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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은 어둡다.
꿈은 잘 꾸지 않는 체질인 건지, 어지간한 일이 없는 한, 꾸는 꿈은 언제나 하나였다.
……이미지 하는 것은 항상 검.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뇌리에 떠오르는 것은 이것뿐이다.
거기에 의미는 없고, 이렇다 할 이유도 없다.
그렇다면 그것이, 에미야 시로를 구성하는 인자인지도 몰랐다.
꾸는 꿈 따위 없다.
잠에 빠져 다시 떠올리는 것 같은 건, 옛날, 누군가에게 배운 사항 뿐이다.
예를 들면 마술사에 대해서.
제 몫을 못한다고 해도 마술사인 이상, 자신이 있는 세계를 파악하는 것은 당연하겠지.
한 마디로 말해서, 마술사라고 하는 것은 문명사회와는 상반되는 예외에 속한 자들이다.
하지만 예외라고 해도, 무리를 짓지 않으면 존재하고 있을 수 없다.
키리츠구는 그 무리, 마술사들의 조직을 “마술협회”라고 가르쳐 주었다.
……덧붙여서, 녀석들과는 관계되지 않는 쪽이 좋아, 라고도 말했었지.
마술협회, 라고 불리는 그 조직은, 마술(신비)을 은닉하고 마술사들을 관리한다고 한다.
요컨대 마술사가 마술에 의해 현대사회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감시하고 있는 것인데,
마술의 악용을 금지한다, 라는 게 아니라는 것이 비틀린 점이다.
키리츠구 왈, 마술협회는 단지 신비의 은닉만을 생각하고 있다.
어떤 마술사가 자신의 연구를 멋대로 진행해서, 그 결과, 일반인을 몇 명 희생시키던 협회는 벌하지 않는다.
그들이 우선하는 것은 마술의 존재가 공표되는 것이지, 마술의 금지가 아닌 것이다.
요는 들키지만 않으면 무슨 짓을 해도 괜찮다는, 어처구니 없는 놈들이다.
어쨌든, 마술협회의 감시는 절대다.
대개의 마술연구는 일반인을 희생시키고, 결과적으로 마술의 존재가 드러나버린다.
따라서, 그런 일반사회에 해를 끼치는 연구는 마술협회가 용납하지 않는다.
이리하여 마술사들은 자신의 거처에서 묵묵히 연구하는 것에 그치고, 세상은 아무 일도 없이 평화롭다라는 거다.
마술사가 자신을 숨기려고 하는 것은, 오로지 협회의 숙청에서 벗어나기 위한 거라던가.
……그래서, 사실은 내가 모를 뿐이고, 이 도시에도 마술사가 있을 가능성은 있다.
확실히는 모르지만, 후유키 시는 영적으로 뛰어난 땅이라는 듯 하다.
그런 땅에는 반드시 역사 깊은 명문 마술사가 진을 치고 있다.
second owner
관리자, 라고 불리는 그들은, 협회로부터 그 땅을 맡은 엘리트다.
같은 땅에 뿌리를 박는 마술사는, 우선 그들에게 인사를 하러 가서, 공방건설 허가를 받지 않으면 안 되는 듯 하다.
……그 점에서, 우리는 집 주인한테 비밀로 숨어 살고 있는 도둑놈, 이라는 말이 된다.
키리츠구는 협회와 손을 끊은 무법자로, 후유키의 관리자에게 승낙도 받지 않고 이주해 왔다.
관리자인지 하는 자는 에미야 키리츠구가 마술사라는 것을 모르고, 키리츠구도 관리자가 누구인지 몰랐다.
그런 것도 있어서, 에미야의 위치라는 것은 굉장히 애매하다고 생각한다.
정통 마술사였던 키리츠구는 타계했고,
그 아들이며 제자인 나는, 마술협회도 모르고 마술사로서의 지식도 없다.
……협회의 정의로 보자면, 나 같은 어중간한 녀석은 얼른 잡아다가 어떻게 하겠지만, 지금은 그런 위험한 낌새는 없다.
아니, 일본은 비교적 마술협회의 눈이 닿지 않는 땅이라니까, 실제로 발견되지 않았겠지.
그렇다곤 해도, 긴장을 늦춰도 되는 건 아니다.
마술협회의 눈은 어디에서도 빛나고 있다고 하기도 하고,
덤으로, 마술로 사건을 일으키면 이단 사냥꾼인 교회도 가만히는 안 있겠지.
……마술을 무엇에 쓰던지 간에, 안이하게 쓰면 감당하기 어려운 적을 만든다는 것.
그것을 고려에 넣고, 에미야 시로는 독학으로 마술사가 되면 그만이지만
「…………, 응」
창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에 눈이 뜨였다.
해는 이제 막 뜬 건지, 밖은 아직 어슴푸레하다.
「……추워라. 역시 아침은 좀 춥군」
아침 냉기에 지지 않으려고 자리에서 일어나서, 잽싸게 이불을 갠다.
시간은 5시 반.
아무리 밤 늦게까지 깨어 있어도, 이 시간에 일어나는 것이 자신의 장점이다. 어제 같은 실태를 범하는 때도 있지만, 대체로 자신은 일찍 일어나는 거다.
자명종은 왠지 모르게 쓰면 자신이 나태한 듯한 생각이 들어서 어릴 적부터 쓰고 있지 않다.
「그럼 아침밥, 아침밥」
어제는 사쿠라한테 전부 맡겨버렸던 만큼, 오늘 아침은 이쪽이 보답을 하지 않으면 면목이 안 서지.
사쿠라가 오기 전에 잽싸게 준비를 끝내버리자.
밥을 하고, 된장국을 만들어 둔다.
어제는 무와 당근이었으니, 오늘은 파와 감자가 들어간 된장국으로 했다.
동시에 늘 잘 팔리는 다시 달걀말이 을 얼른 해 버리고, 남아있던 곤약을 가다랑어 포랑 같이 쪄서, 준비 완료.
메인 디쉬인 꽁치는 칼집을 내고 소금을 뿌려서, 이제 불에 올리기만 하면 되는 데서 스톱.
「좋아. 이 정도면 됐나」
슬슬 6시.
생각보다 빨리 끝나서 시간이 남아버렸는데
「그렇지. 시간도 있고, 간소한 걸로 뭔가 만들어 두자」
철컥, 냉장고를 연다.
남아 있는 건 오이랑 감자 정돈가.
「……으?응. 오이를 스틱 형태로 잘라서 소금에 절이는 것도 괜찮고, 감자를 체 썰어서 식초를 쳐도 괜찮은데……」
어느 쪽으로 해도 몇 분 걸리지 않아서 해치워버리는 자질구레한 것이고, 이런 류의 반찬은 신선한 쪽이 맛있다.
후지 누나와 사쿠라가 올 때까지 앞으로 30분. 어차피 할 거면 직전에 가볍게 끝내는 쪽이 낫겠지.
「…………음」
그렇게 되면, 정말 처리하기 어려운 빈 시간이 돼 버렸다.
30분 남은 시간으로 할 수 있는 거라고 하면,
「저녁밥 용으로 닭 가슴살이 있었으니까, 에에?」
야채를 고기로 말은 한 입 사이즈 구이라던가, 그 근천가.
닭고기를 한가운데서 좌우로 펼쳐지게 잘라서, 미트 텐더라이저로 평평하게 한다.
이 미트 텐더라이저는 척 보면, 엄청나게 극악하다. 요컨대 망친데,
두들기는 면은 각지고 넓으며, 표면에는 가시 같은 돌기가 가득히 솟아나와 있다.
이러면서 사이즈가 컸으면, 틀림없이 고문도구로서 활약할 수 있겠지.
그런 위험한 물건으로 닭 가슴살을 평평하게 만들고, 당근과 꼬투리째 먹는 강낭콩을 올리고, 말아서, 표면을 프라이팬으로 굽고, 정종을 넣어서 찐다.
「핫!? 잠깐 기다려, 뭐하고 있는 거지, 나……!?」
거기까지 진행하고, 이게 아닌데, 하며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만들려고 했던 건 간소한 반찬이고, 메인디쉬에는 이미 꽁치님이 진좌해 계신다.
그런데도 닮 가슴살 야채롤 구이 같은 거 만들어서, 주역 클래스를 두 가지나 준비하다니……!
「……이런. 시간 때우기로 쓸데없는 요리를 하다니, 긴장이 풀려 있군」
「에? 시간 때우기로 만든 거예요, 선배?」
「응. 하지만 오해가 없도록 설명하면, 사실은 나물을 추가하려고 한 거야. 그게 문득 정신이 들어보니 식칼을 들고 있었어. 이야, 습관이라는 건 무서워. 물론 그저 변명이지만」
「하지만 괜찮다고 생각하는데요? 아침 식사치고는 호화롭지만, 선배 요리라면 안 남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럴까. 아니,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 이건. 한 하늘에 두 태양은 필요 없는 거야.
둘 중 한쪽에는 퇴장을 부탁하지 않으면 안 되지」
「에에!? 선배, 모처럼 만들었는데 안 먹는 건가요?」
「먹을 거야. 예정에는 없었지만, 오늘 점심은 도시락으로 하지. 그렇게 하면 남은 쪽도 헛되이는 안 되잖아」
「우와. 선배, 지금부터 도시락 만드는 건가요?」
「아슬아슬할 것 같은데. 뭐어, 나 1인분 정도라면 밥도 그럭저럭」
그리고.
거기서, 간신히 등뒤에 있는 인물에 주의가 미쳤다.
「안녕하세요, 선배. 오늘도 실례할게요」
웃는 얼굴로 인사하는 사쿠라.
이 시간, 사쿠라가 부엌에 오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사쿠라는 항상 초인종을 누르고 들어오지만, 오늘 아침처럼 멍해져 있어서 알아채지 못하는 때도 있다.
「아, 안녕 사쿠라. 아침밥 준비는 돼 있으니까 거실에서 쉬고 있어도 돼. 차 준비돼 있으니까」
프라이팬 앞을 지키면서 대답한다.
테이블에는 뜨거운 물이 든 포트와 주전자, 같이 먹을 과자 등이 준비돼 있다.
「아, 네. 오늘 아침도 완벽하네요, 선배」
뭐가 기쁜지, 사쿠라의 목소리는 들떠 있다.
……그리고.
사쿠라는 기분이 좋은 모습으로, 테이블이 아니라 부엌에 왔다.
「선배, 도시락 만드는 거죠」
「응? 어, 그런 흐름이 됐어. 마침 도시락에도 맞고, 좀 더 반찬을 준비할까 하고」
「저, 그러면 저도 괜찮나요? 제 몫은 제가 만들 테니까」
「아니, 잠깐. 반찬, 나랑 같은 거라도 괜찮다면 나눠줄 수 있는데」
「네. 아까부터 보면서, 선배가 구운 구이가 먹고 싶은데 하고 있었어요」
「라져. 그럼 사쿠라는 밥 해 줘. 2인분 도시락이 되면 밥이 부족해지지. 그 쪽에 빨리 밥 되는 밥통, 있잖아」
「네, 맡겨주세요. 그럼 도와드릴게요」
탁탁 하는 발소리와, 꾸욱 하고 에이프런 줄을 묶는 소리.
「선배?. 밥은 두 홉이면 되죠?」
「응?, 충분하지 않을까」
허둥대지 않고 서두르지 않고, 그러면서도 시원시원한 움직임으로, 사쿠라는 주방에 참전해 왔다.
「안녕?! 오늘 아침도 좋은 냄새 풍기고 있으니 좋아좋아!」
6시 반을 좀 지났을 무렵.
사쿠라에게 늦기를 30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후지 누나가 찾아왔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아침 식사, 좀 더 기다려주세요」
「응 기다릴게 기다려. ……근데, 어라? 사쿠라쨩, 시로랑 같이 아침밥 만들고 있어?」
「아뇨, 아침 식사 준비는 선배가 혼자서 해치워 버렸어요. 지금은 선배랑 도시락 만들고 있어요」
사쿠라의 목소리는 묘하게 들떠 있다.
별반 재미있는 걸 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뭐가 즐거운지는 알 수 없다.
「그런가 그런가, 당연히 아침부터 기분 좋아질 만도 하네. 요리랑 시로, 즐거운 거 투성이인걸. 좋아좋아, 시간은 여유 없지만 느긋하게 하고 있어도 괜찮아?」
아하하하, 웃으면서 테이블을 점거하고 차를 따르는 후지 누나.
「……진짜, 아침부터 잠꼬대하고 있어. 학교 가기 전에 부엌에 서는 게 어디가 재미있다는 거야」
프라이팬을 선반에 돌려놓는다.
도시락 반찬도 다 만들었고, 남은 건 도시락통에 넣는 것뿐이다.
「미안, 사쿠라. 부활동 하기 전인데 쓸데없이 체력 쓰게 해서. 어제 신세를 진 만큼, 오늘 아침은 느긋하게 있게 해 주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에? 아뇨, 그렇지 않아요? 후지무라 선생님 말대로, 이렇게 부엌에 있는 건 즐거워요」
생긋 웃는다.
물론 사쿠라가 요리 좋아하는 건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아침 5시에 일어나서 도시락을 만드는 건 힘들겠지.
게다가, 사쿠라는 빈번히 저녁 식사를 만들어주고 있다.
그런데도 아침까지 요리에 파묻히게 만들어 버려서야, 사쿠라의 자유시간이 없어지지 않는다고 할 수 없다.
「……후우. 도와주는 건 고맙지만, 좀 더 편하게 해, 사쿠라. 아침엔 좀 더 잠을 자거나, 방과 후에도 놀러 가는 법이잖아. 꼭 자진해서 우리 집 가사 도와주지 않아도 돼」
「네, 그래서 편하게 하고 있어요. 오늘도 선배가 아침밥 해 줬어요. 도시락 반찬도, 선배가 나눠주셨고」
생긋 웃는다.
…………하아.
사쿠라가 도와주게 되고 나서 벌써 1년 반, 지금은 무슨 소리를 해도 이런 식으로 받아 쳐 버린다.
「그거랑 이거랑은 다르잖아. 사쿠라도 자기 생활이 있으니까, 나나 후지 누나 도와주는 거에 얽매여 있다간 손해봐. 내가 편한 대로 해 주고만 있으면, 그러다가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할 수 없게 되니까 말야」
「아하하, 그것도 괜찮아요. 저, 취미는 요리랑 활뿐이니까. 덧붙여서 장래 목표는 선배의 맛을 넘어서는 거고, 이제 곧 사정거리에 들어오기도 해요」
엣헴, 하며 가슴을 펴는 사쿠라.
……크.
분하지만, 그건 틀림없는 사실이고 노려지고 있는 건가, 나.
「그러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저, 여기서 요리하는 게 기쁘고, 숙달되는 게 기쁜 거에요.
이 즐거움을 가르쳐준 선배에의 보답과, 자신의 실익을 확실히 겸해서 도와주고 있는 거에요」
「……음. 그건 즉, 매일매일 내 기술을 훔치고 있다는 거냐, 사쿠라」
「네. 선배를 돕기만 해도, 좋아하는 게 급속도로 숙달돼 가죠.
그러니까 각오하고 있으세요. 조만간 선배한테 졌다고 말하게 할 테니까」
우와.
안 믿어져, 지금 잘라 말했어, 사쿠라 녀석!
「……하아. 진짜, 이럴 거면 요리 같은 거 가르쳐주지 않을 걸 그랬어. 우리 집에 올 때까지 샐러드 기름의 존재조차 몰랐으면서, 지금은 호시탐탐 스승의 목을 노려대고 있군. 어째서 그렇게 눈엣가시로 여기는 거야,
진짜. 밥 같은 거 남들 레벨로 만들 수 있으면 되잖아」
「그거야 당연히 눈엣가시로 여기죠. 선배 쪽이 맛있다니 안 되니까」
「……?」
뭐가 안 되는지는 불명이지만, 그건 여하튼, 슬슬 아침 식사를 테이블에 놓지 않으면 곤란하겠지.
「읏차」
불에 올려놓고 있었던 꽁치 상태를 본다.
딱 좋은 색으로 구워진 배에 젓가락을 대서, 얼마나 구워졌는지 확인한다.
「잘 된 것 같은데. 자 사쿠라, 패스. 먼저 식탁에 가지고 가 줘」
「네, 수고하셨어요 선배」
꽁치를 올려놓은 접시를 사쿠라에게 넘겨준다.
……그러자.
무언가 중대한 일이라도 생각난 듯이, 사쿠라는 움직임을 멈추고 있었다.
「사쿠라? 왜 그래, 뭔가 깜박한 거라도 있어?」
사쿠라는 야무진 듯 하면서도 곧잘 무언가를 깜박한다.
이런 식으로 갑자기 생각해내고 덜컥한다, 라는 건 그렇게 드문 일이 아니다.
그러나아무래도, 오늘 아침은 그런 부류는 아닌 것 같다.
「……사쿠라?」
「…………………………」
사쿠라는 대답하지 않는다.
그저 멍하니 내 손을 바라보며, 사쿠라 본인도 의식하지 못하는 듯한 기색으로,
「선배. 그 손에 든 멍, 뭐예요」
라고, 이상한 걸 이쪽에 물었다.
「하?」
듣고서 손을 다시 물린다.
「어라……? 진짜다, 손등에 멍이 들어있네. 이상한데, 부딪힌 기억은 없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왼 손등에 커다란 멍이 들어 있다.
멍은 절상인 듯, 긁힌 자리가 요란하게 길게 부어 오른 자국을 남기고 있었다.
자기 손이지만, 솔직히 상당히 기분이 나쁘다.
기분이 좋지 않은지, 사쿠라는 꾹 침묵을 지키고 있다.
「미안, 남은 거 맡기겠어. 파스나 그런 거 붙이고 올게」
사쿠라에게 부엌을 맡기고 도장으로 향한다.
자고 있을 때 다쳤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치료 정도는 해 둬야지.
「?」
다만, 어째서인지.
부엌을 뒤로 할 때, 거북한 듯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던 사쿠라의 모습이 마음에 걸렸다.
「그럼 먼저 가 있을게요」
「사쿠라, 정말로 괜찮은 거야? 컨디션이 나쁘면 부활동 정도 쉬어도 돼?」
「아뇨, 괜찮아요. 조금 두통이 있을 뿐이니까 걱정할 것까지는 없어요. 컨디션이 나쁜 것처럼 보이는 건 선배 기분 탓이에요. 저, 정말 건강해요」
봐요, 하며 웃는 얼굴로 되받아 친다.
……그러나, 그게 허세인 건 누구라도 알 수 있겠지.
「정말 건강하다, 라. 아침밥, 한 입도 못 먹었는데 말야?」
「아…………」
거북한 듯이 시선을 돌린다.
결국, 사쿠라는 시선을 들지 않고,
「……실례할게요. 선배 쪽이야말로, 쉬세요」
그런 말을 남기고 현관을 뒤로 했다.
식탁은 깨끗이 치워져 있다.
그러나, 부엌에 거둬진 식기에는 1인분 아침밥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진짜. 갑자기 왜 그러는 거지, 사쿠라 녀석」
내 상처를 봤다고는 하지만, 그 정도로 기분이 좋았던 사쿠라는 그 순간 말이 없어지고, 하는 일은 전부 실수투성이가 됐다.
차는 너무 많이 붓고, 달걀부침은 간장으로 시커멓게 만들고, 에이프런을 한 채 식탁에 앉았다.
그래서, 그 끝에 아침 식사는 한 입도 목을 넘어가지 않고, 새파란 안색으로 등교해 간 것이다.
「감기라도 걸린 걸까, 사쿠라」
뒷정리를 하면서 혼자 중얼거린다.
어쨌든, 저런 사쿠라를 보는 건 처음이다.
사쿠라와 알게 된 건 4년 전 여름 근처고, 우리 집에 가사를 도와주러 오게 된 건 1년 반 정도 전.
그 동안, 저만큼 몸 상태가 나빠 보이는 사쿠라를 본 적은 없다.
「?」
……궁도장에는 후지 누나가 있으니, 심각한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방과 후쯤 해서 어떤지 보러 가야겠지.
시간은 7시 반이 되려 하고 있다.
아침 부활동이 있는 사쿠라와 후지 누나는 이미 집을 나섰다.
어제는 잇세가 불렀기에 좀 빨리 등교했지만, 오늘 아침은 평소 시간에 집을 나왔다.
교차점까지 내려오자, 낯선 광경에 조우했다.
한 집 앞에 경찰차가 몇 대 멈춰 있다.
무슨 소동이라도 있었는지, 주위의 분위기는 어수선하고, 모여든 사람들은 열 명 스무 명이 아닌 듯 싶다 .
「?」
흥미는 있었지만, 모여든 사람들이 방해돼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다.
시간도 없고, 지금은 학교에 가는 걸 우선해야겠지.
예령이 울리기 10분 정도 전에 도착.
평소와 마찬가지로 여유를 갖고 정문을 들어서자,
「야, 안녕 에미야」
잘 아는 여학생과 딱 마주쳤다.
「뭐야, 아직 안 갈아입었냐 미츠즈리. 좀 있으면 HR이야. 나한테 인사하고 있을 때가 아니잖아」
「아하하하하! 이야, 지당하신 말씀. 변함없이 박정한 놈이군, 에미야는!」
뭐가 즐거운 건지, 사람들의 시선도 신경 쓰지 않고 호쾌하게 웃는다.
미츠즈리 아야코.
1학년 때 클래스메이트였던 녀석이고, 지금은 궁도부 주장을 맡고 있다.
학생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달관한 녀석으로, 1학년 때부터 차기 주장으로 기대 받고 있었던 여장부다.
……뭐, 요컨대 실제 나이보다 어느 정도 정신연령이 위이고, 1학년일 무렵부터 모두에게 의지가 되고 있었던 누님 타입이다.
물론, 본인은 그런 말을 들으면 화낸다. 나는 그렇게 안 늙었엇! 이라는 것이 본인의 말이다.
「앙? 지금 너, 좋지 않은 감상을 입 밖에 내지 않았냐, 혹시?」
「그런 말은 하지 않지. 어디까지나 객관적인 사실을 연상했을 뿐이야. 그것 때문에 기분 나빠하는 건 미츠즈리 맘이지만」
「오, 말 잘하는데. 괜찮은걸, 정직하게 대답하면서도, 뭘 어떻게 생각했는지는 말 안 하잖아.
에미야, 신지랑 다르게 틈이 없구나」
「신지? 어째서 거기서 신지가 튀어나오는 거야?」
「어째서고 자시고, 너랑 신지는 친구잖아.
신지의 남자친구는 너뿐이잖아? 거기에 이미 잊어버리셨겠지만, 난 이래봬도 궁도부 주장이라구. 우리 문제아랑, 그만 둬버린 문제아를 연결시키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생각 안 해?」
「아아, 확실히 자연스럽군. 궁도부는 관계 없지만, 나랑 그 녀석은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악연이니까 말이지」
「아, 기분 팍 상했다. 너 말야, 궁도부 얘기가 나오면 갑자기 냉담해지잖아.
팔자 좋구나, 신지를 내팽개치고 자긴 잽싸게 퇴장해 버리다니.
뒤에 남겨진 나나 사쿠라의 마음 정도는, 약간만이라도 생각해 줘도 괜찮잖아?」
「음. 신지 녀석, 또 무슨 일 저질렀냐」
「그 녀석이 아무것도 안 저지르는 날 같은 거 없지만.
……뭐, 그건 그렇다 쳐도 어제는 좀 너무했어.
1학년 남자가 하나 그만뒀을 정도니까」
하아, 하고 심각하게 한숨을 쉬는 미츠즈리.
이 녀석이 그런 얼굴을 하는 것도 드물지만, 그 이상으로 지금 그 얘기는 그냥 들어 넘길 수 없다.
「뭐야 그거. 부원이 그만뒀다니, 어째서」
「신지 녀석이 엉뚱한 데다 화풀이 한 거야. 일부러 여자를 모아서는, 활을 막 든 애한테 활 쏘기를 시켜서, 과녁 맞출 때까지 웃음거리로 만들었다던가」
「하아!? 너, 그런 바보 같은 짓을 보고도 그냥 놔 둔 거냐?!」
「그냥 놔 둘 것 같애!? 하지만 말야, 주장이라는 건 여러 가지로 바쁘다구.
항상 도장에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에미야도 알잖아」
「……그건, 그렇지만. 그건 그렇고, 무슨 생각하는 거지 신지 녀석.
필요 이상으로 엄하게 가르치는 일은 있어도, 초심자를 구경거리로 삼는 녀석은 아니었잖아」
「어이없어. 에미야는, 정말로 그거야」
「음. 그거라니 뭐냐. 지금 너, 좋지 않은 감상을 입 밖에 내지 않았냐?」
「어?머, 나는 어디까지나 객관적 사실을 연상했을 뿐이야. 그것 때문에 기분 나빠하는 건 에미야 마음이지」
「……이 녀석, 방금 어디선가 들은 듯한 말이군. 좋아, 그것보다 신지는 어떻게 된 거야. 어째서 그런 짓을 한 거지」
「응?, 들은 얘기로는 토오사카한테 호되게 차였다던가 뭐라던가」
「에……토오사카라니, 그 토오사카 말야?」
「우리 학교에 그 이외에 토오사카는 없잖아.
2학년 A반의 우등생, 미스 퍼펙트 곧 토오사카 린이야」
「……아니, 그런 별명은 처음 듣는데」
처음 듣지만, 그거라면 앞뒤가 맞군, 이라고 납득하고 말았다.
상대가 토오사카 린이라면, 신지가 차이는 일도 있겠고, 무엇보다
저 토오사카라면, 교제를 거절할 때도 용서 없는 대사를 입에 담을 것 같고.
「어쨌든, 신지 녀석은 어제부터 계속 그런 상태야. 덕분에 나도 이런 시간까지 도장에서 눈을 번뜩이고 있었다는 거지」
「……신지 녀석은 신경질 부리니까 말이지. 미츠즈리, 힘들겠지만 힘 좀 써 줘」
「네네. 하지만 말야?, 신지는 넌더리도 안 내잖아? 또 토오사카한테 그런 얘기 했다가 차이는 날에는, 이번에야말로 토오사카 본인한테 무슨 짓을 할 것 같아서 말야 ?」
「아니, 아무리 신지라도 차인 상대한테는 가까이 안 가겠지. 그 녀석, 그런 부분은 제대로 돼 있다구」
「하지만 상대가 가까이 다가오니까 어쩔 수가 없잖아. 토오사카 말야, 왠지 모르지만 우리 도장을 곧잘 견학하러 온단 말야. 에미야는 그만뒀으니까 모르겠지만」
「?」
그건 처음 듣는 소리다.
토오사카 린은 가정 사정인가로, 일체 부활동은 하고 있지 않다. 학생회도 같은 이유로 추천을 거부했을 정도니까, 학교 끝나고 나면 곧바로 귀가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뭐, 가끔은 그것도 좋을까. 걔 도도하게 구니까, 한 번 정도는 뜨끔한 맛 좀 보는 것도 좋을지도―. 그거 참 안 되셨군요, 아니, 얼마나 애통하십니까」
무언가 위험한 말을 입에 올리는 미츠즈리.
……그러고 보면, 토오사카 린은 저래 봬도 적이 많다고 하는데, 미츠즈리도 그 중의 한 명일까?
「어이 미츠즈리, 아무리 뭐래도 그건」
「아, 슬슬 시간 됐다. 안녕 에미야, 다음에 내 활 좀 손 보러 와 줘」
허둥지둥 달려가는 미츠즈리.
「여전하구나, 저 녀석」
하지만, 쟤의 저런 깨끗한 점은 옛날부터 마음에 들었었다.
왠지 모르게 평온한 기분이 돼서, 교실로 발을 옮겼다.
점심 시간.
우리 학교에는 훌륭한 식당이 있어서, 대개의 학생은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다.
하지만, 그 중에는 도시락을 지참하는 낡은 녀석들도 있어서, 그 중의 한 사람이 나고, 눈앞에 있는 학생회장이었다.
「에미야, 그 튀김 하나 주지 않겠나. 내 도시락에는 압도적으로 고기가 부족하다」 절칙
「……가져가도 되는데. 어째서 네 도시락은 그렇게 검소하냐 잇세. 아무리 절이라고 해도, 술도 고기도 안 먹는다, 라는 종지가 있는 것도 아니잖아」
「무슨 시대착오적인 소릴. 이건 단지 아버님의 취미다.
사미를 먹여 살릴 여유는 없다, 분하면 스스로 어찌어찌 해결해라, 라고 말하지 않나.
아예 지금부터라도 전좌가 될까, 라고 나도 생각하는 중이다」
「아―, 그 할아버지라면 확실히 그럴 만 하군」
잇세의 아버지는 류도사의 주지이고, 후지 누나네 할아버지랑은 오랜 친구라는 호걸이다.
후지무라 할아버지랑 마음이 맞는다, 라는 시점에서 제대로 된 인격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그거 그거 참 안 됐군. 그럼, 언젠가 보답하길 기대하며 하나」
슥, 도시락통을 내민다.
「어유. 감사. 이것도 탁발 수행이오」
깊이 머리를 숙이는 잇세.
……뭐랄까, 이런 걸로 잇세가 스님 아들이라는 것을 재인식하는 건 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아, 그러고 보니 에미야. 해 뜰 무렵에, 2번가 쪽에서 난리가 난 거 알고 있나?
딱 에미야랑 갈라지는 근처 교차점인데」
「교차점……?」
아침에 교차점이라고 하면, 경찰차가 몇 대나 세워져 있었던 소동 말일까.
「잘은 몰라도, 살인사건이 있었다는 듯 하다. 상세한 건 모르지만, 일가 네 가족 중에, 살아난 건 어린애뿐이라는군.
양친과 누나는 찔려 죽었다는데, 그 흉기가 식칼이나 나이프가 아니라 긴 물건이라는 게 보통이 아니야」
「」
긴 물건? 즉 일본도, 라는 걸까.
살인사건이라는 건, 그것에 양친과 누나가 죽임을 당했다고 하는 건가.
……상상하고 만다.
심야, 억지로 들어온 누군가. 부당한 폭력. 교통사고 같은 일방통행의 약탈. 베여 죽은 양친.
영문도 모르고 다음에 희생된 누나. 그 그늘에서, 가족의 피에 젖은 아이의 모습.
「잇세. 그거, 범인은 잡혔냐」
「안 잡힌 듯 하더군. 신토 쪽에서는 부실공사에 의한 사고, 이쪽에서는 칼이 잘 드는지 시험한 것 같은 살인사건이다. 학교 폐문시간이 빨라지는 것도 당연왜 그러나 에미야? 목에 밥이라도 걸렸나?」
「? 별로 아무렇지도 않은데, 왜 그래 갑자기」
「아니……에미야가 굳은 얼굴을 하고 있어서 말이지, 조금 놀랐다. 미안, 식사 중에 할 얘기가 아니었군」
잇세는 미안한 듯이 분위기를 누그러뜨린다.
……아니, 정말로 별일 아닌데, 그렇게 굳은 얼굴 하고 있었나, 나.
그 때, 조용히 학생회실 문이 노크되었다.
「실례하네. 류도는 있나」
「에? 아, 네. 무슨 일이죠, 선생님」
잇세는 찾아온 쿠즈키와 무언가 이야기에 열중한다.
학생회의 간단한 협의겠지만, 잇세는 비교적 긴장을 풀고 있는 듯 하다.
「……헤에」
그건, 쉽게 볼 수 없는 광경이다.
저래 보여도, 잇세는 사람 낯을 심하게 가린다. 클래스메이트에게도 교사에게도 선을 긋는 저 남자가, 학생회 고문인 쿠즈키에 대해서는 경계를 풀고 있다.
「……진지한 데 때문에 마음이 맞을지도」
2학년 A반 담임인 쿠즈키 소이치로는, 여하튼 진지한 데다가 완고하다.
아마도, 그런 데가 규율을 중히 여기는 잇세와 파장이 맞는 거겠지.
「?」
둘의 대화는 계속된다.
그걸 바라보면서, 왜인지, 아까 들었던 살인사건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수업이 끝나고, 하교 시간이 된다.
오늘은 아르바이트가 있기에 다른 곳에 들를 수 없다.
학교에 남지도 말고, 곧바로 이웃한 도시로 가지 않으면 안 되는데
……사쿠라가 신경 쓰인다.
내가 걱정해봐야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니지만, 좋아졌는지 어떤지, 상태를 보는 정도는 괜찮겠겠지
4층, 1학년 복도를 걷는다.
복도에 학생의 모습은 없고, 교실에 남아있는 학생도 적었다.
1학년은 전부 부활동이나, 서둘러 하교한 뒤인 듯 하다.
「……실수했는데. 이래서야 사쿠라도 부활동에 가 있지」
뭐어, 그래도 여기까지 온 거다.
사쿠라네 반을 들여다보고,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한 뒤에 아르바이트에 가면 된다.
「어디」
쏙, 1학년 B반 교실을 들여다본다.
붉은 햇살에 물들여진 교실은 고요해서, 사람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다.
교실에는 아무도 없다.
학생들은 전부, 각자 원하는 장소로 다 나간 뒤다.
「?」
그런 붉은 교실에, 한 사람, 남겨진 그림자가 있었다.
「사쿠라」
붉은 세계에 발을 들여놓으며 말을 건다.
「……선배?」
긴 머리에 가려진 얼굴은, 아침보다 한층 활기가 없었다.
「어쩐 일이세요? 저희 반에 무슨 볼일이라도」
「아니, 사쿠라네 반에 볼일은 없어. 단지 사쿠라가 어떤지 신경 쓰였을 뿐이야. 아침부터 몸 상태 나빠 보였으니까」
「…………」
사쿠라는 더더욱 얼굴을 어둡게 한다.
분명히 활기가 없다.
「사쿠라, 기분이 나쁘다면 집에 가지 않을래. 교차점까지라면 바래다줄 테니까, 같이 집에 가자」
「……아뇨, 괜찮아요. 저 어디도 나쁘지 않아요. 평소대로 부활동에 나가서, 끝나면 선배네에서 저녁을 대접 받을 거예요.
……나쁜 데 같은 거 없어요. 그러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가방을 손에 들고, 도망치듯이 걷기 시작한다.
「바보, 그런 얼굴 하고 무슨 소리하는 거야. 됐으니까 부활동은 쉬어.
도대체, 그런 상태로 활을 당겨봐야 돌아오는 것 따위 없잖아」
지나가려고 하는 사쿠라의 손을 잡는다.
「아」
탁, 하는 소리.
나에게 손을 잡히기만 했는데 사쿠라는 넘어지려고 했다.
「잠까……!」
당황해서 사쿠라의 팔을 당긴다.
힘껏 당긴 사쿠라의 몸은, 놀랄 정도로 가벼웠다.
「노, 놀랬어……사쿠라, 정말로 괜찮냐?
발, 전혀 힘이 안 들어가 있잖아」
「……………………」
사쿠라는 미안한 듯이 시선을 돌린다.
진짜, 오늘따라 어찌된 거지, 사쿠라는.
「어쨌든 부활동은 쉬어. 나도 아르바이트 쉴 테니까, 오늘은 얌전히 집에 가자」
「……………………」
사쿠라는 꾹 침묵을 지킨 채 대답하지 않는다.
내 손을 풀려고도 하지 않지만, 얌전히 돌아가 줄 기색도 아니다.
「왜 그래, 사쿠라. 그래서야 부활동에 나가도 의미 없다고 알고 있잖아」
「……그건, 선배 말이 맞아요. 하지만, 오라버니가 부르고 있으니까」
그러니 가야죠, 라고 사쿠라는 작게 중얼거렸다.
「?」
……윽.
그런 표정에 그런 식으로 말하면, 받아 칠 수도 없게 된다.
마토 가의 사정은 복잡한 듯 해서, 신지와 사쿠라의 관계에 참견할 수는 없다.
……아무리 사쿠라를 가족이라고 생각해도, 사쿠라의 진짜 가족은 마토 가의 인간이다.
타인인 내가 이러쿵저러쿵 해 봐야, 외부인의 무책임한 말에 지나지 않으니까.
「……부활동에는 얼굴을 내밀 뿐이냐, 사쿠라」
「에……? 아, 네. 저도 지금은 활을 당길 수 없다는 거 알아요」
「그래. 요컨대 신지의 체면을 세울 뿐이라는 거지」
덜컹, 의자를 빼고 앉는다.
이어서 바로 옆 책상에서도 의자를 뺀다.
「저…………선배?」
「됐으니까 앉아. 부활동에 가는 건 이제 안 말려. 그 대신 좀 더 쉬고 가.
신지한테는 나한테 불려서, 거절하는데 시간이 걸렸다고 하면 돼」
「그, 그런 말 못 해요……! 그런 소리 하면, 오라버니, 또 선배에게, 저」
「신지가 시비 거는 건 항상 있는 일이야. 괜찮잖아, 매일 이야깃거리가 있어서 그 녀석도 편하겠지.
거기다, 이 이야기는 거짓말도 뭐도 아닌 결백한 진실이니까, 떳떳하지 못할 이유도 없지」
자, 하고 사쿠라에게 착석을 재촉한다.
「…………」
사쿠라는 조용히 의자에 앉았다.
「좋아좋아. 그럼 잠깐 기다려 줘. 학생회실에서 차 슬쩍 해 올 테니까, 내가 돌아올 때까지 자리에서 일어서는 건 금지야」
「에……? 선배, 차를 슬쩍 해 온다니, 그런 짓 하면 혼나는 거……」
「선생한테 들키면 말이지. 뭐, 이런 류 일에는 익숙해.
복도에서 딱 마주치지 않는 한 문제 없으니까, 사쿠라는 의자에서 몸 뒤로 젖히고 쉬고 있어」
「아, 안 돼욧. 선배가 위험한 짓 하려 할 때 쉬고 있다니 당치도 않아욧. 선배, 저 차 같은 거 됐으니까」
「그러니까 안 위험하다니까. 됐으니까 앉아있어. 교실에서 차를 마신다는 것도 한 번 정도는 좋지」
「아」
복도에 뛰쳐나온다.
학생회실은 그리 멀지 않다.
샤삭 차 한 세트를 빌려서, 사쿠라를 놀라게 해 주자.
……시간이 지난다.
사쿠라와 둘이서, 교실에서 차를 마신다, 라는 얼빠진 짓을 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밖을 바라본다.
창 밖은 온통 저녁놀이라, 조금 눈이 아프다.
「……………………」
사쿠라는 멍하니 저녁놀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도 할 말은 없으니, 사쿠라를 따라 입을 다물었다.
대화가 없기 때문인지, 시간은 느릿하게 흘러간다.
사쿠라는 말이 많은 편이 아니고, 이렇게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 때도 많다.
혼자 있는 편이 진정이 되는 거겠지.
생각해 보면, 사쿠라는 곧잘 혼자가 되고 싶어한다.
혼잡에서 벗어난다, 라는 게 아니라, 주위에 사람이 있는 중에 고립되고 싶어한다고 할까,
이렇게 안이 아니라 밖을 바라볼 때가 많은 거다.
교실에 혼자 남아 있던 것도 그거겠지.
사쿠라는 적극적으로 다른 사람과 관계하려고 하지 않는다.
나나 후지 누나는 특례다.
그런 나도 신지와 알게 되지 않았으면, 사쿠라가 에미야 시로라고 하는 선배를 가지게 되지도 않았을 테고.
「?」
사쿠라의 옆얼굴을 슬쩍 본다.
4년 전, 신지한테서 소개 받았을 때는 소녀라고 하기보다는 여자애의 느낌이 강했던 사쿠라.
그런 사쿠라가 어느 샌가 후배가 돼서, 집에 가사를 도우러 와 주게 되고, 어린 모습도 없어지려고 하는 요즘이다.
사쿠라는 예뻐졌다.
……아니, 예전부터 미인이었지만, 요즘은 이성으로서 너무 예뻐졌다고 생각한다.
거기에다 굉장히 세심하고, 성격도 온화하다.
그만큼 장점이 있으면, 1학년이면서도 토오사카 린과 나란히 떠받들어지는 미인이라고 하는 것도 수긍할 수 있다.
「…………………………」
하지만, 그게 이상하다고 할까, 납득이 가지 않는다.
사쿠라는 혼자 있는 때가 많다.
궁도부에서도 친구는 없는 듯 하고, 교실에 혼자 남아있는 걸로 봐서, 반에도 친구는 없는 건지도 모르겠다.
……생각해보면, 나는 궁도부에 있는 사쿠라와, 우리 집에 있는 사쿠라밖에 모른다.
학교에 있을 때의 사쿠라, 마토 저택에 있는 사쿠라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를, 나는 전혀 알지 못한다.
「……………………」
그런 걸 새삼스럽게 이제 와서, 붉은 하늘을 보면서 생각했을 때.
「선배, 기억하고 있나요?」
창 밖을 바라본 채, 사쿠라는 말했다.
「……? 기억하고 있냐니, 뭘」
「아주 옛날 이야기예요. 제가 아직, 선배를 몰랐던 무렵 이야기」
「에에, 즉 사쿠라랑 알기 전 이야기 말야……?」
「네. 4년 전, 제가 막 진학했을 무렵이에요.
아직 새로운 학교에 익숙해지지 않아서, 정처 없이 복도를 걷고 있을 때, 저, 이상한 걸 봤다구요?」
「……응. 그건 대체 어떤 경위였을까요.
이미 방과 후고, 그라운드에는 육상부 사람들도 없는데도, 누군가가 혼자서 달리고 있었던 거예요. 뭘 하고 있는 걸까 하고 보니까, 그 사람, 혼자서 높이뛰기를 하고 있었어요」
쿡, 하는 소리.
그건 저절로 미소 짓게 되는 기억인지, 사쿠라는 행복한 듯이 웃고 있었다.
「새빨간 저녁노을이었어요. 교정도 복도도 전부 새빨개서, 예뻤지만 쓸쓸했어요.
그런 속에 말이죠, 혼자서 계속 달리고 있었던 거예요. 달리고, 뛰어서, 봉을 떨어뜨리고, 또 반복하고. 주위에는 아무도 없고, 그 높이는 넘을 수 없다고 알고 있는데도, 계속 시도하고 있었어요」
「노력하면 어떻게 되는 문제가 아니었다구요? 왜냐하면 그 봉, 그 사람 키보다 훨씬 높았어요. 제가 봐도 무리라고 아니까, 그 사람도 진작에 넘을 수 없다고 알고 있었다고 생각해요」
「……?」
이야기는 알겠지만, 그게 어쨌다는 걸까.
방과 후, 남아서 호되게 구르는 녀석 같은 건 드물지도 않다고 생각하는데.
「저, 그 때 안 좋은 애였어요. 싫은 일이 있어서, 누군가에게 화풀이하고 싶었어요. 실패해 버려, 포기해 버려, 라고 그 사람이 좌절하는 순간이 보고 싶어져서, 계속 보고 있었죠.
하지만, 좀체 포기해주지 않는 거예요, 그 사람.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보고 있는 이쪽이 무서워질 정도로 가능할 리 없는 걸 되풀이하면서,
전혀 약한 소리를 하지 않았어요」
「……하아. 그거 어지간히 핀치에 몰려 있었던 거 아냐? 내일이 주전 선발인데, 그 높이를 뛰지 못하면 선발되지 못한다던가」
「아뇨, 그건 아니에요. 왜냐하면 그 사람, 육상부도 그 비슷한 것도 아닌 사람이었으니까」
어라, 그런 건가.
……그건 상관없는데, 어째서 거기서 웃는 거야, 사쿠라는.
「그래서 말이죠. 저, 보고 있는 동안에 깨달은 거예요. 그 사람, 별로 뭐든 상관없었구나 라고. 오늘 어쩌다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에 부딪쳐서, 그럼 지지 않겠어 라고 고집을 부리고 있었을 뿐이에요.
그리고 나서 해가 지고, 그 사람은 혼자서 뒷정리를 하고 돌아가 버렸어요. 굉장히 피곤한데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태연히 어딘가로 가 버린 거예요」
「……알 수 없는 녀석이군. 하지만 그만뒀다는 건 넘은 거지, 그 녀석. 그거, 몇 미터 정도 높이였어?」
「아하하. 이게 말이죠, 결국 못 넘었어요. 그 사람, 3시간이나 계?속 달려서,
아무리 시도해도 자기는 넘을 수 없다고 납득했을 뿐이에요」
「우와. 납득 안 가는데, 그 얘기」
「네. 너무나도 똑발라서, 그 사람 걱정을 해 버렸을 정도예요.
그 사람은 틀림없이, 매우 의지할 만한 사람이에요. 하지만 그게 불안하고, 쓸쓸했어요」
그렇게 중얼거리는 사쿠라의 목소리야말로 쓸쓸하게 들려서, 교실의 붉은 색에 삼켜질 것 같았다.
「……하아, 이야기는 알았는데. 그게 어쨌다는 거야, 사쿠라」
「아뇨, 모른다면 됐어요. 저한테는 그렇게 보였을 뿐이고, 그 사람 자신에게 있어서는 일상다반사였다는 걸로」
아까의 어두운 분위기와는 확 바뀌어서, 사쿠라는 부드러운 웃음을 띄운다.
「…………」
……그러면.
아무리 둔감한 나라도, 거기까지 들으면 안다.
나 자신에게 그런 기억은 없지만, 뭐어, 4년 전이라고 하면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나서 그리 나날이 지나지 않았을 때다.
매일 무리한 짓을 하고 있었던 시기고, 그런 일도 있었겠지.
「……아?, 사쿠라. 즉, 그건」
「네, 지금 제 앞에 있는 상급생 씨였어요.
그 무렵은 몸집이 작았으니까, 같은 학년인가 하고 착각해 버렸죠」
……으.
옛날 키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으면 한다.
물론 지금도 큰 편이 아니지만, 엄청 성장했다구, 이래봬도.
「그런 거예요. 저, 그 때부터 선배에 대해서 알고 있었어요」
「그, 그래? 그건, 처음 들었어」
시시한 걸 보여줬구나아, 하며 눈을 돌린다.
그러자.
「네. 우리들, 같은 걸 보고 있었어요」
기도하는 듯한 몸짓으로, 이상한 소리를 사쿠라는 했다.
「에……?」
마음에 걸려서 말을 건다.
하지만, 그걸 막듯이, 귀에 익은 종소리가 교정에 울려 퍼졌다.
「아. 종, 울려버렸네」
사쿠라를 붙들고 나서 30분. 시계는 4시 반을 가리키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 이상 지각하는 건 위험하지. 뒷정리는 해 둘 테니까, 사쿠라는 먼저 가도 돼. 몸, 조금은 좋아졌지?」
「네, 덕분에 힘이 넘쳐요. 오늘 저녁 식사는 기대하세요」
자리를 뜨는 사쿠라.
허세로도 보이지 않고, 진짜로 몸 상태는 좋은 듯 하다.
「응……근데, 미안 사쿠라. 나, 이제부터 아르바이트야. 오늘은 늦어지니까, 무리해서 우리 집에 안 와도 돼」
「네, 알았어요. 그럼 저녁밥만 해 둘게요」
사쿠라는 꾸벅 하고 인사를 하고 떠나갔다.
「뭐, 상관없나」
집에는 후지 누나가 있고, 사쿠라가 돌아갈 때는 후지 누나가 바래다 주겠지.
이쪽도 생활이 걸려 있으니, 잽싸게 아르바이트에 가도록 하자
학교에서 버스를 타고 20분.
다리를 건너 이웃한 도시인 신토에 도착했다.
「……뭐야, 아직 5시 전인가. 약간 시간이 있군」
주택가인 미야마 쵸에서는 아르바이트 거리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지만, 개발지구인 신토라면 일거리에 부족함이 없다.
교칙에 아르바이트가 허가되어 있다는 이유도 있어서, 간단한 일을 받고 있다.
그 중에 내가 선호하는 일은 육체노동으로, 하드하고, 가능한 한 단시간에 끝난다는 것이다.
몸도 단련하고 돈도 받으니, 일거양득이라는 거지.
오늘 아르바이트는 5시부터 8시까지 하는, 간단한 짐 운반이다.
3시간뿐이라고는 해도, 그 내용은 6시간 정도 되는 농도가 있다.
여하튼 1분의 휴식도 없이 여기저기 달리는 거나 마찬가지다.
따라서, 비록 10분 정도라고 해도 쉴 수 있을 때는 쉬어둬야 하겠지.
시간 될 때까지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니는 것도 체력낭비고, 공원에 들어가서 5시까지 쉬고 있자.
빌딩이 늘어선 한가운데 있는 공원은, 나무들과 잔디에 덮인 커다란 광장, 같은 분위기다.
휴일이라면 아이를 데리고 온 부모나 연인들로 북적북적하는 공원도, 이 시간이라면 사람은 없다.
아니애초에, 공원 안에서도 여기만은 언제라도 사람은 없는 거다.
「여전하군, 여긴」
조금 어이 없었다.
황폐해진 채 내버려 둔 지면은, 깔끔히 정돈된 주위에 비해서 너무나도 초라하다.
황량한 지면에 영향을 받고 있는 건지, 부는 바람도 차가웠다.
여기는 10년 전 대화재 자국이며, 그대로 타 죽을 터였던 자신이 살아난 곳이기도 하다.
「왜 잔디 같은 거 안 심는 걸까. 언제까지고 이대로 두는 건 아까운데」
이만큼 넓은 땅이니, 잘 가꾸기만 하면 공원은 훨씬 넓어질 텐데.
멍하니 그런 생각을 하면서, 적당한 벤치에 앉았다.
「?」
시간 때우는 셈치고 불탄 자국이 남은 대지를 바라본다.
예전에 여기서 일어난 일을, 생각해 내지는 못한다.
아이였으니까 기억하지 못할 테고, 기억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한 광경도 아니었기 때문이겠지.
기억하고 있는 것은 뜨거웠다는 것과, 숨을 쉴 수 없었다는 것.
그리고, 누군가를 구하려고 하다가, 누군가가 죽어버렸던 것.
「어째서, 그런 걸까」
예를 들면, 불타 무너지는 집에서 어린아이를 구하려고 한 어른은, 아이를 구하는 대신에 죽어버렸다.
예를 들면, 목이 타버린 사람들이 있어서, 거의 없는 물을 한 사람에게 마시게 했더니 물은 남지 않아서,
다른 사람들은 전부 숨이 끊어져버렸다.
예를 들면, 한시라도 빨리 불이 난 곳에서 빠져 나가려고 혼자서 달려나가서,
앞지른 사람들은 예외 없이 빠져 나가지 못했다.
그리고, 예를 들면.
아무 관계도 없는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 자신을 살려두고 있었던 것을 줘 버리고 힘이 다해버린 사람이라던가.
「」
그런 건 싫었다.
열심히 노력한 사람이 희생되는 그런 사건은 속이 울컥 치민다.
누구나가 살아나고, 행복하고, 서로 웃는 그런 결말을 바라는 것은 욕심인가.
그저 평범하게, 평온하게 숨을 쉴 수 있는 사람들이 보고 싶었을 뿐인데, 어째서 그런 것조차, 이룰 수 없었던 건가.
“그건 어려워. 시로가 하는 말은, 누구나 전부 구한다는 거니까 말이야”
어린 나의 의문에, 키리츠구는 그렇게 답했다.
당연히, 어린 자신은 따지고 들었다.
왜냐하면 키리츠구는 날 구해주었다.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마법사라고 알고 있었다.
아무런 대가 없이, 그저 괴로워하고 있는 사람들을 내버려 둘 수 없어서 손을 내미는 정의의 사자라고 알고 있었다.
그러니키리츠구는 그 때도, 모두를 구하는 것이 가능한 게 아니었을까 하고 믿고 있었다.
그렇게 쏘아붙인 나에게, 키리츠구는 더욱 곤란한 얼굴을 하고, 단 한 번, 하지만 여전히 강하게 남아있는 말을 입에 담았다.
“시로. 누군가를 구한다는 것은, 누군가를 구하지 않는다는 거야. 알겠니, 정의의 사자가 구할 수 있는 건 말야, 정의의 사자가 구했던 자 뿐인 거야. 당연한 거지만, 이게 정의의 사자의 정의란다”
그건 안다.
듣고 보면 당연하다.
여기에 강도와 인질이 있고, 강도는 인질을 죽일 생각으로 있다고 치자.
보통 방법으로는 인질 대부분이 죽임을 당하고 말겠지.
그런 상황을, 인질 전원을 구한다, 라는 기적 같은 솜씨로 해결했다고 해도, 구제되지 못하는 존재는 나오는 것이다.
즉, 인질이 구출되어 버린 강도이다.
정의의 사자가 구하는 것은, 구하겠다고 결정한 자들뿐.
그러니 전부를 구하는 것은, 설령 신이라고 해도 이루지 못한다.
「……그게 천재지변이라면 더욱 더 그렇지. 누구든, 모든 사람을 구하는 건 불가능했어」
10년 전에 있었던 화재는 그런 것이다.
이제 와서, 기적적으로 살아난 자신이 이러쿵저러쿵 말할 것도 아니다.
「하지만, 싫어」
그런 건, 싫었다.
처음부터 정원이 정해져 있는 구원 같은 건 사양이다.
아무리 불가능해도 손을 내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 때처럼, 주위에서 낯선 누군가가 죽어가는 것은 견딜 수 없다.
그래서, 혹시 10년 전에 지금 여기 있는 자신이 있었다면, 설령 무리라도 불꽃 속에 뛰어들어서
「그리고 개죽음 당했겠지, 틀림없이」
그건 단연코 그럴 것이다.
정말, 내가 생각해도 난 현실적이다.
「앗, 이런. 멍하니 있었더니 5시가 돼 버렸네」
5시를 알리는 종이 울려 퍼진다.
벤치에서 일어나서, 급히 아르바이트 할 곳으로 향했다.
아르바이트가 끝났을 무렵, 해는 완전히 져 있었다.
시간은 8시 좀 전.
예정보다 10분 정도 일찍 끝난 것은, 그저 너무 열심히 한 탓이다.
일하기 전에 그런 곳에 들러버렸기 때문인지, 앞뒤 생각 않고 일하고 만 듯 하다.
역전이라는 이유도 있어서, 여기서는 밤이 막 시작됐을 뿐이다.
인파는 많고, 길 가는 자동차도 끊어지지 않는다.
올려다보는 빌딩에는 아직 불이 켜져 있어서, 그 불빛만으로도 복잡한 네온 사인을 보고 있는 듯 하다.
「후지 누나한테 뭐 하나 사 들고 갈필요는 없나」
불이 켜진 빌딩을 올려다보면서 걷는다.
신토에서 가장 큰 빌딩이라, 역시 위 쪽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저 야경을 즐기기 위해 빌딩을 올려다보고 있자니,
「」
무언가, 어울리지 않는 것이 보인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뭐지, 지금 그거」
멈춰 서서 맨 위층을 올려다본다.
두 눈에 의식을 집중해서, 쌀알 정도로 밖에 안 보이는 그것을, 흐릿하게 시계에 잡는다.
「아」
그것은, 알고 있는 누군가와 비슷했다.
무슨 의미가 있어서,
무엇을 하기 위해 저런 곳에 있는 건지지.
긴 머리를 휘날리며, 딱히 무엇을 하는 것도 아니면서, 그녀는 거리를 내려다보고 있다.
「」
이쪽을 알아챈 기색은 없다.
아니, 보일 리가 없다.
보통 사람들보다 눈이 훨씬 좋은 내가, 마력으로 시력을 강화해서 간신히 알 정도 높이다.
저런 데서 혼자 서 있기에 분간할 수 있지만, 지상에서 인파에 섞여있는 나를 발견해 낼 리가 없겠지.
그녀는 그저 거리를 내려다보고 있다.
무언가를 찾고 있는 건지, 이렇게 멀리에서도 날카로운 시선이 느껴졌다.
「」
시간이 지나는 것도 잊고, 허공에 선 소녀를 올려다 본다.
그것은 높은 탑 위.
달을 등에 지고 하계를 내려다 보는, 마법사 같았다.
「아」
그 때.
볼일이 끝났는지, 깨끗이 그녀는 몸을 돌렸다.
옥상에서 사람의 모습은 사라지고, 아름답기만 한 야경으로 돌아간다.
「지금 그거, 토오사카였던 걸까」
확증은 없지만, 거의 틀림 없겠지.
저만큼 눈에 띄는 용모인 여자애는 그리 없고, 무엇보다, 몰래 동경하고 있는 애를 잘못 볼 정도로 얼이 빠지지는 않았다.
「……그런가. 그건, 그렇고」
뭐라고 할까, 에.
이상한 취미 있구나, 토오사카.
미야마 쵸에 돌아온다.
신토와는 달리, 이쪽은 심야로 착각할 정도로 조용했다.
「……사쿠라, 괜찮은 걸까」
몸 상태는 좋아진 듯 하지만, 그 뒤 우리 집에서 저녁밥을 만들고 돌아갔나 라고 생각하면,
또 무리하게 했구나, 라고 반성한다.
「……잠깐, 상황을 보고 올까」
지금부터 마토 저택에 가서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안심할 수 있나.
마토 가에 이상은 없다.
사쿠라가 말했었던 “수상한 외국인”의 모습은 없고,
불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사쿠라의 방과 신지의 방 외에는 켜져 있지 않다.
「에?」
……아니, 잠깐 기다려.
그렇다고 하면, 어젯밤에 봤던 그 불은 뭐였던 걸까.
사쿠라도 신지도 아닌 제3자가 마토 가에 있었던 걸까……?
「여보게. 무언가, 이 집에 볼일이 있는 겐가」
「……!?」
순간적으로 돌아본다.
……밤의 어둠.
벌레 우는 소리에 뒤섞이는 듯이, 그 인물은 서 있었다.
그 사람은, 낯선 노인이었다.
대단한 고령일 텐데 늠름한 눈과, 작은 몸에는 어울리지 않는 위압감.
살아온 세월의 차인 건지, 이렇게 마주하고 있기만 해도 압도되는 위엄이 있다.
「왜 그러나 젊은이, 왜 대답하지 않지. 대답하지 않으면 이쪽에서 단정해버릴 게야?
흠, 그럼 사쿠라가 말했던 수상한 타지 사람은 너다, 라고 해도 되는 건가」
사쿠라……?
……그렇다는 건, 이 사람, 혹시
「곤란하구먼. 손녀의 부탁이니, 눈감아 줄 수도 없지.
일면식도 없는 네 녀석에겐 미안하지만, 조금 험한 꼴을 당해주지 않으면 안 되겠군.
확인차 묻는데, 깨끗하게 공복에게 신세 질 생각은 없는가?」
정체불명의 노인은 쾌활하게, 위험한 소리를 한다.
트, 틀림없다.
처음 만나지만, 이 사람, 사쿠라의
「아……아니, 아닙니다……! 저는 신지의 동급생이고,
사쿠라와는 아는 사이로 산책 겸해서 어쩌고 있나 보러 온 에미야 시로라고 하는 사람이에요……!」
「호오. 그런가, 신지와 사쿠라의 지인인가. 그거 방해를 했군. 어디, 둘을 불러오지. 그렇지 않으면 저녁을 대접 받으려나」
「아, 아뇨, 잠깐 들렸을 뿐이니까, 금방 돌아가겠습니다. 그것보다 할아버지, 확실히 사쿠라는 이미 돌아와 있나요?」
「조켄이다」
그러자.
노인은, 불유쾌한 듯이 의미불명의 단어를 입에 담았다.
「에?」
「마토 조켄. 네가 이름을 댔는데도, 내가 이름을 대지 않고 있어서야 이상하지」
마토 조켄 씨는 그것까지만 말하고, 현관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나 같은 거에 흥미는 없다, 라는 분위기다.
「………………」
뭐라고 할까, 압도돼서 말도 없이 배웅해 본다.
그러자.
「사쿠라라면 돌아와 있지.
그것보다 에미야 시로. 아인츠베른의 딸은 장건한가?」
「……하? 아인츠, 뭐라구요?」
「잡아떼지 마라. 아인츠베른의 딸이 에미야를 찾아오는 것은 도리. 이번 분위기는 얼마나 좋은가, 라고 묻고 있다」
「? ? ? ? ?」
아?, 더더욱 모르겠다.
……실례지만, 사쿠라.
네 할아버지는, 상당히 상대하기 벅차다.
「………………흠. 아무래도 정말로 모르는 듯 하군, 이거」
한숨을 쉬는 조켄 씨.
뭐라고 할까, 굉장히 실망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서 죄송해진다.
「……하아. 잘 모르겠지만, 죄송해요」
「아니아니, 자네가 마음에 둘 필요는 없네. 내 착각이지, 시시한 소리를 해서 미안하군.
자, 손자들에게 볼일이 있다면 사양할 필요는 없네. 노인은 은거하고 있으니 말이지, 스스럼없이 찾아오도록 하게」
「아, 아뇨, 오늘은 정말로 들렀을 뿐이에요. ……하지만, 저. 할아버지, 이 집에 살고 있는 건가요?」
「살고 있고말고. 물론 보는 대로 다 늙은 몸이라서 말이지. 날이면 날마다, 안방에서 뻗어 있지」
「………………」
……그런 건가.
1년 전까지는 몇 번인가 마토 저택에 들어갔지만, 신지와 사쿠라 이외의 인간이 있는 것 같이 생각되지는 않았는데.
「그럼 실례하겠네, 에미야 시로군. 우리 손자들과 잘 지내 주게」
겉보기와는 정반대로, 가벼운 발걸음으로 노인은 떠나 갔다.
마토 저택에 변화는 없다.
벌레 우는 소리만이, 갑작스럽게 그쳐 있었다.
……1일이 끝난다.
소란스러운 저녁 식사를 마치고, 후지 누나를 현관까지 배웅하고, 목욕을 한다.
남은 건 광에 틀어박혀서 일과인 단련.
그것들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끝내고 잠자리에 든다.
오전 1시.
하루는 아무 일도 없이, 평온하게 끝을 고했다.
첫댓글 ㅈㄱ
잘보고갑니다
애니로다봤지만 대충 한번읽어보는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