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명의 실태조사관들이 1~5회 진행
- 예산편성도 없는 실태조사 과연 누굴 위한 정책인가 비난여론 봇물
서울시 실태조사 마친 6곳 주민설명회 개최, 주민들 반응은…
3~4명의 실태조사관들이 1~5회 진행
예산편성도 없는 실태조사 과연 누굴 위한 정책인가 비난여론 봇물
[코리아리포스트=김동현기자]서울시가 뉴타운·재개발 구역 중 실태조사 우선실시구역으로 선정돼 조사를 마친 6곳의 사업장에 대한 주민설명회를 실시하고 있다.
서울시는 직접 실태조사 후 결과를 발표한 6개 구역에 대해 지난 7일부터 오는 12월 6일까지 한달간 주민설명회를 개최한다고 지난달 30일 밝혔다.
주민설명회가 실시되는 구역은 ▲도봉구 창동 521-16번지 ▲강동구 천호동 362-67번지 일대 ▲은평구 증산동 185-2번지 ▲성북구 정릉동 716-8번지 ▲광진구 화양동 132-29번지 ▲동작구 신대방동 363번지 등이다.
주민설명회는 구역에 따라 1~5회까지 진행되며 해당 구청 소속 3~4명의 실태조사관들이 실시하고 있다. 실태조사관들은 시 주거재생정책관이 단장을 맡는 ‘실태조사추진단’ 소속 민간전문가들로, 해당 구역의 토지등소유자들을 대상으로 우편 통보된 실태조사 결과를 보충 설명하거나 주민 요구사항 등을 청취한다.
주민설명회 장소는 구역 내 주민센터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날짜와 시간은 각 번지수에 따라 다르다. (장소 및 일정은 첨부된 표 참조)
의견청취기간 중 설명회 참여율이 50%에 미달하는 경우 최장 15일까지 연장할 수 있고, 주민 청취를 마친 해당 구역 구청장은 만료일로부터 5일 이내 개표해야 하며 자치구 홈페이지 등에 결과를 게시해야 한다.
다만 의견청취 참여자 비율이 전체 30%미만일 경우 정비구역 해제 요건에 미달하기 때문에 개표하지 않고 사업을 추진한다고 시는 설명했다.
토지등소유자들은 시의 ‘클린업시스템(http://cleanup.seoul.go.kr)’을 통해 추정분담금을 확인하고 우편과 함께 동봉된 ‘사업추진/해제 요청서’에서 추진과 해제를 결정해 우편 또는 구청장이 지정한 주민센터에 제출하면 된다.
이에 따라 12월이면 주민 스스로 뉴타운·재개발 추진 여부를 결정하는 첫 사례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나머지 우선실시구역 20곳 등 155개의 1차 실태조사 대상 구역도 내년 2월까지 조사를 완료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한편 그동안 사업주체가 없는 정비(예정)구역 18곳이 해제되는 등 모두 29곳이 실태조사 없이 해제 절차를 밟고 있다고 시는 밝혔다.
현재 봉천10-1, 봉천15, 사당1 등 3곳은 재건축·재개발 조합이나 추진위 단계에서 해산·해제를 추진 중이며, 삼선6, 신월3, 상도7, 용두5, 전농10 등 5곳은 추진위 또는 조합 단계에서 이미 해산 완료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추진주체가 있는 곳은 추진주체가 먼저 해산하고 구역 해제에 들어가기 때문에 추진주체가 해산을 추진 중이거나 완료한 8곳 역시 곧 구역해제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울시, 실태조사 후 첫 주민설명회
서울시가 뉴타운·재개발 출구전략 실태조사를 마치고 첫 주민설명회를 개최했다. 지난 7일 실태조사 결과를 갖고 주민설명회가 열린 곳은 두 곳이다. 동작구의 신대방2동 주민센터와 성북구의 정릉3동 주민센터가 바로 그 현장이다.
시가 주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직접 사업 진퇴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한 자리였지만 설명회에 관심을 갖는 주민은 적었고 현장에서 나오는 의견도 대부분 시의 행정에 대한 성토뿐이었다.
신대방2동 주민센터
“재개발이 웬말이냐? 경기도 좋지 않는 상황에서 역세권 시프트를 하네 마네 이야기가 나오다가 갑자기 재개발을 한다고 주민설명회에 참가하라니 당황스럽다.”
주민설명회에 참석하기 위해 주민센터 내에서 기다리던 한 주민에게 들은 말이다.
지난 7일 오후 19시 신대방2동 주민센터 2층 회의실에서 ‘신대방 363번지 재개발예정구역’ 실태조사결과 주민설명회가 열렸다. 현장에는 주민 10여명과 실태조사관 4명, 서울시와 동작구 관계공무원 등 총 20여명이 참석했다. 참석한 10여명의 주민은 4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했다.
저조한 주민 참석률에 대해 송순규 동작구청 재개발팀장은 “지역 주민들의 각자의 사생활이 있기 때문에 피치 못하게 참석하지 못한 분들도 계실 테고, 앞선 개략사업비와 추정분담금에 대한 개별통지로 해당 부분을 이해하신 분들이 많아 참석률이 저조한 것 같다”고 난감해 했다.
주민설명회는 실태조사관의 ‘실태조사결과’에 대한 설명으로 순조롭게 진행됐고, 특히 사업 완료 후 얻는 수익률을 나타내는 비례율에 대해 설명을 할 때는 “비례율이 100%면 사업성이 있다”며 “이곳은 비례율이 99.34%로 사업성이 나쁘지 않은 곳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업성이 나쁘지 않다는 실태조사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표정은 밝지가 않았다. 설명회에 참석한 한 주민에 의하면 “현재 재개발에 대해서 관심 갖는 사람은 없다”며 “사업성이 훨씬 뛰어난 역세권 시프트가 있는데 누가 재개발에 대해 관심을 가지겠는가”라고 귀띔했다.
끝으로 신동우 실태조사관은 “이곳은 시프트와 아무 상관이 없는 곳이다. 60일 동안 여러분의 결정이 앞으로 평생을 좌우할 것이다. 찬찬히 사업을 살펴보신 후 신중한 결정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덧붙여 “앞으로 3차례의 주민설명회가 남아 있는 만큼 주변 사람들에게 주민설명회에 참석하도록 적극적인 홍보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정릉3동 주민센터
“누가 재건축 해달라고 했나? 누구 마음대로 재건축구역으로 지정해놓고 이제 와서 마음대로 해제하겠다는 거야. 잘 살고 있었는데 괜히 들쑤셔놓기만 하면 어떻게 하라는 거야.”
지난 7일 저녁 정릉3동 주민센터 2층 강당에서 개최한 ‘성북구 정릉동 716-8 재건축구역’ 설명회에서 주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날 저녁 7시 10분부터 열린 설명회에는 10여명의 주민만 참여했다. 참여자들은 모두 사업 추진을 원하지 않았다. 이 구역은 사업면적이 2만4870㎡에 달하지만 토지 등 소유자가 88명밖에 되지 않는 단독주택지역이다. 설명회에 나온 대부분 주민이 60~70대였고 이들은 330~660㎡ 규모 단독주택을 소유한 토박이였다.
이곳에서 10년 넘게 살고 있다는 전모씨는 “이런 설명회를 왜 하는지 모르겠고 재건축구역도 시가 마음대로 정해놨다”며 “이제 와서 해제하려면 투표하고 행정절차가 필요하다고 하니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특히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실태조사관의 설명에 주민들의 표정도 더욱 어두워졌다. 실태조사 용역업체 대표는 이곳이 자연경관지구로 묶여 있어 지상 4층까지만 건축물을 지을 수밖에 없어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사업 완료 후 얻는 수익률을 나타내는 비례율도 44.25%로 매우 낮은 편이라고 밝혔다. 공사비가 줄고 분양가를 올려도 최대 수익률은 68.89%에 그친다고 덧붙였다.
설명회가 끝난 뒤 70대 강모씨는 “돈도 안되고 주민들도 원하지 않는 곳을 재건축구역으로 지정해놓고 왜 불안하게 만드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성북구청은 주민의견을 취합하더라도 주민들이 직접 투표해야 하기 때문에 해제 여부를 확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남식 성북구청 재건축팀장은 “이달 14일 주민설명회를 한차례 더 열고 다음달 투표를 거쳐 해제절차를 밟을 계획”이라며 “주민들의 30%가 반대를 해야 해제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실태조사의 문제는
서울시가 예산편성도 없이 뉴타운·재개발구역의 실태조사를 강행하면서 주민들간 갈등만 키우고 있어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번 실태조사 주민설명회의 경우, 서울시 클린업시스템 추정분담금 산출프로그램의 재탕이라며 행정력은 물론 예산 낭비라는 의견이 주민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신대방2동 주민설명회을 마치고 귀가하던 S모씨는 “주민설명회에 와보니 서울시의 클린업시스템에서 운영되고 있는 추정분담금 산출프로그램과 별 차이가 없다”며 “이번 주민설명회는 인력뿐만 아니라 시간과 예산 등 모두 낭비라고 생각이 든다”고 비난했다.
동작구 관내 한 재개발추진위 관계자는 “준비되지 않은 출구전략이 시행됨에 따라 현장에선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며 “실태조사가 예산난 문제로 지지부진해지면서 주민간의 갈등이 점차 심화되고 있다”고 사업을 추진하는데 난감함을 표했다.
하지만 실태조사를 시행해야 하는 해당 구청들도 난감한 입장이다. 인력과 예산부족으로 인해 실태조사를 실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K대학 부동산학과 교수는 “구청에서 서울시에 비용 지원을 요청하고 있지만, 시 역시 예산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실질적인 지원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며 “시가 생색내기용 출구전략 홍보에 열을 올리면서도, 정작 책임은 구청에 떠넘기는 식이다”고 비난했다.
실태조사가 지지부진하기는 서울시도 마찬가지다. 서울시는 지난달 25일 보도자료를 내고 뉴타운·재개발 8개 구역에 대한 첫 실태조사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관련해 한 재개발·재건축 시민단체 관계자는 “실태조사를 실시하겠다고 시가 발표한 것이 지난 7월이었다”며 “3개월 동안 실태조사관 36명을 투입해 실태조사 우선 실시구역 28개 구역 중, 불과 8개 구역에 대한 실태조사를 마친 것은 투입한 시간과 인력에 비해 성과가 저조한 편”이라며 서울시 행정을 비난했다.
서울시가 시행하고 있는 실태조사에 대해 일선 현장에서는 의구심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었다.
노량진뉴타운의 한 토지등소유자는 “실태조사가 지지부진해지면서 일선 현장에서는 사업을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의 주장이 엇갈려 갈등만 고조되고 있다”면서 “시가 고의로 뉴타운·정비사업을 지연시켜 갈등을 고조시키고 사업을 포기하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처럼 여러가지 문제가 지적되고 있는 가운데 향후 서울시의 실태조사가 어떠한 항로로 난제들을 풀어가며 정비사업을 구조조정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김동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