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 수명, 죽음에 관한 새로운 과학
The New Science of Aging And the Quest for Immortality
노화는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일종의 불가피한 마모라고 생각했으며, 주류 생물학자들은 노화 연구를 업신여겼다. 세상은 변하기 시작했다. 미국 정부가 인구 고령화를 우려했던 것이다. 최대 수명이란 ‘최상위 집단에서 최상위 10%에 해당하는 개체의 수명으로 정의하는데, 평균 수명보다 노화 효과 측정하는 데 더 우수한 지표라고 생각된다. 우리는 음식을 절제해야 건강에 좋고 식탐을 부리면 만만치 않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개념에서 먼 길을 달려왔다. 열량을 제한 하면 마음껏 먹는 것보다 더 건강하게, 더 오래 살 수 있다는 과학적 증거가 있다. <네이처>에 노화 문제를 해결할 전망이 보인다는 분위기의 논문이 발표됐다. “단 한 개의 유전자만 바꿔도 나이 든 동물이 젊어진다. 인간으로 따지면 이 돌연변이 개체들은 90세 노인이 45세 정도로 보이고, 모든 면에서 그렇게 느껴지는 것과 비슷하다. 이를 근거로 노화를 치유할 수 있는, 적어도 뒤로 미룰 수 있는 질병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인습타파주의자 ’마귤리스‘는 가이아 Gaia 가설을 주장했다. 생물권 전체 즉 지구와 대기와 땅과 그 속에 사는 모든 생명체가 스스로 조절되는 단일한 생물이라는 이론이다. ’마귤리’는 삼켜진 세균의 후손이 현재 더 큰 세포 속에서 세포소기관으로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그 세포소기관은 바로 ’미토콘드리아‘다. 미토콘드리아 게놈은 작지만, 많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미토콘드리아 DNA가 돌연변이에 생기면 당뇨병이나 심부전, 간부전 등의 질병은 물론 난청 등의 장애가 발생한다. 우리 몸의 미토콘드리아는 전적으로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다. 태어난 아기는 부모의 유전자를 물려받지만, 미토콘드리아만은 난자 공여자에게서 물려받는다. 미토콘드리아는 저장 지방을 연소하는 장소이다.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이 어떤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우리는 죽는다. 대부분 국가에서 죽음이란 뇌의 기능을 중단하는 순간으로 정의하지만, 우리가 뇌에 산소와 당을 공급하지 못하면 뇌 조직 속 미토콘드리아는 뉴런이 기능을 수생하는 데 필요한 APT를 더 이상 생산할 수 없으므로 뇌사가 일어난다.
세포가 사멸하든 노쇠 상태에 들어가든 목적은 한 가지다. 게놈이 손상된 세포가 똑같은 세포를 만들지 않게 하는 것이다. 살펴본 노화의 원인이 작용하는 과정은 복잡하다. 성가신 의문이 따라붙는다. 노쇠 세포가 늘어나고 동반된 염증이 심해지는 것은 노화의 결과인가? 아니면 노화를 더욱 가속하는 원인일까? 노화 세포만 골라 파괴하는 연구가 급속도로 인기를 끌었다. 사람의 몸은 7년마다 완전히 새로운 세포를 대체된다고 한다. 7년이 지나면 예전에 존재했던 세포가 거의 남지 않는다는 뜻이다. 엄밀히 말하면 이 말은 맞지는 않는다. 혈액 세포나 피부 세포는 매우 빨리 재생된다. 헌혈해도 불과 몇 주에 새로운 혈액 세포가 만들어져 혈액을 보충한다. (내가 지난 세월은 반추하니 학교 교육을 마친 26세에 취직해, 7년의 운이 7회를 맞고 있다. 거의 7년 안에 진급이 이루어졌고 재운도 7년마다 따라다닌 듯하다. 지방으로 내려가 있던 기간도 7년인데 운이 상승하여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 그리고 마지막 7년 운이 3~4년 남은 듯하다. 그러면 남은 생은 7~14년이고 그다음은 병간호를 받거나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것이다. 여기서 이제 IRP의 수급 연도를 정하고 은퇴와 상속을 생각해야 할 것이란 점을 필자와 나이가 같은 내가 얻은 소득이다. 서양의 세포와 미토콘드리아 이론이 동양의 운세론 과 맞아떨어지니 놀랍다.)
혈액을 간이나 콩팥, 심장, 뇌처럼 하나의 장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곧 그래야 할지도 모른다. 여러 측면에서 혈액 순환은 우리 몸의 독립된 시스템 중 하나다. 산소와 포도당 등 필수적인 영양 성분을 다른 장기에 전달할 뿐 아니라, 노폐물을 수거해 처리하는 기능까지 도맡는다. 우리가 호르몬에 반응하는 것도, 손상 부위에 여러 가지 구조 형성해 치유를 촉진하는 것도, 면역세포를 동원해 감염과 싸우는 것도 모두 혈액 덕분이다. 개체결합은 두 마리의 순환계를 수술로 연결하는 것이다. 이 결합으로 늙은 동물의 몸속에 젊은 동물의 피를 넣어주려는 시도가 있어 왔다. 젊은 피를 공급받은 개체들은 5주 이내에 근육과 간세포가 회복되었다. 상처도 쉽게 치유되었다. 노화와 죽음을 물리치려는 시도는 까마득한 옛날부터 있었지만, 우리가 그 과정을 생물학적으로 자세히 이해하게 된 것은, 지난 50년 사이의 일이다. 이런 지식이 축적되면서 노화를 물리치려는 학계와 기업들의 노력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제 건전한 주류 과학에서 터무니없이 괴상한 아이디어에 이르기까지 현재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보자.
인체냉동술은 사람이 죽자마자 냉동했다가 나중에 완치법이 발견되면 해동한다는 아이디어다. 여기서 전신을 보존하는 데 20만 달러 정도 받는다. 즉 사람이 죽자마자 온몸의 피를 모두 뽑아내고 혈관에 부동액을 채운 후 몸을 액체 질소에 집어넣는 것이다. 보존기간은 무한정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인체냉돌기술이 성공을 거두리라는 믿을 만한 증거는 티끌만큼도 없다. 사망한 사람의 몸속에 있는 세포 하나하나는 산소와 영양소의 부족으로 인해 이미 생화학적으로 엄청난 변화를 겪었을 것이다. 결국 냉동보존되는 몸은 살아 있는 사람의 몸과 전혀 다른 상태가 된다. 노화에 관한 연구는 죽음에 대한 공포라는 인간의 원초적 감정을 이용한다, 섣부른 열정에 휩싸인 첨단기술 갑부들은 중년 남성으로 젊은 여성과 결혼과 이혼을 반복한다. 젊어서는 부자가 되기를 원했고, 부자가 된 지금은 젊어지기를 원한다. 노화란 질병의 원인일 수는 있어도 질병 자체는 아니라는 것이다. 질병은 보통 정의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필자는 얼추 조부모가 돌아가셨던 나이가 됐단다. 생애 마지막 10년간 그분들은 현재 필자가 누리는 신체적으로 활발한 생활 습관 같은 것은 꿈도 꿀 수 없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90대 이후에 세상을 떠나는 사람이 점점 흔해진다. 세상 곳곳에는 65세 인상 인구가 차지하는 절대 수와 비율이 모두 늘고 있다. 노령인구의 소득 수준은 높은 국가는 20%에 육박하며, 2050년에는 많은 지역에는 그 갑절에 달할 것이다.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는 은퇴자가 생산 인구의 두 배에 달하는 때가 올지 모른다. 고령자 중의 10년, 심지어 20년간 비싼 의료 혜택이 있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수명 연장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다. 65세에 일을 그만둔다고 가정해도 20년을 더 산다면 사회적으로 시한폭탄이 재깍거리고 있는 것이다. 우선 불평등이 커질 것이다. 이미 부유층과 빈곤층의 기대수명 격차는 크다. 국민건강보험에서 무상 의료가 주어지는 나라는 기대수명 격차가 10년 이상이다. 건강수명으로 따지면 격차는 두 배다. 빈곤층이 일찍 죽을 뿐 아니라, 나쁜 건강 상태로 지내는 기간도 길다. 미국은 부유층이 빈곤층보다 15년 더 살며, 격차는 더 커졌다. 의학 발전은 항상 불평등을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역사적으로도 선진국의 부유층이 가장 먼저 혜택을 누린다.
70대, 80대 또는 그 뒤에도 계속 일을 한다는 것에 대한, 반응은 직업에 따라 상당히 다를 것이다. 힘든 노동이나 궂은일을 하는, 사람들이 65세가 되었을 때 많은 사람은 자기 직업을 싫어하며 은퇴를 고려한다. 70세까지 일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대개 80대까지도 즐겁고 지적이며 안락하고 보수가 많은 직업을 가진 화이트칼라들뿐이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창조력이 최고조에 달하는 것은 과학 수확 문학에 국한되지는 않는다. 나이가 들면서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정신 능력은 단기 기억력이다. 소설을 쓴다는 것은, 다양한 사실과 아이디어를 머릿속에 잡아 둔 채 그것들로부터 새로운 무엇인가를 창조하는 과정일 것이다. 영화감독, 지휘자, 음악가들은 나이가 든 뒤에도 최상의 수준을 유지한다. 화가도 마찬가지다. 건강한 노화에 관해 많은 발전이 이루어진다고 해서 반드시 우리가 나이 든 뒤에도 젊었을 때처럼 창조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한 상태는 유지하지 못할 것이다. 인지능력은 나이에 따라 감소하지만, 기억력, 추론 능력, 언어 유창성 검사를 통한 인지 점수는 45세부터 저하되었다. 나이가 든 사람은 더 빨리 저하되었다. 나이에 따라 저하되지 않는 유일한 범주는 어휘력이었다.
많은 사람이 지혜가 늘어나면 인지 저하를 보완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지혜란 모호하고 정의하기 어렵다. 젊은이들이 지혜와 통찰력이 부족해 종종 성급한 행동을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특정 연령이 지나도 계속 지혜가 축적된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최근 미국과 영국에서 치러진 선거에서 고령층은 보수화되어 선동과 향수를 자극하는 말에 휩쓸리는 경향이 있다. 평생 편견을 쌓아온 탓에 전반적으로 새로운 생각에 마음을 열지 못하는 것이다. 오늘날 노인들에게 사회 권력이 치우쳐 있다. 미-영국은 70세 이상인 사람이 가장인 중간 자산은 35세 미만인 가구의 15~20배에 이른다. 권력의 최상층은 70세 넘는 사람들이 독차지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81세, 트럼프는 78세다. ’폭스‘사의 이사장인 ’루퍼스 머독‘은 93세다. 젊은이들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그들이 정치에 불어넣어야 할, 신선한 아이디어와 혁신은 억압되리라는 것이 필자의 주장이다. 죽음에 이토록 집착하는 성향은 인간에만 있다. 이유는 뇌와 의식이 진화되고 언어가 발달해 두려움을 서로에게 전파하기 때문이라고 필자는 주장한다. 몸속의 장기와 세포가 우리 일부인 것처럼, 우리 몸속의 세포는 매일 수백만 개가 죽는다. 우리 자신을 가족, 지역, 사회처럼 큰 존재로 생각하여 세포가 죽어도 슬퍼하기는커녕 느끼지도 못한다. 마찬가지로 내가 죽어도 사회와 지구 위의 생명은 계속된다. 우리 유전자는 자손과 다른 가족들을 통해 계속 살아남는다. 개체는 끊임없이 태어나고 죽지만 생명은 수십억 년간 이어왔다고 필자는 수장한다.
2024.08.15.
우리는 왜 죽는가-2nd
벤키 라마크리슈난 지음
강병철 옮김
김영사 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