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을 붙인 ‘두 국가론’…
○ '북한의 최고인민회의'
북한이 다음 달 7일, 우리의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를 소집하기로 결정했다. 9개월 만에 열리는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는 사회주의헌법 수정 보충과 관련된 문제 등을 토의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부터 '적대적 두 국가론'을 들고 나온 김정은은 지난 1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헌법에 영토·영해·영공 조항을 신설해 주권 행사 영역을 규정하고 통일과 관련된 표현을 모두 들어내라'며 개헌을 지시한 바 있다.
원래 3월에 현 14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들의 임기가 끝나고 차기인 15기 대의원이 선출돼야 했지만, 북한은 이 선거 절차도 미루고 8개월간 헌법 개정을 위한 실무 검토를 이어오다 최근에야 마무리 지은 것으로 보인다.
○ 북한의 '영토 규정은' ?
다음 달 최고인민회의에서 이뤄질 헌법 개정 중에는 역시 영토 조항이 가장 관심을 끈다. 김정은은 7월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 건설 현장을 찾았을 당시 "우리나라는 동 서 두 면이 바다에 접해 있다"고 언급하는가 하면, 8일 해군기지 건설 현장 현지지도 때도 "영토 동서에 바다를 끼고 있는 해양국인 우리나라"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의도적으로 남해를 언급하지 않은 건데, 이러한 김정은의 영토관에 따라 향후 북한 헌법의 영토 규정은 우리의 헌법 3조('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와 달리 한반도 북반부만을 규정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해상 경계선은 육상 경계선보다 더 큰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정은이 1월 최고인민회의 당시 북방한계선, 즉 NLL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기 때문이다.
○ 남쪽에서 터져 나온 '두 국가론'
한국에서도 두 국가론이 등장했다. 다만 김정은과 같은 '적대적' 두 국가론이 아닌, '평화적' 두 국가를 지향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19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 9.19 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 기조연설에서 "통일, 하지 맙시다"라며 "객관적 현실을 받아들이고 두 개의 국가를 수용합시다"라고 말했다.
그가 2018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준비위원장을 맡았던 실장이기에 더욱 충격적인 발언이었다. 이어 "통일에 대한 지향과 가치만을 헌법에 남기고 모든 법과 제도, 정책에서 통일을 들어내자"며 특히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한다'고 규정한 헌법 3조는 "영토 조항을 지우든지 개정하자"고 주장했다.
임 전 실장의 주장에 대해 남북관계 주무 부처인 통일부는 "개인의 의견으로 통일부가 평가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 "북한 주장과 너무 닮아"…
'평화적 두 국가론'에 여권을 중심으로 비판이 쏟아졌다. "북한의 주장과 닮아도 너무 닮았다"는 것이다. 통일 정책에 관한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민주평통자문회의 김관용 수석부의장도 "헌법 부정이자 민족 정체성을 말살하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임종석 전 실장의 주장은 '감상적 통일 포기론'"이라며 "북한이 대남 노선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기 때문에 우리도 통일을 포기하고 두 국가로 가야 한다는 논리 구조로 읽힐 수 있어 국민적 동의를 얻기 어려운 주장"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일각에선 임종석 전 실장의 주장 중 '정권 교체에 따라 통일 정책이 급변하며 통일 추진이 더 어려워진다'는 메시지는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지지유고(持之有故)하라
지지유고(持之有故)란 자기 주장을 내세우는 근거라는 뜻으로, 한 가지 주장을 가지려면 반드시 그것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말로(持 가질 지, 之 어조사 지, 有 있을 유, 故 연고 고)
출전 : 순자(荀子) 비십이자편(非十二子篇)
일찍이 순자는 "한 가지 입장을 가지려면 반드시 뒷받침하는 근거가 있어야 하고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려면 반드시 이치가 있어야 한다. 지지유고 언지성리 (持之有故 言之成理)"고 말했다.
근거가 없이 입장만 내세우고 이치가 없이 주장만 떠벌린다면 슬로건에 그치지만 근거를 갖고 입장을 내세우고 이치를 갖고 주장하면 개념이 된다.
주장은 근거를 가지고 있고 말은 논리를 갖춰야 한다는 뜻으로 한 가지 주장을 가지려면 반드시 그것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있어야 하고 사안을 주장하려면 반드시 이치를 갖추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가 말하는 의견이 근거와 이치를 갖추고 있다면 그가 누구인가 보다는 의견 그 자체에 주목해야 한다.
누구의 말인가에 주목하는 순간 타당한 의견일지라도 나와 같은 편인지 아닌지를 먼저 따져보게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진영 논리에 갇혀서 서로의 주장이 가진 좋은 점을 들여다 보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슬로건은 원래 고대 스코틀랜드 고산 지대에서 사람들을 분기시켜 투쟁하도록 만들었던 우렁찬 외침에 어원을 두고 있다.
여기서 슬로건은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외침 등으로 쓰이게 됐다.
지금부터 5년 전이나 10년 전으로 돌아가도 지금과 비슷한 상황을 겪은 듯하다.
지금부터 5년 뒤에도 비슷한 상황을 겪을 것이다. 시간이 가면서 나아지는 부분도 있고 여전히 나쁜 부분도 있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인은 자신이 집권하면 ‘지금보다 나아진다’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
정치인은 왜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를 제시하려고 하는 것일까?
정치인은 미래 비전을 제시해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현재와의 차이를 부각해 자신의 정체성을 주장해야 하는 조건 때문이리라.
여기에 말만 하고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상황을 고려할 때 발언을 하면 책임을 반드시 져야 한다는
‘발지유책(發之有責)’을 덧보태면 좋겠다.
이재명 대표도 김민석을 비롯한 민주당 최고위원들까지 계엄론을 이야기 하더니 이젠 두 국가론까지 들고나왔다. 지지유고 못할거면 이젠 그만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