쿠라가 있었다.
「그럼 얘기해 버려야지. 이게 말야―, 시로는 곤란해하는 사람을 내버려두지 못하는 성격인 거야. 약한 자를 돕고 강한 자를 꺾는다 라는 거. 어릴 적에 쓴 작문엔 말야, 내 꿈은 정의의 사자가 되는 것입니다, 였다니까」
「——————」
……또 옛날 얘기 하네, 후지 누나도.
하지만 전부 사실이니 참견은 하지 않는다.
애초에, 정의의 사자가 된다는 것은 지금도 포기해선 안 되는 목표다.
「우와아. 굉장한 애였군요, 선배」
「응, 굉장했어―. 훠―월씬 나이 많은 남자애한테 괴롭힘 당하고 있는 여자애가 있으면 구하러 갔고, 키리츠구 씨가 귀찮아서 안 했으니까 가사도 열심히 했고」
「아―아, 그 때는 귀엽고 순진했었는데, 그런 애가 어째서 이런 비틀린 애가 돼 버렸을까―」
「그거야 후지 누나가 있었으니까 그렇지. 구제불능인 어른을 보고 있으면 어린애는 이런저런 생각을 한단 말야. 분하면 제대로 혼자서 밥 지어 봐」
「뭐」
까―앙, 하고 꺾이는 후지 누나.
그대로 고개를 숙이고 반성하는가 했더니,
「으으, 누나는 슬퍼어. 사쿠라쨩, 한 그릇 더」
슥, 하고 세 그릇 째 밥공기를 내민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한가로이 있다 보니, 시계는 9시에 다다르려 하고 있었다.
「자, 뭘 할까」
밤에 하는 단련까지는 시간이 있다.
역시, 저녁을 만들어 준 거에 대한 감사도 아직이고, 사쿠라한테 인사하고 오자.
「그래. 밤도 늦었고, 집까지 바래다 줘야지」
거실에는 뒷정리를 끝내고,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는 사쿠라가 있었다.
「어라, 선배. 목욕하고 있었던 거 아니었나요?」
「아니, 목욕은 나중에. 사쿠라를 바래다주고 나서 할 거야」
「에……바래다준다니, 저를 말인가요?」
「응. 최근엔 위험하니까 집까지 바래다줄게. 사쿠라네, 꽤 멀잖아. 일부러 와 주고 있으니까, 그 정도는 하게 해 줘」
「………………」
사쿠라는 거북한 듯이 입을 다문다.
……무언가 안 좋은 소리라도 한 걸까, 나.
「……죄송해요. 마음은 기쁘지만, 선배는 쉬고 있으세요. 집까지 가는 길이라면 익숙하고, 혼자라도 괜찮으니까」
「아니, 그건 그렇겠지만, 오늘은 특별이야. 당분간은 집까지 바래다 줄게」
「……하지만, 저……오라버니가 보면, 선배한테까지 폐를 끼쳐요」
「음」
……그랬다.
사쿠라의 오빠인 신지는, 사쿠라가 우리 집에 오고 있는 걸 좋게 생각하지 않는다.
표면적으로는 후지 누나네 집에 가는 걸로 돼 있으니까 신지는 강하게는 나올 수 없지만,
여기서 내가 바래다주거나 하면 여러 가지로 문제가 된다.
문제가 되지만, 그게 어쨌다는 거지.
신지가 뭐라고 하든, 이런 위험한 때 사쿠라를 혼자서 돌아가게 하는 쪽이 문제잖아.
「나한테 오는 폐 같은 건 됐어. 어쨌든 최근엔 위험하니까 바래다 줄게」
「저, 하지만, 역시 선배한테 미안하니까, 저」
「미안할 거 없어. 평소에 신세지고 있으니까, 배웅 정도는 하게 해 줘. 그렇지 않으면 혼자서 돌아가고 싶은 거야, 사쿠라는?」
「에……아뇨, 그런 게 아니라, 말이죠」
「그럼 상관없잖아. 이래봬도 주먹에는 자신이 있어. 그저 그런 폭한은 이쪽에서 물리칠 수 있으니까, 이런 때 정도는 써 줘. 뭔가 튀어나와도 확실하게 사쿠라를 지킬 테니까」
자, 하고 시선으로 사쿠라를 복도에 재촉한다.
「선배……? 정말로 괜찮나요? 또 오라버니와 싸움, 해 버릴지도 몰라요」
「상관없어. 남자끼리 싸움 안 하는 쪽이 이상하고, 신지랑은 그 정도 솔직하게 서로 말하는 쪽이 좋아.
그 녀석, 그리 보여도 숨기는 거라던가 싫어하니까. 불만이 있다면 깨끗이 이야기하는 편이 말끔하지」
그러자.
왜인지, 사쿠라는 놀란 얼굴을 한다.
「왜 그래? 뭔가 이상한 소리 했냐, 나」
「아뇨, 안 했어요. 선배가 오라버니와 사이 좋게 지내주는 게 좋을 뿐이에요」
「? 아니, 사이 좋게 라는 건 어려운데. 상쾌해지는 건 나뿐이고, 신지는 거꾸로일지도 모르고」
「그렇네요. 하지만 오라버니, 몇 번 싸워도 선배한테 말을 걸잖아요? 오라버니, 틀림없이 선배가 거북한 거예요. 하지만 다른 사람보다 훨씬 좋으니까, 항상 선배를 신경 쓰고 있는 거죠. 솔직하지 않은 사람이니까, 싫은 사람이 좋은 거예요, 오라버니」
「……에에. 그건, 대답하기 곤란한 의견이군」
「네. 선배가 부러웠으니까, 아주 조금 곤란하게 만들어 봤어요」
생긋 웃는 사쿠라.
「아으」
그 웃는 얼굴에, 무의식 중에 숨을 삼키고 있었다.
만면에 띄운 웃음이라고 하는 건가.
저렇게 사쿠라가 웃는 거, 처음 본 듯한 생각이 든다.
「어, 어쨌든 바래다 줄 테니까 말야. 신지한테 들키면 들키는 대로 됐어. 여동생을 바래다준 거니까, 그 녀석도 불만은 얘기할 수 없잖아」
「그렇네요. 숨기는 것보다는 그렇게 하는 쪽이 나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럼 선배 말대로 호의를 받아들여도 되나요, 선배」
「그래. 가끔은 선배다운 구석 보여주겠어」
퉁, 하고 가슴을 두들긴다.
맡겨둬, 라고 하는 의사표시에, 사쿠라는 따뜻한 웃는 얼굴로 끄덕이고 있었다.
비탈길을 내려와서, 교차점에 도착한다.
주위에 사람 모습은 없어, 낯익은 주택가는 매우 쓸쓸하게 느껴졌다.
「——————」
아직 10시 되기 전인데도, 도시는 완전히 잠들어 있다.
……그 조용함은, 어딘가 이상하다.
뒤숭숭한 사건이 계속되고 있다고는 해도, 밤이라고 하는 것은 이렇게까지 활기를 빼앗는 것이었나.
「선배……? 저, 저희 집 이쪽인데요」
「에? 아아, 미안, 잠깐 멍해져 있었어. 사쿠라네는 저쪽 제일 위지」
「아뇨, 제일 위에 있는 건 토오사카 선배네 집이에요. 마토 가도 높은 곳에 있지만, 제일 위가 아니에요」
「어라, 그랬었나? ……근데, 토오사카라니 그 토오사카……?」
「네, 2학년 토오사카 린이에요. 선배, 거북한 건가요?」
이쪽 심정을 살핀 건지, 사쿠라는 정확하게 꼬집어 온다.
으음……그렇게 언짢은 얼굴 하고 있었던 건가, 나.
「아니, 거북한 건 아냐. 이야기한 적도 없고, 잘 모르는 상대지. 다만 유명한 우등생이잖아, 그 녀석. 어디에 있어도 눈에 띄니까, 다른 사람들 정도로 알고 있을 뿐이지」
「………………」
「그러는 사쿠라는? 같은 서양식 저택이고, 혹시 이웃끼리 교제라든가 있는 거야?」
「없어요. 확실히 근처이긴 하지만, 토오사카 선배 집은 언덕 위니까요.
하지만, 토오사카 선배 집이 서양식 저택이라고 알고 있는 거군요, 선배」
작은, 목소리로 사쿠라는 말한다.
「응, 좀 얼핏 들었어. 토오사카 네는 유령저택이라던가 뭐라던가. 유령저택이라고 하면 으레 서양식 저택이기 마련이잖아」
「그렇네요. 토오사카 선배는 본인도, 그 집도 혼자인 게 좋은 것 같으니까요.
저도 어릴 적, 언덕 위에는 무서운 마법사가 살고 있다고 들었어요」
「헤에, 무서운 마법사라. 나도 그런 쪽인 소문은 들었는데. 뭐어, 그렇게 말하면 서양저택 쪽( 저쪽 ) 집은 전부 마법사가 살고 있을 것 같은데. 그래서, 사쿠라는 믿었었어, 그 이야기?」
「믿었어요. 왜냐면 어린애였으니까요. 그래서, 언덕 위에는 가면 안 된다고, 항상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러자.
재미 절반으로 물은 말에, 사쿠라는 진지한 얼굴로 대답했다.
비탈길을 올라간다.
우리 집 쪽이랑은 정반대인 주택가지만, 그 모습은 다르지 않다.
비탈길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건물이 적어지고, 사람이 손질하지 않은 잡목림이 많아진다.
도시로서의 기능은 비탈 밑에 모여있으니, 위로 가면 갈수록 집이 적어지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그 중에서, 정상에 가까운 위치에 있는 얼마 되지 않는 건물이 사쿠라의 집, 마토 저택이다.
「아」
갑자기 사쿠라가 멈춰 섰다.
「응? 뭐야, 뭐 놓고 왔어?」
「아……아뇨, 놓고 온 건 아닌데……선배, 집 근처에 누군가 있지 않아요?」
불안한 듯이 주위의 상황을 살피는 사쿠라.
「?」
주위를 둘러보지만, 우리들 이외에 사람의 모습은 없었다.
「딱히 아무도 없는데, 무슨 일 있었니」
「아……아뇨, 없다면 괜찮아요. 어쩐지 최근, 집 근처에서 낯선 사람이 곧잘 눈에 띄어서, 오늘도 있는 걸까 하고」
「뭐야 그거. 어쩐지 위험하지 않냐, 그 녀석. 어떤 녀석이야」
「에에……저, 금발에, 멋있는 사람이었어요. 모델 같으니까, 선배도 보면 놀랄 거라고 생각해요」
상기하고 겸연쩍어 하는 건지, 사쿠라는 멋쩍은 듯이 말한다.
「…………」
……사쿠라.
그거, 내가 걱정해도 되는 거냐, 아니냐.
「뭐야. 수상한 녀석인 게 아니구나」
「……모르겠어요. 다만, 최근 이사해온 사람 같은 거 없으니까, 이상하구나 하고」
「……흐으응. 뭐, 어쨌든 수상하다고 하면 수상하지. 좋아, 혹시 또 집 근처를 어슬렁대고 있는 것 같으면, 나나 신지한테 말해줘. 잡아서 뭐하고 있는지 불게 할 테니까」
「네, 믿고 있을게요. 하지만 난폭한 짓은 하지 마세요. 저, 선배가 싸움하면 곤란해요」
말하고, 사쿠라는 똑바로 이쪽을 향하고 미소 지었다.
「……으. 괘, 괜찮아. 온건하게 대화부터 시작할 테니까, 사쿠라가 걱정할 필요 없어」
사쿠라의 웃는 얼굴에서 시선을 돌리고, 야무지지 못한 대답을 한다.
「…………」
……곤란한데.
어쩐지 최근, 사쿠라의 몸짓에 눈을 빼앗기는 일이 많아졌다.
좀 전까지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자신도 이상해져 있다고 생각한다.
사쿠라가 성장했기 때문인지, 자신이 이제 와서 눈치챘기 때문인지.
……에, 사쿠라는 정말로 미인이 됐다고 생각한다.
그건 기뻐해야 할 일이지만, 이렇게 눈을 둘 곳에 곤란한 건, 선배로서 볼품이 없다고 생각하는 거다.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선배. 바래다 주셔서 기뻤어요」
「바, 바보, 감사 같은 거 하지 마. 저녁밥 해 주고 있으니까, 인사를 하는 건 이쪽이지」
사쿠라는 만족스러운 듯 미소 지을 뿐이다.
「……정말. 이런 거라도 괜찮다면 내일부터 일과로 할 거야」
「네. 선배 마음이 내킬 때, 가끔이라도 좋으니까 배웅해 주세요.
오라버니에게 야단맞지만, 저는 역시, 선배와 함께인 게 좋아요」
「선배, 내일 봐요! 오늘은 감사했어요?!」
활기 넘치게 말하고, 사쿠라는 마토 저택으로 사라진다.
「자」
나도 돌아갈까.
후지 누나한테 집 보는 걸 맡겨두고 왔지만, 그것도 솔직히 걱정이고.
「…………어라?」
뭔가, 지금 들리지 않았나?
……들린다.
키이키이 하는, 그네가 삐걱대는 소리.
그게 벌레 우는 소리라고 깨닫는 데에, 상당히 시간이 걸렸다고 생각한다.
「……어떤 벌레일까. 뭐든, 계절에 보통 안 맞는 게 아니군」
겨울의 차가운 하늘 속, 어둠에 숨은 하늘소를 상상한다.
그 때.
「………어라. 불이 셋 켜져 있다.」
지금 불이 켜진 방은 사쿠라의 방이다.
……1층 불은 신지 방이니까, 그렇게 되면……저, 세 번째 방의 불은 뭘까?
「……? 신지 네는 사쿠라랑 신지 밖에 없을 텐데……」
손님인지, 그렇지 않으면 단지 신지가 저 방에 있을 뿐인 건지.
어찌됐든, 지금까지 몇 번인가 마토 저택에는 발을 옮겼지만, 저 방에 불이 켜져 있는 건 처음 봤다.
「……………………」
뭐어, 저 정도로 넓은 집이다.
어디에 불이 켜지던지 이상하지 않다.
이상하진 않은데, 에에,
「………뭘까. 어쩐지, 가슴이 술렁거리는데」
좋지 않은 예감이라고 할까, 느낌이 있었다.
고요하게 얼어붙은 밤하늘에, 계절에 안 맞는 소리가 난다.
벌레의 알림, 이라는 것이 있다면.
풀밭 그늘에 숨은 벌레는, 기생충 같은 불길한 느낌이 있었다.
그리고 하루가 끝난다.
심야 0시 전, 에미야 시로는 일과가 된 “마술”을 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
「?」
결가부좌로 자세를 잡고, 호흡을 고른다.
머리 속은 가능한 한 백지로.
외계와의 접촉은 피하고, 의식은 전부 내계로 돌린다.
trace, on
「동조, 개시」
자신에게 암시를 거는 듯이, 수없이 말해 익숙해진 주문을 중얼거린다.
아니, 그것은 정말로 자기암시에 지나지 않는다.
마술각인인지 하는 것이 없고, 마도의 지식도 없는 자신에게, 주문은 자신을 변혁시키는 것 그 하나만을 위한 것이다.
……본래, 인간의 몸에 마력을 지나게 하는 신경(line)은 없다.
그걸 의사적으로 만들고, 일시적으로 변혁시키기 위해서는, 자신의 육체,
신경 전부를 통괄할 수 있는 집중력이 필요하게 된다.
마술은 자신과의 싸움이다.
예를 들면, 이 순간, 등뼈에 달궈진 철봉을 찔러 넣는다.
그 철봉이야말로, 딱 1줄 준비할 수 있는 자신의 “마술회로”다.
이걸 몸 깊숙이까지 뚫고, 다른 신경과 이어졌을 때, 드디어 자신은 매직 유저가 된다.
그것은 비유가 아니다.
실제로, 에미야 시로의 등뼈에는,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만져지지 않는 “부지깽이와 비슷한 것”이, 푹 꽂혀 들어가 있다.
나는 마법사다.
그렇게 말한 에미야 키리츠구는, 정말로 마술사였다.
수많은 신비를 배우고, 세계의 구조라는 것에 육박해, 기적을 실행하는 진정한 마술사.
그 키리츠구를 동경해서, 어쨌든 마술을 가르쳐 달라고 졸랐던 어린 자신.
하지만, 마술사라고 하는 것은 되려고 한다고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타고난 재능이 필요하고, 그에 상응하는 지식도 필요하다.
그래서, 물론 나에게는 타고난 재능 같은 건 없고, 키리츠구는 마도의 지식 같은 건 가르쳐 주지 않았다.
뭐라더라, 그런 건 너에게는 필요 없다, 라고 했던가.
지금도 그 말의 의미는 모른다.
그래도, 아이였던 자신에게는 어떻든 상관없었던 거겠지.
여하튼 마술만 쓸 수 있으면, 키리츠구처럼 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타고난 재능마술회로인지 하는 것의 수도, 대대로 쌓아온 마술의 업도 나에게는 없었다.
키리츠구가 가지고 있던 마술의 업……에미야 가에 전해왔던 마술각인이라는 건,
육친에게밖에 이식할 수 없는 것이라는 듯 하다.
마술사의 증거인 마술각인은, 피가 이어져 있지 않은 인간에게는 거부반응이 나온다.
그래서 양자인 나는, 에미야 가의 각인을 이어받지 못했다.
아니 뭐.
실제로, 마술각인이라는 게 뭔지 모르는 내가 보기에는, 그런 게 있든 없든 손톱만큼도 관계없는 이야기이긴 하다.
그래서, 그렇게 되면 남은 건 이제 그때그때 봐서 처리하고 결과는 운에 맡길 뿐.
마술사가 되고 싶다면, 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특질에 맞는 마술을 익힐 수 밖에 없다.
마술이라고 하는 것은, 극단적으로 말해서 마력을 방출하는 기술이라고 한다.
마력이라는 것은 생명력이라고 바꿔 말해도 된다.
마력은 세계에 가득 차 있는 큰 근원과, 생물 안에서 생성되는 작은 근원으로 나눠진다.
큰 근원, 작은 근원이라고 말하는 이상, 작은 것보다 큰 것이 뛰어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인간 한 사람이 만드는 마력인 작은 근원과, 세계에 가득 차 있는 마력인 큰 근원은 힘의 정도가 차원이 다르다.
어떠한 마술이든, 큰 근원을 이용하는 마술은 개인이 행사하는 마술을 가볍게 능가한다.
그런 이유로, 뛰어난 마술사는 세계로부터 마력을 빨아들이는 방법이 뛰어나다.
그것은 여과기의 이미지에 가깝다.
마술사는 자신의 몸을 변환회로로 삼아, 외계로부터 마력을 퍼 올려서 인간이라도 쓸 수 있는 것, 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 변환회로를, 마술사는 마술회로라고 부른다.
이것이야말로 선천적인 재능이라는 것으로, 마술회로의 숫자는 태어난 순간에 정해져 있다.
일반적인 인간에게는 마술회로는 거의 없다.
그것은 본래 적은 것이다.
그래서 마술사는 몇 대나 피를 쌓아 올려서, 태어나는 자손들을, 보다 마술에 적합한 육체로 만든다.
도를 넘어선 가계는 품종개량 비슷한 짓까지 해서, 태어나는 아이의 마술회로를 늘린다던가.
……뭐어, 그런 이유로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나는, 많은 마술회로를 바랄 수도 없었다.
그렇게 되면 남겨진 수단은 하나.
키리츠구 왈, 어떤 인간에게도 하나 정도는 적성이 있는 마술계통이 있다고 한다.
그 인간의 “기원”에 따라 마력을 끌어낸다, 라고 했지만, 그런 부분 이야기는 전혀 모르겠다.
확실한 것은, 나 같은 녀석이라도 하나 정도는 쓸 수 있는 마술이 있고, 그걸 단련해 가면,
언젠가 키리츠구 같이 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라는 것뿐이었다.
그래서, 그저 그 마술만을 배웠다.
그것이 8년 전 이야기.
키리츠구는 몹시 고민한 뒤, 엄한 얼굴로 나를 제자로 인정해 주었다.
알겠니 시로. 마술을 배운다, 라는 것은 상식에서 멀리 떨어져버린다는 거다. 죽을 때는 죽고, 죽일 때는 죽인다.
우리들의 본질은 삶이 아니라 죽음이니까. 마술이라는 것은, 자신을 멸하는 길 이외의 다른 그 무엇도 아니다
어린 마음에 두려움을 몰랐겠지.
힘차게 끄덕이는 에미야 시로의 머리에, 키리츠구는 어쩔 수 없이 손을 올리고 쓴웃음 짓고 있었다.
너에게 가르치는 것은, 그런 싸움을 부르는 류의 것이다.
그러니 다른 사람 앞에서 써서는 안 되고, 어려운 것이니 단련을 게을리해서도 안 된다.
하지만 뭐, 그건 어겨도 상관없다.
가장 중요한 건 말이지, 마술은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해서만 쓴다, 라는 거야.
그렇게 하면 시로는 매직 유저이긴 해도 마술사는 아니니까 말야
……키리츠구는, 에미야 시로가 마술사가 되길 원치 않았던 거겠지.
그건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동경하고 있었던 것은 키리츠구이지 마술사가 아니다.
단지 키리츠구처럼, 그 붉은 날처럼, 누군가의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것은
「?윽」
……잡념이 들어갔다.
끼긱, 하고, 등뼈에 꽂혀있던 철봉이, 들어가서는 안 되는 곳으로 어긋나 가는 감각.
「윽, 크, 으!」
여기서 호흡을 흐트러뜨리면, 그야말로 돌이킬 수 없다. 의사적으로 만들어진 마술회로는 육체를 침식해서,
몸 안을 갈기갈기 찢는다.
그렇게 되면 끝이다.
에미야 시로는, 이런 초보적인 것에 실패해서 목숨을 잃는 제 몫도 못하는 인간이라는 셈이 된다
「, , ?」
씹어서 부숴버릴 정도로 이를 꽉 깨물고, 접속을 재개한다.
바늘 산 위를 걷는 대항 끝에, 철봉은 몸 깊숙이까지 도달해서, 드디어 육체의 일부가 되어 융해되었다.
……여기까지, 1시간 정도.
그 정도 시간을 들여서, 겨우 단 한 줄 의사신경을 만들어서, 자신을, 마력을 생성하는 회로로 만든다.
「기본골자, 해명」
남은 건 다만, 자연스럽게 마력을 흘려 보내기만 하는 작업이다.
에미야 시로는 마술사가 아니다.
이렇게 체내에 마력을 생성시켜서, 그것을 물건에 흘려 보내는 것밖에 못 하는 매직 유저다.
그래서 그 마술도 단 하나 밖에 하지 못한다.
그것이
「구성재질, 해명」
물체의 강화.
대상이 되는 것의 구조를 파악하고, 마력을 보내는 걸 통해서 일시적으로 능력을 보강하는 “강화” 마술뿐이다.
「 기본골자, 변경」
눈앞에 있는 것은 부러진 쇠 파이프.
여기에 마력을 통과시켜서, 가장 단순한 경도강화 마술을 해 낸다.
애초에, 자신 이외의 것에 자신의 마력을 지나게 한다, 라는 것은 독극물을 섞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에미야 시로의 피는, 쇠 파이프에게 있어 피가 아닌 것과 마찬가지. 다른 피가 지나가게 하면
강화는커녕 붕괴를 앞당길 뿐이겠지.
그것을 막고, 독을 약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대상의 구조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비어있는 틈”에 마력을 지나가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
「, 윽, 구성재질, 보강」
……숙련된 마술사라면 용이하겠지만, 마력의 생성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자신에게, 그것은 몇 백 미터 앞의 표적을 쏘아 맞추는 정도의 난이도다.
덧붙이자면 궁도에서 과녁과의 거리는 27미터.
그 수십 배의 난이도라고 하면, 그것이 어느 정도 곤란한가는 말할 필요도 없다
「윽, 큭……!」
체내의 열이 급속하게 식어 간다.
등뼈를 통과하고 있었던 불기둥이 사라지고, 한계까지 줄어들어있던 폐가, 탐욕스럽게 산소를 구한다.
「하아, 하아, 하아, 하아, 아!」
그대로 정신을 잃을 듯한 현기증에, 몸을 ㄱ 자로 구부리며 견뎠다.
「아아, 제길, 또 실패, 인가」
쇠파이프에 변화는 없다. 통과시킨 마력은 밖으로 안개처럼 흩어져 버린 듯 하다.
「……원래부터 형체가 있는 것을 가공하는 건, 힘들어」
내가 하고 있는 것은, 완성된 예술품에 붓을 더하는 것과 비슷하다.
완성되어 있는 것에 손을 댄다, 라는 것은 완성도를 떨어뜨린다, 라고 하는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다.
보강하려던 붓이, 예술품 자체의 가치를 떨어뜨릴 수도 있다, 라는 것이다.
그래서 “강화”의 마술이라는 것은 단순하면서도 난이도가 높고, 즐겨 사용하는 마술사는 적다는 듯 하다.
……아니, 나라고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이거 밖에 재주가 없으니 어쩔 수가 없다.
아예 모양이 없는 점토를 빚어서 대용품을 만들어도 된다면 편하지만, 그렇게 형상만 재현한 대용품은,
겉모습뿐이고 내용물이 따라오질 않는다.
주위에 굴러다니고 있는 잡동사니들이 그렇다.
강화 마술에 실패하면, 연습 삼아 대용품을 만들어서 기분을 가라앉히지만, 이게 전부 다 안이 텅 비었다.
물건의 설계도를 명확하게 이미지 할 수 있기 때문에, 외견만은 똑같이 재현할 수 있지만 안은 공동, 물론 기능도 전혀 없다.
「?」
물 소리를 내며, 땀이 배어 나온 이마를 닦는다.
문득 정신을 차리자 온몸이, 물을 한 바가지 맞은 것처럼 땀투성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 끝난 게 요행이다.
아까 그건 정말로 위험했다.
회복한 게 한 호흡만 늦었어도, 내장이 거의 다 부서졌겠지.
「……죽을 뻔한 만큼 숙달된다면, 아직 희망이 있는데 말이지」
그런 편리한 게 있을 리는 없다.
물론, 죽음을 두려워하고 있어서는 마술이 숙달되지 않는 것도 당연하다.
마술을 배우는 이상, 죽음은 항상 가까이에 있다.
매일 같이 하고 있는 아무 것도 아닌 마술이라도, 아주 작은 실수로 폭발해서, 술사의 생명을 빼앗는다.
마술사가 하는 최초의 각오라는 것은,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다.
키리츠구는 그걸 슬프게 말했었다.
그것은, 나에게는 그런 각오 따위 하지 말았으면 한다, 라는 의미였는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를 구한다고 하는 것은, 누군가를 구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 ……정의의 사자라고 하는 것은,
엄청난 에고이스트인 거다, 라……」
키리츠구처럼 될 거야, 라고 말한 어린 나에게, 키리츠구는 그런 말을 되풀이 했다.
그 의미는 모르겠다.
단지, 에미야 시로는, 에미야 키리츠구처럼 누군가를 구하러 돌아다니는, 정의의 사자가 되지 않으면 안 되었을 뿐.
「……그런 것치고는, 이런 초보적인 게 잘 안 된단 말이지. 왜 중요할 때에 잡념이 들어가는 거냐, 바보」
물건의 구조를 시각으로 파악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
뛰어난 마술사는 환부만을 파악하고, 낭비 없이 마력을 흘려 넣는다.
나의 꿈은 정의의 사자가 되는 것입니다.
저녁 먹을 때, 후지 누나가 했던 말을 상기한다.
그걸 부끄럽다고도, 무리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건 절대로 결정되어 있는 것이다. 에미야 시로는 에미야 키리츠구의 뒤를 잇는다고.
그래서 여전히 미숙한 모습이라도, 할 수 있는 한 모든 걸 해 왔다.
정의의 사자라고 하는 게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모르니까, 지금은 그저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에서, 누군가를 돕는 것을 통해 다가갈 수 밖에 없다.
그렇게 5년 간, 계속 앞만을 보고 온 셈인데, 이렇게 잘 안 되면 망설이게 되고 만다.
「……아아 정말, 진짜 모르겠어 키리츠구.
대체 말야, 뭘 하면 정의의 사자가 될 수 있는 거야」
창 너머로 하늘을 본다.
닥치는 대로, 누군가를 도우면 되는 것도 아니다.
사람을 돕는 것과 정의의 사자라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걸 알고 있으면서, 어떻게 하면 다른 것이 될 수 있는가, 라는.
그 가장 중요한 부분을, 이 5년 간, 쭉 알지 못하고 있었다.
첫댓글 엄청 길다..;; 시간이 없으므로 내일 읽겟음 ㅋㅋ
시로님 화이팅~! 이번엔 글이 보다 길어진것 같네요
후아.. 많네-ㅎㅎ
대단하심
모두들 감사합니다^^뭐,원래 제글이 이렇게 많았습니다^^뭐,초반의페이트 루트는 안습이랄정도의 완성도를(그당시,조력자가 없던관계로)자랑했죠,글이단축되는시기는 전투씬이있는데요,뭐 대부분이 분할된전투씬을경우에만 허용되는 일이랍니다^^암튼 많은기대감사합니다요^^
잘 읽고 갑니다~ 뒷내용 언제 읽나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