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8일 주일 [(자) 대림 제2주일(인권 주일, 사회 교리 주간)]
-조재형 신부
복음; 루카 3,1-6 <모든 사람이 하느님의 구원을 보리라.> 1 티베리우스 황제의 치세 제십오년, 본시오 빌라도가 유다 총독으로, 헤로데가 갈릴래아의 영주로, 그의 동생 필리포스가 이투래아와 트라코니티스 지방의 영주로, 리사니아스가 아빌레네의 영주로 있을 때,2 또 한나스와 카야파가 대사제로 있을 때, 하느님의 말씀이 광야에 있는 즈카르야의 아들 요한에게 내렸다.3 그리하여 요한은 요르단 부근의 모든 지방을 다니며, 죄의 용서를 위한 회개의 세례를 선포하였다.4 이는 이사야 예언자가 선포 한 말씀의 책에 기록된 그대로이다.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 ‘너희는 주님의 길을 마련하여라. 그분의 길을 곧게 내어라.5 골짜기는 모두 메워지고 산과 언덕은 모두 낮아져라. 굽은 데는 곧아지고 거친 길은 평탄하게 되 어라.6 그리하여 모든 사람이 하느님의 구원을 보리라.’”
지난주는 무척 바빴습니다. 1일부터 4일까지 교구 시노드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회의 중에 투표했습니다. 시노드는 4천 개가 넘는 의안을 수집하였습니다. 그중에 중요한 의안을 307개를 선별했습니다. 시노드는 307개의 의안을 17개의 주제로 나누었습니다. 이번 회의에서 307개 중에 먼저 실행하면 좋을 50개의 의안을 투표로 정했습니다. 17개의 주제로는 교리교육, 학교 교육, 성사, 미사, 전례음악, 혼인, 이민, 자선, 사회 사목, 교구 행정, 본당 행정, 사회적 약자, 평신도, 사제 양성, 사제 재교육, 사제 생활, 환경과 같은 주제가 있었습니다.
17개의 주제 중에서 먼저 실행하면 좋을 5개의 주제를 투표로 정했습니다. 투표 위원들의 집단 지성이 좋은 결과를 만들 거로 생각합니다. 시노드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한국에서는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습니다. 비상계엄은 국가의 재난, 내란, 전쟁과 같은 말 그대로 비상한 상황에서 선포하는 수단입니다. 비상계엄으로 국가는 정보를 독점하고, 정부에 비판적인 정치인의 활동을 제한 할 수 있습니다. 비상계엄으로 집회의 자유를 제한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가능해지려면 국민의 정치적인 관심이 적거나, 문맹률이 높아야 합니다. 교통수단이 열악해서 정보의 소통이 어려워야 합니다. 대한민국은 4·19 혁명, 광주 민주화 운동, 6.10 항쟁을 이루어낸 국가입니다. 합법적으로 현직 대통령을 탄핵하여 정권을 평화롭게 교체한 나라입니다. 고도로 발전된 정보와 통신을 소유한 나라입니다. 비상계엄을 해제할 수 있는 의석을 가진 야당이 있는 나라입니다. 한마디로 비상계엄은 21세기를 사는 나라에서 19세기의 방법을 사용하려는 시도입니다. AI의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식 방법을 사용하려는 시도입니다. 정부가 그런 시대 상황을 알고도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면 어리석은 판단입니다. 그런 시대 상황을 모르고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면, 비상계엄이 가져올 경제적인 손실을 예측 못했다면 국가를 운영할 자격이 없는 정부입니다. 비상계엄은 국회의원들의 신속한 의회 등원, 깨어있는 시민들의 참여, 부당한 명령을 거부한 양심적인 군인들이 있었기에 6시간 만에 해제되었습니다. 국회에 모인 국회의원들은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대한 해제 결의안을 190명 참석에 190명 찬성으로 통과 시켰습니다. 시노드와 비상계엄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투표’입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투표는 중요한 권리행사입니다. 오늘은 대림 제2주일이며 인권 주일입니다. 인권 주일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모든 인간은 성별, 나이별, 피부의 색으로 차별받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하느님 앞에 우리 모두는 소중한 존재라는 의미입니다. 슬프게도 인류의 역사는 인권 차별의 역사입니다. 인권 차별은 지금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가슴 벅차게도 인류의 역사는 인권 차별을 극복하는 역사이기도 합니다. 뉴저지의 뉴튼 수도원에는 마리너스 수사님의 무덤이 있습니다.
마리너스 수사님은 한국전쟁 당시 화물을 운송하는 선장이었습니다. 흥남 부두에서 화물 선적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남쪽으로 피난하려는 피난민을 보았습니다. 선장님은 배에 있던 화물을 모두 버리고 피난민을 태웠습니다. 그렇게 배에 오른 14,000명의 피난민은 성탄절인 12월 25일에 거제도에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배에서 4명의 아이가 출생했습니다. 마리너스 선장은 하느님의 섭리를 알았고, 수사가 되어서 평생 뉴튼 수도원에서 지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부모님도 그 배에 있었습니다. 미국을 방문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마리너스 수사님의 무덤을 참배하였고, 기념식수를 했습니다. 오늘 성서 말씀의 주제는 ‘높은 산은 깎아내고, 골짜기는 메운다.’입니다. 이는 인종, 혈통, 세대, 이념, 사상, 신념, 신분, 종교 때문에 차별과 멸시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입니다. 하느님의 품성은 사랑이고, 하느님의 모습은 끝없이 자신의 것을 내어주는 희생과 나눔의 모습입니다. 사람이 하느님을 닮았다는 것은 바로 하느님처럼 이웃을 사랑하고, 자신의 것을 이웃에게 내어주는 것입니다. 그런 하느님을 닮은 모습대로 살아가는 사람의 인권은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입니다. “높은 산을 낮게 하고 깊은 골짜기를 메우고 험한 길을 고르게 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동방 박사들이 험한 산과 거친 들판을 건너고서야 아기 예수님께 경배를 드릴 수 있었듯이 우리 안에 직면한 문제들을 풀어내고 오시는 주님을 기쁘게 맞이하는 일도 쉬운 일만은 아닙니다. 우리가 진심으로 회개하고, 우리들의 사랑이 참된 지식과 분별력을 갖출 때 그래서 우리가 순결하고 나무랄 데 없는 사람이 될 때 우리는 우리에게 오시는 아기 예수님을 맞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성 프란치스코는 하느님의 모습을 닮은 우리들이 살아가야 할 방향을 아름다운 기도로 남겨 주었습니다. ‘위로받기보다는 위로하고, 이해받기보다는 이해하며, 사랑받기보다는 사랑하게 하소서. 우리는 줌으로써 받고, 자기를 버리고 죽음으로써 영생을 얻기 때문입니다.’
[미주 댈러스 성 김대건 안드레아성당/조재형 가브리엘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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