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독의 디스코 그룹 Boney M.이 러시아 제국을 배경으로 만든 독-러 합작(?) 디스코 노래, Rasputin.
"Oh, those Russians..."
스팀펑크를 애정하는 분들이라면, 사이쓰(Scythe) 세계관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으실 겁니다.
1차 대전이 끝난 1920년대, 어느 동유럽에서 폴란드, 독일, 러시아 등과 유사한 가상국가들이 대립하는 보드게임이죠.
사이쓰 세계관의 배경은 부코비나 공국 내지는 몰다비아 공국 정도의 위치가 되는데...
이번에는 그보다 약간 더 북쪽의, 대전쟁의 종결 이후 힘의 공백 상태에 놓여있던 동유럽 어딘가를 살펴보겠습니다.
Comrades and Barons: Solitaire of Bloody 1919입니다.
뎌4와 호이4를 즐겨하시는 분들이라면 배경이 어디인지 다들 아시겠죠. 네, 라트비아입니다.
라트비아를 배경으로 하는 게임이라... 무엇 하나라도 들어본 적 있으세요? 전 전혀 모르겠던데요.
각 시나리오는 이렇게 시간 순서대로 열립니다. 첫 번째 시나리오 "유럽에 공산주의의 불을 붙여라"는,
1918년 12월부터 1919년 1월까지 있었던 러시아 소비에트의 발트 공세를 배경으로 합니다.
1918년 11월, 독일 혁명과 1차 대전 종전으로 브레스트-리토프스크 조약의 무효를 선언한 블라디미르 레닌은,
에스토니아, 폴란드, 루마니아 방면으로 나누어 대대적인 서부 공세에 돌입합니다.
이는 패전국 독일과 헝가리 등지에서 연속적으로 발생하는 공산혁명을 지원하기 위해서이기도 했습니다.
하나의 시나리오는 이렇게 3~4개의 레벨로 구성됩니다.
1-1레벨 '타르투-발카' 전투는, 에스토니아 최동단 도시 나르바를 점령한 붉은 군대가
에스토니아 영토를 돌파하여 라트비아로 진출하려는 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최종 목적지는 동프로이센입니다.
솔리테어 게임입니다. 테이블 위에 놓인 카드들을, 제거해야 할 적 병력이라 보시면 됩니다.
첫 번째 시나리오의 주적은 독일군이기 때문에, 독일군의 상징인 철십자나 토텐코프 등의 문양이 등장하는 식이죠.
J는 야전지휘관, Q는 주요 군사병기(비행선, 포함, 야포, 장갑차 등), K는 정치인이나 고위급 지휘관인 것 같습니다.
문양은 중요하지 않고, 숫자만 보면 됩니다. 화면 하단의 카드와 연속되는 숫자 카드 한 장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현재 숫자 6 카드가 있으니까, 테이블에서는 6과 연속되는 숫자인 5 또는 7 카드만 가져올 수 있는 겁니다.
5 카드를 가져왔다면? 5 카드 밑에 덮여있던 카드가 앞면으로 뒤집히고, 4 또는 6카드만 가져올 수 있게 되는 것이죠.
더 이상 테이블에서 가져올 수 있는 카드가 없다면, 왼쪽에 쌓여있는 카드 덱에서 한 장을 꺼내와야 합니다.
테이블에 있는 모든 카드를 제거했거나, 카드 덱이 다 떨어져서 더 이상 꺼내올 수 없으면 테이블 하나가 끝납니다.
'타르투-발카' 다음 레벨인 '리가트네-인추칼른스'입니다. 승리조건을 전부 완수해야 다음 레벨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모든 테이블을 플레이할 것, 카드 6장 콤보를 달성할 것, 이렇게 2가지가 적혀있네요. 초반이니까 승리조건도 쉽습니다.
아래에 있는 유닛 다섯 장은, 이해하기 쉽게 표현하자면 지원병력 비슷한 개념입니다.
일정 점수를 지불하고 패시브, 액티브 스킬 하나씩을 얻는 것인데, 최대 3개 유닛까지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가장 비싼 라트비아 소총 사단의 경우는 테이블에 놓인 뒷면 카드들 중 랜덤 5장을 앞면으로 보여주는 패시브 스킬과,
앞면 상태의 카드를 한 번에 한 장씩, 최대 3번까지 '제거'할 수 있는 액티브 스킬을 가지고 있는 걸 알 수 있네요.
'제거'된 카드는 화면 하단으로 가져오는 게 아닙니다. 그냥 테이블 위에서 사라져버립니다.
기본 규칙만으로는 단순하고 재미없을 수 있으니까, 이런 기믹도 있습니다.
가운데에 있는 저 카드는 철조망을 끊어야만 회수할 수 있습니다.
철조망을 끊으려면 저 빨간색 절단기 카드가 있어야 합니다. 절단기 카드는 1회용입니다.
철조망 카드나 절단기 카드가 뒤집혀있거나, 여러 장의 철조망이 있어서 절단기를 여러 번 써야 하기도 합니다.
뒤집혀있는 카드는, 그 위를 덮어놓은 다른 카드를 먼저 제거해야만 앞면 상태가 되겠죠.
철조망 기믹 외에도 '강화된 병력' 기믹이나 '요새화' 기믹 등이 있습니다.
시나리오 하나를 달성하면 결말을 보여줍니다. 붉은 군대가 에스토니아부터 리투아니아까지 진출했으며,
에스토니아의 반혁명군이 붉은 군대와 격렬한 전투(에스토니아 독립전쟁)를 벌이고 있습니다.
공세로 인해 지친 병력을 추스르고, 늦은 봄 정도가 되면 다시 공세를 개시할 것이며,
독일에서 공산혁명을 하는 동지들도 그때까지만 기다리면 곧 자유의 때가 올 것이라는 희망찬 내용이죠.
...정말 그렇게 희망찬 미래가 다가올까요?
독일 혁명의 발발, 스파르타쿠스단의 봉기 준비로 혼란스러운 독일.
붉은 군대의 위협으로부터 독일을 지켜주는 최후의 보루는 라트비아의 항구도시 리예파야였습니다.
1919년 2월 1일, 뤼디거 폰 데어 골츠 장군이 리예파야에 도착, 쿠르제메(쿠를란트)의 군사 지휘권을 획득합니다.
전황은 절망적입니다.
1919년 1월부터 에스토니아는 핀란드 및 기타 동맹국들로부터 이런저런 지원을 받아왔습니다.
에스토니아인들은 단결하여 맞서싸웠고, 어려운 싸움 끝에 공산주의자들로부터 해방될 수 있었습니다.
붉은 군대가 사라진 자리에서 에스토니아군이 마주친 것은, 동맹국 라트비아가 아니라 독일인들이었습니다.
체시스에서의 패배로 위기에 처한 독일인들은, 라트비아군을 격멸하여 상황을 뒤집어보려고 시도합니다.
옐가바에서 결성된 러시아 백군이 그 기회가 되었습니다. 세력이 약한 러시아군에게는 독일인 병사가 필요했고,
독일에게는 라트비아에서의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해줄 동맹이 필요했습니다.
라트비아군 지휘부의 경고가 있긴 했지만, 베르몬트-아발로프의 공격은 라트비아 정계를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이제 라트비아는 양면전쟁을 치르게 되었습니다. 동쪽에서는 붉은 군대와, 서쪽에서는 러시아-독일과 싸워야 하죠.
새로 찾아오는 1920년은 무엇을 가져올까요?
라트비아군은 혹독한 겨울의 깊은 눈밭을 가로질러 진군합니다. 라트비아의 마지막 영토, 라트갈레를 되찾기 위해서죠.
소비에트 러시아가 다른 전선에서 바쁜 동안, 최대한 빨리 목표를 달성해야 합니다.
토지를 약속받고 쿠르제메로 몰려드는 독일인 지원병들, 발트 독일인 귀족과 독일 본토 출신 지원병 간의 반목,
독일인들에게 뿌려지는 러시아 시민권, 라트비아의 충성을 호소하는 베르몬트, 베르몬트를 반역자로 규정한 유데니치,
리가가 완전히 해방된 '곰 살해자' 라츠플레시스의 날(현충일, 독립기념일, 국군의 날을 합친 수준의 기념일),
폴란드군과의 연합전선에 이르기까지, 이런저런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카드놀이도 하고 라트비아 독립전쟁의 역사도 배우는 절호의 기회,
After the End 모드에서 질리도록 들었던 바로 그 프리소스 배경음악들이 여기서도 또 한 가득?
대체 이딴 게임에 멍 때리고 23시간을 플레이하는 어디 사는 누구는 뭐하는 사람일까요??
https://store.steampowered.com/app/787710/Comrades_and_Barons_Solitaire_of_Bloody_1919/
단돈 8500원에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첫댓글 지도만 봤을 때는 재밌어 보였는데 카드게임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