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밤 10시 문학경기장을 빠져나오면서 정신적 공황 상태에 빠져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들고 있던 소성주병을 내던지고 싶을 정도로...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그래서는 안 되겠죠? 참았습니다. 그래도 이들에게 제 희망을 걸고 있으니까요^^ 제 블로그에 올린 글을 여기에 옮겨왔습니다. 말투가 마음에 들지 않으시겠지만 푸념이라 생각하시고 읽어주십시오...
[36분, 염기훈의 왼발 프리킥...바로 여기서 인천 안재준의 머리에 맞고 자책골이 되었다. 불운의 징조였다.]
※ 2010 K-리그 16라운드, 2010. 8. 7(토) 밤 8시~ 인천월드컵경기장
★ 인천 유나이티드 FC 2-3 수원 블루윙즈 [득점 : 정혁(52분), 유병수(70분,PK) / 안재준(36분-자책), 백지훈(41분,도움-신영록), 이현진(61분,도움-염기훈)]
◎ 인천 선수들
FW : 유병수
MF : 브루노(58분↔강수일), 이재권, 베크리치(80분↔고경민), 정혁, 싸비치(46분↔남준재)
DF : 전재호, 임중용, 안재준, 이세주
GK : 송유걸
◎ 수원 선수들
FW : 염기훈, 신영록(71분↔호세 모따)
MF : 박종진, 백지훈, 조원희, 이상호(56분↔이현진)
DF : 양상민, 강민수, 황재원(53분↔마르시오), 리웨이펑
GK : 하강진
인천 유나이티드 FC도 이상한 '펠레의 저주'에 빠지게 된 것일까? 지난 달 24일 남쪽의 그 팀에게, 그것도 안방에서 펠레스코어로 재역전패(0-1 → 2-1 → 2-3)를 당한 것을 시작으로 세 경기 연속 2-3 쓴맛을 보고 있다. 그 중 안방에서 당한 것이 두 번이나 되니 허탈한 마음이야 말할 것도 없다.
경기당 2득점 이상을 올리고 있다. 골잡이 유병수가 경남의 루시오를 따돌리고 득점 선두 자리에 올랐다. 정말 기쁜 일인 것 맞지만 정말 유병수의 그것 말고는 소득이 없다. 정혁의 프리킥 자신감이 올라오고 있다는 점도 기쁜 일이지만 수비형 미드필더 둘을 쓰는 입장에서 본연의 임무에 과연 충실하고 있는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미드필더로서 공격적인 역할은 매우 잘 해내고 있기 때문에 좋은 평점을 줄 수 있겠지만 이재권과 함께 수비형 미드필더로서의 기본적인 임무가 어디까지 수행되고 있는가는 정말 심각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시스템의 문제인지, 선수 개인 역량의 한계인지는 김봉길 감독대행이 너무나 잘 알고 있을 듯하다. 이 문제를 풀지 못하면 당분간 인천의 슬럼프는 계속될 지도 모른다.
[전반전, 수원 골잡이 염기훈이 안재준을 따돌리며 공을 몰고 있다. 옆에는 이재권이 커버플레이를 생각하며 주시고 있다]
수원에는 정말 좋은 선수들이 많다. 염기훈을 비롯하여 최근에 다시 데려온 신영록이 이 경기 내내 인천 수비수들을 괴롭혔다. 후보 명단 호세 모따와 다카하라까지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그러면 인천은?
브루노를 측면 날개공격수로 쓰면서 체력적인 부담에 따른 후반전 집중력의 문제를 드러내는 것은 여러가지로 손해가 아닌가 생각한다. 브라질 선수 특유의 유연한 드리블 실력이 볼 때마다 감탄스럽지만 그의 몸놀림을 구경하는 동료들이 더 많아서 아쉽다. 그나마 베크리치가 공간으로 움직이고 있기에 희망을 걸 수밖에 없는 것인지...
새로 데려온 싸비치도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지만 왠지 겉돌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관중석에서 보이는 그의 표정에서 그 외로움을 읽을 수 있다. 전반전 중반 이후에 답답했는지 브루노와 자리를 바꿔서 왼쪽에서 뛰어보기도 했지만 리웨이펑의 몸에 밀려난 장면만 몇 번 있었다. 아무래도 싸비치는 남준재나 강수일과의 역할 분담을 통해 수퍼 서브의 기질을 키우게 하는 것이 지금의 인천 스쿼드로는 더 낫다고 본다.
[경기시작 9분만에 오른쪽 코너킥을 받은 수원 골잡이 신영록이 위력적인 헤더로 골을 노리고 있다]
인천의 심각한 문제 상황은 위험 지역에서 상대의 중요한 선수들을 자주 놓치는 부분에 있다고 본다. 이는 지난 번 남쪽 그 팀과의 경기에서 김은중을 자주 놓친 장면에서 드러났고 이번 수원과의 안방 경기에서는 그 구멍이 더 크게 보였다.
특히, 후반전에 바꿔 들어온 이현진을 막아선 이세주(오른쪽 측면 수비수)는 그 심각성을 더욱 크게 드러냈다. 이세주는 역시 공격적 역할이 더 어울리는 선수다. 후반전 일정 시간대에 승부를 걸 필요가 있을 때 들어와서 한 방을 터뜨려주는 것이 더 낫다고 본다. 지난 번 북쪽 그 팀을 무너뜨린 결승골 장면이 떠오른다. 최근 수원의 경기를 꾸준히 지켜봤다면 후반전에 바꿔 들어오는 이현진이 얼마나 조심해야 할 인물인지 잘 알텐데 이세주는 어정쩡한 거리주기를 통해 그가 시원스럽게 휘젓는 슛을 두 차례나 내주고 말았다. 그 중 먼저 나온 61분의 쐐기골 상황은 참담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이렇게 수비수들이 쉽게 중심을 잃는 장면은 경남 FC와의 방문 경기에서도 김인한에게 내준 두 골 상황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적어도 측면 수비수들이 단번에 털리지 않으면서 어느 정도 시간을 벌어주어야 가운데 수비에서 중심을 잡고 그 든든함을 유지할 수 있는데 그렇지 못했다.
인천 미드필더와 수비수들은 36분에 어이없게 자책골(염기훈의 왼발 프리킥 상황)을 내주고 딱 5분만에 백지훈에게 오른발 중거리슛으로 추가골을 얻어맞았다. 수비수들이 자리를 잡지 못한 상황에서 실수가 일어난 것이 1차적인 책임이었다면 가운데 수비수 바로 앞에서 그 든든함을 보여줄만한 수비형 미드필더가 지휘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장면이었다. 최근 2군 경기에나 나오고 있는 '고성능 지우개 노종건이 그리워지기도 했다. 시즌 초반 자신감을 잃은 장원석도 그렇다... 남아공월드컵을 통해 드러난 '4-2-3-1'의 대세가 인천에 접목되기에는 아직 멀었나? 포 백 바로 앞에 서는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이 이 포메이션에서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고는 있겠지? 새내기 이재권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정혁과의 역할 분담을 통해 다시 생각해보아야 할 부분이라고 본다.
이재권의 성실함이야 나무랄 것 없지만 공격적으로 역할을 해야한다는 강박 관념이 그의 드리블에 들어가 있는 것을 확인할 때마다 그 뒤가 불안한 것은 당연하다. 거기에 정혁은 수시로 상대 벌칙구역 안으로 파고든다. 이제 베크리치가 왔으니 조금 자제해야 할 부분인데 말이다.
[52분, 유병수가 바람을 잡고 정혁이 기습적으로 감아찬 공이 만회골로 이어지는 장면]
만약 이 순간, 이운재가 수원의 골문을 지키고 있었다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대로 휘어들어간 공이기 때문에 보기 드문 승부가 벌어졌을 것 같았는데 하강진은 이 공을 생각보다 쉽게 내줬다. 전반전 종료 직전에도 유병수의 직접 프리킥이 오래간만에 상대 스크럼을 넘어 골문 안으로 날아들었지만 하강진의 선방에 막히고 말았다. 아쉬움만 남는 장면이었다. 1-2로 전반전을 끝냈다면 정말로 더 재미있는 후반전이 되었을텐데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는데 말이다.
수비형 미드필더가 어떤 역할을 해 줘야 하는지 한 마디로 설명해주는 순간이다. 이 경기에서 사실상 결승골이라 할 수 있는 귀중한 추가골을 터뜨린 수원의 백지훈이 유병수의 드리블을 가로막고 있다. 그리 매끄러운 수비조직력은 아니었지만 저 역할을 맡은 미드필더가 어떤 각도로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를 잘 가르쳐주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의 옆에는 주장 조원희가 있었기에 더욱 편안하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었다.
이처럼 조원희의 도움을 받은 백지훈이 제 자리를 찾아간다면 수원의 허리는 예전의 그 위력을 되찾는 것이 시간 문제라고 본다. 여기에 든든한 황재원까지 가세했으니 그 안정감은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인천이 이런 경기를 통해 그저 부러워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경기 운영 측면에서 배울 점이 많이 찾아냈으면 한다.
그런데 더 걱정이다. 오는 14일 저녁에 성남 천마를 만나는 일이다. 전반기 0-6의 충격을 어떻게 씻어낼 수 있을지 걱정이다... 딱 5개월만에 다시 만나는 그들에게 다시 승점을 순순히 내줘야하는지...
첫댓글 다음 성남전도 3:2로 질 것 같아요. 수비도 수비지만 송유걸 선수도 불만스럽습니다.
무엇보다 후반 15분경부터 선수들 체력이 너무 급격하게 떨어지는 모습이 남쪽 그팀 경기와 수원전에서도 보이더라구요. 후반 중반부터 체력과 집중력이 떨어지는 문제는 시급히 보완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인천팬은 아니지만,,
인천의 문제는 수비라인보다 미들라인이 더 문제 아닌가요?
미들라인 텅텅 비어 있는데, 수비진이 어떻게 다 막나요..
그리고 공격에서도,, 유병수가 내심 대단해 보이데요.. 유병수한테 가는 공이 죄다 에라이~~ 니가 받아서 잘해라는 식인데.. 그걸 골로 연결시키다니.. 대단하고 밖에..
미들라인이 정말 답이 없는듯...
후반전되면 공격따로 수비따로...
관중 후반기 들어서 처음으로 만명찍었는데(원정팬덕도있지만)
좋은경기력을 보여줬으면 하네요...
노종건선수는 부상인가요? 올시즌 아예 안보이는군요
최근 2군 경기에는 나와서 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실체를 확인하고 답이라도 찾을까 하여 오는 목요일 낮 강원 FC와의 2군경기를 직접 지켜볼 계획입니다...
중앙미들의 부조화가 전체적인 발란스를 심하게 무너뜨리고 있다고 봅니다. 특히, 이재권 선수가 정신줄 놓는 패스로 위기를 자초하는게 매경기 몇번 이상 반복되는 점은 아직 그 혼자 수비적인 임무를 책임지게는 경험이 부족하다고 봅니다. 도화성 선수가 꾸준히 해 줘야하는데 적극적이지 못 한 플레이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점도 문제이요.
헉 그리고 보니 이번주 토요일 전반기에 6:0 패배를 당했던 성남과의 일전이군요. 비오는 화이트데이날의 그 비극...흑, 전 그날 경기장에도 갔었는데...우산도 안 가져가서 비 맞으면서 길거리를 좀 걸었던 기억이...제발 설욕해 줘요!
인천 축구 보면서 두번째로 울었다는 그 경기......ㅡ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