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1에이브럼스 계열 전차는 미국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주력전차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1980년부터 실전배치된 물건이, 비록 개량과 재설계를 몇번이나 거쳤다지만 어쨌든 40년째 동 계열 차량이 미군 최일선 주력전차인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군이 M46/M47/M48/M60등 40년도 채 안되는 기간 동안 무려 네 계열의 주력전차를 개발해 실전배치했던 것과 비교하면 M1의 ‘장수만세’는 주목할만한 사건이다.
물론 이게 미국만의 상황이 아니기는 하다. 냉전이 끝나면서 많은 나라들이 80년대에 개발된 전차의 개량형을 주력으로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은 개량이라는 면에서는 늘 최첨단을 걸어왔고, 이번 7월(편집자 주: 작년, 즉 2020년) 부터는 ‘개량의 끝판왕’에 가까운 M1A2C를 내놓았다. 원래 M1A2 SEP(v)3라고 불릴 예정이었지만, 복잡한 명칭을 단순화할 필요도 있는데다 기존 SEP(v)2의 단순 개량이라고만 하기에는 상당한 변화가 있었기에 C라는 형식번호를 사용한 것이다.
7월 22일에는 제1 기병사단의 제3 기갑여단전투단(3ABCT) 소속 제3 대대 “그레이울프”에 M1A2C가 미 육군 최초로 실전배치되었는데,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모든 최신장비는 대부분 미 본토 주둔 병력이 먼저 받는다. 실은 3ABCT는 올해 초까지 우리나라에 9개월간 순환배치되었던 부대로, 그레이울프도 우리나라에 있었고 동 여단 내에 같이 배치된 2대대의 실사격은 작년 12월호 본지에도 소개된 바 있다. 현재 이 부대는 텍사스 주 포트 후드에 주둔중이다.
더 강해진 방어력: 기동력은?
그러면 M1A2C는 이전의 M1A2 SEP(v)2와 비교해 뭐가 달라졌을까. 외관상 쉽게 구분이 안되지만, 그래도 매의 눈을 켜고 보면 겉으로 보이는 차이가 있다. 바로 ‘앞이 두꺼워졌다’.
잘 보면 이전 버전보다 포방패가 포탑 안으로 들어가 있다. 그리고 유동륜(전차 궤도 안의 맨 앞바퀴)도 보다 차체 안쪽으로 들어가 있다. 그런데 엄밀하게 따지면 둘 다 ‘안으로 들어간’게 아니다. 이 둘은 기본적으로 같은 위치이고, 차체 전면과 포탑 전면이 더 두꺼워지면서 포방패와 유동륜이 마치 뒤로 밀려난 것 같은 착시현상이 생긴 것이다. 한마디로 ‘포방패와 유동륜이 뒤로 들어간’게 아니라 ‘포탑 정면과 차체 정면이 앞으로 더 나온’거다.
얼마나 두꺼워졌을까. 정확한 수치는 공개 안됐지만, 비교적 알기 쉬운 포방패 부분을 보면 얼추 10cm 가까이 더 두꺼워진 것 같다. 2차 세계대전 당시만 해도 포탑 전면 100mm가 상당한 두께로 간주된 것을 생각하면 “그만큼 더” 늘어났다는 것은 전체 장갑 두께는 도대체 얼마라는 이야기야? 라는 의문이 생길 정도다. 그리고 두께 자체보다 더 궁금한건 도대체 방어력은 얼마나 늘어났을까 하는 것.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렇게 늘어난 무게가 그냥 ‘쌩’철판일 리는 없다. 그랬다가는 무게가 엄청 늘어날테고, 특히 앞부분으로 무게가 쏠려 문제가 생길테니 말이다. 뭔가 복합장갑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이 정도로 부피가 늘어나면 무게는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현재 발표된 제원에 의하면 무게는 거의 67t에 육박한다. 65t 가까운 M1A2 SEP(v)2만 해도 무겁다고 난리였는데 거의 70t에 접근해가는 것이지만, 그래도 달리 생각하면 이 정도의 장갑 증가를 2t 조금 넘는 선으로 무게를 억제한 것은 나름 대단하다.
엔진은 이전과 큰 차이 없는 1,500마력 가스터빈이다. 개량형이 들어간다고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같은 출력에 연비를 조금 개선한 수준이라고 한다. 무게가 늘어났다고는 해도 큰 변화는 아닌 만큼 최대 시속도 68km/h라는, 이전의 수준과 큰 차이 없는 수준이다. 다만 접지압 증가등으로 인해 험지 주행성능이 어떻게 변했을지는 모르겠다.
(덧붙이자면 차체 하부도 IED등에 대한 대책으로 더 강화됐다고 한다)
반응장갑과 능동방어는?
이 쯤에서 이렇게 외치는 분들도 계실듯 하다.
“요새 ‘몸빵’만 하는 전차가 어딨어? 능동방어하고 반응장갑같은건 왜 안써?”
틀린 말은 아니다. 아무리 미국의 복합장갑 기술이 발달했다 쳐도, 적의 공격을 무식하게(?) 직접 받아내는 것은 이미 한계에 도달한게 사실이니 말이다. 그래서 다른 나라들은 반응장갑과 능동방어를 개발하거나 직접 도입하는 중인데, 미국은 왜 안할까.
실은 안 하는게 아니다. 반응장갑의 경우 이미 시가전용 키트(TUSK)에 포함되어 측면 스커트 위에 덧붙일 수 있고, M1A2C는 더 발달된 신형 반응장갑을 달 수 있게 장착부가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반응장갑도 한계에 봉착한 요즘. 능동방어는 왜 안 쓸까.
실은 안 쓰는게 아니다. 이번에 공개한 사진에는 안 달린 상태지만, 미 육군은 최근 폴란드에 파견된 M1A2 SEP(v)2에 이스라엘제 트로피를 장착했다. 이걸 보면 미 육군도 앞으로 능동방어 없이는 전차 생존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듯 하다.
IED에 대한 방어수단도 처음부터 고려되었다. 차체 하부 장갑 증가는 물론이고, IED에 대처하기 위한 전자전 시스템을 달 자리가 처음부터 마련되어 있다.
강화된 공격능력과 사통장치
주포도 기본적으로는 그대로다. 120mm M256A1활강포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미 육군은 다른 나라들과 달리 포신 길이는 굳이 늘릴 필요 없이 탄약을 개선하는 것으로 당분간 위협에 대처할 수 있다고 보는 듯 하다. 물론 새로운 탄약인 M829A4 철갑탄(날탄)에 대응하도록 약간의 개량은 가한 듯 하다.
사실 주포에 가해진 개량으로 주목할만한 부분은 관통력이나 사거리 증대보다는 ‘스마트’다. 일종의 스마트 기술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M1A2C에는 ADL(Ammunition Data Link)가 들어가는데, 이를 위해 포미 부분이 약간 개량됐다고 한다.
ADL은 간단하게 말해 포탄에 데이터를 입력해주는 데이터링크 시스템이다. 그 말은 데이터 입력이 필요한 “스마트한” 포탄이 있다는 이야기다. 바로 XM1147 AMP(Advanced Multi Purpose), 즉 ‘발전용 다용도”탄이다. 이 탄은 기존에 쓰이던 날탄 외의 포탄 4종(M830, M830A1, M908, M1028)을 한번에 대체할 신형 다용도탄이다. 과연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
여기서 바로 ‘스마트’가 들어간다. AMP는 신관이 3가지 모드로 작동한다. 접촉, 지연, 그리고 공중폭발이다. 접촉은 뭔가에 닿자마자 터지는 전통적인 모드고, 지연은 접촉한 순간 터지는게 아니라 조금 있다 터지기 때문에 건물 벽이나 창문등을 뚫고 들어가서 터진다. 그리고 공중폭발은 미리 거리를 입력하고 쏘면 그 거리만큼 날아가서 터진다.
즉 매우 다양한 상황과 표적에 적응하는 탄인데, 사실 이것으로 대체될 M830A1탄도 이 기능들이 있다. 하지만 쏘기 전에 탄약수가 신관 세팅을 직접 해야 하는 방식이고, 공중폭발도 근접신관을 이용해 이뤄지는 방식이다. 반면 XM1147은 ADL을 통해 사통장치로부터 신관 모드나 거리등의 정보를 미리 입력받는다. 상황에 훨씬 민첩하게 반응하면서 사람의 실수도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이다.
그 외의 화력수단은 기존과 큰 차이가 없다. 원격총탑(RWS)은 기존에 쓰이던 CROWS-LP가 그대로 쓰인다.
업그레이드된 전기/전자
M1A2C는 전자장비 쪽에서도 상당한 업그레이드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에 맞춰 전체적인 전기계통이 대대적으로 재설계되었고, 승무원들을 위한 각종 인터페이스도 더 단순하면서 효율적으로 개선되었다고 한다.
물론 전자화가 워낙 많이 진행된 차량이라, 전기 소요량도 많고 전기를 사용해야 할 시간도 늘어난 것이 사실이다. 특히 IED에 대응하는 재머까지 사용할 경우 전력 소요량은 상당할 것이 분명하다. 이 때문에 APU(Auxiliary Power Unit), 즉 보조 발전기가 기존보다 더 대용량의 것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야간전 능력도 크게 높아졌다. 열상장비가 기존의 2세대 FLIR에서 더 개량된 IFLIR이기 때문이다. 비록 3세대 FLIR는 현재 개발중인 M1A2D에 들어갈 예정이라지만, IFLIR만 해도 현재 세계적으로 전차에 사용되는 열상장비들 중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이며 더 원거리에서 적을 발견하고 식별할 수 있게 해 준다.
또 다른 개량점은 정비성이다. 탑재 컴퓨터에 자체 진단 기능이 탑재되어 고장 발견이 훨씬 쉬워졌고, 고장난 부분의 교체도 예전보다 더 모듈화가 진행된 덕분에 훨씬 쉽게 야전에서 정비할 수 있다고 한다. 특히 전자장비 부분은 어차피 야전에서 직접 고칠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으니 모듈화를 통해 신속하게 망가진 부분을 교체할 수 있게 하는 편이 낫다.
과연 충분할까
이처럼 M1A2C는 엄청나게 진보한 전차는 아니지만 알게 모르게 많은 부분에 ‘깨알같은’ 개량이 가해졌다. 러시아의 아르마타같은 신형 전차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M1A2C는 여전히 세계 최강의 자리를 지키고 있을 것으로 추측되는 것도 사실 큰 무리는 아닌데, 비록 아르마타같은 전차가 제원표상 매우 뛰어나며 신개념을 도입하는 등 더 돋보이는 것이 사실이지만 오랜 실전경험을 토대로 미국의 기술을 이용해 업그레이드된 M1A2C역시 만만찮은 상대일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특히 신형 열상장비등의 센서류 업그레이드는 ‘먼저 보고 먼저 쏘는’ 측면에서 여전히 M1A2C에게 상당한 우위를 가져다 줄 것 같다.
하지만 미 육군은 안심하고 있지는 않다. 실제로 더 개량된 M1A2D형의 개발이 진행중인데, 이것이 실제로 실전배치 단계까지 발전할지는 두고 봐야 알 노릇이다. 하지만 실전배치된지 무려 40년이나 된 전차가 아직도 개량을 거치면서 -솔직히 이쯤 되면 40년 전과는 너무 달라졌지만- 세계 최강 육군의 최일선 장비로 활약중이라는 사실 자체가 대단하다.
하여간 M1A2C는 머지 않아 주한미군에도 들어올 것 같다. 예전과 달리 주한미군의 전차도 9개월씩 순환배치되는 시대인데다, 전차를 갖춘 기갑여단전투단(ABCT)자체가 많지 않은 시대라 배치가 진행되다 보면 금방 우리나라에 올테니 말이다. 그 전에 코로나 창궐이 끝나 취재가 가능해지는 시대가 오기만 바라자!
출처 : 월간 플래툰(http://www.plato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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