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덕 고불봉
국제신문 입력 : 2015-05-06
최정현 기자
푸른 길과 동해가 만든 풍광에 넋 잃다
- 블루로드 A코스 해맞이 등산로
- 전체 총 9㎞ 거리…약 4시간 소요
- 봉우리 ~ 강구항 구간 동해 조망
- 정상 오르니 아담한 읍내 한눈에
- 풍력발전단지 거대한 날개 눈길
- 하산 후 붉은 영덕대게도 맛볼만
고불봉(高不峰)은 경북 영덕읍 내에 있는 자그마한 '뒷산'이다. 정확히는 행정구역상 영덕읍 덕곡리와 우곡리, 강구면 하저리에 걸쳐 있다. 산의 높이는 해발 235m에 불과하다.
하지만 고불봉은 한마디로 규모에 속이 꽉 찬 산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문헌에는 영덕 화림산의 일맥이 천천히 달려 내려와 무둔산 자락에서 숨을 고르며 영덕의 정기를 받아 동으로 다시 달려 봉우리를 만드니 이것이 곧 고불봉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동해에서 떠오른 보름달이 두둥실 봉우리에 걸치면 봉우리도 둥글고, 달도 둥글다 하여 망월봉(望月峰) 이라고도 불린다. 옛날에는 고불봉 동쪽 기슭에 망월암이란 암자가 있었으나 지금은 없어지고 흔적만 남아있다.
옛날 동해의 붉은 해가 심해 깊숙이 잠겨 있고 그 붉은 기운만이 적막강산을 휘감을 때 붉은색 비단이 덮이듯 새벽 구름에 싸여 있는 고불봉의 모습을 불봉조운(佛峰朝雲)이라 했단다. 불봉조운은 영덕팔경 중 하나이기도 하다. 고불봉은 경치가 아름다워 영덕에 유배 온 고산 윤선도 선생이 고불봉 밑에 유배소를 정하고 '고불봉'이란 시를 남기기도 했다.
산의 높이로 보면 이번 산행은 고불봉을 '오른다'는 표현보다는 '지나간다'고 하는 것이 어울릴듯하다. '근교산&그너머' 산행팀은 영덕읍에서 출발해 고불봉을 지나 강구항에서 마무리하는 코스를 잡았다. 구체적인 산행 코스를 보면 '고불봉~풍력단지 갈림길~바다가 잘 보이는 봉우리~금진구름다리~봉화산' 등으로 이어진다. 전체 산행거리는 9㎞ 남짓하며, 소요 시간은 휴식시간을 감안하더라도 4시간을 넘기지 않는다.
■안개 때문에 바다 조망 안 돼 아쉬워
영덕읍에서 고불봉으로 가는 가장 흔한 길은 신세계아파트타운에서 곧장 올라가는 길이다. 근교산팀은 신세계아파트타운에서 도로 하나를 건너 영덕전문장례식장 입구에서 올라가는 길을 택했다. 산으로 오르는 입구에 '고불봉(해맞이) 등산로'라는 안내판이 서 있다. 고불봉을 지나 강구항으로 가는 동안 대부분의 구간에서 동해가 보인다. 해맞이 등산로로 이만한 곳이 없다. 이 구간은 또한 영덕군이 조성해놓은 영덕 블루로드 A코스에 해당하는 길이기도 하다.
산으로 들어서자 한 사람이 겨우 지날 수 있는 오솔길이다. 폭이 좁긴 해도 정리가 잘 된 듯한 느낌이다. 나무가 적당히 우거진 완만한 오르막을 20분쯤 오르자 고불봉까지 430m 남았다는 이정표가 나타난다. 이제부터는 경사가 가팔라졌다. 짧은 거리지만 금세 땀이 흥건할 정도다. 그래도 급경사 구간은 어김없이 통나무로 계단을 만들어놨다. 산행 시작 30분 만에 도달한 고불봉 정상에는 정자와 탁자 운동기구 등 각종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고불봉에서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니 아담한 영덕읍이 한눈에 들어온다. 영덕읍을 가로지르는 오십천도 취재진을 따라오는듯 하다. 오십천은 영덕군 지품면과 청송군과의 경계에 있는 대둔산(905m)과 먹구등(846m) 등지에서 발원해 함벽경대·영덕수원지를 지나 강구항에서 동해에 이른다.
고불봉을 조금 지난 지점에 이정표가 서 있는데 강구항까지 7.4㎞, 오른쪽으로 바로 내려가는 숭덕사까지 1.7㎞라고 쓰여 있다. 20분쯤 더 걸어가니 풍력발전단지로 연결된 갈림길이다. 저 멀리 해맞이 공원 옆에 들어선 풍력발전단지가 어렴풋이 눈에 들어온다. 유럽 등에 주로 많이 보급된 풍력단지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발전기의 거대한 날개가 돌아가는 모습이 이국적이다. 하지만 고불봉 산행 코스의 주된 메뉴인 '동해 조망'은 아쉽게도 불가능했다. 낮게 깔린 안개가 바다를 뒤덮었기 때문이다. 강구항으로 가기 위해서는 풍력단지 쪽으로 가지 않고 직진한다.
■잘 정돈된 등산로에 울창한 산림
고불봉을 넘어서면서부터는 길이 널찍해진다. 고불봉에서 30분 정도를 더 걸어가니 이번에도 자그마한 체육공원이다. 취재진은 이곳에서 점심을 겸한 휴식을 취했다. 산행 중에 반듯하게 잘 정돈된 탁자에서 식사를 한 것은 별로 기억에 없는 것 같다. 어쨌든 산중에서 제법 폼을 잡고 식사를 하고 나니 한결 기분이 좋아졌다. 한동안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던 산행길은 '동해바다가 잘 보이는 봉우리'라는 표지판을 지나면서부터는 비교적 평탄한 길이다. 게다가 아름드리 해송이 빽빽한 길이 한참 동안 이어지기도 하고, 굴참나무 등 잘생긴 나무들도 등산로를 뒤덮고 있다. 금진마을의 구름다리를 건너면 조금씩 내리막길로 접어든다는 느낌이 든다. 안개가 여전하긴 해도 이제부터는 바다의 모습도 제법 보인다. 목적지인 강구항 코앞까지 온 모양이다. 어느새 강구항이 내려다보이는 언덕까지 왔다. 유유히 흘러온 오십천이 동해와 합류하는 모습이 선명하다. 강구(江口)라는 지명을 얻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강구항은 이 지역의 대표 수산물이자 명물로 통하는 영덕대게의 집산지로 전국적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산행을 마무리 짓고 강구마을로 들어서니 '대게 마을'답게 여기저기 대게 모양의 조형물이 눈에 들어온다.
◆교통편
- 동부터미널서 영덕행 버스 편리
- 강구항 ~ 영덕행은 수시로 운행
부산을 출발해 경북 영덕 고불봉 산행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영덕터미널로 가야 한다. 대중교통편도 매우 편리하다. 부산 금정구 노포동 동부터미널에서 영덕 터미널로 가는 버스 시간은 오전 06시, 6시30분, 7시18분, 9시08분, 9시30분, 10시05분, 10시30분 등이며 3시간 정도 걸린다. 요금은 1만3700원. 고불봉 산행을 마치면 강구시외버스터미널에서 부산 동부터미널로 향하는 버스를 타면 된다. 시간은 오후 2시20분, 3시40분, 6시50분, 7시40분(막차)이다.
자가운전은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경주 요금소에서 내려 7번 국도를 따라간다. 유금분기점에서 영덕(울진) 방면 포항 외곽 도로를 탄 후 흥해~청하~강구를 지나, 영덕읍의 덕곡 교차로에서 하저 방면으로 내려서면 영덕전문장례식장 입구다.
산행 후 강구에서 고불봉 산행 출발지인 영덕전문장례식장 입구까지 되돌아 가기 위해서는 강구터미널에서 영덕터미널행 버스가 수시로 있다. 영덕터미널 건너편 농협주유소 왼쪽 도로를 조금(약 10분 정도) 걸으면 산행 출발지가 나온다. 강구에서 영덕전문장례식장 입구까지 택시(강구 개인택시 054-733-5165)를 이용하면 요금은 1만3000원 안팎.
문의=스포츠레저부 (051)500-5147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
고불봉 산행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