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영화 - 브레스트 오프
의예과 1학년
4803039 이태인
고등학교 2학년 때, 학교 관악부의 지도교사를 맡고 계셨던 음악선생님과 함께 수업시간을 이용하여 특별실에서 한 영화를 보게 되었다. 어둡고 시원한 특별실에 편하게 앉아있자니, 구질구질한 화질의 영화 따윈 처다 보고 싶지도 않고 그냥 잠만 자고 싶었다. 하지만, 영화는 시작되었고, 무시무시한 음악선생님의 카리스마에 눌려 억지로 처음 몇 분을 보게 되자, 나도 모르는 사이에 영화에 깊이 빠져들게 되었다.
영화의 내용을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이렇다.
영국 요크셔 지방의 작은 탄광인 그림리에, 그 인부들로 구성된 그림리 탄광 밴드가 있었다. 오랜 전통과 함께 탄탄한 실력을 가지고 있던 이 밴드는, 1980년대 영국의 신자유주의 정책의 일환인 산업 구조 조정으로 인해 해체 위기를 맞게 된다. 밴드의 지휘를 맡고 있던 대니는 탄광과 함께 밴드를 지키기 위해 전국 대회 참가를 결정하고 동료들을 설득한다. 많은 우여곡절 끝에 준결승전에서 승리한 밴드는 마을로 돌아오지만,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건 시위대가 철수한 싸늘한 흔적들과 스프레이로 적혀진 커다란 문구였다. “우리는 싸웠다. 그리고 패배했다.”.. 상황을 파악한 대니는 결국 석탄 기침을 토해내며 발작을 일으키다가 쓰러지고 만다. 이 후, 대니의 아들인 필립의 자살 소동과 새로운 멤버인 글로리아의 숨겨진 정체 등으로 또 몇 차례의 혼란을 겪은 뒤, 그림리 밴드는 결국 전국대회 결승전 참가를 포기하기로 한다. 그리고 병실에 있는 대니를 위해 한밤중 병원 앞에서 마지막 연주를 하게 된다.
하지만, 글로리아와의 오해가 풀리면서 상황은 다시 반전된다. 그녀 덕분에 결승전 참가비까지 마련하면서 모든 장애물들을 넘어선 그림리 밴드는 대니의 염원에 따라 결승전에 참가하기로 한다. 마침내, 결승전이 열리는 대형 홀에 안에는 그림리 밴드의 완벽한 연주가 울려 퍼졌고, 결국 그림리 밴드는 우승을 거머쥐게 된다.
*로드리고 - 아랑훼즈협주곡*
누구나가 한 번쯤은 들어 봤을 그 음악... 바로 토요명화의 주제곡이었던 그 곡이다. 폐광의 위기 속에서 모두가 슬픔에 잠겨 있을 때, 탄광 출신이었던 한 여성이 프루겔혼을 들고 나타나 입단하고 싶다고 말한다. 모두가 어리둥절한 상황 속에서 오디션 곡으로 연주된 곡이 바로 이 아랑훼즈 협주곡이다. 웅장한 브라스 반주와 함께 그녀의 뛰는 듯한 솔로 연주는 정말 환상적으로 어우러졌고, 무방비 상태였던 나는 온몸에 전해오는 전율을 느끼며 자꾸만 차오르려는 눈물을 도저히 억제할 수가 없었다. 친구들 다 있는 데서 창피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감동 그 자체였다.
난 이 단 한번의 합주에 의해서 이 영화에 깊이 빠져들게 되었다. 영화의 중반부에 연주되었던 준결승전 곡(제목은 모르겠다.)과 병실에 있는 대니를 위해 눈물 속에서 연주된 곡(이것도 모르겠다. 정말 알고 싶다..).. 그리고 마지막 결승전에서 울려 퍼졌던 곡 역시 굉장히 멋졌고, 슬펐고, 가슴 찡했지만, 위에서 얘기했던 아랑훼즈 협주곡만큼의 감동은 받을 수 없었다. 한 번의 합주, 한 곡의 음악으로 한 편의 영화를 사랑할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할 따름이다.
*음악과 삶*
음악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아마도 한번씩은 경험했을 것이다. 연주에 대한 꿈과 포기.. 중학교 때부터, 전국 대회 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실력이 있는 학교의 관악부를 동경해왔던 나는 고등학교 진학 후, 관악부 입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했다. 입부와 동시에 학교생활의 첫 번째 목표는 연주 실력과 합주 능력이 되어, 공부와는 담을 쌓게 되는 상황. 결국 부모님의 심한 반대와 겁을 잔뜩 집어먹은 나의 소심함으로 인해 그 꿈은 무산 되고 말았다. 그런 나에게 이 영화는 감동만이 아니라 가슴 한 구석에 부끄러움을 심어주게 되었다.
언젠가는 음악을 내 삶의 일부로서 가지고 가야겠다는 꿈. 대학교에 온 지금 나는 그 꿈을 조금씩 이루어 가고 있다. 음악을 하는 데 있어서, 생활의 다른 부분에 대한 어느 정도의 포기는 어쩔 수 없이 존재한다. 그렇지만, 영화에서 그랬듯이, 음악에 대한 열정과 사랑은 그 이상의 희열과 감동으로 우리에게 보상해준다.
나 역시 밴드를 지원하면서 대학생활의 많은 부분을 포기하고 있지만, 그 희열과 감동을 믿고 있다. 앞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더라도 한 밴드의 기타리스트로서 결코 평범하지 않은, 더욱더 멋진 삶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첫댓글 아 ~ 이게 그거??? 나도 이거 재밌게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