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는 22일 부장검사급과 평검사 229명에 대한 전보인사를 발표했다. 강금실 법무장관의 주도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진 이번 인사는 파격을 넘어 혁명적이었다.
기존의 인사관행을 완전히 탈피했기 때문이다. '한직'을 전전해온 김태희 검사와 유재우 검사를 서울지검 특수1부장과 형사1부장에 발탁해온 것은 그 대표적 사례다.
한마디로 이번인사는 '검찰에 더이상 주류는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귀족검사의 시대가 간 것이다.
귀족검사는 서울지검, 대검, 법무부를 오가면서 주요보직을 차지하면서 각 기수의 선두그룹을 형성해온 검사들을 말한다. 이들은 이번 인사에서 지방을 전전해온 이른바 팔도(八道)검사에 주요자리를 내줬다.
강금실 장관은 '지방의 숨은 진주'를 발굴해 서울의 주요보직에 앉혔고 귀족검사들을 지방으로 내보냈다.
이번에 교체된 서울지검 부장검사 9명 가운데 법무부와 대검 과장 중에서 서울지검에 들어간 사람은 최교일 법무부 법조인력정책과장이 유일. 서울지검의 형사부를 구성했던 양재택, 김학의, 김제식 부장 등은모두 지방으로 내려갔다.
특히 대검과 법무부에서 근무한 경력이 없고 지방을 전전해 온 김태희 검사가 서울지검 특수1부장으로 들어온 것과 유재우 검사가 서울지검 형사1부장에 발탁된 것은 파격을 넘어 혁명적이다.
요직과 한직, 서울과 지방의 순환이 이뤄진 것이다.
다음은 <오마이뉴스> 법조팀이 검찰전문가들의 이번 인사에 대한 평을 종합취재한 것을 방담형식으로 정리한 것이다.
혁명적 인사는 강금실 장관의 작품
- 이번 검찰 인사는 혁명적이고 파격적이다. 90% 이상이 강금실 법무부장관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다.
- 검찰인사는 통상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이 협의해서 이뤄진다. 두 사람중 누가 당시에 파워가 세느냐에 따라서 인사 주도권이 옮겨간다. 이번에는 강금실 장관쪽에서 주도했다. 송광수 총장 측근들이 완전히 밀려났다.
서울지검 특수1부장: 떠나는 서우정 검사와 발탁된 김태희 검사
- 서울지검 특수1부장이 바뀐 것이 가장 특징적이다. 이번에 물러난 서우정 부장은 송총장의 핵심측근이다. 송총장의 입김으로 지난 3월 28일 그 자리에 앉은 사람이다. 그런데 이번에 4개월만에 부산고검으로 물러났다.
- 특수1부장 자리는 대한민국 중요사건의 80~90%를 처리하는 곳이다. 금융관련 등 알짜사건을 다루기 때문이다. 그 자리를 김태희 검사(연수원 14기)가 발탁돼 간 것은 파격을 넘어 가히 혁명적이다.
- 김 신임 특수1부장은 서울지검 핵심부서 근무를 한번도 안해본 사람이다. 정치권과 검찰고위층의 줄도 백도 없는 사람이다. 아마도 김 부장검사는 검찰사상 '줄'이나 '백' 없이 특수1부장에 온 첫번째 사람일 것이다.
- 평검사때부터 주로 지방에서 특수부 검사를 하고 창원과 부산에서 특수부장을 해 온 김태희 검사와 관련해서는 검찰 내에서 이런 일화가 회자되기도 했다.
창원지검 특수부장을 할 때 한 검찰간부가 지역유지와 만나는 약속장소에 같이 가자고 했다. 그런데 김 검사가 같이 갈 수 없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 지역유지는 소문도 안좋고 그러는데 왜 만나려고 하십니까. 만나지 마십시오. 앞으로도 그런 자리에 저를 부르지 마십시오."
가끔 검사들이, 특히 간부검사 가운데 검찰권력을 자기권력화하면서 자기민원을 해결하는 경우가 있다. 정치권 민원이라는 핑계를 대면서.
그런 간부검사에 후배검사들은 절대적으로 복종해야 한다. 충성도가 알게 모르게 인사고과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그런 간부검사의 민원을 잘 처리해주는 사람이 귀여움을 받고 승진을 한다.
김태희 특수1부장은 그런 검사와는 거리가 멀었다. 뛰어난 특수통이지만 아부 안하고 간부들 민원을 안들어줘서 매번 지방으로만 전전했다.
- 전임 서우정 부장은 서울대 법대 출신인 반면 김태희 부장은 성균관대 법대 출신이다. 서우정 부장이 법무부 검찰2과, 4과 등 요직을 거치고 YS정부 시절에는 대통령 비서실에 파견되는 등 '귀족검사'의 길을 걸은 반면 김태희 부장은 주로 지방을 전전했고 서울지검에 있을때에도 주로 지청에서 있었다.
- 두 사람의 약력을 비교하면 달랐던 길이 잘 드러난다.
[ 김태희 신임 서울지검 특수1부장 약력]
1954년생. 서울 출생
1977년 성균관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1979년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법학과 수료, 제3회 법원사무관시험 합격
1982년 제24회 사법시험 합격, 춘천지방법원 사무관(조사관)
1984년 사법연수원 수료(제14기)
1985년 광주지방검찰청 검사
1987년 광주지검 목포지청 검사
1988년 서울지검 동부지청 검사
1991년 부산지검 동부지청 검사
1993년 수원지방검찰청 검사
1995년 서울지검 북부지청 검사
1996년 7월 부산고등검찰청 검사
1997년 8월 청주지검 영동지청 지청장
1998년 8월 서울지방검찰청 부부장검사
1999년 6월 창원지방검찰청 특수부 부장검사
2000년 2월 부산지방검찰청 특수부 부장검사
2001년 6월 서울지검의정부지청 형사3부부장검사
2002년 2월 서울지검의정부지청 형사2부부장검사
2002년 8월 서울지방검찰청 의정부지청 형사1부 부장검사
[ 서우정 전 서울지검 특수1부장 약력]
1956년생. 경남 통영
1981년 제23회 사법고시 합격
1982년 서울대학교 법학과 졸업
1984년 사법연수원 수료(제14기)
1985년 서울지방검찰청 검사
1987년 제주지방검찰청 검사
1988년 서울지검 동부지청 검사
1990년 법무부 검찰2과 검사
1991년 런던대학 킹스칼리지 방문학자
1992년 법무부 검찰4과 검사
1994년 서울지방검찰청 검사(대통령비서실 파견)
1996년 법무부 검찰국 검사, 서울고검 검사 겸임(대통령비서실 파견)
1997년 춘천지검 속초지청 지청장
1998년 3년 사법연수원 교수
2000년 2월 법무부 보호국 관찰과 과장
2001년 6월 법무부 공보관
2002년 2월 서울지방검찰청 특수3부 부장검사
2003년 3월 28일 서울지방검찰청 특수1부 부장검사
형사1부장: 떠나는 양재택 검사, 발탁된 유재우 검사
- 서울지검 형사1부장에 유재우 검사가 발탁된 것도 파격적이다.
- 유 검사는 '너무 비사교적'이다. 일부 검사들처럼 기자들하고 노닥거리면서 스스로 자기여론을 만들어가지 않았다. 기자들하고 밥한번 먹은 적이 없다. 사건 관련자에게도 반말을 안썼다. 제일 늦게 퇴근하는 검사에 속했다.
그렇게 원칙대로만 하니 간부들이 좋아하지 않았다. 이런 검사들은 가만히 두면 지방에서 썩다가 옷벗을 사람들이다.
- 유재우 검사에서 서울지검 형사1부장 자리를 내준 양재택 전 형사부장이 수원지검 형사부장으로 간 것은 '검찰 주류의 교체'를 의미하는 사건이다.
- 보통의 경우 수원지검 형사부장을 하다 서울지검 형사부장으로 옮기는데 양 검사는 정 반대의 순서를 밟고 있다. 기존에 주류를 자처하던 잘 나가던 검사들이 이렇게 한지로 밀려났다.
- 양재택 전 부장은 서울대 법대 출신이고 유재우 검사는 연세대 법대 출신이다.
- 양 부장이 주로 법무부와 대검 등 주요요직을 거친 반면 유재우 검사는 주로 지방에서 근무했다.
- 두 사람의 약력을 비교해 봐도 이번 인사의 특징이 드러난다.
[ 유재우 신임 서울지검 형사1부장 약력]
1956년생. 충북 청원
1975년 경동고등학교 졸업
1979 연세대학교 법학과 졸업
1982 연세대학교 대학원 수료, 제24회 사법고시 합격
1984년 사법연수원 수료(제14기)
1985년 공군법무관
1988년 서울지검 북부지청 검사
1990년 춘천지검 영월지청 검사
1992년 부산지방검찰청 검사
1994년 서울지방검찰청 검사
1997년 2월 서울고등검찰청 검사
1998년 3월 대구지검 김천지청 부장검사
1999년 3월 대전지방검찰청 형사2부장검사
2000년 수원지검 강력부장
2001년 6월 사법연수원 교수
[ 양재택 전 서울지검 형사1부장검사 약력]
1958년생. 경북 김천
1977년 대전고등학교 졸업
1981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81년∼95년 미국 스탠퍼드대 로스쿨 연수)
1982년 제24회 사법시험 합격
1984년 사법연수원 수료(제14기)
1985년 육군본부 복무
1988년 서울지방검찰청 검사
1991년 춘천지검 강릉지청 검사
1992년 법무부 검찰1과 검사
1994년 서울지방검찰청 검사
1996년 대전고등검찰청 검사
1997년 청주지검 충주지청 지청장
1997년 법무부 공보관
1999년 6월 수원지방검찰청 특수부 부장검사
2000년 2월 대검찰청 범죄정보2담당관
2002년 2월 서울지방검찰청 총무부 부장검사
- 법무부와 대검은 최근 검찰개혁방안 등을 놓고 갈등이 있다. 검사 감찰권 등에서 법무장관이 개혁을 하려는데 송 총장이 반발을 하면서 갈등이 생긴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번 인사는 강금실 장관 주도로 이뤄졌다는 것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