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실손 중지제도 보험료 납부·보장 일시 정지, 단체 실손으로 치료비 보장 퇴직후 1개월내에 재개 신청, 바뀐 보험 규정 적용 유의를
#직장인 김모씨(34)는 단체보험을 포함해 실손의료보험(이하 실손)을 3개나 가입했다. 다른 보장성보험처럼 여러개에 가입하면 보험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최근 다리를 다쳐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실손 중복가입을 후회했다. 치료비로 100만원이 나왔고, 가장 먼저 보험료를 청구한 A보험사에서 자기부담금을 제외한 80만원을 받았다. 이후 김씨는 B보험사와 C보험사에도 치료비를 청구했으나 모두 거절당했다. 실손은 소비자가 부담한 의료비만을 지급한다. 김씨의 경우 실손 1개를 들어도, 3∼4개를 들어도 보장금액은 80만원이 최대다.
김씨처럼 실손에 중복가입한 소비자가 늘고 있다. 한국신용정보원에 따르면 개인·단체 실손에 중복가입한 소비자는 2019년말 117만9000명에서 2020년말 123만명, 지난해 6월에는 124만1000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개인·단체 실손에 중복으로 가입돼 있다면 ‘개인실손 중지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개인실손 보험사에 보험료 납부와 보장 중지를 요청하는 제도다. 보험료를 내지 않고 보장을 잠시 멈춰 놓는 셈이다. 중지 기간에는 개인실손 대신 단체실손을 통해 보장받을 수 있다.
다만 중지제도 이용 대상과 종목에 제한이 있다. 개인실손을 1년 이상 가입하고 단체실손에 중복가입한 경우만 활용할 수 있다. 또 개인·단체 실손 가운데 보장이 중복되는 종목만 멈출 수 있다. 보장 종목이 다르면 별도로 가입자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개인실손 중지제도는 보험료를 아끼고 은퇴 후에도 실손에 가입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개인실손을 중지하는 동안 단체실손으로 치료비를 보장받아 불필요한 보험료 지출을 줄일 수 있다. 은퇴 후 실손에 가입할 수 있다는 것도 이점이다. 50대 이후는 일반 실손 가입이 까다롭다. ‘노후실손’에 가입할 수 있지만 일반 실손보다 본인부담률이 높고 보장 폭은 좁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50대 이후부터는 실손 가입이 어렵다”며 “개인실손을 해지하면 심사를 거쳐 재가입해야 하지만 중지해두면 별도의 심사 없이 가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지했던 실손은 퇴직 후 1개월 내에 재개 신청을 해야 되살릴 수 있다. 퇴직 직전에도 전환 신청할 수 있지만 퇴직 예정자임을 증명하는 서류를 보험사에 제출해야 한다. 일정 조건을 갖추면 무심사로 보험이 재개된다. 최근 5년간 단체실손의 보험금을 200만원 이하로 받고 암·백혈병·고혈압 등 10대 질병 치료 이력이 없으면 무심사로 전환된다. 이직 때문에 여러 차례 개인실손을 중지해도 횟수 제한 없이 중지·재개할 수 있다.
다만 나중에 개인실손을 재개할 때 바뀐 보험 규정이나 조건을 적용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재개 시점에 보험사가 예전 상품을 팔지 않는다면 가입 시점에 판매하는 상품 가운데 가장 유사한 상품을 택해서 가입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직장인 이모씨(56)가 1세대 실손에 가입한 뒤 중지제도를 활용해 개인실손을 중단했다가 퇴직한 올해 재개했다면 4세대 실손 조건으로 보험이 재개된다. 실손은 출시 이후 보장폭이 계속 줄고 있다. 가입할 때보다 나쁜 조건으로 재계약할 확률이 높은 셈이다. 이에 따라 실손 재개 조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배진교 정의당 의원(비례대표)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려면 기존 개인보험과 같은 조건으로 재개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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