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9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두 번째 <뉴로트라이브> 북콘서트가 열렸다.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에도 100여명의 청중이 두 시간 가까이 귀를 기울여 주셨다.
번역가가 뭐라고 책에 사인을 하고 청중 앞에서 강연을 한단 말인가. 민망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부모들, 치료자들, 관계자분들을 만날수록 나라도 이런 지식을 알려야겠다는 의무감 같은 것을 느끼게 된다. 동시에 우리나라의 실정을 조금씩 알게 되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 없다.
일단 부모들의 부담이 너무 크다. 자폐를 조기 진단하고, 적절한 교육을 통해 장애를 줄이고, 잠재력을 개발하려면 적지 않은 노력과 비용이 든다. 미국이나 캐나다에서는 비용을 전액 지원하는 반면, 우리는 주 4회 치료를 받는다고 할 때 부모가 부담해야 하는 돈이 80만원 정도에 이른다. 대부분 젊은 부모들임을 생각할 때 장애가 불평등을 고착 심화시킬 것이 분명하다. 장애와 빈곤의 악순환이 시작되는 것이다.
둘째, 정부에서 표준적인 치료 전략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당연히 온갖 검증되지 않은 치료가 난무한다. 부모들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불필요한 치료, 심지어 해로운 치료에 귀중한 시간과 돈을 잃는다.
셋째, 자폐의 원인과 환상적인 완치 방법에 연구가 집중되고 있다. 물론 과학적인 연구를 통해 자폐의 원인을 탐구하고, 장애를 교정하는 치료법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단계에서 제한된 예산을 보다 잘 활용하는 방법은 사회적인 서비스를 표준화하고, 보다 많은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다. 자폐를 없애려는 노력은 너무나 멀고, 그것이 반드시 바람직한가를 성찰해봐야 하는 부분도 분명 존재한다. 무엇보다 우리는 자폐를 통해 "나와 다른 사람들을 포용하고 함께 사는 방식을 배워야 한다."
넷째, 부모 스스로 죄책감을 떨어버려야 한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심지어 의료인들조차 이 부분을 확고히 얘기해 주지 않거나, 오히려 조장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내가 대단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나라도 외쳐야겠기에 서슴 없이 외친다. "여러분들은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 당당하게 주장하고 연대하세요. 항상 평화로우시길 빕니다."
너무나 대접을 해주셔서 민망하고, 능력이 미치지 못하는 일을 하느라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든 것도 사실이지만 앞으로 한 달, 힘 닿는 데까지 외치고 다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