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예 이유비 “푹 빠졌더니 어느새 초코가 됐어요

[불광동휘발유]

[경제투데이 조혜련 기자] “동그란 눈에 까만 작은 코, 하얀 털옷을 입은 예쁜 아기곰♪” (동요 ‘예쁜 아기곰’)

인터뷰를 위해 경제투데이 스튜디오를 찾은 그와 눈이 마주치자 위의 노래가 BGM으로 들리는 듯했다. 마치 그를 앉혀놓고 쓴 것 아닐까 짐작케하는 가사가 싱크로율 100%를 말해주고 있었다.

드라마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이하 ‘착한남자’)를 통해 많은 사랑을 받은 신예 이유비. 극중 강마루(송중기 분)의 세상 하나뿐인 피붙이인 강초코 역을 맡아 시청자들에게 완벽히 눈도장을 찍은 그는 눈을 의심케할 만큼 송중기와 닮은 외모로 “정말 송중기 여동생 아냐?”란 오해 아닌 오해를 받기도 했다.

데뷔 후 처음으로 도전한 정극에서 ‘국민 여동생’이라는 타이틀을 넘볼 만큼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다음 작품을 위해 준비를 게을리 하지 않겠다’며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당찬 신예 이유비를 만났다.

◆ “초코 덕분에 성격도 바뀐 것 같아요”

극중 초코는 가난한 현실 속에서도 오빠 마루와 서로 의지하며 씩씩하게 살아왔지만, 선천적으로 약한 몸 때문에 자신을 건사하기 위해 노력하는 오빠에게 미안함을 지닌 인물이다. 이름이 특이한 이유는 단지 초콜릿을 좋아하는 딸에게 아빠가 대충 붙여줬기 때문. 달콤한 이름이지만 슬픈 사연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다.

초짜 이유비가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한 드라마 현장에서 사연 많은(?) 초코가 되기까지는 쉽지 않았다. “내가 초코가 되야 하지만 그 방법을 찾지 못해서 초코를 이유비화시켰다”는 설명은 어쩌면 정답이었는지도 모른다. ‘착한남자’를 집필한 이경희 작가가 “초코는 유비 너 자체야”라고 말해줬다니 말이다.

“처음 느낀 초코는 아기같이 순수한 인물이었어요. 계산된 행동을 하지 않잖아요. 솔직하고 당찬 모습도, 가끔 오빠에게 투정을 부리는 모습도 비호감으로 느껴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모든 연기에 진심을 담으려 했어요. 그랬더니 어느새 이유비와 무척 닮은 강초코의 모습이 생겼죠.”

초반 사랑스럽고 여리기만 했던 초코가 점차 당찬 면모를 드러낸 것도 이유비의 실제 모습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특히 자신보다 주변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초코의 모습을 연기하기 위해 실생활의 모든 상황에서 ‘초코라면 어떻게 할까?’를 떠올렸다는 이유비는 “초코 덕분에 내가 많이 착해진 기분”이라며 밝게 웃었다.

◆“내 이상형은 ‘착한남자’랍니다”

초반 오빠의 가장 친한 친구 재길(이광수 분)을 짝사랑했던 초코는 세 살 꼬맹이도 알 만큼 자신의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재길의 여자친구에게 불꽃같은 질투를 하고, 자신을 향한 재길의 작은 관심에도 뛸 듯 기뻐하는 모양새는 영락없이 사랑에 빠진 소녀였다.

그렇다면 실제 이유비는 어떨까. 밝고 낯을 가리지 않는 성격은 초코와 꼭 닮았지만 연애 스타일만은 “초코와 정반대”라며 손사래를 친다.

“초코는 말 그대로 순수한 아이였기 때문에 자신의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싫다는데도 끊임없이 마음을 표현할 수 있었던 거예요. 나는 전혀(매우 강조) 좋아하는 티를 안내요. 안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쉽게 장난칠 수 있지만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머뭇거리는 편이죠. 표현에 솔직하지 못한 것 같아요.(웃음)”

과거 누군가를 마음에 담았던 추억들이 연기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며 잠시 생각에 잠긴 그에게 이상형을 물었다. ‘착한남자’의 동생 이유비는 이상형도 ‘착한남자’란다.

“친구들은 나쁜 남자에게 더 끌린다고 하는데 난 착한남자가 좋아요. 겉으로 멋있는 사람보다는 진심을 드러낼 수 있고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는 거잖아요. 물론 잘 생기면 더 좋겠지만요. 하하하.”

그리고 덧붙인 한 마디. “사실 ‘미안하다 사랑한다’를 보면서 소지섭 선배님을 좋아하게 됐어요. 남자다운 모습도 연기력도, 안 반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소지섭 선배님과 함께 작품을 하게 된다면? …상상만으로도 부끄러운 걸요.”

◆‘견미리 딸’에서 강초코, 이유비의 다음 수식어는?

지난해 12월, 한 종편 채널 시트콤으로 데뷔해 두 작품 만에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은 그는 중견배우 견미리의 딸로 유명세를 타며 곱지 않은 시선을 받기도 했다. 당시 콤플렉스를 지닌 캐릭터로 얼굴을 가리고 연기했으나, 얼굴을 드러낸 순간 ‘견미리 딸, 시트콤으로 연기 데뷔’라며 엄마의 존재(?)를 들켜버리고 말았다.

대선배를 엄마로 둔 탓(?)에 부담감은 크지만, 그럴수록 ‘엄마의 이름에 해가되지 않는’ ‘오롯한 배우 이유비’를 만들 수 있도록 자신을 다진다.

“어릴 적부터 배우가 되고 싶었어요. 성악은 배우가 되기 위해 준비했던, 언젠가는 꺼낼 나만의 무기죠. 연기로 인정받을 때까지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연기에 깊이 빠져 행복을 느낄 즈음엔 다른 모습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이제는 ‘견미리 딸’보다는 ‘초코’라는 수식어가 더 잘 어울리는,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신예로 거듭난 이유비. 때문에 그에게 있어 ‘착한남자’는 이유비라는 이름을 각인시킬 수 있었던 최고의 작품이자 배우라는 자신의 꿈에 한 발자국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해 준 디딤돌이기도 하다.

이제는 강초코를 지울 또 다른 수식어를 준비 중인 그는 “어떤 캐릭터를 맡아도 불편함이 없는, 스펀지처럼 흡입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며 부푼 욕심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