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의 노래 (170)
금쪽같은 세월
2017년 2월 2일
여보! 호호 할머니!
눈이 부시다고 하였지요. 덤으로 살아간다고 하였지요. 그런 세월이 또 한 달이나 지나갔네요. 금쪽같은 세월이기에 자주 과연 나는 건강한가? 하고 자문하여 보지요. 자식이 정형외과라도 진료를 받아보시라고 하여 찾았는데 허리 무릎의 세밀한 뼈 검사를 한 의사는 아무런 이상이 없으니 하루에 반시간 정도만 걸으시고 오지마라하였지요. 늙어서 필요 없으니 오지마라는 것 같아 서운 하였지만 한편으로는 기뻤었지요. 자나 깨나 당신의 아프다는 신음 소리를 들으면서 살고 있는 나로서는 너무나도 안타깝지요. 언제나 나는 누군가의 지나친 편애를 받고 살아가고 있는 것만 같아 많이 미안도 하지요.
아무리 아픈 곳이 없다고 자랑은 하고 있지만 어느 정도의 운동이란 절대로 필수이겠지요? 그래서 날씨만 좋으면 오전 오후 두 번의 아파트단지의 걷기를 하기로 하였지요. 요즘 당신은 오전에는 요양사와 걸으니까 오후에는 대개 내가 동행하여 걸었지요. 언제나 당신은 보행기를 밀고 나는 옆에서 따라가는 것이었지요, 그런데 집을 나서 얼마의 거리도 아닌데 나는 보행로에서 차도로 넘어지는 큰 실수가 있었지요. 다행히 가볍게 넘어져 상처는 없었지만 바로 일어서기를 못하였지요. 이런 경우 당신은 도움이 되지 못하니 안타깝지요. 다행 지나던 여인의 도움으로 겨우 일어났지만 심적 타격이 컸지요.
우리들은 비슷한 사람과 비교하는 버릇이 있지요. 나도 나이가 많으니 당연히 장수 노인이 등장하면 관심을 갖게 되네요. 이것은 비슷한 경우가 아니지만 며칠 전 텔리비의 아침마당에서는 102세 노인의 건강한 모습으로 등장하였지요. 건강해 보이는 노인이 지팡이도 없이 나타난 모습이 너무나도 부러웠지요. 98세 조강지처도 생존해 있다하고 놀랍게도 정구를 하는 모습이 보였지요 여기에 더 바랄 욕심이란 없겠지요? 같이 바라보던 경기는 아버지도 희망이 충분하다고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지요. 한해가 365일인데 10년이란 나이 차는 꿈도 꾸지 못할 하늘과 땅 만큼이나 많은 나이의 차이지요?
우리는 아직도 양력과 음력을 혼용하고 있지요. 그중에서도 민족의 대명절인 설날만은 여전히 음력으로 변화의 조짐이 없지요. 이제는 간략히 추도식차례로 변한지 제법 오랜 시일이 경과하였지요. 올해도 덕기의 매끄러운 사회와 주관으로 훌륭한 진행을 보였지요. 그런 다음에는 간단한 덕담이 있고 이어 세배의 차례인데 인사는 우리부터 받고 이어 차례로 자손간의 세배가 이어지지요. 그런 다음에는 떡국이 따르지요. 반찬은 자식들이 서로 분담제로 하는데 처음보다는 많이 간소화 되었지요. 우리를 비롯하여 증손까지 스물하고도 일곱까지 있으니 4대에 걸친 설날의 풍경은 아주 아름답고 이색적이지요.
당신은 솜씨가 있다고 칭찬도 받으면서 살아왔지요. 솜씨에는 주로 음식과 바느질이 있지요. 시대가 바뀌어 요즘에는 누구나 만들어진 옷을 사서 입지만 우리가 젊어서는 손수 바느질로 옷을 만드는 경우가 많았는데 자주 칭찬을 받았었지요. 지금은 솜씨를 자랑할 만한 기회도 없는데 경희가 아프리카 난민에게 털모자를 보내는 자선 운동이 있다고 소개하여 아주 오랜만에 솜씨 자랑을 유감없이 발휘하였지요. 노쇠하여 손놀림도 우둔하고 눈도 침침하여 어려움이 많았지만 잘도 견디어 두벌이나 보낸 것이 카톡(허허네집)에 오르자 바로 가족의 박수도 받았지요. 허나 힘에 겨워 더는 못한다 하였지요.
우리에게는 큰 어려움이 따라오고 있지요. 내 나이 70세의 7월 7일에 나가기 시작한 은평 성결교회인데 어느덧 연로하여 힘에 겨워 이제는 막을 내려야 만할 때가 왔네요. 주일 마다 빠뜨리지 않고 성경 가방 들고 다니던 정든 교회인데 오래 전부터는 월에 겨우 한번 나가왔는데 며칠 전에 걷다가 넘어진 사고의 후유증으로 접어야만 하네요. 남들은 아직도 건강해 보인다고 칭찬도 하고 있지만 실지는 엄청 달라서 걷기가 어렵고 불안하고 누군가의 도움이 따라야 하니 이쯤에서 접어야만 할 것 같아요. 나에게 얼마나 힘이 되어준 교회인데 얼마나 사랑을 받은 동료가 있는 성우회인데 홀로 떠나야 하네요.
그나저나 100세 시대가 온다고 떠들더니 요즘은 이미 왔다고 한발 앞서 나가기 시작하네요. 그러면 우리도 후보에 오른 것인가요? 당신도 아프다는 신음 소리는 여전하면서도 나를 따라보려고 비틀거리지만 낙오자는 아니지요. 가장 중요한 것은 잘 먹고 잘 자는 것이라 하지요? 나는 여전히 먹는 어려움은 없어요. 그런데 나머지 하나인 수면에 고민이 자주 발생하네요. 두 노인이 서로 잠이 오지 않는다고 고민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네요. 나는 어려서부터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좋은 습관이 있는데 요즘 무료한 시간이 문제로 보여요. 여생은 모든 고민은 털어버리고 편안하게 살아보기로 해요.
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