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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바르람 수도원을 향해 아스팔트 도로로 가다가 언덕을 내려가는 오솔길이 있어서 가로질러 내려갔다. 날씨는 무척 뜨겁다. 이 수도원은 바위와 바위사이를 다리를 놓아 수도원과 연결하고 있다. 옛날에 어떻게 이곳에 수도원을 세웠을까? 자료로 전시되어 있는 흑백 사진을 보니 나무와 줄로 위험스럽게 연결하여 오르게 되었다. 정말 가장 원시적인 방법으로 오르고, 바위하나 돌 하나, 물 한 동이 조차 끌어올려 수도원을 만들었구나. 얼마나 오랫동안 이 일을 해야 이렇게 반듯한 수도원이 세워질까? 여름에는 뜨겁고 겨울에는 눈이 내릴 정도로 추운데, 목숩을 건 이들의 사투가 눈에 보이는것 같다. 달팽이 등같이 길이 꼬불꼬불 나선형으로 올라간다. 올라가다 뒤돌아보면 아찔하고 무섭다. 바르람 수도원을 오르며 먼저 방문한 메테오른 수도원을 쳐다보니 또 다른 맛이다. 입장료 2유로를 내고 들어서니 또 치마와 바지를 입으란다. 그래도 고마운 것이 이 지역은 여자들도 입장시켜 주는 것이다. 유명한 아토스 수도원은 남자들만 입장시키고 여자들은 출입할 수 없다. 동물도 암놈은 들어가지 못하는 하나의 수도원, 남성국인 셈이다. 여기서는 남녀 구분을 하지 않으니 고맙다.
수도원의 내부는 비슷하다. 성화와 이콘도 비슷하다. 감나무가 있어 반가웠다. 성모승천에 대한 그림이 있는데, 육체의 부활은 인정하지 않고 영혼의 승천을 인정한단다. 로마어를 사용했던 로마카톨릭은 성모의 승천일이라고 8월15일을 기념일로 지키고 있다. 그리스 정교와 곱틱(이집트 기독교)교는 헬라어를 사용해 왔는데, 성모승천을 영혼만 올라갔다고 기록되었다. 로마카톨릭은 성모 승천일을 19세기에 승인하여 믿고 있다. 우상(동상)에 대해서도 성경을 글자로 표기하나 그림과 같이 평면으로 그리나 입체상인 동상으로 표현하나 모두 같은 의미란다. 성경에는 만들지 말라고 했는데도 불구하고 인간의 해석은 분분하다. 16세기 프레스코화가 있는 바르람 수도원은 암벽을 깎아 만든 계단을 올라가 들어왔다. 14세기에 은둔자 바르람이 세운 은둔터에 세워진 수도원이다. 이오안니나 출신의 형제 수도사 빅타리오스와 테오파네스 아스파라스가 16세기에 세웠다. 이 수도원은 중앙에 돔이 있고, 3곳의 튀어나온 부분이 십자가 모양으로 되어있다. 이러한 양식은 아토스 산에 있는 것과 같다. 교회안의 돔이나 벽화에 그려진 16세기 중엽의 프레스코화는 서유럽 영향을 강하게 받고 있어서인지 색체와 구도 등이 독특하며 다른 수도원의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수도원에 있는 교회에 들어가면바로 정면에 불을 피우는 성스러운 동물과 고행자들이 그려져 있고, 그 안쪽에는 최후의 심판과 성 요한의 생애가 그려져 있다. 또 구포라(돔형의 지붕) 서쪽에는 성모 마리아의 최후의 안식 등이 그려져 있다. 교회에는 17세기의 프레스코화도 볼 수 있다. 또 이곳은 1200이라는 숫자가 쓰여 있는 커다란 포도주 통이 인상적이다. 1200리터인지 1200년에 만들어 졌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나무를 깎아서 만든것이 꼭 배에 실어 놓은 것 같다. 전망대에 서니 높은 바위위에 올라간 관광객들이 보인다. 처음 방문했던 수도원과 경치가 한 눈에 들어온다. 수도원을 둘러보고 나온다. 작은 주차장에는 코를 자극하는 핫도그와 피자 등을 파는 간이매점이 있다. 걷는 사람이 드물지만 아내와 함께 3번째 수도원인 루사노 수도원을 향했다. 아스팔트 도로는 약간 내리막이다. 도로 위는 무지무지 뜨겁다. 후라이 팬 같이 달궈진 바위 위에 사람들이 올라가 있다. 벼랑위에 서있는 폼이 무섭지도 않은가 보다. 바람이 간간히 불어 흐르는 땀을 말려준다. 루사노 수도원은 잡지나 엽서 등에 자주 등장하는 수도원이다. 나의 책상 앞에 달력에서 발췌한 루사노 사원의 사진이 걸려있다. 이 사진을 걸어놓고 늘 가보길 꿈꿔왔다. 그런데 달력의 모습이 보이는 위치는 걸어야만, 아니면 차를 타고 가다가 내려야만 사진에 담을 수 있었다. 걸어오는 자의 다리의 아픔이 슬픔이라면 걸어오는 자에게 주어지는 이 풍경은 행복한 선물이다. 우리가 열심히 사진에 담고 있으려니 지나가는 차들도 멈춰서 사진을 찍는다. 덕분에 아내와 함께 서서 사진을 찍는 행운도 얻었다.
멀리 아기오스 니콜라오스 수도원도 보인다. 가늘고 좁은 바위에 달라붙어있는 작은 수도원이다. 루사노 수도원을 바라보는 경치가 최고다. 처음 방문했던 수도원 둘은 이제 하나로 겹쳐 보여 붙어 있는 것 같이 보인다. 진짜 멋진 장소다. 나무 그늘에서 잠시 쉬었다가 출발했다. 루사노 수도원 밑에 도착하니 대형 버스 3대가 비탈길에 주차해 있다. 수도원을 밑에서 올려다보니 공중에 떠 있는 듯 한 느낌이다. 계단을 따라서 올라간다. 십자가 모형의 예쁜 정원이 보인다. 입구 밑의 전망대에서 뒤돌아보니 뜨거운 땡볕아래 우리가 힘겹게 걸어온 길이 훤히 보인다. 다리를 통해 수도원에 들어선다.이 다리는 1930년에 만들어 졌단다. 현재는 아기오스 스테파노스와 마찬가지로 수녀원으로 되어있다. 전혀 발도 못 걸칠 것 같은 바위 꼭대기에 수도원이 세워진게 참으로 신기하다. 이오안니나 출신의 형제 수도사 막시오스와 이오아사프에 의해 16세기 초에 세워졌다. 1975년 더글라스 힛콕스 감독의 만든 영화 r인의 독수리의 무대가 되었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유명한 배우 제임스 코번, 수잔나 요크의 주연으로 스카이 라이더의 무대가 된 곳이다. 행글라이더로 납치된 소녀를 구하는 장면에서 이수도원이 등장한다. 이 수도원은 다른 곳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교회안의 집기는 모두 반짝반짝 닦여있고, 아담하며 깔끔한 인상을 주는 예쁜 수도원이다. 수도원에서 내려다보니 바로 아래 있는 부속건물에는 꿀통 20여개가 보인다. 수도원을 둘러보고 다시 층계를 내려오다 샛길을 만났다. 샛길을 따라 올라가니 다시 큰 아스팔트를 만난다. 또 걷기 시작한다. 이 길이 가장 힘들다. 4번째 수도원을 만나기에는 좀 멀다. 그늘이 하나 없는 뜨거운 길을 걸으려니 수도사가 된 기분이다. 얼굴이 벌겋게 익고 등에서는 땀이 주르륵 흐른다. 눈살이 찌푸려진다. 한걸음씩 옮기면 도착하겠지.......... 일종의 오기가 생긴다. 등산하는 마음으로 그저 발만 옮긴다. 다행히 길이 산중턱위에 있어 눈아래 펼쳐지는 광경은 충분히 걷는 괴로움과 더위로 인한 비지땀을 보상해주고도 남았다. 둥근 바위가 이어져 있는 최고의 전망 포인트를 만났다. 5개의 수도원이 한눈에 보이는 최고의 지점이다. 바위 틈 사이로 카스트라키 마을도 보인다. 우리 숙소가 있는 칼람바카도 내려다보인다. 둥근 바위 위에 서니, 아찔한 벼랑으로 등 뒤가 서늘하다. 떨어질 것 같은 불안함에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남녀 한 쌍이 사진을 찍고 있다. 기운이 팔팔해 보인다. 바위위에 걸터앉아 눈 아래 펼쳐지는 기암들을 보노라면 뜨거움도 피곤함도 모두 잊게 한다. 맞은편에 핀토스 산맥이 펼쳐져 있어 광경이 좋다. 갈 길이 멀어 보이지만 잠시 쉬면서 주어진 경치를 즐겨본다. 되돌아 나와 아스팔트 위를 또 걸어간다. 너무 뜨겁다. 산 쪽에 심겨진 호랑가시나무의 좁은 그늘에 들어가 잠시 쉰다. 배낭에서 과자와 바나나와 사과를 꺼내서 점심을 먹는다. 먹고 쉬니 좀 기운이 나는데, 더위는 더욱 심해지는 것 같고 하늘은 더욱 파랗게 보인다. 기운을 내서 길 오른쪽에 붙어 발아래 펼쳐지는 경치를 보며 또 걷는다. 거대한 바위 사이로 보이는 칼람바카 마을이 정말 예쁘다. 작은 호롱불이 켜있는 기도 탑을 만났다. 안에는 기름병도 있고, 성모사진과 꽃도 있다. 아직도 불이 타고 있는 것으로 보아 매일 관리하고 있나보다. 왼편 언덕위에도 작은 탑이 보인다. 약 30분정도 걸어서 아기오스 트라아다 수도원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왔다. 이 수도원은 마을로 내려가면서 보가로 하고 다시 걸어갔다. 맨 마지막에 있는 스테파노스 수도원에 도착했다. 걸어온 길이 참 멀다. 그러나 걸어서 돌아보는 메테오라는 정말 감동적이다. 스테파노스 수도원은 문이 굳게 닫혀있다. 안내판에 보니 오후 1시 30분부터 3시30분까지는 문을 열지 않는다고 써 있다. 점심시간인지, 낮잠 자는 시간인지.......이 수도원은 꼭 학교 같은 느낌이 든다. 신축 건물 같다. 아내는 양산을 쓰고 걸어오느라 고생했다. 더위에 지쳤는지, 나무그늘이 에 있는 석축 위에 누웠다. 겉옷을 벗어 얼굴을 가리고 누웠다. 수도원 입구에서 내려다보는 경치도 멋지다. 트리카라 방향으로 내려다보니 황량한 벌판이 펼쳐진다. 길이 선으로 보이고 강이 길같이 보인다. 바람은 시원하다. 우리가 도착한 시각이 2시30분이니 1시간을 기다려야한다. 서 너 사람이 함께 기다리고 차로 온 한 팀은 시간이 없는지 차를 몰고 가버렸다. 기다리는 자에게 응답이 있는 법, 3시 30분이 되니까 쇠문이 옆으로 슬며시 열린다. 현대식 자동문이다. 입구에 들어서니 수녀들이 표를 판다. 예쁜 수녀다. 아내와 또 치마와 바지를 입었다. 수녀들은 사진기를 많이 의식하는 듯 피하고 찍지 말라고 부탁한다. 여기도 다른 수도원과 마찬가지로 목어, 편종이 있는데, 한 개씩이 아니고 두 개씩 있다. 예쁜 정원이 빈틈없이 잘 가꾸어져 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칼람바카 시내의 전망은 정말 일품이다. 큰 교회도 보인다. 커다란 그리스 국기가 바람에 날린다. 수돗물이 나오고 광장도 있다. 협죽도의 분홍 꽃이 선명하게 피어있다. 이곳은 순례자용 시설도 갖추고 있는, 제법 큰 수도원이다. 교회의 목조 벽이 아름답다. 아름답다. 2세기에 소아시아에서 순교한 성 하라람보스에게 바쳐진 교회도 있고, 그의 유체도 잠들어있다. 오래된 교회는 1798년에 세워졌다. 수도원의 벽화와 성화는 물론 자료가 잘 보관되어 있다. 16세기경에 그려진 성화와 복사본, 자수 등도 볼만하다. 여자 수도원이라서인지 아주 청결하다. 아내는 그늘에 앉아 화장을 고치는 동안 수돗물을 마시고 통에 담았다. 처음 먹어보는 수도원 물이다. 왠만하면 배탈날까봐 물을 사 먹는데 너무 갈증이 나서 그냥 마셨다. 충분히 쉰 것 같다. 이제는 마지막 수도원을 향해 출발이다. 마지막이라 좀 기운이 난다. 발걸음이 가벼워 졌다. 10분 정도 걸어서 아기오스트리아다 수도원으로 내려간다. 이 수도원에 들어가려면 1925년에 만들어진 130개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쉬운 일이 아니다. 하나, 둘, 세면서 올라가다가 계단 밖으로 보이는 경치에 맘을 뺏겨 세던 숫자를 잃어버렸다. 이 수도원은 1981년 제임스 본드 007 영화 시리즈의 12번째 작품인 ‘For your eyes only'의 크라이막스 추격 장면에서 주인공 로저 무어가 암벽을 오르는 장면이 연출된 곳이다. 여자 주인공 멜리나 역에는 캐롤 부케가 나온다. 집에 가면 다시 한번 영화를 봐야지........
우리가 도착한 것은 오후 5시가 되었는데, 이제 막 문을 닫으려한다. 서둘러 입장료도 받지 않고 구경하라고 젊은 수도사가 넣어준다. 수도원에 들어가면 왼쪽에 대천사 가브리엘, 오른쪽에 대천사 미카엘의 벽화가 있다. 내부에 있는 교회는 세례요한에게 바쳐진 교회란다. 서둘러 둘러보고 나왔다. 이제는 마을로 내려가는 일 만 남았다. 수도원에서 나와 길을 찾아도 없다. 안내책자는 오른쪽으로 길이 그려져 있는데, 오른쪽은 내려가지 못할 벼랑이다. 좀 더 주의 깊게 살피며 걸어오니 왼쪽에 칼람바카라는 작은 표지판이 보인다. 정말 반갑다. 오솔길은 예쁘게 잘 만들어져 있다. 돌을 이용하여 걷기좋게 다듬어 놓았다. 꾸불꾸불 길 따라 내려오면서 높이 565m로 솟은 아기아 트리아다 수도원을 보니 장관이다. 수도원의 십자가만 보여 아쉽다. 칼람바카 마을로 내려가는 트래킹 코스가 있어서 좋다. 다니는 사람이 없어 좀 쓸쓸하고 심심하지만 주변경관이 좋아 심심치 않다. 한참을 내려오니 올리브 나무 농장이 나온다. 어제 올라왔던 곳이다. 뒤돌아서서 왔던 곳을 올려다보니 수도원들의 위치를 이제 훤히 알 것 같다. 뜨거운 오후라 마을에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서쪽으로 기우는 태양이 무척 강열하다. 마을을 가로질러 카르프를 찾아갔다. 시원한 음료수와 과일을 기대하며 피곤한 육체를 끌고 도착했으나 실망이다. 문이 닫혀있다. 정말 힘 빠지게 한다. 할 수 없이 큰길가에 있는 가게에서 캐밥과 콜라를 사가지고 숙소로 왔다. 샤워를 하고 나니 기분이 너무 좋다. 걸어서 메테오라를 돌아 본 것이 정말 대견스럽고 감격적이다. 멋진 경치와 더불어 뜨거운 태양 열기는 결코 잊을 수 없는 추억의 트레킹이 되었다. 힘들었던 여정이지만 성취감과 감동을 더욱 진하게 만들어주는 고달픔인 것 같다. 고생을 해야 기억에 오래 남아있으니 감사할 일이다. 누구를 만나도 꼭 걸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저녁이 되어 아내와 시내로 나와 캐밥과 콜라를 또 샀다. 내일 아침식사용이다. 센트럴 광장에서 한국인 여교사와 딸을 만났다. 오늘 아덴에서 왔는데, 단체 관광이란다. 오후에 도착해서 주차하기 쉬운, 바로 내리면 수도원 입구인 아기오스 스테파노스 수도원 한곳만 보고 메테오라 관광을 끝냈단다. 아쉽지만 일정에 따라 내일 아침 일찍 떠난다고 한다. 광장의 저녁은 시원하고 조용하다. 우리도 이 밤이 마지막이라 아쉽다. 마음은 숙제를 끝낸 아이같이 흐뭇하다. 잠자리에 누워도 낮에 걸으며 간직했던 수도원들의 모습과 기암들이 영화처럼 눈앞에 아른거린다. 항상 가보고 싶어 마음속에 남아있던 메테오라를 구경하고 나니 멀고 어렵게만 생각되던 풍경들이 이제는 친숙하고 가깝게 느껴져 기분이 좋다. 시간을 갖고 포기하지 않으면 꼭 그곳에 설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와보면 쉬운 것을 출발하기 전에는 왜 이리 어려워 보이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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