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오감으로 즐길 때 의미가 깊어진다. 눈으로 명소를 보고, 사진으로 담아두고, 독특한 별미를 맛보고, 전통주를 음미하고, 체험거리를 즐겨보는 것이 여행의 일반적인 형태이다. 여기에 완전한 여행을 위해 한 가지를 더 추가한다면 해당 지방의 문화공연장을 찾아서 예술의 향기에도 흠뻑 젖어보는 것 아닐까. 경기도 안성시는 이 모든 조건을 골고루 만족시켜주는 여행지이다.
신명나는 태평무공연과 남사당놀이 감상
안성 여행은 토요일로 날을 잡는 것이 좋다. 토요일 오후가 되면 남사당놀이와 태평무 등 전통무용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오전에는 안성팜랜드, 벽화마을, 서일농원 등을 다녀보고 오후에는 공연장을 찾아가는 것이 현명한 여행방법이다.
먼저 태평무라는 전통무용부터 알아보자. 강선영선생(중요무형문화재 제92호)에 의해 전승되고 있는 태평무는 왕십리 당굿의 무속 장단을 바탕으로 구성된 춤이다. 경쾌한 발짓춤과 섬세한 손놀림이 조화를 이루었다. 그 외에 작은 악기를 이용하는 향발무, 경기도 굿과 평안도 굿을 바탕으로 삼은 무당춤, 연인들이 등장하는 한량무, 봉산탈춤의 일부를 소재로 한 미얄할미, 그리고 장고춤, 키춤, 부채춤, 검무, 북춤, 탈놀이, 살풀이, 바라춤 등이 약 1시간 동안 이어져 관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한다.
무료로 감상할 수 있는 태평무 공연은 매년 3월부터 11월말까지 태평무전수관에서 오후 3시에 시작되는데 3, 5, 7, 9월 둘째주 토요일에는 남사당공연장으로 무대를 옮긴다.
태평무 감상을 마치고 곧바로 찾아가는 곳은 안성 주말여행의 백미인 남사당놀이(무형문화재 제21호)가 펼쳐지는 남사당공연장이다. 세계무형유산에 등재된 남사당놀이는 3월부터 11월까지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2시와 6시에 시작된다. 고사굿을 필두로 풍물소리가 흥을 돋운 다음 여러 가지 놀이가 관람객들의 혼을 빼앗는다. 살판(땅재주놀이), 덜미(인형극)에 이어 남사당놀이의 하이라이트인 어름(줄타기)이 펼쳐지면 관객들은 손에 땀을 쥐고 어름산이의 재주에 빠져든다.
“외줄 높이 올라서니 모든 만물이 이 어름산이를 위하여 양탄자를 깔아 놓은 듯하고 위를 보니 해와 달이 친구하자 미소짓는구나.”
“이게 다 먹고 살려고 하는 짓인데. 배워도 지랄 같은 것을 배워 가지고 이렇게 죽을 고생을 하네 그려.”
3m 정도 높이의 줄 위에서 묘기와 재담을 보여주는데 어름산이의 동작 하나, 대사 하나에 관객들은 박수를 치고 감동의 환호성을 보낸다. 때로는 부모를 따라온 아이들이 마당 가운데로 달려나가 어름산이에게 감사의 표시로 수고비를 선물하기도 한다. 덧뵈기(탈놀이), 버나(가죽으로 만든 접시)놀이, 풍물놀이, 무동놀이, 상모놀이까지 감상한 뒤에는 관객들과 남사당놀이 단원들이 하나가 되어 덩실덩실 춤을 추는 뒷풀이가 벌어진다.
안성의 남사당패는 ‘바우덕이’라는 여성 꼭두쇠가 중흥시켰다. 출중한 미모와 소리꾼을 능가하는 재담, 바람을 휘젓는 줄타기 재주를 지녔던 바우덕이 김암덕. 고종 2년(1865) 경복궁을 재건할 때 경향 각지의 농악대가 동원되었는데 가장 뛰어난 기예를 선보인 집단은 바로 바우덕이가 이끈 안성 남사당패였다.
벽화마을을 갈까, 목장을 산책할까
수령 400년을 헤아리는 느티나무를 중심으로 120여 가구, 300여 명의 주민들이 농사를 지으면서 살아가는 복거마을(금광면 신양복리)은 약 5년 전부터 안성의 벽화마을로 소문나기 시작했다. 마을을 장식하는 벽화의 주제는 ‘호랑이를 기다리며’이다. 테마에 맞게 마을 골목들을 어슬렁거리다보면 ‘호랑이를 기다리며’, ‘하늘에서 호랑이가 내려온다’, ‘옥상 위의 호랑이’,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소’, ‘꽃밭과 소’ 등 50여 개의 작품이 여행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여행객들이라면 안성나들목을 빠져나가서 처음 만나는 공도읍 신두리의 안성팜랜드 목장을 방문해보자. 앞산, 뒷산, 늘 산만 보며 살아온 여행자들에게 하늘과 맞닿은 능선의 부드러움, 소와 말이 편안하게 방목생활을 즐기는 호밀밭의 초록 빛깔은 분명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다. 컴퓨터 배경 화면이 바로 이곳에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안성팜랜드는 ‘국내 최대의 체험형 놀이목장’이라서 어린 자녀들과 함께 찾아오는 가족들이 많다. 트랙터 마차를 타고 목장을 한 바퀴 돌아보는 체험을 비롯해서 양과 염소에게 건초 먹이주기, 로데오기계 탑승, 승마 등 체험 등이 준비되어 있다. 그러나 드넓게 펼쳐진 초원 사이로 난 목장 길을 따라, 호밀밭 사잇길을 따라 느린 걸음으로 미풍을 맞으며 산책하는 재미도 놓치기 아깝다.
허브향 부드러운 펜션에서 하룻밤 묵어보기
중부고속도로 일죽나들목 가까운 곳에는 안성허브마을이라는 곳이 있다. 이곳은 허브농장, 허브체험관, 허브레스토랑, 허브펜션, 허브산책로, 아로마테라피카페 등 허브를 테마로 한 시설을 고루 갖춘 전원형 향기욕장이다서 젊은 여행객들의 인기를 독차지한다. 체험프로그램으로는 천연비누만들기, 아로마향초만들기, 식물인형만들기 등이 준비되어 있고 허브레스토랑 쏠레아도에서는 스테이크, 커틀렛, 파스타 등의 일품요리를 내놓는다.
허브펜션에서 허브 향기에 취하며 하룻밤 묵어보는 것도 추억에 노래 남을 사건이지 싶다. 15평형 객실(자스민, 로즈마리, 로즈, 라벤더, 카모마일), 28평형 객실(타임, 세이지, 애플민트), 45평형 객실(아이리스, 애머랜드)이 들어섰다. 전나무로 지어진 객실에 들어서면 천연허브향이 은은하게 퍼져 마음을 안정시켜주고 피로를 가시게 해준다. 펜션 주위의 부대시설로는 수영장, 족구장, 바비큐장 등이 보인다.
안성의 맛
옛부터 안성은 한우장으로 유명했기에 지금도 한우가 별미로 꼽힌다. 삼죽면 미장리, 한적한 산 속에 자리한 안성마춤한우촌(031-673-5550)은 이름난 관광지와는 거리가 먼 마을 안쪽 끝자락에 외따로 떨어져 있는 집이다. 자가목장에서 자체 개발한 약재가 들어간 사료를 먹여 사육한 암소를 사용한다. 그래서 이름을 약전한우라 붙였는데 주인은 ‘팜 투 테이블(FARM TO TABLE)’을 식당 경영의 최고선으로 여기고 있다. 주요 메뉴는 생등심, 생갈비, 육사시미, 불고기. 가장 인기 높은 메뉴는 고소하고 담백한 생등심과 생갈비이고 육사미와 등심을 해체한 뒤 남은 등심으로는 불고기 재료로 쓴다. 본관에는 정육 코너도 마련돼 손님들이 집으로 고기를 사갈 수 있다.
전통장류를 만드는 서일농원의 솔리(031-673-3171)에 가면 된장찌개정식, 청국장찌개정식, 손두부, 녹두김치전 등 서민적이면서 정갈한 밥상을 받아보게 된다. 찌개류에는 10가지 정도의 장아찌와 3색 야채, 고추장과 쌈장 등이 딸려 나온다. 된장은 2년을 숙성시켰고 청국장은 특유의 냄새를 거의 없앴다. 손두부는 동해 바닷물을 응고제로 사용했다. 식전이나 식후에는 농원과 연못 산책을 즐겨본다. 2천여 개를 훌쩍 넘는 옹기가 보관된 장독대가 장관이다. 전북 임실 옥정호 수몰지구에서 가져다 옮겨 심은 소나무 역시 품격이 대단하다.
<여행정보>
◎ 태평무전수관 : 031-676-0141
◎ 남사당바우덕이풍물단 : 031-678-2518
◎ 안성팜랜드 : 031-8053-7979
◎ 안성허브마을 : 031-678-67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